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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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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치원에 다닐 적 이야기다.


우리 사촌형은 그 당시 워낙에 똑똑해서 도쿄대에 입학했던 터였다.



무척 상냥해서, 뭐든지 물어보면 다 가르쳐주는 정말 좋은 형이었다.




당시 코마바에는 돔 형태의 커다란 학생식당이 있어, 견학을 갔던 친척들과 다같이 카레를 먹게 되었다.


그런데 식사 도중, 갑자기 형은 배를 움켜쥐더니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바로 병원에 실려갔지.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이미 몇달 전부터 위장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던 모양이다.


검사와 진단이 끝나, 형이 위암에 걸렸다는 통보가 내려졌다.


아직 어렸던 나와 형에게만은 비밀로 했지만.




그랬기에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전부 형이 죽고 몇년이 지난 후에야 형의 친구에게 전해들은 것이다.


병원 침상에서 형은 컴퓨터를 만지고 있었단다.


당시 시대를 감안하면, 8비트 PC였겠지.




인텔 8080에 CP/M을 돌려가며, 파스칼이나 어셈블리어로 프로그래밍을 했을 것이다.


형은 스스로 암에 걸렸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래서 그 컴퓨터로 매일 하는 식사 메뉴, 처방 받는 약, 정맥 주사로 맞는 항암제 등을 죄다 수치화해서 입력하고 있었다고 한다.




형은 숙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도서관에서 조사한 변수를 이용해서, 제 나름대로 함수를 집어넣었어요.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을 때는 "alive", 죽을 때가 가까우면 "dead"라고 뜨는거죠.]


자랑스럽게 그렇게 말했단다.




가족들이 병문안을 올때면, 형은 언제나 그 프로그램을 켰다고 한다.


명령어를 입력하면 매번 "alive" 라고 검은 바탕에 흰 글자가 떴다.


그걸 보며 형도, 가족들도 희망을 가지고 밝은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하지만 입원하고 두달 가량 됐을까.


형은 갑자기 괴로워하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심장이 멈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장례식이 끝난 후, 대학 동기가 당시에는 고가였던 PC를 물려받았다고 한다.




형의 친구는 프로그램을 켜서 명령어를 입력했다.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dead"...


프로그램 제작 완료 후, 매일 결과는 "dead" 로 출력되고 있던 것이다.




가족들 앞에서 "alive" 가 떴던 것이 무슨 이상한 이유가 있어서였는지, 아니면 형이 가족들을 안심시키려 했던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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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3rd]통나무

괴담 번역 2016. 7. 13.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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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과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민속학은 기본적으로 오래된 이야기를 채록하러 돌아다니는 일이 많습니다.




요괴에 관한 이야기나 괴담 같은 것도 소중한 자료로 수집하게 되죠.


하지만 대개 시골 어르신들께 [혹시 무서운 이야기 아시나요?] 라고 물어보면 [모른다우.] 라는 대답만 돌아올 뿐입니다.


다만 그래놓고 이야기를 얻어듣노라면, 이야기 하는 분은 무섭다고 안 느끼지만 실상은 무서운 이야기가 꽤 나온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지는 잊어먹었지만, 선배가 어느 산에서 숯구이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부탁했었다고 합니다.


[산에서 나무를 베다가 그만 길을 잃어서말이야, 어느 오두막에서 묵은 적이 있었다우. 이런 곳에 오두막이 있었나 싶은 마음에 문을 두드리니까 웬 할머니가 한분 나오시더라고.]


선배는 산할매 요괴 이야기인가 싶어 잠자코 들었다고 합니다.




[자고 있는데 말이지, 그 할머니가 표고버섯 양식장에 있는 통나무 같은 거에 밥을 먹이고 있더라니까. 통나무 위에 입이 뚫려있어서 쩝쩝대며 밥을 먹는데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더라고.]


오싹해진 선배가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라고 묻자, 할아버지는 [아침에 그냥 돌아왔어.] 라고 말할 뿐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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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2nd]산의 주인

괴담 번역 2016. 7. 12.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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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옛날, 뱀이 이상하리만치 많아 뱀산이라 불리던 산이 있었다 한다.


