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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

[번역괴담][2ch괴담][457th]고독한 영혼

괴담 번역 2014. 8. 1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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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척분 제사를 드리러 갔을 때, 와 주셨던 스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영혼, 즉 죽은 사람의 눈에는 살아있는 사람만 보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제대로 제사를 올려서 섬겨주지 않으면 외로워진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궁금해져, 나는 스님께 물었다.


자주 있는 자살 명소 같은 곳에서는 죽은 사람도 많을텐데, 그것은 왜 그런 거냐고.


기분 나쁘다는 듯 스님은 대답해 주셨다.




그런 곳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이가 죽었다 하더라도, 그들은 모두 자신만 귀신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눈에 보이는 살아있는 인간을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자살 명소 같이 많은 사람이 죽은 곳에서는, 그만큼 많은 영혼이 살아 있는 자를 찾아 방황한다.


그러니 그런 곳에는 가능한 한 가까이 가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었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이른 나이지만, 그 때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게 무섭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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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6th]유령을 보았다

괴담 번역 2014. 8. 17.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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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살았던 아파트에서 있던 일이다.


그 곳은 학생이나 독신자가 대부분이었기에, 이사를 와도 딱히 인사를 오거나 하는 문화가 없었다.


애초에 인사하러 간다 하더라도 다들 생활 패턴이 가지각색이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하고.




내가 입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밤 중에 옆집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옆집에 사람이 사니 소리가 나는 것 자체는 별 이상할 게 없지만, 조금 신경이 쓰였다.


혹시 밤일 소리가 넘어오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도 있었지만, 그런 게 아니라 [어째서야?], [왜 그러는건데?], [제발 그만 둬.] 같은 말이었다.




매일 밤마다, 매일 밤마다 그것이 반복되었다.


어느날, 아침에 외출을 하려다 옆집 사람과 우연히 마주쳤다.


인사도 겸해 말을 걸어 보았다.




소심한 것 같지만 사람은 좋아보인다.


근처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같은 역에서 지하철을 타기에, 그 날 아침에는 잡담이나 하며 같이 역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자 조금 말하기 힘들어 하며 그는 물었다.


[이사한 뒤 방은 좀 어때요?]


[2층 모서리방이라 빛 들어오는 거나 환경은 뭐 그냥 그래요. 뭐, 생각보다는 괜찮더라구요.] 




그러자 그는 [아... 뭐... 그렇습니까...] 라고 그닥 분명치 않은 말투로 대답했다.


기분은 좀 떨떠름했지만, 역에 도착했기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헤어졌다.


그 날 밤도, 그 후로도 계속 한밤 중의 소리는 이어졌다.




그리고 얼마 뒤, 또 아침에 함께 역까지 가게 되었기에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소리에 관해 물었다.


[저기, 지난 번에는 미안했습니다. 이야기 도중에 그냥 가 버린 느낌이라.]


하지만 그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는다.




[요즘엔 어떻게 지내세요? 아, 맞다. 그 쪽은 혼자 사시는 건가요? 아니면 누구 룸메이트라도?]


그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아니, 한밤 중이면 이야기 소리가 들려서요...]




그러자 갑자기 그는 멈춰서더니,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의 방에 유령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한밤 중이 되면 자신이 자고 있던 깨어 있던, 누군가가 자신의 방에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네? 정말로요?] 라고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영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그런 내 반응에 실망한 것인지, 우리는 그대로 역에서 헤어졌다.


그리고 그 날 밤, 사태는 급격히 변했다.




변함없이 한밤 중에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만둬... 그만 하라고... 도와줘, 으아아아아아!]


무심코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평상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렇게 생각하고 옆방에 가 보려고 현관까지 나섰지만, 문득 오늘 아침 그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니 덜컥 무서워졌다.


그래서 그대로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고, 아침이 올 때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그 후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침에 집을 나설 때 그의 방 앞을 지나갔지만, 초인종을 누를 용기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지?




아니, 무슨 일이 있던 건 확실해.


그럼 최악의 경우엔 죽어 있는 건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 속을 빙빙 돌아,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찬 채 나는 그저 역까지 걸어가고 있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거기는 역 앞에 있는, 내가 아파트에 입주할 때 계약했던 부동산 앞이었다.


나는 사무실로 뛰어들어, 어젯밤 있던 일을 부동산 아저씨에게 말했다.


아저씨는 놀란 듯 했다.




내가 갑자기 뛰쳐들어와 이상한 소리를 해서일까, 아니면 이야기 자체를 이해할 수 없어서일까.


[일단 좀 진정하세요. 자, 차라도 한 잔 하시고.] 라며 차가운 보리차를 주셨다.


[에... 그러니까 주소가 어디라고? 이름은? 지금 찾아볼테니까 잠깐 기다려요.]




덜덜 몸이 떨렸다.


그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면 구급차를 불러야 할텐데.




빨리 그의 집에 가야 할텐데.


그 사이 서류를 찾아보던 아저씨는 왠지 모르게 당황한 듯 했다.


그리고 나에게 같이 가자고 말한 뒤, 서둘러 아파트로 향했다.




방 앞에 오자, 아저씨도 살짝 긴장한 듯 망설이며 문을 두드렸다.


대답은 없다.


[이봐요, 있습니까? 있으면 나오세요!]




반응이 없다...


나는 그가 죽어 있는 모습을 생각하며 벌벌 떨고 있었다.


아저씨는 방문을 마스터키로 따고, 천천히 문을 열었다.




[뭐야, 아무도 없잖아!]


그 한 마디에, 나는 겨우 마음을 놓았다.


다행이다, 살아 있었구나!




별 일 없었나봐!


그렇게 생각하자, 빨리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놀랐잖아요! 걱정했어요!]




그렇게 말하고 방에 뛰어들었지만, 방은 텅 비어있었다...


아저씨는 텅 빈 방에서 한밤 중에 소리가 난다기에, 누가 잠입한 게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원룸이기 때문에 현관에서 보기만 해도 방 안은 전부 보이지만, 일단 방 안 전체를 확인한 아저씨는 수상한 건 없다고 말했다.




[기분 탓이요. 다른 방이나 밖에서 들린 소리겠지.]


그리고 아저씨는 돌아갔다.


하지만 그 소리는 뭐였단 말인가?




그보다 그는 누구였단거지?


그가 유령을 보던 게 아니라, 내가 유령을 봤단 걸까?


더 이상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그 때, 다른 집 문이 열렸다.


[안녕하심까.]


그 집에 사는 것 같은 사람이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다.


그마저 유령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무서워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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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5th]터널 안의 괴이

괴담 번역 2014. 8. 1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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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직접 겪은 이야기다.


술친구들과 함께 술을 퍼 마시다, 심령 스폿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남자 둘 여자 둘의 뻔한 조합으로, 귀신이 나온다는 지역 터널로 가게 되었다.




터널에 관한 소문은 많았다.


안에서 클락션을 울리면 귀신이 나온다더라, 손자국이 철썩철썩 창문이 나타난다더라...


그런 도시전설 같은 것이 대부분이었기에, 우리는 별 기대도 안 하고 시끌벅쩍 떠들며 A의 차에 타고 터널로 향했다.




가장 신이 난 건 어릴 적부터 친했던 A였다.


