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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

[번역괴담][2ch괴담][532nd]S네 집

괴담 번역 2015. 1. 1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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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6학년일 무렵, 무척 사이가 좋던 S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대개 S네 아파트에 모여서 놀곤 했었습니다.


그 날 역시 S랑 다른 친구 3명이서 함께, 당시 유행하던 게임을 하며 S네 집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놀던 와중, S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우리에게 말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당분간 집에서 못 놀거 같아.]


아무래도 근시일 내에 근처에 있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어,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S는 딱히 그걸 도울 생각은 없었는지 이사 준비가 끝날 때까지는 밖에서 놀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날은 S가 어디로 이사가는지에 대해 묻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날 저녁식사 때, 부모님에게 잡담 삼아 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조금 신경 쓰이는 말을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S가 이사가는 집은 전에 화재로 여러 사람이 죽었던 곳이라는 것 같습니다.


나는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그런 일에는 딱히 흥미가 없었습니다만, 아무래도 그 소문은 주변에서 무척 유명한 듯 했습니다.




S네 부모님도 모를리가 없을거라며 이상하다는 듯 어머니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뭐, S네 부모님은 겉으로 보기에 무슨 양아치 같은 사람들이었기에 아마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겠지요.


일부러 그걸 S에게 말할 이유도 없다 싶어, 나는 그 일은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S가 이사한 후에도 변함 없이 S네 집을 찾아가 함께 놀았습니다.


몇 해가 지나, 우리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습니다.


그 무렵부터 나는 S와 다른 친구 2명에게 왕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이유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아마 별 거 아닌 이유에서였겠지요.


그렇게 따돌림들 당하는 사이, 나는 진심으로 S를 증오하게 되었습니다.


복수를 한다느니, 죽여버리겠다느니 지금 와서 생각하면 흉흉한 생각을 마음 속에 잔뜩 품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나는 겁쟁이였기에 그런 짓을 실제로 자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지금 사고를 치면 고등학교 가는 데 문제가 생긴다느니 하고 자신에게 애써 둘러대고, 그대로 왕따를 당하면서 중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과 다른 학교로 진학했고, 잠시나마 여자친구도 사귀는 등 하루하루를 무척 충실히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친구 한 명에게 라인으로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S네 집이 불에 휩싸여 전소해, S네 가족이 모두 죽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말도 안되는 농담 하지 말라며 웃어 넘기려했지만, 사실이었습니다.




껄끄러워 오랫동안 가까이하지도 않았던 S네 집 근처에 가보니, 거기에는 정말 불탄 자국만 있을 뿐, 집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터 중심에, 이상한 여자가 서 있었습니다.


온 몸에 수많은 붉은 벨트를 감고 있어, 무척 기분 나빴습니다.




여자는 나를 향해 [당신을 위해 태워버린거야.] 라고 말한 뒤 정말로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무엇이었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진짜로 그 사람이 S네 집을 태웠거나, 혹은 그 전에 살던 사람들의 집을 태워버린 것인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S가 죽은 건 기뻤지만, 나를 괴롭히던 나머지 2명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 두 사람도 죽는다면, 그 여자는 또다시 내 앞에 나타나는 걸까요.


그게 너무 무섭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그 여자가 단순한 환각이었다고 믿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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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의 일입니다.


당시 내게는 사귄지 3년이 된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성격은 서로 정반대였지만, 사이도 좋았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였습니다.




이대로 계속 함께 할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사소한 일로 싸웠던 어느날, 그는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면식이 있던 그의 부모님에게 전화를 받고도, 한동안은 이해가 되지 않아 그저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정신을 차리자 부모님 손에 이끌려 병원에 와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별다른 상처가 없었던 것만은 확실히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부터, 상당 기간 기억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기간의 이야기는 부모님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입니다.


당시 나는 이따금씩 조용히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합니다만, 병원에서 남자친구를 보고 통곡한 것 외에는 그저 멍하니 앉아있기만 했다고 합니다.


너무 얌전해서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고 하니까요.




며칠이 지나도 그런 상태가 이어졌기에, 부모님은 일단 회사에 연락을 하고 나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다를 게 없어서, 말을 건네면 대답도 하고 밥도 조금이나마 먹기는 하는데, 분명히 어딘가 멍한 느낌이 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속이 텅 빈 느낌이랄까, 현실과 한참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부모님은 일찍 잠자리에 드시고 한 번 잠이 들면 깊게 주무시기에, 한밤 중에 내가 방에서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몰랐었다고 합니다.


