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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23rd]아파트 자취방

괴담 번역 2014. 12. 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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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A와 B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A는 대학에 간 후, 아파트를 빌려 자취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가 지날 무렵이었습니다.




슬슬 눈이 올 즈음의 초겨울 깊은 밤.


A는 방에 불을 켜 놓고 잠깐 편의점에 갔습니다.


새로 나온 잡지를 서서 슬쩍 넘겨본 후, 음료수를 사서 집에 들어온 때였습니다.




전화가 왔습니다.


시간은 새벽 2시 반.


누가 이 시간에 전화를 하나 싶어 화면을 보니, 친구인 B였습니다.




A와 B는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라, 종종 서로 책을 빌려주는 사이였습니다.


하지만 집 근처 대학에 진학한 A와는 달리, B는 다른 도시의 전문학교로 가서 그 후로는 관계가 소원해져 있던 터였습니다.


그랬기에 왜 하필 이런 시간에 전화를 한 건가 싶어 A는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간만에 친구가 전화를 했으니, A는 전화를 받기로 했습니다.


[여보세요? B냐? 이런 시간에 무슨 일이야?]


[A지? 너 지금 어디야! 아직 편의점이야?]




갑자기 절박한 목소리로 B가 물어왔습니다.


[어, 갑자기 왜 그래... 편의점이라고? 혹시 너 이 주변에 있냐?]


[아직 밖이지? 방에 안 들어갔지? 그럼 절대 들어가면 안 돼!]




A는 난데없는 B의 말에 놀랐습니다.


하지만 벌써 집에 들어왔기에 뭐 어쩔 도리도 없었습니다.


[어, 나 벌써 집에 들어왔는데... 왜 그러는거야, 근데?]




[벌써 들어간거냐... 부탁이야. 내 말 믿고 빨리 거기서 도망쳐!]


A가 당황해하고 있자, B는 더욱 기묘한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네 방 안에 책장이 있지? 거기 뭐 달라진 거 없냐? 책이 2권 떨어져 있지 않아?]




B의 말에 책장 쪽으로 눈을 돌리니, 확실히 2권의 책이 책장 근처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A는 더더욱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대학에 오고 2년 넘게 얼굴도 못 본 B가, 어떻게 내 방 모습을 알고 있는거지?




[혹시 거기 떨어져 있는 거, K 잡지 11월호랑 회색 양장본 책이야?]


B의 말대로였습니다.


책장 근처까지 가지 않아도 바로 보였으니까요.




[역시 그런가... 어쨌든 빨리 거기서 나와야 해!]


기분이 나빠진 A는, 처음 편의점에 갔을 때처럼 그대로 방에 불을 켜 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주변에는 편의점말고 문을 연 가게도 없었기에 A는 한동안 걸으면서 B와 통화를 계속했습니다.




[야, B. 너 내 방에 온 적 있어?]


[네가 어디 사는지도 몰라. 하지만 네 방에 들어갔었어. 무슨 소린지 이해가 하나도 안 되긴 할텐데...]


그리고 B는 금방 전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B는 평소처럼 잠을 자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가 심야의 주택가에 서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리에, B는 놀라면서도 이게 꿈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 앞 건물에서 A가 나왔습니다.




B는 오랜만에 A를 본 게 반가워 말을 걸었지만,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대로 편의점에 들어가는 A를 보며, B는 다시금 꿈이라는 걸 납득했다고 합니다.


A가 편의점으로 들어가자, B는 갑자기 A의 방이 궁금해졌다고 합니다.




금방 나온 아파트로 들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한 번도 온 적 없는 곳인데, 어째서인지 B는 A의 방이 어딘지 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3층, 복도 안 쪽에서 3번째 방.




B는 응당 잠겨 있어야 할 문을, 가볍게 열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현관에 들어서자 오른쪽에 세탁기가 보이고, 그 앞에는 왼쪽에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안 쪽에 있는 방에는 불이 켜진 채입니다.




방 가운데에는 코타츠가 있고, 왼쪽 벽에 침대가, 오른쪽 벽에는 책장이 보였습니다.


A다운 방이구나 싶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A는 소름이 끼치는 걸 느꼈습니다.




방의 위치나 집안 가구의 배열까지 정확했던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B는 책장을 둘러보다, 고등학교 시절 서로 책을 빌려주던 추억이 떠올라 책에 손을 가져갔습니다.


아, 이 잡지 11월호 벌써 나왔구나.




이 회색 책은 소설인가?


아무 생각 없이 두권의 책을 손에 든 순간, B는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놀라서 책을 떨어트렸다고 합니다.




책장 옆 흰 벽에서, 여자의 얼굴이 솟아나 B를 바라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긴 머리카락을 반으로 갈라 이마를 훤히 드러낸 얼굴이었습니다.