혹시 차체에 손자국이 나지는 않을까 기대된다며, 오는 도중에 세차까지 하고 올 정도로 오컬트 매니아였다.


B와 C는 그냥 술친구로, 딱히 영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덩달아 따라온 듯 했다.




나는 친구라고는 해도 일단 여자애들과 술 먹고 드라이브를 나선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시골 산길을 달려, 30분만에 터널에 도착했다.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라, A는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이러저런 무서운 이야기를 해댔다.




클랙션을 빵빵 울리고, 천천히 터널 안으로 들어선다.


터널 안은 불이 켜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어슴푸레하다.


다들 말이 없어진 것을 신경 쓴 것인지, A가 [좋아, 여기서 클락션 좀 울려 볼까?] 라고 신나서 말한다.




여자아이들은 [무서워~] 라면서도 재미있어 보인다.


두근거리며 A를 부추긴다.


A는 [간다!] 라고 외치고 클락션을 울렸다.




그러자 [푸힝~] 하고 말도 안 되게 한심한 소리가 터널 안에 울려퍼졌다.


다들 빵 터져서, [뭐야, 이 소리?], [진짜 웃긴다.] 라며 다들 무서운 건 잊고 웃고 있었다.


맛이 들린 우리는 클락션을 연타에 337 박수를 치는 등 배꼽 빠지도록 웃었다.




[풉푸힛푸히힝] 하고, 누르면 누를 수록 괴상한 소리가 난다.


하지만 이변은 이런 웃음판 와중에 갑자기 일어났다.


갑자기 모두가 웃음을 멈추고 차 안에 정적만이 남았다.




어라? 하고 뒷좌석의 여자아이들을 보자, 입을 뻐끔거리며 웃고 있다.


뭐라고 할까, 얼굴에 힘이 빠진 것 같은 모습이다.


내 귀가 이상한 것이라고 알아차리는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큰 소리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다들 똑같은 현상에 빠진 것인지 입만 벙긋거리며 손으로 귀가 들리지 않는다고 호소할 따름이었다.


A는 몸을 덜덜 떨면서도, 서둘러 차를 출발시켰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뒤도 돌아볼 수 없었다.


무언가 보고 말 것 같다는 두려움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이었다.


터널을 통과해도 귀는 들리지 않아, 아무리 소리를 쳐도 마찬가지였다.




10분 정도 달려 산길을 빠져나온 후에야, [다들 괜찮아?] 라는 B의 목소리가 들려 그제야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B와 C는 뒷좌석에서 무서웠다고 펑펑 울었다.


한심한 일이지만 나도 겨우 안심해서, 뚝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A는 터널에서 나올 무렵부터 울고 있었기에, 전원 울면서 드라이브를 하는 우스꽝스러운 꼴이 되었다.


겨우 주변의 편의점을 발견해, 커피라도 하나씩 사고 좀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다들 아까 일어났던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와 B, C가 흥분해서 아무 것도 들리지 않게 됐던 일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A가 [나, 너희가 갑자기 이상해져서 정말 무서웠다고.] 라며 또 울기 시작했다.


기묘하게도 A만은 아무런 이상을 겪지 않았던 것이다.


계속 웃고 있던 우리들이 갑자기 큰 소리로 [아, 아!] 하고 외치거나, [뭐야, 이거? 아무 것도 안 들려!], [도와줘!]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혹시 우리가 미친 것은 아닌가 싶어 너무나 무서워 어쩔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떨고 있는 A 앞에서,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잊었다.


지금은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아직도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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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의 사건입니다.


당시 나는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파견 사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만, 그 당시를 돌이켜 보면 잘도 그 살인적인 근무를 이겨냈구나 하고 새삼 감탄하곤 합니다.




하루 17, 18 시간은 병원에 잡혀 있는 게 당연한 일이었으니까요.


그 날은 2교대 근무 중 낮 파트였습니다.


아침 7시 반쯤 평소 다니던 출입구로 출근했지만, 병원 안이 기분 나쁠 정도로 한산합니다.




인기척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평소라면 아침 식사 때문에 간호사들이 이리저리 바쁠 시간일텐데...


나는 탈의실로 향했지만, 근무 시간이 겹치는 동료들 중 한 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봤지만, 다들 전원이 꺼져있다던가 수신이 불가능하다는 메세지만 나옵니다.


우선 인수인계를 위해 데스크에 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데스크까지 가는 도중, 직원은 커녕 환자조차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전까지 이렇게 이상한 일을 겪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나는 덜컥 무서워졌습니다.


어쨌든 누구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함부로 돌아다니는 것도 두려웠습니다.


나는 일단 내선 전화의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평상시라면 들려올 다이얼 소리마저 들리지 않습니다.


가볍게 패닉에 빠진 나는, 다시 한 번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보려고 꺼내다가 그만 떨어트리고 말았습니다.


당황해서 휴대폰을 주워서 집으로 전화를 겁니다.




이번에는 통화 연결음이 제대로 들립니다.


언제나 듣던 그 연결음마저 너무 반가워,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곧 전화가 연결되었습니다.




[여보세요? 엄마, 나야!]


[너 지금 어디에 있는 거니? A씨한테 연락이 왔었어, 병원에서. 시간 지났는데 네가 아직 안 와서 혹시 무슨 일 있는 거 아니냐더라.]


그 이야기를 듣자 나는 힘이 빠져서 그 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싹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까 내가 휴대폰을 떨어트린 곳에, 그 때의 충격으로 빠진 배터리가 그대로 놓여 있던 것입니다.


배터리가 빠졌는데 통화를 했다니...




휴대폰은 내던지고,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정신 없이 도망쳤습니다.


어디를 어떻게 달렸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출입구 근처까지 오자 한 걸음도 더 못 걸을 정도로 지쳐버렸습니다.


그래서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숨을 고르려 했습니다.




머지않아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왜 거기서 쉬려고 했던지는 모르겠지만요.


문득 나는 얼굴을 들었습니다.


눈 앞에는 벽에 설치된 전신 거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울 속에는 내 모습이 전혀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눈을 뜨자 데스크 안의 쇼파였습니다.




주변은 평소처럼 활기 넘치는 직장입니다.


A의 말에 따르면 나는 출입구 근처에 넘어져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상하게도, 그걸 A에게 가르쳐 줬던 사람의 얼굴이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그 사람을 보았는데도, 어떤 얼굴이었는지, 키가 얼마였는지, 성별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A에게 온갖 질문을 다 받았지만, 내게는 분명한 증거가 있었습니다.


병원 안에 던지고 도망쳤던 휴대폰이나, 탈의실에서 갈아 입은 옷이 전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내가 보고 기절했던 전신 거울도, 원래 우리 병원에는 없는 물건입니다.


나중에 집에 들어가서 한 번 더 놀랐습니다.


분명히 어머니는 내게 전화를 받았던 걸 기억하고 있는데, 통화 기록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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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3rd]월요일 밤

괴담 번역 2014. 8. 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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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살았던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다.


장소는 정확히 언급할 수 없지만, 대충 신주쿠랑 시부야 모두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한 곳이었다.


2개 노선이 겹쳐 지나가는 역에서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위치였다.




