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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번역괴담][2ch괴담][731st]확원

괴담 번역 2016. 7. 2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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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이야기다.


내가 대학교 1학년이던 해 7월.


집에 돌아오니 대만에서 엽서가 와 있었다.




지지난주 주말부터 바이크 동료이자 나비를 정말 좋아하는 친구 사사이가 약혼자와 함께 대만에 갔던 터였다.


산에 나비를 채집하러 간 것이었기에, 무슨 좋은 소식이라도 적어놨나 싶어 쓱 훑어보다가 나는 아연실색했다.


거기에는 "저희 결혼합니다. 양 미키(옛 성 이와모토)" 라고 적혀 있었으니까.




사사이의 약혼자가 대만풍 신부의상을 입고, 본 적도 없는 남자와 생긋 미소짓는 사진이 함께 붙어 있었다.


사사이와 미키는 5년 넘게 사귄데다, 다음달 약혼하고 내년 초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결혼이라니, 그럼 사사이는 어떻게 된거지?




당황해서 나는 사사이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사사이 본인이 받았다.


전화로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큰일이니,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사사이네 집 앞 현관 앞에서 나카무라와 만났다.


방에 들어가니 오쿠노가 먼저 와 있었다.


마에다도 곧 온단다.




다들 바이크를 같이 타던 동료들이다.


마침 마에다가 가져온 술과 안주 덕에, 왠지 모르게 술자리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나른한 듯 아무 말 없던 사사이였지만, 술기운이 돌자 슬슬 입이 풀리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오늘은 가지 말자고 하더라. 날씨가 안 좋다고. 하지만 여행 일정은 정해져 있으니까 마음이 급해졌어. 날씨만 괜찮으면 어떻게든 채집하러 가고 싶더라고. 무리해서 산에 들어갔지.]


사사이는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나비가 다니는 길을 쫓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안개가 나왔어. 나와 가이드는 함께 있었지만 미키가 혼자 뒤떨어지고 말았지. 정말 엄청 심한 안개라 바로 앞도 보이질 않아 찾으러 다닐 수도 없더라. 둘이서 열심히 미키를 불렀지만 대답도 없었고.]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사사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 와중에 점점 화가 나더라고. 왜 옆에 없는거야 바보 같으니 하고... 이렇게 부르는데 대답도 안하다니 제정신인가 싶고 말이지. 안개가 개이고 나니 미키는 한 5m 떨어진 곳에 있더라. 하지만 나는 화가 날대로 나서 얼굴도 보기 싫었어. 화를 잔뜩 내고 맘대로 하라고 외쳐버렸지. 그랬더니 그 녀석, 호텔에서 뛰쳐나갔어. 그리고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도 몰라.]


달이 바뀌고, 미키가 돌아왔다.




임신을 했기에, 아이는 일본에서 낳으려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임신은 그리 쉽게 하는 것인가.


기묘하게도 미키는 내게 계속 연락을 했다.




나는 사사이의 친구인데다, 미키와는 별다른 관계가 없었다.


그리 친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녀는 계속 내 주변에서 맴돌았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부모한테도 인정 받지 못한채, 열이 펄펄 올라 눈물 지으며 바라보니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당시 그녀가 내게 의지하는 모습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 탓에 당시 사귀던 토모미와는 싸우고 헤어졌고, 미키네 부모님은 내가 애 아버지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으니 나한테는 설상가상이었지.




미키에게 변화가 나타난 것은 해가 바뀌어 3월 말이 될 무렵이다.


눈에 띄게 불룩해진 배에 손을 올리고, 종종 사사이에 관해 이야기하게 된 것이다.


기묘하게도 사사이도 나에게 미키가 어떻게 지내냐고 물어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그때까지는 이름이라도 꺼냈다간 경을 칠 정도로 화를 냈었는데도.


사사이와 미키가 서로 화해를 하고, 통화한 후 다시 만나 이야기를 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나는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기묘하게도 그 1년간, 아이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편지는 왔지만 정작 찾아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5월, 점차 미키의 안색이 어두워져 갔다.


대만에 있는 남편과 여기 있는 옛 남자친구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걸까.




하지만 그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키는 점차 [아기 낳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왜 사사이군하고 그런 사소한 일로 다퉜던 걸까. 왜 그 사람하고 결혼하기로 했던걸까. 전혀 모르겠어. 그리고 나, 이 아기가 무서워.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무서워.]




[분명 첫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긴장한 걸거야.]


그렇게 달래줬지만, 여자가 아니니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냐, 이 아이는 평범하지 않아. 난 알고 있다고.]




기분 탓일거라고 달래줬지만, 미키는 무척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아이는 예정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났고, "타이이치" 라는 이름을 얻었다.


양씨가 편지로 이름을 지어줬던 것 같다고, 사사이가 말해주었다.




미키는 아무래도 양씨와 이혼하고 사사이와 재결합하고 싶어하는 모양새였다.


그 이상은 내가 끼어들 일도 아니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나도 새 여자친구가 생겨, 나름대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달 정도 지난 어느날, 갑작스레 사사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미키가 집에서 날뛰고 있어 손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서둘러 달려가보니 미키가 아우성치며 집안 물건들을 내동댕이치고 있었다.




미키네 부모님은 어찌 할줄 모르고 구석에 쪼그려 앉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 뿐이었다.