다만 우연히 자다가 깨서 방 앞을 지나갈 때면, 대개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뭐라도 할 기운이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었답니다.




49재를 목전에 둘 무렵, 남자친구 어머니가 우리 집에 전화를 했습니다.


[요새 그 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조금 말하기 힘든 기색으로 그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별 문제 없어보이긴 하는데... 우리 아이한테 전하실 말이라도 있으신가요?]


전화를 받은 우리 어머니가 그렇게 대답하자, 남자친구 어머니는 곤혹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합니다.


전날 밤, 죽은 남자친구의 유품을 정리하고 있을 무렵이었습니다.




이런저런 물건들을 정리하며 울컥 치밀어 오르는 생각들에 눈물 흘리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서 뚜, 뚜, 하고 전화를 거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디서 소리가 나는건가 싶어 주변을 살펴보니, 남자친구가 쓰던 노트북에서 들려오더라는 것입니다.


컴퓨터를 켠 적도 없는데 소리가 나는 게 이상하다 싶어 열어보니, 스카이프가 켜져서 전화를 걸고 있었다는 겁니다.




통화 상대는 나였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받지 않자 곧 끊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뭔가 이상하다 싶은 생각에, 통화 이력을 열어보셨다는 겁니다.




그랬더니 어제부터 하루종일, 내가 전화를 건 기록이 쫙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그것 때문에 깜짝 놀라 우리 집에 전화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컴맹인 우리 부모님도 그 이야기를 듣자 깜짝 놀랐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날 밤, 언제나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내게 다가가 말을 걸고 화면을 살폈다고 합니다.


한밤중이니 방 안은 깜깜하고, 컴퓨터 모니터 화면만이 빛납니다.


나는 멍하니 마우스를 누르고 있습니다.




화면에는 스카이프가 켜져 있고, 남자친구에게 계속 전화를 걸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기에,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가 끊길 때마다 다시 전화를 걸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겁니다.


소름이 끼쳐 나를 데리고 나와 거실에서 [뭐하는 짓이야!] 라고 고함을 쳤다고 합니다.




나는 [전화를 안 받아...]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나를 붙잡고 간곡히 더 이상 그는 이 세상에 없다고, 이대로 있으면 너까지 죽는다고 울면서 설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간신히 무언가를 이해한 것인지, 내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제야 현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조금씩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너무 갑작스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부딪히다보니, 혼자서 이겨낼 수 없어 남자친구에게 매달리려 했던 것 같습니다.




자주 스카이프로 통화를 하기도 했고, 남자친구는 워낙에 박식한 사람이라 이것저것 물어볼 수 있는 믿음직한 사람이었으니까요.


괴담이라고 해서 이야기를 올리기는 했지만, 돌이켜보면 이상한 일이라곤 분명 꺼져 있던 남자친구 노트북이 혼자 켜져서, 내게 전화를 했다는 것 뿐입니다.


나중에 내 계정을 살펴보니 확실히 통화 이력은 남아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보다는, 한밤 중에 계속해서 죽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있는 내 모습과, 남자친구 계정에 찍혀 있던 통화 이력이 더 무서웠습니다.


나 자신이 얼마나 무너져 있었는지를 실감했달까...


제멋대로인 해석이지만, 그에게서 걸려왔던 전화는 그저 죽은 자신의 그림자만을 쫓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던 남자친구가 49재 전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 했던 건 아니었을까 합니다.




끝까지 걱정 끼치고, 신경 쓰게 하는 한심한 여자친구를 위해서요.


단순히 노트북의 오작동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그의 무덤에 성묘하러 갔을 때, 마음껏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왔습니다.


쓸데 없는 첨언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족이던 연인이던 친구던, 지금 함께 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주세요.




나는 그와 싸우고 잔뜩 화를 낸 다음, 사과조차 못한 걸 지금까지 후회하며 살고 있습니다.


바로 며칠 전이 그의 기일이었습니다.


이제야 나는 겨우 그를 제대로 돌아볼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지난 몇년간 옆에서 나를 계속 지지해줬던 친구에게, 결혼을 전제로 한 고백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 생각을 글로나마 정리해두려 합니다.


길고 시시한 이야기였을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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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인 오늘, 우연히 무시무시한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


시부야의 하치공 동상 옆에 서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도우겐자카 쪽에서, 꽤 많은 수의 폭주족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오기 시작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면서 폭주에 나선 것 같았다.