주변은 한적한 주택가인데다, 완만한 언덕 위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 꼭대기 층이었다.


전망이 워낙 좋아서 아카사카 근처까지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방이 두 개에 거실과 부엌이 딸려 있다.




해가 잘 드는 큰 창문에, 베란다도 꽤 넓었다.


옥상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서, 밤이 되면 마치 야경 명소 같은 광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렇게 좋은 입지임에도 집세는 시세보다 5만엔 가량 싸다.




너무 좋은 조건에 눈이 멀어서 보자마자 계약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상한 일은 입주한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방 하나는 침실로, 다른 방 하나는 서재 겸 다용도실로 쓰고 있었다.




일은 주로 밤에 서재에서 한다.


저녁부터 일에 착수해 몰두하다보니, 어느덧 완전히 한밤 중이었다.


어느새 컴퓨터 모니터의 빛만 멍하니 방 안을 비출 뿐이다.




뭐, 괜찮겠지.


어차피 나 말고는 아무도 없는 집이다.


딱히 어두워서 불편할 것도 없고, 전기세도 절약되니까.




그리하여 나는 그대로 어슴푸레한 방 안에서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그리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너무 몰두한 나머지 시간 감각마저 애매해질 정도였다.




어깨가 뻐근해지기 시작했기에 크게 기지개를 폈다.


...덜컹덜컹... 덜컹!


그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아무도 없을 침실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단순히 잘못 들은 것일 터다.




이 집은 옆집이나 윗집도 없으니, 나를 빼면 소리를 낼 사람도 없다.


게다가 철근 콘크리트를 써서 지은 집에서 저렇게 큰 소음이 넘어 올리도 없다.


일 때문에 지쳐서 환청까지 들리게 된 걸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방의 불을 켜고 조금 쉬기로 했다.


침실과 서재를 잇는 문은 열어 두고 있었기에, 빛은 침실까지 새어 들어간다.


하지만 왠지 확인하는 것이 무서웠다.




환청이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소리는 역시 분명히 들렸기 때문이었다.


혹시 밖에서 방이 어두운 걸 보고 빈집털이라도 들어온 건 아닐까.


혹여나 마주쳤다가 살해당하기라도 하면 어쩌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고심하는 사이, 시간이 꽤 흘렀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마음도 꽤 가라앉았다.


문은 확실히 잠궜고, 애초에 여기는 5층이다.




들어오는 어려움을 고려하면 빈집털이범도 이런 곳은 안 노릴 것이다.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면서 벌벌 떨고 있던 내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그러고보니 화요일이다.


아침 일찍 클라이언트와 협의가 있을 예정이다.


작업도 딱 적당한 부분까지 마쳐놨으니, 그냥 그대로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눈을 떴다.


머리 맡의 시계를 보니 오전 2시가 막 넘은 터였다.




이상하게 정신이 멀쩡하다.


내일 아침부터 바쁠텐데, 이대로 잠이 안 오면 어쩌지.


한숨을 내쉬며 벽 쪽을 향한 몸을 휙 돌려 방 쪽으로 향한다.




!!!


잠깐만... 지금 저거, 뭐야?


발 쪽 천장에, 뭔가 매달려있다!




천장 판넬이 떨어졌나?


아니, 그럴리가.


천장은 콘크리트인데.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미친 듯 뛰는 심장은 입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아까 그 소리도 그렇고... 이 방에, 누군가 있는걸까?




하지만 자기 전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고,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텅 빈 방안엔 숨을 곳이라곤 어디에도 없다.


그럼 뭐지?


보고 싶지 않다.




무서워서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불안해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공포를 억누르며, 이불 틈새로 그것을 바라 봤다.




아무 것도 없다.


역시 잘못 본 것이었나 보다.


종종 있는 가위눌림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밤은 너무 흥분했던 탓인지 전혀 잠이 오지 않았다.


결국 협의엔 새빨간 눈을 하고 수면 부족 상태로 나가게 되었다.


그 후로 한동안은 이상한 일이 없었다.




그저 조금 신경 쓰이는 게 있다면, 방 안에서 왠지 모를 비릿한 냄새가 난다.


항상 냄새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갑작스레 냄새가 느껴질 때가 있다.


뭐, 하수도에서 나는 냄새겠지.




혹시 심해지면 관리 사무소에 전화해 보자.


한 달 가량이 지났다.


내일은 화요일.




지난 번에 수면 부족 상태로 만났던 협의처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이 있을 예정이다.


이 쪽 담당자 사정으로 인해, 협의는 매월 마지막 화요일에 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협의에 사용할 자료를 그날 전까지 모아 두어야 한다.




저녁 무렵에는 끝날 터였던 자료 수집은, 작업 도중 계속 컴퓨터가 멈춰 자꾸 지연되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12시를 넘어가려 하고 있었다.


지난번 수면 부족을 겪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초조해진다.




식사도 거르고 작업에 몰두하는 중이었다.


지난번 미묘하게 무서운 일을 겪다보니, 그 후로 밤에는 반드시 불을 켜고 있었다.


...덜컹덜컹... 덜컹!




어... 또 그 소리다!


이번에는 잘못 들은 것도 아니다.


확실히 침실 쪽에서 소리가 났다.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일을 신경쓸 때가 아니다.


불도 켜져 있고, 빈집털이 따위가 올 리도 없다.




하지만 확실히 누군가 있다.


공포를 참지 못하고, 나는 방 열쇠와 핸드폰만 들고 그대로 밖에 뛰쳐나왔다.


서둘러 1층까지 내려온 후,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근처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여, 여보세요? 나, A야! 소, 소리가 들려. 침실에서 소리가 난다구.]


[응? 왜 그래, 갑자기. 그렇게 허둥지둥대고. 무슨 소리가 난다는건데. 뭔 말 하는 건지 모르겠으니까 일단 진정 좀 해.]


[집에 나 밖에 없는데 소리가 났어. 지난 번에도 그랬고 지금도... 잘못 들은 게 아니야. 지난 달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




[잠깐만 좀 진정해 봐. 도둑 든 거 아니야? 문 제대로 잠궜어?]


[다 확인했어. 지난번에도 똑같은 일 있었으니까 잘 잠궜었다구. 아무도 못 들어올 텐데...]


[...괜찮아? 너 지금 너무 놀라서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아. 잠깐만 기다려. 나 지금 신주쿠니까, 바로 너희 집까지 갈게. 10분 안에 갈테니까 그 때까지 어디 편의점에라도 들어가 있어.]




[아, 알았어. 부탁해, 너무 무서워... 빨리 와 줘!]


전화를 끊고, 나는 쏜살같이 근처 편의점에 뛰어들었다.


몸이 계속 벌벌 떨린다.




아무도 없는데 소리가 나다니... 설마 귀신일까?


그렇게 아무도 방에 없다는 걸 확인한 후였기에, 그것 말고는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공포에 질리자 상상은 한없이 퍼져나갔다.




그 클라이언트와의 협의 전날이니, 두 번 모두 마지막주 월요일 밤이다.


시간도 거의 같다.


도대체 왜?




반쯤 울먹이고 있는데, 방금 전화했던 친구에게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다.


친구는 내가 있는 편의점까지 데리러 와 줬다.