표정 하나 없이 벽 색깔과 똑같이 하얀 피부를 가진 채로요.




B는 순간 가면인가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그 여자는 입을 열었습니다.


[당신,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B는 갑자기 무서워졌습니다.


질문을 받은 순간 이것은 꿈이 아니라는 걸 느끼는 동시에, 자신이 여기 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여자의 말투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것이었지만, B는 그걸 그저 들었을 뿐임에도 죽을 정도로 무서웠다고 합니다.




[당신이 여기에 있으면 나는 당신의...]


그 여자가 무엇인가 말하려는 순간, B는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입을 양 손으로 막았습니다.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괴상한 감정이었지만, 더 이상 이 여자가 말을 하게 두면 안된다는 직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기묘하게도 온 힘을 다해 세게 누르고 있는데도, 양 손에 전해지는 감촉은 그것이 사람의 피부인지, 벽인지 전혀 분간이 되질 않았다고 합니다.


여자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저 B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B는 필사적으로 여자의 입을 누르며, 뭐가 어떻게 된건지를 생각했습니다.




이 녀석의 입에서 손을 떼면 나는 꿈에서 깨는걸까.


아니, 애시당초 지금 이건 꿈 속이 맞긴 한건가.


그리고 만약 이 녀석이 하는 말을 듣게 되면 나는 어떻게 되는걸까.




자신은 죽을지도 모른다고, B는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여자는 금방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자신의 뭘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이대로 여기서 나가지 못한다면 자신은 이불 위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건 아닌지, 온갖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혹시 A 역시 이 녀석한테 벌써 살해당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 순간 입을 막고 있던 여자의 표정이 갑자기 변했습니다.


희미하게 눈썹을 찡그려, B를 가볍게 째려보는 것이었습니다.




왜 표정이 바뀐 것인지 B는 알 수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에서는 공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의외라는 표정이랄까, 조금 곤란해 하는 듯한 얼굴이었다고 합니다.


뭔가 싶어 B가 당황해하는데, 갑자기 누군가 목덜미를 잡아끈 것처럼 뒤로 몸이 넘어가더랍니다.




그리고 입을 막고 있던 두 손이 풀려납니다.


여자의 입이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B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바닥에 뒷통수를 부딪힌다고 생각한 순간, 정신을 차린 B는 자기 방 이불 위에 누워있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자기가 뭘 겪은 것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던 B였지만, 혹시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A가 걱정되어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장 앞에 자신이 떨어트렸던 책이 있다는 걸 A에게 듣고, 꿈이 아니라는 걸 확신해 방에서 도망치라고 소리쳤다는 것이었습니다.


B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A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밖에 나왔을 때 B가 곁에있었다고?


그리고 내 방에서 이상한 체험을 한 뒤 돌아갔다는건가?


2년 넘게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온 방에 정말 이상한 게 있는걸까?




A는 일단 B에게 고맙다고 말한 뒤, 아침까지는 방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몇시간 뒤 날이 밝고 길거리에 차와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할 무렵, A는 마음을 굳게 먹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은 커텐이 쳐져 깜깜했습니다.




현관에 불을 켜고, 책장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스레 방의 불을 켠 다음, A는 알아차리고 말았습니다.


아까 방을 나올 때, B의 급박한 목소리에 놀라 방에 불을 켜 놓고 나갔을텐데...


결국 2달 뒤, A는 그 아파트에서 이사했다고 합니다.




이사하기까지 2달 동안 A는 책장 위에 늘 소금을 올려뒀었고, 그 사이 이상한 일은 딱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B에게는 잘 지내고 있다고 몇 번 연락하려 했지만, B 쪽에서도 이상한 일을 겪은 탓에 연락을 피해서 결국 이전처럼 다시 소원한 사이로 돌아갔습니다.


이사를 한 후에는 B에게서 연락이 온 적도 없고, A 역시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상이 내가 A와 B에게 들은 기묘한 사건의 전말입니다.


나는 대학을 졸업한 후 A에게 이 이야기를 들었고, 그 후 B에게 전화로 확인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엮어 정리한 것입니다.


둘 모두 현재는 아무 일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다만 B는 당시에 워낙 충격이 커서 A의 연락을 모두 무시했었던 것이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참 미안하다는 뒷말을 남겼습니다.


과연 A의 방에 정말로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요.


B는 정말 꿈 속에서 A의 방으로 찾아갔던 걸까요.




뭔가가 있었다면 어째서 B는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애시당초 A와 별 연락도 없이 지내던 B가 왜 끌려들었던 걸까요.


이제 와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그 아파트는 학생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분명 아무 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그 방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A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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