화려한 시부야 거리가, 순식간에 소음기를 뗀 오토바이의 굉음으로 가득 찬다.


하치공 옆에 옹기종기 모여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그 쪽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폭주족 중 한 명이 신호를 무시하고 교차로에 들어섰다.


그 때, 파르코 쪽에서 트럭이 달려오더니, 그만 그 오토바이와 강하게 충돌하고 말았다.


보라색으로 도색한 오토바이는 그대로 뒤집혀, 아스팔트에 부딪혀 흰 불꽃을 튀기며 그대로 20m 가량을 미끄러졌다.




오토바이에 타고 있던 폭주족 옷을 입은 갈색 머리의 남자는 굴러다니는 쓰레기마냥 교차로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일은 그 후에 일어났다.




5분 정도 지나 구급차가 도착했다.


그런데 그 때, 하치공 주변에서 사고를 지켜보고 있던 대학생 7, 8명이 들것에 실리고 있는 피투성이의 남자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죽! 어! 버! 려! 죽! 어! 버! 려!]




마치 스포츠 경기를 응원하는 것처럼, 손뼉을 치면서.


더욱 놀라운 것은 주변에 있던 다른 이들이 그에 동조해 모두가 큰 소리로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않아, 하치공 주변은 [죽! 어! 버! 려!] 라는 합창이 울려펴졌다.




마치 새해 카운트다운이라도 하고 있는 그 모습에, 뭐라 할 수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현장에 나와있던 경찰관이 잔뜩 겁에 질려 긴장해 있던 모습이, 아직도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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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9th]괴현상의 원인

괴담 번역 2015. 1. 8.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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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친구가 [집 안 분위기가 왠지 좀 이상해. 남편도 영 몸상태가 좋지를 않고...] 라며 상담을 해 왔다.


그리고 그 무렵부터, 친구네 집에서 온갖 괴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분명히 집 안에는 그 친구 혼자 뿐인데,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현관 바로 옆에 있는 방에서 방 안을 가로지르는 검은 그림자 같은 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 선까지는 친구도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괴현상은 점차 그 도를 더해가, 한밤 중에 친구 귓가에서 [짝짝짝!] 하고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리는가하면, 집 2층 베란다 창문 안쪽에서 커다란 손바닥 두개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게 보이기도 했다.


분명히 집 안에는 아무도 없는데...




그리고 손바닥을 목격한 그날 밤, 친구는 집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리뼈가 부러졌다.


누군가에게 등을 밀려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까지 되자 뭘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친구의 소개를 받아 영능력자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집에 불렀다고 한다.




뼈가 부러진지 일주일 정도 후에 영능력자가 집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현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집안에는 생령이 있어. 하지만 그 생령은 당신 둘이 만들어낸 거야. 당신들, 최근 1년새에 인연을 끊은 친구가 있지? 그 사람의 험담을 계속 당신들이 떠벌여대니, 당신들이 가진 증오가 이 생령을 만들어 낸게야.]




둘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말 그대로였던 것이다.


[굳이 설명을 해주자면 이런거지. 생김새는 당신들이 그리도 미워하는 그 친구의 모습이겠지만, 그 실체는 당신들 마음 그 자체인거야. 그게 영체화되어서 당신들에게 직접적인 해까지 끼치고 있으니, 오늘은 제대로 불제를 올려줄게. 하지만 당신들이 그 증오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야.]




불제를 올리는 동안, 한 명은 등이, 또 한 명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고 한다.


불제 이후, 모든 괴현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증오가 자신을 억눌러 괴롭힌다는 말에 아연실색했지만,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찾아와 이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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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8th]미제 일렉기타

괴담 번역 2015. 1. 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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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 된 옛날 일이다.


갑작스레 사정이 좀 생겨, 남편과 함께 친정에서 신세를 졌던 적이 있었다.


우리 부부는 밴드를 하다가 만났고, 지금도 남편은 취미삼아 계속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사를 하자니, 당연히 짐을 옮겨 놓으니 남편의 기타, 베이스, 온갖 자재로 방이 가득 차 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정리를 해서, 다른 악기들은 모두 케이스에 넣어서 꾸역꾸역 밀어넣었다.


다만 남편이 아끼는 기타 하나만은, 남편이 허겁지겁 케이스에서 꺼내서 스탠드에 기대 세워놓았다.