지리멸렬한 설명이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관해 친구에게 설명했다.




너무나 두려워하는 심상치 않은 내 모습을 보자, 친구도 환청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떨고 있어서, 편의점 직원도 이상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우선 둘이서 차분히 이야기 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그래서, 한밤 중에 뭐가 위에 매달려 있었다고?]


[응. 잘못 본 걸지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해도 분명히 본 것 같아.]


[잠에 취해서 꿈 꾼 건 아니지?]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이렇게 이상한 일이 계속 생기는 걸 보면 아마 아닐거야.]


[그럴리가... 그럼, 확인하러 가 볼까? 또 매달려 있는지.]


[무, 무슨 소릴 하는거야! 무섭다구! 혹시 또 있으면, 심장이 그대로 멈춰버릴거야!]




[그렇지만 이래서는 집에 돌아갈 수도 없잖아. 확인해서 아무도 없으면 그냥 잘못 들은 걸로 치면 되는 거잖아. 난 귀신 같은 건 전혀 안 믿으니까, 그런 건 안 보일거야, 흐흐.]


[놀리지마. 이 쪽은 진지하다구. 아직 협의 때 쓸 자료도 다 정리 못 했는데...]


[그럼 더욱 집에 돌아가야 하는 거 아냐? 혼자도 아니고, 나도 함께니까 괜찮을거야. 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경찰 부르면 되잖아.]




[으으, 알았어. 이대로 있어도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확인해 볼게.]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은 터였다.


친구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 안정이 되었다.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그런 말도 안 되는 게 있을리 없어.


분명히 잘못 본 걸테니까, 안심하고 일하자...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며, 집으로 갔다.


방에는 불이 그대로 켜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문만 잠그고 그대로 뛰쳐나온 터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향한다.


아무래도 내가 한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하던 친구도, 꽤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철컹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계단에는 아무도 없다.


꿀꺽 침을 삼키고, 조심스레 방문 열쇠를 열었다.


철컥.




천천히 문을 연다.


서재에서 새어나온 빛 때문에 보이는 부엌에는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것 같지 않아?]




[아니야, 침실에서 소리가 났었어.]


부엌에서 침실을 바라보려면, 서재를 지나가야만 한다.


친구 뒤에 딱 달라붙어서 서재로 간다.




나도, 친구도 왠지 발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천천히 서재로 향한다.


서재에도 아무도 없다.


그저 컴퓨터만 기계적인 팬 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까지 오자 나도 친구도 말을 잃었다.


나도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지만, 꽉 붙잡은 손에서 친구도 긴장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침실을 보고 아무 것도 없다는 걸 확인하면 모든 게 끝난다.




단순한 내 착각일 것이다.


하지만 침실을 들여다 본 순간, 친구는 크게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 아... 아...]




말도 제대로 못하는 친구를 보고, 금새 깨달았다.


그것이, 실제로 있는 것이다.


나는 무서워서 도저히 방 안을 바라볼 수조차 없었다.




어쨌든 집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를 부축하며, 몇 번이고 겁에 질려 넘어질 뻔 하면서도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정신도 없었다.




비상계단을 뛰어 내려와, 정신 없이 도망쳤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아파트에서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우, 우리 집으로 가자.]


친구는 그렇게 말하고 택시를 잡았다.


[매, 매달려 있었어.]




[거봐, 역시 내 말이 맞잖아. 도대체 뭐였어? 제대로 보였어?]


[으, 응. 봤어. 틀림 없어. 매달려 있었어.]


[뭐가... 뭐가 매달려 있었던 거야?]




[그 집, 빨리 나와. 분명히 그 사람이야. 그 사람이 있었다구. 저 방엔.]


[그 사람이라니... 그럼, 매달려 있던 건 사람이란 거야?]


[...침착해, 침착하고 들어.]




친구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흠뻑 땀을 흘리고 있었다.


[목이 쭉 빠진 사람이, 매달려 있었어. 자, 자살일까? 목을 매서 자살한 걸까?]




다음날, 나는 자료를 정리하지 않은 탓에 그 클라이언트와의 협의에서 빠지게 됐다.


사정이 사정이지만, 그걸 말하면 외려 더 이상하게 볼 터였다.


나는 독감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하고, 당분간 휴가를 쓰기로 했다.




그 후 같이 회사를 쉰 친구와 둘이서, 관리 사무소를 찾았다.


그리고 우리가 겪은 이야기를 하고, 보증금을 내놓으라고 화를 냈다.


이상하게 비웃을 기색이 없다.




[무슨 일 있었죠, 그 방? 아마 여자가 자살했나 보죠?]


그렇게 묻자 억누른 톤으로 관리 회사 직원이 대답했다.


[말씀 드리기 힘든 일입니다만, 2년 전에 살던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A씨 전에 살던 분도 A씨랑 같은 말을 하고 퇴거하셨구요. 매달 정해진 것처럼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분명 그 분도 마지막주 월요일이라고 했었죠.]




[그, 그래서 죽은 건 누군가요? 여자죠? 맞죠?]


친구가 달려들었다.


[그렇습니다... 여자분... 미용사셨던 것 같습니다만.]




5일 뒤 이삿날, 허둥지둥 짐을 옮기고 있는 나를 본 근처 아줌마가, 부탁도 안 했는데 그 미용사에 관해 이야기해 주었다.


죽은 것은 30대의 여자 미용사였다고 한다.


하라주쿠의 가게에서 일하던 그녀는, 마지막주 월요일 한밤 중에 그 방에서 목을 매달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일터에서 더 어린 아이들이 치고 올라오고, 나이에 비해 제대로 자리를 못 잡는 게 고민이었던 듯 하다.


뭐,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탓에 목을 매단 후에도 한동안 일터에서는 그냥 일을 그만 둔 줄 알아서 죽었다는 것도 몰랐다는 것이었다.




시체가 발견된 것은 한달도 더 지난 후였다고 한다.


주변에서 악취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서야 발견된 것이다.


아마 미용실에서 일을 마친 뒤, 여자는 밤늦게 돌아왔을 것이다.




내가 들었던 소리는 아마 스스로 절망한 그녀가 목을 매달 때 났던 소리겠지.


그 소리를 생각하면 목을 매달 때까지의 모습이 싫어도 머릿 속에 떠오르고 만다.


미묘하게 감돌았던 악취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앞뒤가 맞는다.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못한 채, 한 달 동안 그녀의 시체는 서서히 부패해, 점차 냄새를 풍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지금도 한 달 주기로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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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2nd]타케기미님

괴담 번역 2014. 8. 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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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던 마을에는 타케기미님(武君様)이라는 신이 모셔지고 있었다.


과거 이 마을을 야인들에게서 지키다 목숨을 잃은 청년이 신격화 되어, 지금도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타케기미님을 모시고 있는 신사가 마을 산 속에 있다.




그 곳은 여름과 겨울에 한 번씩, 축제가 열릴 때만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초등학생 때, 다른 동네에 살던 같은 반 친구와 함께 함부로 그곳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거기서 엄청난 것을 보고야 말았다...




신사에는 나무로 만든 작고 오래된 제단 같은 것이 있는데,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마을에서도 극히 일부 사람 외에는 아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나 할아버지도 모를 정도였으니.