산에 사람이 들어서면 독사에 물리는 사고도 빈번했고.




어느날 뱀산에 들어간 한 사냥꾼이 무서운 신음소리를 들었다.


소리를 따라 산 깊이 들어가보니, 수풀 속에 커다란 백사의 시체가 있었다.


머리를 뜯어먹혀 숨이 끊어진 듯 했다.




뱀의 몸에는 온통 큰 매의 발톱 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사냥꾼은 산에서 도망쳤다.


마을에 내려와 이야기를 꺼내자, 마을 노인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산의 주인이 바뀌었구나. 이제 뱀도 줄어들게야.]


그날 중으로 이전 주인이었던 큰 뱀에 대한 공양 의식과, 새로운 주인인 큰 매를 맞이하는 의식이 마을에서 거행되었다고 한다.


그 후 산에서는 뱀이 자취를 감췄지만, 그 대신 새가 잔뜩 늘어났다고 한다.




[그 산은 자주 주인이 바뀐다고 하더라. 백사 전에는 멧돼지, 그리고 그 전에는 승냥이가 있었다더라.]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하고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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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61st]지름길

실화 괴담 2016. 7. 1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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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S.H.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지난번 술자리에서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친구가 어릴적, 여름에 동생이랑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갔었답니다.


다들 그러듯 시골에서 신나게 놀고,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더군요.




그러다 해가 지고 저녁이 되어 식사를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데, 할머니께서 문득 말씀하시더랍니다.


[절대 밤에 읍내로 나가면 안된다!]


할머니의 얼굴은 무척 진지했다고 합니다.




할머니댁은 하도 시골이라, 가게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30분은 나가야 했습니다.


시골길이라 가로등 하나 없어 칠흑 같이 깜깜했고요.


친구는 할머니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만 말씀하셔 조금 이상하다 싶었지만, 어두우니까 위험해서 그런가보다 했답니다.




너무나도 진지한 할머니의 태도가 조금 무섭기도 했고요.


그리고 방에 들어가 잘 준비를 하는데, 새벽 한시쯤 될 무렵 갑자기 동생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칭얼대기 시작했습니다.


할머니의 신신당부가 떠오르긴 했지만, 기묘하게 친구도 갑자기 아이스크림이 몹시 땡겼다네요.




그래서 결국 친구는 동생과 각각 자전거를 타고 읍내로 나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고 합니다.


다시 집에 돌아오려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포켓몬 이야기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시골길을 달리고 있었답니다.




갑자기 동생이 이런 말을 하더랍니다.


[형, 저기로 가면 지름길이야.]


동생이 가리킨 쪽을 보니 어두컴컴해서 잘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왠지 그쪽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냥 왔던 길로 돌아가자.]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데, 뒤에 있는줄만 알았던 동생이 앞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고 있더랍니다.




[어...?]


친구는 등골이 오싹해지더랍니다.


그럼 지금 도대체 내 뒤에서 말을 건 사람은 누구지...?




순간 할머니가 엄포를 놓던 게 떠오르더랍니다.


[절대 밤에 읍내로 나가면 안된다!]


친구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죽어라 자전거 페달을 밟아 집까지 돌아왔다고 합니다.




도착해서 자전거에서 내리는데,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쳇...]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진 친구는 동생 손목을 잡아 끌고 방으로 들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네요.




다음날, 할머니께는 밤새 읍내 갔던 걸 비밀로 하고 아침을 먹은 뒤, 집에 돌아가려 버스를 탔습니다.


친구는 전날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지름길이라 말했던 길이 무슨 길이었는지 궁금했다고 합니다.


버스 창가에 앉아 주변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었죠.




그러다가 마침내 지름길이라던 그곳까지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아연실색했다고 합니다.


그곳은 천길 낭떠러지였으니까요.




만약 그때 뒤에서 들려오던 목소리를 믿고, 지름길이라던 곳으로 방향을 틀었더라면...