아무래도 미제다 보니, 일본처럼 습기 찬 기후에서는 케이스에 보관해 놓으면 악기가 완전히 뒤틀린다는 것이었다.


일단 거기까지 정리해 놓으니 대충 이사도 마무리되었고, 한여름에 이사를 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된 우리 부부는 옆방에 들어가 그대로 죽은 듯이 잠에 들었다.


이튿날 아침.




어머니가 깜짝 놀란 듯 말했다.


[얘, 전기기타라는 건 대단한 거구나.]


무슨 소린가 싶어 되물었다.




[어제 한밤중에, 그 기타가 연주가 되더라니까.]


엥...?


남편이 한밤중에 일어나 연주라도 한 건가?




하지만 남편은 자신도 모른다며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게 아니야. 한밤중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그 방에서 딩딩 소리가 나더라고. 안에를 보니까 글쎄 아무도 없는데 기타가 자동으로 연주를 하지 뭐니.]


자동으로...?




남편과 나는 당황해서 서로 마주보다 말을 잃었다.


온갖 상자와 악키 케이스 사이, 한밤 중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연주하는 기타...


도대체 누가 연주하고 있던 걸까...




하지만 어머니는 신나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역시 전기기타는 다르네! 미제랬지? 대단하네, 정말. 딩딩딩하고, 자동으로 연주까지 하다니!]


아무리 미제라도, 아무리 일렉기타라도 혼자서 연주하지는 않아요...




그 후로 우리는 몇 번 더 이사를 했고, 그 때마다 그 기타는 스탠드에 기대 세워놨다.


하지만 기타가 혼자 연주됐던 것은 그날 밤 하루 뿐이었다.


아마 우리 친정에 뭔가 있는게 아닌가 싶지만, 아직도 우리 어머니는 일렉기타는 자동으로 연주되는 악기라고 알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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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임신한 아내가 정기건강진단 때문에 산부인과에 다니게 된지 몇 달 정도 지날 무렵이었다.


접객을 중시해서인지, 병원에는 임산부 전용 휴게실 같은 느낌의 공유 룸 같은 게 설치되어 있었다.




종합병원이라 설비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아내는 병원에 들르면, 거기서 같은 임산부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이 되어 있었다.


이른바 예비 엄마 모임 같은 것이다.




저녁을 먹을 때 가끔씩, 아내는 거기서 듣고 온 이야기들을 내게도 전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아내가 이상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기묘한 이야기다.




어느 커뮤니티가 되었든, 구심점 역할을 하는 리더격의 인물은 꼭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병원 예미 엄마 모임에도 어김 없이 그런 역할을 맡은 여자가 있었다고 한다.


자신을 갈고 닦아 여성스러움을 추구해야 한다며, 그 여자는 외관 뿐 아니라 내면도 세련되야 한다는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오컬트 비슷한 일들을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간단한 운세로 시작해, 영적인 치유, 끝내는 흑마술 같은 느낌의 주술 같은 것까지 입에 올리는 그 여자를 보며, 아내는 꺼림칙한 느낌에 가까이 하지 않으려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 역시 나름대로 오컬트 같은 쪽에는 관심이 좀 있었기에 재미삼아 어떤 흑마술이냐고 물었지만, 고양이 시체나 해충을 모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기에 그런 쪽에는 가담하지 말라고 아내에게 부탁했다.




그 후로, 그 여자는 잉태된 아이의 선천적 가능성에 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아이의 장래는 태어난 순간부터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운명을 최고로 올려 놓을 비술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주술이나 비술 같은 알 수 없는 괴이쩍은 일에 엮이고 싶은 이들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래도 곧 태어날 아이가 좋은 운명을 타고날 수 있다는 이야기에는 다들 혹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동안 뭐가 뭔지도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오간 후, 예비 엄마 중 한 명이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그럼 우리 아이 운명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거야?]




[내가 말하는대로만 하면 좋아질거야. 그러려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님을 불러내는거야. ●●●●님은 운명의 신이야. 신에게 선택된 아이는 모두 훌륭한 인생을 살 수 있게 되는거지. 당연히 신을 불러내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해.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보다도 달콤할거야. 그러니 다들 협력하는거에요. ●●●●님의 가호 아래서.]


아내는 그 이야기를 듣자 머리가 어찔어찔했다고 한다.


마침 진료 순서도 다가왔기에, 그 자리에서 먼저 슬쩍 빠져나왔다고 한다.