그 이야기를 친구에게 해 줬더니, 이 녀석이 [보고 싶어!] 라는 것이었다.




나는 마을 어른들에게 혼날까 두려워 그만 둘 생각이었지만, 솔직히 나도 한 번쯤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고 싶었기에 결국 동의하고 말았다.


제단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지만, 낡고 녹이 슬어 있었기에 금새 딸 수 있었다.


문이 열리자, 안에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과 더불어 갈색으로 변한 천에 싸인 것이 있었다.




나와 친구는 그 냄새에 속이 울렁거려 그 자리에서 그대로 토하고 말았다.


그 후에 이상한 냄새가 나는 갈색의, 덩어리진 천을 벗겼다.


그 안에는 흑갈색의 작은 미라가 있었다...




다음날, 신사를 관리하던 마을 촌장이 경찰에 체포되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딸이 임신을 했던 것 같다.


낙태시킬 생각이었던 듯 하지만, 임신 사실을 발견하는 게 늦어져 결국 아기가 태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불명예를 마을 사람들에게 숨기기 위해, 아이를 죽여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시체를 숨기기 위해, 원래 타케기미님의 불상이 들어 있던 제단에서 불상을 버리고 그 안에 시체를 넣었던 것이었다.


그 때문인지 이 사건 자체를 타케기미님의 저주라고 하는 마을 사람들도 몇 있었다.




촌장이 체포된 후에야 밝혀진 일이었지만, 아이를 낳았던 딸은 아버지에게 아기를 빼앗긴 쇼크로 인해 정신에 이상이 왔었다고 한다.


촌장은 그것 역시 자신의 명예를 실추하는 것이라 여겨, 딸을 집 안에 감금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그녀는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고 순조로이 회복했다.




촌장의 아내는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촌장은 아직도 교도소에 있다.


나와 친구는 이 사건 이후, 아직도 그 때 봤던 미라의 꿈을 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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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1st]하루미의 말로

괴담 번역 2014. 8. 12.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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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헤, 안녕하세요.


역시나 여러분은 무서운 이야기를 찾고 있으시군요.


오늘은 공교롭게도 날씨가 안 좋군요.




그 때도 딱 오늘처럼 흐린 날이었습니다.


아, 죄송합니다, 갑자기 제 이야기를 꺼내 놔서.


네? 듣고 싶어요?




그런 말 아무도 안 했다구요?


하하, 미안합니다, 실은 저도 매일 괴로워서.


솔직히 이 이야기를 누구에게든 털어 놓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아서요.




그러면, 잠깐 시간 때우기로라도 좋으니 읽어 주세요.


헤헤헤...


이제 벌써 10년 정도 전 일이군요.




당시 나는 어떤 지방의 다 망해가는 나이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 가게 점원인 여자아이 한 명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습니다.


뭐, 흔한 이야기죠, 헤헤헤.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었어요.


나이트 마담도, 다른 종업원들도 다들 그러려니 했었죠.


아무튼 다른 사람 신경 쓸 것 없이 맘 편히 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 일단 하루미라고 해 둘까요.


하루미는 꽤 도박광이었습니다.


파칭코, 경마, 경정, 경륜, 포커, 마작, 뭐든 환영이었죠.




이게 이기는 쪽이면 좋은 일이겠지만, 허구한날 졌습니다.


도박에도 재능은 따로 있으니까요.


아니나 다를까, 금새 빚쟁이가 되어 버렸죠.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일을 하며 조금씩 갚아가고 있었어요.


네? 저는 어쨌냐구요?


저는 도박 따윈 하지 않아요.




그렇게 이길지 질지 모를 일에 큰 돈을 턱턱 갖다 댈 수 있을리가요.


의외로 견실하답니다, 헤헤헤.


...이야기를 계속 해 볼까요.




동거하기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날 무렵이었을까요.


드디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고 말았습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어진 하루미는, 빌려서는 안 되는 돈에 손을 대고 말았습니다.




뭐, 야쿠자라는 놈들이죠.


어느밤 아파트에 둘이서 있는데, 왠 남자 둘이 찾아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딱 야쿠자였어요.




그 다음 일은 다들 아시겠지요?


TV나 영화에서 자주 본 것과 똑같아요.


우스울 정도로 똑같다니까요.




[돈을 못 갚으면 몸 팔아서라도 때우셔야지.] 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하지만 하루미는 [1주일만, 한 달만 기다려주세요.] 라고 질질 미루면서 계속 일했습니다.


네? 저요?




저는 아무 것도 도와주지 않았어요.


야쿠자라구요.


말려드는 것은 딱 질색입니다.




네? 동거를 할 정도면서 그런 정도 없냐구요?


하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정작 저같은 꼴에 놓이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어느밤, 평소처럼 아파트에 똘마니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어째 뭔가 좀 달랐어요.


간부라고 하나요? 으리으리한 분이 찾아오셔서 말이죠.




잠깐 하루미와 이야기를 하더니, 성큼성큼 제 쪽으로 다가와서 [네가 저 녀석의 남자냐?] 라고 묻습니다.


여기서 [아닙니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잖아요.


맞다고 인정하자, [넌 저 녀석의 빚을 대신 내 줄 수 있냐?] 라고 묻습니다.




그럴리 없죠.


그 무렵에는 이미 빚이 천만엔 가까이 불어나 있었기에, 당연히 무리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남자가, 아, 지금 생각해 보니 키타무라 카즈키를 닮은 꽤 잘생긴 남자였습니다.




아, 헤헤헤,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계속할게요.


그 남자가 [그럼 이 여자는 우리가 데려간다.] 라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고, 이미 체념한 후였습니다.


나에게 해만 없으면 부디 마음대로 하라고 했죠.


네? 악마 같은 쓰레기 새끼라구요?




하하, 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물장사라는 건 감정을 없애지 않고는 해 나갈 수 없는 일입니다.


하루미에게 잔뜩 반해 있을 무렵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솔직히 그 즈음에는 몸 빼고는 흥미가 없었으니까요.




네? 역시 쓰레기라구요?


하하, 뭐 어쩌겠습니까.


그러는 와중에, 남자가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여자에 관해 앞으로 어떤 소리도 안 할 맹세를 할 수 있으면, 이 돈을 받아.]


그렇게 말하며 내게 두툼한 갈색 봉투를 내밀었습니다.


딱 백만엔 들어 있었어요.




그렇지만 기분 나쁘지 않습니까, 야쿠자에게 돈을 받다니.


혹여나 나중에 백만엔에 이자까지 붙여 받아먹는 건 아닐까 싶어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간부의 일행 중 똘마니 하나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나를 찍었습니다.




그리고 그 간부가 [이 돈 안 받으면 죽여버린다.] 라고 말합니다.


왜 내가 이런 꼴이 됐나 싶어 하면서, 마지못해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만약 나중에라도 오늘 일을 입 밖에 낸 게 알려지면, 네가 세상 어디 있던 찾아 죽여 버릴 거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 때 나는 막연하게나마, 하루미는 그냥 홍등가가 아니라 다른 곳에 끌려가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더 잔혹한 곳에요.


하루미는 옷 약간과 이것저것들을 챙겨 여행가방에 넣고, 그대로 끌려갔습니다.




