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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4살 된 남자입니다.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처음 호스트바에서 일하게 된 건 19살 무렵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나와 1년제 전문학교를 졸업한 직후였습니다.


일단 사회에 나오기는 했지만 고작 전문학교 1년 다닌 것 가지고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찾아낸 일이 가부키쵸의 호스트바였습니다.




호스트라고 하면, 듣기에는 웬지 엄청 잘생긴 사람이나 할 것 같은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직접 뛰어들자 그것도 또 달라서, 후카와 료를 닮은 나 같은 사람도 어떻게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여자를 털어먹을 궁리를 매일 해 가며, 역 앞을 지나가는 여자들에게 호객 행위를 해 가게 안으로 데려 들어왔습니다.




아마 그런 식으로 하루에 10팀 이상은 받았을 겁니다.


업계에서는 소위 '캐치' 라고 부르는 작업으로, 대개 신참들이 손님을 잡아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호스트는 굳이 캐치하러 나가지도 않아요.




신참이 몰아온 손님을 자기가 끌어가면 되니, 가게 안에만 붙어 있는 겁니다.


그리고 이상한 사건이 일어난 건 일을 시작하고 2년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습니다.


나도 어느 정도 호스트로서 자리를 잡아, 가게 매출 상위권에도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명 손님이 없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였습니다만, 어느날 우연히 손님이 한 명도 안 잡힌 날이 있었습니다.


그간 잡아뒀던 고정 물주들도 연락이 안 닿는데다, 그날 따라 가게에 손님도 없어 멍하니 앉아있자니 사장 눈치가 보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후배 한 놈과 같이 간만에 캐치를 하기 위해 가게 밖으로 나섰습니다.




신주쿠역 동쪽에서 지나가는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같이 술 한 잔 하지 않을래?]


[좋아. 어디 가게야? 당신 꽤 재미있어 보이니까 지명해 줄게.]




첫번째로 말을 건 여자가 바로 낚였기에 나는 잔뜩 신이 나서 가게로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후배에게 먼저 가겠다고 말을 걸었습니다.


[야, 먼저 간다.]




[와, 벌써요?]


[그래, 그래.]


[너무 빠르시네...]




가게로 향하는 사이, 여자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걸어왔습니다.


품에는 커다란 가방을 껴안은 채입니다.


'아, 얘는 호스트바는 자주 안 다니나 보다, 좋은 애를 잡았네.' 라고 생각하며, 웃는 얼굴로 말을 받아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우뚝 멈춰서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자를 속여서 가지고 놀 때는 어떤 기분이야?]


갑자기 이게 무슨 돌직구람...




하지만 이제 와서 가게에 데리고 가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속인다거나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해봤는걸. 갑자기 왜 그래?]


그리고 그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아니, 그 때서야 비로소 그 여자를 처음 제대로 바라봤던 건지도 모릅니다.


아까 전까지 가방이라고 생각했던, 여자가 품에 안고 있던 것은 둥글게 만 모포였던 것입니다.


뭔가 싶었습니다.




[이 사람도 나를 속일 생각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


이 사람...?


모포...?




우리 둘 말고, 주변에 '이 사람'이라고 불릴만한 다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자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있어서, 입가에서 뚝뚝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가게 바로 앞까지 와 있었지만,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가게에서 전화가 온 척하고, [지금 가게가 꽉 차서 자리가 없다네... 다음번에 다시 와줘야 할 거 같아.] 라고 그녀를 돌려보냈습니다.


여자는 아무 말 없이 역 쪽으로 걸어가 버렸습니다.


내심 마음이 놓이면서, 피로감이 몰려왔습니다.




가게에 들어서자 전화가 왔습니다.


아까 같이 나갔던 후배였습니다.


[아, A형, 벌써 가게 들어왔어요?]




[어. 아까 그 여자 완전 이상한 사람이라 그냥 보내고 혼자 왔어.]


[진짜요? 저 지금 막 손님 찾았어요. 바로 갈게요.]


[그래, 그래.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가게에서 사장과 잡담을 하고 있노라니, 곧 후배 녀석이 돌아왔습니다.


[손님 오셨습니다!]


[어서오세요!]




큰 목소리와 함께, 후배가 여자를 데리고 들어옵니다.


어...?


후배가 데려온 여자는 아까 나와 같이 있었던, 모포를 품에 안은 여자였습니다.




그 순간 나는 또 한 번 깜짝 놀랐습니다.


내 옆에 있던 사장이 갑자기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굵은 소금을 들고 나와 여자에게 마구 뿌려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후배와 나는 도대체 뭐가뭔지 영문을 몰라 옆에서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여자는 괴성을 지르며 가게 안을 뛰어다니다, 눈깜짝할 사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나와 후배는 경악해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곁에서는 눈이 시뻘개진 사장이 숨을 씩씩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또 왔구만... 야, 저 녀석은 위험한 놈이니까 앞으로는 조심해라.]


[사장님! 그 여자 어디로 간 거요?!]


[네? 설마 귀신인가요?]




몹시 흥분한 상태였기에, 그 이후의 대화는 잘 기억이 안 납니다.


다만 사장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모포를 가진 여자가 몇 번이고 가게를 찾아왔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오는 날이면 매상이 급격하게 치솟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묘하게도 그 말대로, 방금 전까지 텅 비어 있던 가게는 곧 손님들이 들이닥쳐 그 날은 엄청나게 바빴습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날 영업을 마친 뒤, 사장에게 뒷이야기를 전해들었던 것입니다.




그 여자를 손님으로 맞아 상담을 해주거나 영업을 하면, 그 호스트는 반드시 자살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호스트를 시작하기 전에도 몇 명이 자살을 했었다고 합니다.


귀신을 처음으로 봤기에 나와 후배는 잔뜩 겁에 질림과 동시에, 저주라도 받은 게 아닌가 싶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장과 함께 셋이서 불제를 받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사장은 신사 밖에서 머무르며 우리를 기다릴 뿐이었습니다.


[귀신이든 뭐든 여자는 잘 써먹기만 하면 돈이 되는거야. 불제는 받아서 뭐하냐. 다른 애들한테 이상한 소문 퍼트리지 마라.]




새삼 이 사람은 이 바닥에서 뼈가 굵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나와 후배는 호스트를 그만 뒀습니다.


지금 우리 둘 다 신상에 큰 문제는 없지만...




후배는 오른손 새끼 손가락을, 나는 왼발 새끼 발가락을 각기 다른 사고로 인해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후배는 호스트를 그만 두고 공사장에서 노가다를 뛰다 철근에 손이 끼여서 그런 것이고, 나는 오토바이를 타다 굴러서 도랑에 발이 끼여 생긴 사고였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몰랐지만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뭔가 섬뜩한 겁니다.




하필이면 왜...


우연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포 안에는 수많은 호스트들의 새끼 손가락, 새끼 발가락이 들어 있던 건 아니었을까요.




옛날 화류계에서는 자기 새끼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잘라 상대에게 주는 걸 사랑의 증표로 삼았었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자신에게 맹세할 남자를 찾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지금 가부키쵸에서 호스트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하얀 원피스를 입고 모포를 들고 있는 여자에게는 말을 걸지 않기를 바랍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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