뒤를 돌아보면, 몇몇 이들이 그 여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고 한다.


[기분 나쁜 이야기지?] 라며, 그날 늦은 저녁밥을 먹으며 아내는 내게 물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고 왔던 날에, 일부러 자다 일어나서까지 해 준 이야기이기에 뇌리가 강하게 기억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이 나왔다.


죽은 것은 아직 어린 아이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의 가능성이 높은 듯 했다.




기묘한 것은 아이 어머니의 태도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내가 속해 있던 예비 엄마 모임의 일원이었다.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




그것은 설령 사실이라해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종의 충격과도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머니는 웃고 있었다고 한다.


히죽히죽, 능글능글.




단정하고 아름다운 얼굴에 띄워진, 기묘하리만치 비뚤어진 그 미소를 보며, 아내는 묘한 공포를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병원에서 연달아 사망자가 나왔다.




그것도 전부 산부인과에서만.


출산 직전의 임산부가 유산을 하고, 임산부마저 세상을 떠난다.


심지어 한 번은, 조산이 되어 아이가 인큐베이터로 옮겨져 겨우 목숨을 건진 순간, 아이의 어머니가 자살한 적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같은 방에서 아이의 아버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곧이어 간호사가 연달아 사고를 당해 줄줄이 퇴직했고, 의사마저도 과로로 한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쯤 되니 그 병원에 관계되는 것 자체가 두려울 정도였다.




결국 내가 강하게 말한 것도 있고, 아내 스스로도 두려움을 느꼈는지 병원을 옮기게 되었다.


다만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예비 엄마 모임의 일부 사람들은 계속 그 병원을 다녔다고 한다.


아니, 병원이라기보다는 예비 엄마들이 모이는 그 공유 룸에 계속 다녔다고 할까...




그리고 그 후, 그 예비 엄마 모임에 속해 있던 이들은 모두 유산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 2명은 자궁 자체가 파열되어, 두 번 다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다만 단 한 명, 리더였던 그 여자만 빼고...




그 여자는 근처 다른 병원에서, 옥동자 같은 건강한 사내 아이를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유명 사립 유치원에 아이를 집어넣으려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 이리저리 뛰고 있다고 한다.


아이가 선천적 장애를 안고 있던 임산부들이 잔뜩 모여 있던 그 종합병원에, 왜 그녀의 아이만은 전혀 장해가 없었던 것일까.




그건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우리 아내도 유산했다.


트리소미 21의 영향이라고 한다.




이 지경이 되고나니, ●●●●님인지 뭔지에게 선택되었으면 좋았을텐데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비법 같은게 이 세상에 있다니, 오히려 그게 실화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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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6th]톤 할아버지

괴담 번역 2015. 1. 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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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었던 실화입니다.


내 고향은 예로부터 이어진 부락민에 대한 차별 의식이 남아있는 지역이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까지도 남아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부락민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는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 세계의 이야기라 어렸던 나는 차별 같은 건 모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끼리는 어느 동네에 사는지 상관 없이 금새 친해지기 마련인데다, 어른들도 나름대로 죄악감이 있었던지 아이들 앞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꺼렸으니까요.


평소에는 차별 같은 게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수준이었습니다.




다만 [A 동네 녀석들은 난폭한 놈들 뿐이야. 왠만하면 친하게 지내지 말거라.] 라는 소리는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A 동네는 해안가에 있는 2개 동을 일컫는 말이었고, 확실히 다른 동네에 비해서는 양아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 나는 A 동네에 사는 Y라는 친구와 사이가 좋아, 학교가 끝나면 매일 같이 Y와 놀러다니곤 했습니다.




당시 우리는 낚시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Y네 집 근처가 바로 바닷가였기에, 자주 Y네 아버지 낚싯대를 가져다가 좋은 목에서 낚시를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Y네 아버지가 무척 무서운 사람이었습니다.




집에 놀러가면 언제나 집에서 빈둥대고 있는데, 근육질인 몸에 머리는 스님마냥 짧게 민 채였습니다.


언제나 무언가를 째려보는 것 같은 눈을 하고서요.


성격도 겉모습처럼 무서운데다 다혈질이라, Y네 집에서 둘이 떠들기라도 하면 금새 [시끄러! 입 닥쳐라!] 하고 큰 소리로 욕을 하곤 했습니다.




어린 내게는 무섭기 짝이 없는 아저씨였습니다.