이별할 때도 제 쪽은 보지 않고 총총 가버렸어요.


상당히 다부진 여자랍니다.


혼자 남겨진 아파트에서, 나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나이트는 그만 두고 어딘가에 이사 갈 생각이었어요.


기분 나쁘잖아요.


야쿠자에게 알려진 아파트라니.




문득 하루미가 쓰던 화장대에 눈이 갔습니다.


그 위에는 리본이 달린 상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이전부터 내가 갖고 싶어했던 시계였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다음날은 내 생일이었습니다.


아무리 이런 나래도,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하루미에게 반해 있었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네?


그래서 야쿠자 사무실에 하루미를 찾으러 갔냐구요?


하하하, 영화가 아니에요, 이건.




현실의, 보잘 것 없는 남자인 제 이야기라구요.


다음날 바로 나이트를 그만둔 나는, 백만엔을 이사 자금으로 쓰기로 했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가고 싶었기에, 당시 내가 살고 있던 명란젓이 유명한 도시에서 눈축제로 유명한 도시까지 이동했습니다.




거기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요.


살 곳도 정해졌으니, 다음은 취직이 문제입니다.


이제 물장사는 지긋지긋해서 뭐 할 만한 일 없나 찾고 있자니, 저녁형 인간인 나한테 딱 맞는 야간 경비 일이 있었습니다.




면접을 보고 채용이 되서, 나는 거기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10년.


싫증을 잘 내는 나에겐 드물게도, 같은 직장에서 계속 일했습니다.




네?


하루미에 관한 거요?


가끔씩은 생각했습니다.




그 시계는 계속 차고 있었어요.


북쪽으로 온 뒤 새 여자가 생기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면서, 그 나름대로 즐겁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평범하게 살았어요.


저, 이렇게 보여도 가끔씩은 카와사키 마요를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구요.




네?


아무도 안 물어봤다구요?


캬바레 아가씨가 아첨한 거라구요?




하하, 실례, 실례.


아무튼 한 달 정도 전 일입니다.


동료인 M이 [굉장한 비디오가 있어.] 라고 말을 걸었습니다.




어차피 불법 야동이나 뭐 그런 비슷한 것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녀석에게 몇 번 비슷한 걸 빌려 본 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M은 [스너프 비디오라고 알고 있냐?] 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꽤 인터넷에서 빈둥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 일 없을 때는 종종 둘러보곤 합니다.


그러니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지식 정도는 있었습니다.


해외 사이트 같은 곳은 대단하죠?




실제 사고 영상이라던가, 시체를 찍은 영상 같은 거 말이에요.


그러더니 M은 [어느 선에서 손이 닿아서, 오늘 받아왔어. 같이 안 볼래?] 라고 물었습니다.


새벽 3시쯤 된 휴식 시간이었으니까요.




아무튼 시간 때우기 정도는 될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그것을 보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페이크일 것이라는 생각이었으니까요.


비디오를 덱에 넣고, M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젊은 전라의 여성이, 넓은 우리 안에 가로로 눕혀져 있었습니다.


머리카락도 음모도, 모두 반들반들하게 깎여 있었습니다.


약 같은 것을 써서 움직일 수 없는지, 끊임없이 눈알만 격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하루미였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움직일 수 없었어요.




이윽고 우리 안에 거대한 아나콘다가 넣어졌습니다.


무언가 굵은 튜브 같은 걸 통해 내려왔습니다.


거짓말 안 보태고 10m 이상은 되지 않나 싶었어요.




그것은 천천히 하루미에게 다가갑니다.


M은 [대단하지?] 라며 자랑스러운 듯 제 얼굴을 슬쩍슬쩍 곁눈질로 바라봅니다.


뱀은 서서히 큰 몸뚱아리를 펼쳐, 하루미의 몸에 감기 시작했습니다.




성대나 혀마저 무슨 수를 썼는지, 하루미는 공포에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비명 한 번 지르지 않았습니다.


우두둑 우두둑하고, 야채 줄기를 2개 한 번에 꺾는 듯한 소리가 났습니다.


하루미의 몸이 흐물흐물하게, 마치 연체동물처럼 변해갑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요.


그것은 큰 입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미의 반들반들한 머리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부터가 엄청 길더라구.] 라며 M은 빨리 감기를 눌렀습니다.


뱀은 하루미의 머리 부분을 삼키더니, 입을 더욱 벌려 이번에는 어깨를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몸통에 다다르자 테이프가 끝났습니다.




[이 뒤로 테이프가 2개 더 있어.] 라고 M이 말했습니다.


[이제 됐어.] 라고 말한 뒤, 나는 도망치듯 빌딩을 순찰하러 나갔습니다.


그 후로는 언제나 같은 꿈을 꿉니다.




하루미의 얼굴을 한 큰 뱀이 나를 휘감고, 단단히 조여 옵니다.


그리고 온 몸의 뼈가 부스러진 뒤, 머리부터 하루미에게 삼켜집니다.


굉장한 격통이 온 몸에 가득하지만, 외려 이것이 왠지 말할 수 없는 쾌감이 됩니다.




하루미의 배 안에서 천천히 녹아들면서, 나는 마치 어머니의 뱃속으로 돌아온 것 같은 안도감마저 느껴요.


네? 그 비디오는 어떻게 했냐구요?


M에게서 내가 사 들였습니다.




그야말로 몇달치 월급 수준의 거금을 몽땅 털어넣어서요.


3개 모두 보고 조금 운 뒤, 나는 모든 비디오를 깨부셨습니다.


그 후로 심야에 일을 하고 있으면, 하루미를 느끼게 됩니다.




빌딩 안을 혼자 순찰하고 있잖아요?


그러며 뒤에서 철벅철벅 발소리가 들려와요.


되돌아 보면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또 걷기 시작하면, 다시 젖은 걸레가 바닥에 달라붙듯 철벅철벅.


하루미인가 싶지만,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요.


느껴지는 것은 낌새와 발소리 뿐.




그런 일이 며칠째 계속 되다보니, 역시 정신적으로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휴가를 내서 쉬고 있는 거에요.


그리고 3일 전이었습니다.




드디어 하루미가 나타났어요.


한밤 중에 집 침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흰 연기 같은 게 눈 앞에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담배 연기인가 싶었는데,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연기가 흔들흔들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미였습니다.


이미 녹아내리고, 뼈가 부서진 몸을 마리오네트처럼 흔들며, 아직 남아 있는 한 쪽 눈알로 나를 바라봤습니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지만, 혀가 없는 것인지, 성대가 망가진 것인지, 소리 없이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느새 하루미는 사라진 후였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실금과 탈분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더러운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그 다음날 밤도 하루미는 찾아왔습니다.




어느새 나는 말이죠, 하루미에게 저주 받아 살해당해도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어졌었어요.


그래서 하루미가 다시 나타나는 걸 내심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 날도 하루미는 무엇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거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달려갔습니다.


[뭘 말하고 싶니? 나는 어떻게 하면 될까? 시계, 시계, 시계 고마워, 그 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서 미안해, 시계는 소중히 가지고 있어, 시계는, 시계는.]


반쯤 정신을 놓고, 나는 계속 외쳤습니다.