친구는 아직까지도 시골에 내려갈 때면 그 일을 잊을 수가 없노라며 소스라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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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난자 구조나 수색에 참가한 후, 영혼에게 시달리는 이들이 종종 있었다.


영혼이 아니라 환각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기껏 발견했는데 이미 죽어있던 남성이 있었다.


곁에 떨어져 있던 메모를 보면 어젯밤까지는 분명 살아있던 사람이다.


메모 마지막 줄에는 자신을 찾아내지 못한 구조대에게 원한을 품고 죽어간다고 적혀있었다.


그걸 쓸 무렵에는 이미 사고가 흐트러져 일종의 혼란 상태에 빠져있던 거겠지.


구조대원 중 한명은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발견 당시 이미 자살해 있던 남성이 있었다.


곁에는 여성의 시체가 있었다.


부검 결과, 여성은 이미 며칠전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이 사망하자 스스로를 자책하다 남성 또한 자살한 것으로 처리되었지만...


그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였고, 여성의 손톱에서는 남성의 피부 조각이 잔뜩 발견되었다.





눈사태에 휘말려 온몸이 짓이겨진 나머지, 내장이 죄다 드러난채 발견된 여성도 있었다.


[얼어붙어 있던 내장의 선명한 색깔은 영원히 못 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쉰 건 전업 구조대원이 아니라 수색을 도우러 끌려온 현지 청년이었다.




이런 일들이 줄지어 일어나다보니, 끝내 자살이나 인격 파탄에까지 이른 구조대원도 있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조난자의 영혼이 꿈과 현실에 나타나 원망을 늘어놓으며 째려본다는 증언을 남겼다.


이유 없는 원한일지라도, 이미 죽은 이의 감정을 어찌할 도리가 있겠는가.




조난자의 가족에게 욕을 먹는 일도 허다하다.


[아들을 못 찾으면 거기서 그냥 죽을 때까지 돌아오지 마세요.] 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무너질 것 같이 약해진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해, 상대에게 터무니 없이 거친 감정을 내비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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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잔예 - 살아서는 안되는 방

호러 영화 짧평 2016. 7. 8.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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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일본 괴담을 번역하다보니 운좋게도 공포 영화를 공짜로 볼 일이 종종 생깁니다. 

7월 7일 국내 개봉한 잔예 역시 좋은 분이 전해주신 덕에 날로 보고 왔네요. 



잔예는 국내에는 십이국기, 시귀 등으로 알려져 있는 여류 공포 소설가 오노 후유미가 쓴 동명의 원작을 토대로 만들어진 공포 영화입니다.  

2003년 이후 한동안 괴담 단편들로만 창작을 이어오던 오노 후유미가, 9년여만에 출간한 장편 소설로 많은 관심을 받았죠. 

1999년 시귀로 못 받았던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이 작품으로 2013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작품이 대중에게 어필하기 힘든 작품이었다는 점이죠. 

잔예는 현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넣은 모큐멘터리 형식의 르포르타주 소설입니다.  

작가의 전작인 고스트 헌터 시리즈나 시귀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호러 소설을 기대했을 팬들에게는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작품일 수 밖에요. 

그 뿐 아니라 자극적인 묘사는 나오지도 않고, 어디까지나 공포의 근원과 주변을 탐구하는 내용이다보니 화끈한 호러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불평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책이었습니다. 

특히 땅과 집에 얽힌 액운이라는 소재는 매일 같이 개발이 이어지고 오래된 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국내에서 공감하기 더욱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영화로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궁금했습니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거의 없다시피한 소설을, 어떤 식으로 영화화했을지 알고 싶었거든요. 



영화는 말 그대로 책을 완벽하게 영상화했습니다. 

도입부, 작가가 쿠보에게 제보를 받아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의 정체를 파헤치는 부분부터, 책의 마지막 마무리까지 온전하게 영화 안에 모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영화 전체의 서사가 무척 단절적으로 나타나게 되어버렸네요.