그랬기에 Y는 언제나 아버지 낚싯대가 고장나지 않도록, 신경을 쏟아 조심스레 사용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Y랑 둘이서 바닷가 인근의 숲에 들어가 낚시를 할만한 장소를 찾고 있던 와중에 오래된 터널 같은 걸 발견했습니다.




무척 작은 터널이라, 길이는 고작해야 5m 정도였을 겁니다.


안에는 쓰레기 투성이였습니다.


어슴푸레한 터널을 나오자, 그 앞에는 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미가 보였습니다.




우리는 비밀기지로 삼을 곳이 생겼다는 생각에 잔뜩 신이 나서, 터널 안에 짐을 두고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시간이 흘렀음에도 물고기는 전혀 잡히질 않아, 우리는 슬슬 싫증이 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좀 잡히냐?] 라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서 있었습니다.


나는 노인에게서 나는 악취에 무심코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백발 성성한 노인의 머리카락은 기름기 투성이인데다, 주름투성이인 피부는 거무스름했습니다.




노인은 나른한 듯 입을 다물고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우리 짐을 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몸을 잔뜩 움츠린채, 무서워서 굳어 있었습니다.




옆에서 Y도 겁에 질린 것 같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그거, 저희 짐인데요.]


[역시 그렇구나. 내 집에 있었다.]




할아버지 목소리는 무척 쉬어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무표정했던 얼굴을 움직여 웃음을 띄웠습니다.


[저런 곳에 던져두면 누가 훔쳐간다.]




그리고는 웃으며 짐을 우리 곁에 두고, 터널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와 Y는 짐을 껴안고, 얼굴을 마주보며 당황해 하고 있었습니다.


저런 이상한 할아버지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누구지, 하고 둘이서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뭐가 어찌됐든 집에 돌아가려면 다시 노인이 산다는 터널을 지나가야만 합니다.


우리는 쭈뼛거리며, 조심스레 터널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어슴푸레한 터널 안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있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소리를 내지 않도록 살금살금, 우리는 그 옆을 지나갔습니다.


노인은 그 사이 말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출구에 발을 들이려는 터에 갑작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많이 늦었으니 조심해서 돌아가거라.]


이상하게도 그 말을 듣자 나는 갑자기 호기심이 솟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이 터널에 사는거야?]




[그래.]


[언제부터?]


[너희가 태어나기 전부터다.]




[어째서?]


[옛날 나쁜 짓을 해서, 벌을 받았단다.]


[벌로 터널에서 사는거야?]




[그래. 다른 사람들에게 내쫓아진거지.]


할아버지의 목소리는 쓸쓸한 것처럼 들렸습니다.


[어서 돌아가라. 아버지 어머니가 걱정할거야. 그리고 위험하니까 여기는 다시 오지 말거라.]




[응.]


하지만 우리는 다음날도 할아버지를 찾아갔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왠지 할아버지가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귀찮은 듯 우리를 대했던 할아버지도, 점차 우리를 귀여워해 주었습니다.


같이 놀아주고기도 하고, 그림자 밟기나 종이접기 같이 우리가 모르던 놀이도 여럿 가르쳐주었습니다.


우리는 할아버지를 [톤 할아버지] 라고 부르며 학교가 끝나면 매일 놀러가곤 했습니다.




그런 관계가 2달 정도 이어졌을 무렵, 사건이 터졌습니다.


톤 할아버지는 환타를 좋아해서, 우리가 환타를 가져다 주면 소중하다는 듯 양손으로 잡고 천천히 마시곤 했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맛 환타를 가져다 줄게.] 라고 하면, [고맙구나.] 라며 굉장히 기쁜 듯 웃곤 했습니다.




그 날, 톤 할아버지를 만나고 돌아가는 도중, Y는 장난을 치며 등에 지고 있던 낚싯대를 칼이라도 된 것마냥 휙휙 휘두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힘차게 휘두른 순간, Y는 앞으로 휘청 하고 넘어져서 그만 낚싯대가 반으로 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Y는 얼굴이 새파래져 울기 시작했습니다.




[아빠한테 맞아 죽을거야.] 라고 계속 되뇌이면서요.


나는 흐느껴 우는 Y의 부탁에, 같이 Y네 아버지에게 사과를 하러 갔습니다.


반으로 접혀 버린 낚싯대를 보자, Y네 아버지 얼굴은 얼어붙고, 눈은 새빨개졌습니다.