그러자 하루미는 접힌 목을 갸륵하게도 제 쪽에 내밀더니 말했습니다.


끊기고 끊긴 희미한 목소리 속에서도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 당신의 아이를 가지고 싶었어.]




오늘도 밤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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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50th]판데믹

괴담 번역 2014. 8.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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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향 뒷산에는 신주도 없는 오래된 신사가 하나 있다.


거기에 모셔진 신은 이른바 '액신'으로, 예로부터 다양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그 대부분은 그저 [신을 정성 들여 대하지 않으면 액운이 내린다.] 는 정도지만, 그 중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전국시대 무렵, 당시 이 땅을 지배하던 영주의 난봉꾼 아들이 [액신 따위 미신이다!] 라며 신사의 신물을 꺼냈다고 한다.


그리고 술에 잔뜩 취한 후, 거기를 향해 오줌을 갈겼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별 일이 없었지만, 몇 년 정도 시간이 흐른 후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세한 것은 전해지지 않으나, 여기저기서 설명할 수 없는 괴이 현상이 마구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 사람이 몇 명씩 난데 없이 실종되는가 하면, 영주는 얼굴이 두 배 가까이 붓는 원인 불명에 걸려, 시력을 잃고서야 겨우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문제의 그 난봉꾼 아들은 정신이 나가 산으로 향하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뿐 아니라 영주의 나머지 세 아들도 전쟁에 나갔다 큰 상처를 입거나 병에 걸리는 등, 지역 전체에 온갖 액운이 몰아쳤다는 것이다.


결국 액신을 두려워한 마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신을 진정시키려 온갖 시도를 했지만 아무 것도 먹히지 않았고, 차차 사람들은 마을을 떠나 황무지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워낙 오래 된 이야기인데다, 이야기의 결말조차 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이후 마을에서 살게 된 사람들은 모두 이주해 온 사람들이었기에, 문헌에 남아 있지도 않고 구전으로만 내려온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믿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우리 할아버지가 아직 태어나기 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고 몇 해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다.


신사는 그 때도 신주가 없어서, 마을 회의를 통해 지역 유지들이 중심이 되어 청소와 정리 등 관리를 하고, 종종 타지의 신주를 불러와 제사를 맡기고 있었다.




더불어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에서 [신체를 건드리지 않으면 재액이 내릴 일은 없다.] 는 것이 있었기에, 신체는 누구의 손도 타지 않고 계속 그대로 신사에 보존되고 있었다.


그렇게 전국시대 이후 신사나 마을에 이상한 일 없이 내려오고 있었으나, 어느해인가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어느날,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하던 도중 그 신사에 관한 화제가 나온 것이다.




그 때 몇몇 젊은이가 이런 제안을 했다.


[재앙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지. 이제 일본은 문명 개화국이라고. 그런 낡아빠진 미신 따위 내다버려야 하네!]


결국 그 말을 계기로, 미신을 없애기 위해 신체의 정체를 확인하러 가자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필시 일종의 담력 시험마냥, 가벼운 생각에서 나온 것이었으리라.


하지만 모두가 그 이야기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고, 당연히 액운을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실제로 신사로 향한 것은 10명 정도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담력 시험을 겸하는 것이다보니 신사를 찾는 것은 한밤 중이었다.




신사의 경내에 들어서, 배전의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작고 아담한 제단이 있었다.


그 받침대 뒤에, 끈으로 꽁꽁 묶인 낡고 더러운 오동나무 상자가 놓여 있었다.


아무래도 신체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것 같았다.




아무리 떠들썩하게 몰려왔다고는 하지만, 정작 거기까지 오니 조금 겁이 나기 시작했다.


거기에 왠지 다들 알 수 없는 가슴 떨림에 상자를 만지는 것이 거리꼈다.


하지만 맨 처음 말을 꺼냈던 녀석이 결국 마음을 먹고, 상자를 손에 들고 끈을 푼 뒤 뚜껑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깨끗한 곡옥이 3개 들어 있을 뿐, 이상한 것은 없었다.


젊은이들은 신체가 별 거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자, 긴장이 풀려서인지 신체를 원래대로 돌려두고 그대로 아침까지 배전에서 술판을 벌였다고 한다.


이튿날 아침, 배전에서 신체를 건드렸을 뿐 아니라, 아침까지 술판을 벌였다는 게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져 젊은이들은 엄청나게 혼이 났지만, 딱히 별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터라 마을 유지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신사에 사죄하러 가는 것으로 일은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후, 마을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을 변두리에 멧돼지나 사슴, 원숭이 같은 짐승의 시체가 나무에 꽂혀 방치되어 있는 것이 발견된 게 시작이었다.


한밤 중 사람인지, 짐승인지 알 수 없는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다는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이 집 저 집에 수많은 조약돌이 날아오거나 개가 아무 것도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미친 듯 짖기도 했다.




깊은 밤 새까만 사람 그림자가 몇십 명이고 줄을 지어 걷는 것이 보였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듯 직접적 피해는 없어도 기분 나쁜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워낙 괴상한 일이 잦다 보니 마을에서도 차차 [3년 전 그 일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불안해진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파견 나와 있던 파출소 직원에게 부탁해, 근처 경찰서에서 지원을 받아 경비를 세우고, 자체적으로 자경단을 만들어 한밤 중에 순찰을 돌기로 했다.


그리고 3년 전의 사건을 일으킨 젊은이들이, 다시 한 번 신사에 사죄하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온갖 대책을 세워봐도 괴현상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 뿐 아니라 마침내 피해자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다.


산에 들어 갔던 마을 사람이 무언가에 습격당한 듯, 너덜너덜한 시체로 발견된 것을 시작으로, 놀러 나간 아이가 홀연히 사라지는가 하면, 4인 1조로 자경단 순찰을 돌던 사람들이 네 명 모두 증발해 버리기까지 했다.


그 뿐 아니라 한밤 중에 갑자기 일어나더니 알 수 없는 아우성을 치며 밖으로 뛰쳐나가,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언가에 쫓기는 것 마냥 필사적으로 도망치더니 집에 들어가 식칼로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하는 여자까지 있었다고 한다.




그러한 사건이 한 달 사이 연달아 일어나니, 마을 사람들은 어찌할 도리를 모르고 해결책을 찾아 끙끙대고 있었다.


그 와중 마을 할아버지 한 분이 [산 너머 OO 신사에서 우리 신사의 제사를 몇 번 대신 해주지 않았나? 그 나름대로 인연이 있는 것인데 거기에 부탁해 보면 어떻겠나?] 라는 제안을 하셨다.


딱히 마땅한 방법도 없었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날이 밝는대로 OO 신사에 가보기로 했다.




다음날, 마을 유지들이 3년 전 사건의 주범들을 데리고 OO 신사에 가서, 신주를 민났다.


신주는 [일단 진정하시고 천천히 이야기 해 보시죠.] 라고 말해, 일련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이야기를 털어 놓자, 신주는 [그거 이상하군요.] 라고 말했다.