 

집에서 소리가 들려오는 현상을 시작으로, 그 원인을 추론하고, 과거 그 집과 땅에 있었던 일들을 역으로 추적해나가는 스토리 자체는 흥미로울 여지가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하나 단서를 찾고 이야기 사이의 연관성을 엮어 나가는 이야기가 책과 똑같은 순서대로 나타나다보니, 정작 한 이야기와 다음 이야기의 연결이 느슨하고 애매해져버렸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한 지역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얽히고 섥히는데 정작 이야기가 하나씩 뚝뚝 끊어지다보니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이야기를 한데 엮어내는 게 어려울 수 밖에요. 

더불어 자극적이고 인위적인 공포가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보니, 단순한 호러를 원한 사람이라면 금새 질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책이 가지고 있던 단점을 영화가 그대로 물려받은 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전적으로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괴담이라는 소재는 기본적으로 글로 적히고, 독자의 상상력을 통해 구현됩니다. 

하지만 사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도 한참 부족하죠.



 

영화화된 잔예는 그런 부분들을 아주 만족스럽게 채워줍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들려오는 바닥이 쓸리는 소리, 마루 밑에서 들려오는 괴이한 신음소리, 내 귓가에만 울려퍼지는 아기 울음소리...  

이런 소리들이 대단히 사실적으로 구현되면서 긴장감을 고조시켜주고, 책에서 상상만 하던 부분을 아주 만족스럽게 메워줍니다.  

책을 그대로 영상화한 덕에, 책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나오는지, 그리고 어떤 이미지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원작을 읽은 관객에게는 플러스가 될 수 있겠고요. 



일본 괴담은 대개 음습하고 끝맺음이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어떤 의미에서 잔예는 그런 스테레오 타입에 정확히 일치하는 작품입니다.  

공포의 근원을 찾아나가며 마주치게 되는 사건들은 대개 음산하고 고독하며, 알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습니다. 

근원에 가까워지면서 재앙이 점차 퍼져나가고, 그걸 두려워한 나머지 끝을 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마저 전형적인 일본 괴담과 닮아있네요. 

그나마 엔딩 직전, 공포 영화를 기대하고 들어왔다 머리 끝까지 화만 났을 관객들을 위해 억지로 집어넣은 호러 씬이 몇 있기는 하지만요. 

여러번 언급했듯,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무서운 장면이 딱딱 나오는 영화를 원하신다면 이 영화는 꼭 피하셔야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다들 훌륭했습니다. 

한때 일드의 여왕이었던 다케우치 유코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떠오르는 신예 하시모토 아이와 사카구치 켄타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신 스틸러 역할을 맡은 사사키 쿠라노스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기본적인 영화 평점은 10점 만점에 3점입니다. 

만약 단절된 서사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좋아한다면 +2점. 

일본 괴담을 정말 좋아한다면 +2점. 

원작 잔예를 읽어봤다면 +3점.



 

정작 예고편은 평범한 하우스 호러처럼 뽑아놨습니다. 

저도 예고편만 보고 원작을 완전히 무시한 망작일거라 예상했는데, 왠걸. 

오히려 지독하리만치 원작에 집착한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자 오노 후유미가 직접 감독 나카무라 요시히로를 찾아가 제작을 의뢰했다던데, 영화를 보고 나니 납득이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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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이야기다.


어릴 적 시골에 놀러갔었단다.


간만에 시골 친구들을 만나 놀 생각에 들떠있었다.




친구들 중 한놈이 [귀신 나오는 집에 가자!] 라고 말을 꺼내, 다들 뜻을 모았다.


그 폐가는 산을 약간 오르면 덩그러니 한채 놓여 있는 곳이었다.


인적이 끊긴지 한참이 됐는데도 종종 집안일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장난꾸러기들이라 진심으로 귀신이 나올까봐 두려워하는 놈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폐가에 비집고 들어가 마음껏 이리저리 뛰놀며 살폈다고 한다.


2층 안쪽을 찾고 있는데, 한놈이 갑자기 우뚝 멈춰섰다.




무언가가 슥슥 스치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다들 멈춰서 귀를 기울이니, 확실히 희미하게 소리가 들려온다.