마치 바람이 들어갈대로 들어가 빵빵해진 풍선이, 막 터지려고 하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Y넨 아버지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잔뜩 화를 누르며 평소같은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둘 중 누가 한 짓이냐, 이거.]




Y는 고개를 숙인채 눈물만 흘리고 있고, 나는 무서워서 말 한마디 못 할 지경이었습니다.


[대답 안 해! 네가 한 짓이냐!]


그러자 Y의 아버지는 고함을 치며, Y의 머리채를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어올려 충혈된 눈으로 째려봤습니다.




[대답하라고!]


[톤 할아버지가 했어.]


Y는 흐느껴 울면서, 가냘픈 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뭐? 톤 할아버지는 누구야!]


[바닷가 터널에 있는 할아버지가 그랬어.]


Y의 아버지는 Y의 머리채를 놓고 분노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오야마 할아범인가. 그 새끼...]


Y네 아버지는 집에 들어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더니, 삽을 들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Y는 소리 높여 울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무서워서 톤 할아버지를 찾아갈 수 없었습니다.


Y의 말에 따르면, Y네 아버지는 다음날 아침에야 집에 돌아와 [두 번 다시 터널 가까이 가지 마라.] 고 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정도 지난 후에야, 마침내 우리는 터널로 향했습니다.




사과를 할 생각에, 환타를 잔뜩 사 들고요.


하지만 톤 할아버지는 없었습니다.


텅 빈 터널은 쥐죽은 듯 조용하고, 톤 할아버지가 누워 있던 돗자리만 깔려 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는 거기 앉아 할아버지가 오기를 잠시 시다렸지만, 할아버지는 오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환타를 두고 돌아갔습니다.


그 다음날, 다시 터널을 찾아갔지만 톤 할아버지는 역시 없었습니다.




어제 두고 갔던 환타는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나는 갑자기 불안해졌습니다.


터널 안에 여기저기 보이는 검붉은 얼룩이, 마치 톤 할아버지의 피처럼 보였습니다.




Y는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미안해요, 미안해요, 톤 할아버지...] 라고 되풀이했습니다.


그 후로 점차 나는 Y와도 사이가 멀어졌고, 톤 할아버지 역시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후,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옛날 터널에 살던 할아버지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옛날, A 동네에 오오야마씨라는 사람이 있었어. 가족이 다같이 분신자살을 하려고 했다더라. 집에 불을 질렀는데, 아내랑 딸은 죽었지만 정작 오오야마씨는 살아남았던 거야. 그 때 지른 불이 옆집에 옮겨붙어 큰 사고가 났던 탓에, 그 때부터 마을 사람들한테 쫓겨났었어.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터널에 살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었는데... 어쩌면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구나. A 동네 사람들은 정말로 못되먹었다니까.]


이것으로 내 이야기는 끝입니다.




톤 할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아직도 모릅니다.


혹시 다른 곳으로 쫓겨나, 지금도 건강히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다만 애매한 기억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 날 이후, Y의 아버지가 가져갔던 삽이 Y네 집에서 사라졌다는 것.


그리고 Y가 울며 외쳤던 [미안해요.] 의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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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도 아니고, 그리 길지도 않지만...


처음 도쿄에 와서 혼자 생활하게 되었을 무렵이었다.


낯선 타향살이와 직장에서 이리저리 치이다 보니, 어느새 머릿 속에는 부정적인 생각만이 가득 차 있었다.




일 문제와 생활 문제 때문에 하루하루 고민만 늘어났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될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밤, 나는 목숨을 끊기로 마음 먹었다.


유서까지 쓰고, 손목을 긋기 위해 칼을 막 손목에 댄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평상시에는 매너 모드로 해 놓는데...


전화를 받자 할머니 전화였다.




눈도 나빠서 혼자서는 다이얼도 못 누르는 주제에.


처음에는 종종 연락을 하라느니, 일은 괜찮냐느니 별다를 것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기운이 없는 것 같구나. 감기라도 걸렸니? 할미는 이제 살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대신 아프게 해 달라고 부처님께 빌어주마. 그러니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 힘든 건 할머니가 다 받아줄테니까. 그러니까 일 열심히 하려무나. 잘 지내고.]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나는 칼을 던져버리고, 밖에 나가 밥집에서 잔뜩 밥을 먹고 돌아와 잤다.


핸드폰은 매너 모드인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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