신주가 알기로는 뒷산 신사의 신체는 제단 위에 놓인 평평한 상자 속의 청동거울이지, 오동나무 상자 속의 곡옥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전국시대 이야기에서 난봉꾼 아들이 더럽힌 것 역시 청동거울이었다고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OO 신사는 몇 대 전부터 뒷산 신사의 제사를 대신 해 왔기에, 신주 본인도 젊을 무렵 한 번 제사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오동나무 상자나 곡옥은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실은 유지들도 젊은이들이 연 것은 청동거울이라고만 생각했기에, 신주와 더불어 곡옥의 이야기를 듣고 의아해하며 크게 놀라고 있었다.


더불어 곡옥의 존재마저 그 때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신주는 덧붙였다.




[이것은 악령이나 재앙신에 의한 게 아니외다. 더 괴이쩍은 무언가의 짓인 것 같아요. 일단 그 곡옥을 한 번 봐야겠습니다만, 어쩌면 신사에 계신 신은 그 곡옥에 '무언가'를 봉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주는 우선 OO 신사에 남아 있는 문헌을 찾아 뭔가 곡옥에 관한 정보가 없는지 알아보기로 하고, 이틀 뒤 촌장의 집에서 만나자며 마을 사람들을 돌려보냈다.


이틀 뒤 촌장과 젊은이들이 촌장의 집에서 신주를 기다리고 있는데, 파출소에서 순경이 찾아왔다.




그리고는 괴현상이 주변 마을과 근처 군 부대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전했다.


몇몇 곳에서는 실종자까지 나오기 시작해, 아무래도 마을을 주변으로 피해가 퍼져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아직 근원이 우리 마을이라는 것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문이 퍼져나가면 책임을 추궁당할지도 모르니 빨리 해결을 봐야한다는 것이었다.




다들 걱정에 차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OO 신사에서 신주가 찾아왔기에 우선 다들 신사의 곡옥을 확인하러 가기로 했다.


산길을 올라 신사에 도착하자, 신주는 자신이 조사한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신주의 말에 따르면, 이 부근은 먼 옛날부터 무언가 사악한 것이 있어, 자주 사람을 잡아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 땅에 살던 사람들은 토착신에게 부탁해 이 좋지 못한 것을 퇴치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무언가'의 힘이 너무 강했을 뿐 아니라, 잡아간 사람들을 흡수에 넣어 처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고 한다.


토착신의 힘으로도 없앨 수는 없었고, 그 힘을 봉인하는 것이 고작이었다는 것이다.


즉, 그 '무언가' 자체가 봉인된 것이 아니었기에 계속 마을 주변에 잠복해 있지만, 힘이 봉인되었기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와중 마을 젊은이들이 신이 봉인했던 곡옥 상자를 열어버렸기에, '무언가'는 힘을 되찾고 사람을 잡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신주의 말에 의하면, 전국시대 때의 이야기는 아마 신사의 신이 내린 재앙이었을테지만, 이번 사건은 그것과 완전히 다른 일이라 한다.


마을 사람들이 봤던 검은 그림자는, '무언가'에게 잡혀간 사람들의 모습으로, 그들을 해방시켜 주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한 이번 일로 '무언가'는 더욱 힘이 강해졌지만, 아직 신의 힘을 빌린다면 그 힘을 봉인할 수 있을테니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무언가'는 곡옥과 너무 오랜 세월 일심동체였기에 아직도 곡옥에서 멀리 벗어나지는 못한 채 근처에 숨어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봉인을 풀었던 젊은이들은 모두 '무언가'에게 홀려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무언가'의 힘을 봉인한 후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그래서 힘을 봉인한 후, 따로 불제를 드리고, 그래도 안 되면 큰 신사를 찾아가 불제를 받아야만 한다고 했다.


또한 '무언가'의 힘을 봉인하기 위해 신을 부르는 사이, '무언가'가 젊은이들을 이용해 의식을 방해할 수도 있으니 봉인을 열었던 젊은이들을 모두 데려오기로 했다.


이윽고 신주는 촌장에게 평소 제사를 드릴 때 쓰던 도구들과 더불어, 종이에 무언가를 써서 거기 있는 것을 빨리 가져오도록 시켰다.




또한 마을로 내려가 젊은이들을 모두 불러오도록 전했다.


그 후 젊은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신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당부한 뒤, 신주 본인은 오동나무 상자를 열어 곡옥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곡옥을 조사한 신주는 문헌대로 곡옥을 힘을 봉하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은 어떤 힘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역시 문헌대로, 곡옥과 '무언가'가 일심동체였던 탓에 '무언가'의 낌새가 곡옥에서 느껴진다고 한다.


몇시간 뒤 촌장과 마을 사람들이 제사용 도구와 남은 젊은이들을 데리고 돌아왔기에, 곧 토착신의 힘을 빌리기 위한 의식이 시작되었다.


신주가 젊은이들을 모두 줄로 둘러싼 결계 같은 것에 넣고, 축사를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 일 없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점차 주변 분위기가 이상해지더니, 짐승 냄새가 풍기기 시작하고, 바깥에서 사람들이 여럿 오가는 낌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신사에 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배전 안에 있었고, 촌장이 돌아오기 전 남은 마을 사람들에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집 밖으로 나가면 안 되네!] 라고 엄포를 놓았기에 누군가 찾아올리도 없다.


즉, '무언가'가 지금 신사 밖에 와 있는 것이었다.




신주는 말했다.


[지금은 신이 거울이라는 도구를 통해 내려오고 있으니, 절대 저것은 배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안에서 나가지만 않으면 안전합니다.]


그러니 앞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참고 참아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침까지 의식은 계속되었다.


그 사이 밖에서는 짐승인지 사람인지 분간 되지 않는 웃음소리, 웅성거리는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 무엇인가 걸어다니는 소리, 벅벅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이 되자, 여기저기를 미친 듯 두드리는 소리마저 들려왔다.




그래도 아침이 되어 의식은 무사히 끝났다.


마을 사람들은 긴장이 풀리자 다들 피로에 젖어, 빨리 집에 돌아가 자려 했다.


신주에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듣고, 배전의 문을 연다.




그러자 눈 앞에 여기저기 나무가 마구 쓰러져 있는 것이 보인다.


신사 주변은 몇십인지 몇백인지도 모를 사람의 진흙투성이 발자국이 무수하게 찍혀 있었다.


신사 벽에는, 무언가 큰 생물이 강하게 긁은 듯한 상처가 남아 있고, 여기저기에 새나 너구리의 시체가 갈기갈기 찢긴채 널려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신주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이 마을은 한 번 황폐해진 적이 있기에 그 때까지 내려오던 전언이나 전통이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그러면서 '무언가'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나 신사에 관한 전통도 사라졌기에, 지금까지 신주 본인도 문헌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그저 의례적인 제사에 관한 것 밖에는 몰랐다는 것이다.


다만 문헌을 아무리 찾아봐도 '무언가'의 정체나 뒷산 신사에 관한 것은 알 수 없었다 한다.




이대로 끝났다면 이 이야기는 그저 먼 옛날에 있었던 기묘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2년 전에, 그 신사에 도둑이 들어 안에 있던 제구와 신체 등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당연히 도둑은 곡옥까지 훔쳐갔고, 이제 몇 개월 후면 3년째가 된다.




과연 전승대로 '무언가'가 힘을 되찾고 그 주변 사람들을 집어삼키게 될까...


지금 곡옥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저 두려울 따름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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