소리가 어디서 들리는지 알아차리자, 다들 겁에 질려 울상이 되었다.




이미 올라온 계단 바로 아래, 딱 그 무렵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가위바위보를 해 진 녀석에게 아래를 내려다보게 했단다.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단지 낡아빠진 걸레 한장이 보였다.


벌레가 움직이듯 혼자 마루 위를 닦으며 돌고 있었다.


[아...]




그제야 알아차렸다고 한다.


장난꾸러기들이 들이닥치며 여기저기 흙발로 밟아댄 자취를 열심히 닦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걸 보고 있자니 무섭다는 생각은 사라지고, 미안한 마음이 들더란다.




다들 신발을 벗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미안합니다...]


다들 그렇게 사과하고 폐가에서 나왔다.




걸레는 아무 반응 없이 단지 열심히 자기 일만 했다고 한다.


후배가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그 폐가는 철거됐다.


아직도 후배는 시골에 내려갈 때면 "그 걸레는 어떻게 됐을까?" 하고 떠올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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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19th]썩는 산

괴담 번역 2016. 7. 6.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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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이야기다.


그는 고등학생 무렵,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 자전거를 도둑맞고 말았다.




아직 사고 얼마 되지도 않았을 무렵이라, 무척 억울하고 분했다고 한다.


새 자전거를 살 때까지 일단 어머니 자전거를 빌려타고 다녔다.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그의 자전거가 방치되어 있던걸 찾았다는 것이었다.


[새 자전거 안 사도 되겠네!]




그는 신이 나서 지하철 한 정거장 떨어진 곳에 있는 파출소에 찾아가기로 했다.


다음날, 파출소에 가자 초로의 경찰관이 자전거를 가져다주었다.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기억하고 있던 모습과는 달리, 자전거는 완전히 손상되어 있었으니까.


온갖 곳이 시뻘겋게 녹이 슬고, 바퀴살도 몇개 떨어져 나간 채였다.


브레이크는 몇년동안 기름 한 번 안친 것 마냥 잡히지도 않는다.




타이어는 앞뒤 모두 금이 쫙쫙 가서 고무가 너덜너덜하다.


[이거 제 자전거 아닌데요!]


불평을 늘어놓으려 했지만, 분명 눈에 익었다.




아연실색해서 자세히 뜯어보니, 녹슨 등록증에 분명 자기 이름이 적혀있더란다.


[어떻게 며칠만에 이런 꼴이...]


기가 막혀하고 있자니, 경찰관이 안됐다는 얼굴로 이야기를 해주더란다.




[하필 발견된 곳이 썩는 산이었으니까 말이요. 운이 나빴구만.]


인수서에 사인을 하자, 경찰관은 차를 권하며 이야기를 해줬다.


[이게 발견된 곳은 이 근방에서 유명한 썩는 산이라는 곳이요. 이상하게 그 산에 물건을 버려두면 엄청난 속도로 썩어버리거든. 물건이 금새 썩는다고 썩는 산이 된거지. 한해 한번씩은 산을 청소하는데, 그때마다 나오는 쓰레기들은 완전히 제 모습을 잃어서 원래 어떤 것이었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오.]




[그거 참 곤란한 곳이네요.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산이군요.]


[과거에는 미술품 위조꾼들이 자주 써먹었다고 하더라고. 찻잔 같은 걸 거기 묻어두면 금새 골동품처럼 보이게 되니 말이야. 뭐, 그것도 범죄에 써먹은 거니 아무 쓸모 없다는 말도 맞소, 맞아.]


경찰관은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결국 가져온 자전거는 열심히 닦고 수리해서 계속 타고 다녔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전거를 안 타게 될 무렵에, 앞바퀴 축이 접혀버렸어요. 그제야 버리기로 했습니다. 뭐랄까, 내가 타고 다닐 동안 필사적으로 버텨준 느낌이라 애착이 많이 갔어요. 버릴 때는 쓸쓸하고 미안하고 그러더라구요.]


지금도 그의 책상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자전거 벨이 올려져 있다.




그 자전거에 붙어있던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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