사사이는 타이이치를 감싸안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




미키를 멈추려 하는 나에게, 사사이는 타이이치를 건네주었다.


곧이어 사사이가 미키를 끌어안자, 그제야 미친 듯 날뛰던 미키가 멈췄다.


이 소란 중에도 타이이치는 한번 울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야?]


내가 사사이에게 묻자, 미키는 고함쳤다.


[시끄러! 전부 그놈 때문이야. 그 저주받을 애새끼 때문이라고! 저런 것 따위 낳지 말아야 했어! 저건 괴물이라고!]




[야! 너 해도 될 말이랑 안 해야 할 말 구분도 못해!]


나는 철이 들고 처음으로 여자 뺨을 때렸다.


하지만 미키는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너따위가 뭘 알아! 괴물을 괴물이라고 말하는 게 잘못이야? 이제 됐어. 그딴 놈 필요하면 너한테 줘버릴테니까. 당장 그놈이랑 내 눈 앞에서 꺼져!]


[알았다. 타이이치는 내가 맡지. 너희랑은 이제 만날 일 없을거다.]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아기한테 무슨 악담을...


구석에서 어쩔 줄 모르고 굳어 있는 미키의 부모님에게 눈인사를 건네고, 나는 생후 2개월 된 타이이치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내가 아이를 혼자 돌볼 수 있을리 없다.




미키의 노이로제도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잦아들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어머니에게 사정을 말하고 타이이치를 맡겼다.


어머니는 기분 좋게 아이를 맡아 주셨지만, 신경 쓰이는 말을 한마디 하셨다.




[이 아이 부모는 평범한 사람들이니?]


[왜요?]


어머니는 영감이 강하다.




[이 아이, 아직 이렇게 어린데도 이마에 눈이 열려있지 뭐니?]


실제로 눈알이 있는 건 아니다.


어머니가 말하는 "이마에 있는 눈" 이란 영능력적인 눈이다.




그게 이미 완전히 열려 있을 뿐 아니라, 그 힘이 강력해 격이 다를 정도라는 것이었다.


나한테는 전혀 모를 일이지만.


[주변에 이 아이랑 비슷한 정도는 되는 어른이 있어주지 않으면 불쌍한 꼴이 될 거 같구나. 우리 아이라면 한동안 닫아두겠지만 남의 집 아이한테 멋대로 그럴 수도 없고... 어쩐지 벌써 꽤 심한 일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




어머니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타이이치는 손을 뻗어 어머니에게 매달렸다.


[괜찮아. 이 할머니는 타이짱한테 나쁜 짓 안 하니까.]


타이이치는 얌전한 아이라, 당시 고3 수험생이던 동생놈 공부에도 방해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동생놈이 타이이치를 돌보겠답시고 달라붙어 어머니가 주의를 줄 정도였지.


하지만 2주가 지나도록 미키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그 사이 타이이치는 잘 웃게 되었다.




한달 가량 지나, 왠지 모르게 우리 집에서 계속 타이이치를 맡아도 될 것 같다 싶을 무렵이었다.


미키와 사사이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한밤 중 드라이브를 하다 커브를 잘못 꺾어 차가 그대로 낭떠러지로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차는 그대로 불길에 휩싸였고, 두 사람도 그대로 죽었다고 한다.


사사이가와 이와모토가 두 집안의 상담 끝에, 두 사람의 장례식은 합동으로 치뤄지게 되었다.


내가 장례식장에 찾아가자, 미키네 부모님이 달려왔다.




내일 양씨가 찾아와 타이이치를 데려가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었다.


미키는 이혼하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 듯 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기구한 꼴에 놓인 타이이치가 불쌍했다.




하지만 부모도 아닌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장례식날, 나는 타이이치를 안고 시간 빠듯하게 출석했다.


같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던 이즈미 누나가 내 곁에 앉았다.




타이이치는 어린데도 무언가를 느꼈는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용히 있었다.


이와모토가 사람들 쪽에, 이상한 분위기의 남녀가 있었다.


남매인 듯 했지만 뭐라고 말해야할까...




고개에서 쉬고 있을 때 한바탕 불어오는 바람처럼 투명한 느낌이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혹시 저게 미키 남편이야?]


이즈미 누나가 내게 속삭였다.




[아마. 나도 작년에 사진으로 봤을 뿐이니까요.]


장례식은 순조롭게 끝났고, 관은 영구차로 들어갔다.


가까운 친족들은 화장터까지 동행하는 모양이다.




우리를 향해, 아까 그 두 사람이 조용히 걸어왔다.


[이번에는 아내와 아이 일로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양씨의 일본어는 정확하고 막힘이 없었다.




[아들을 데리고 돌아가려 합니다. 정말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이 은혜는 언젠가 꼭 갚겠습니다.]


옆에 서 있던 여성도 [감사합니다.] 라고 말한 뒤, 타이이치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타이이치는 한번 내 셔츠를 꽉 잡더니, 여자에게 안겼다.




떠나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이즈미 누나가 문득 말했다.


[너, 확원이라는 거 알아?]


[그게 뭔데요.]




[중국 산속에서 나오는 요괴야. 종종 인간 여자를 취해서 애를 배게 한 다음, 마을로 돌려보내지. 보통 18살이 되면 아이는 스스로 산에 들어간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만약 아이를 임신한 여자가 아이를 키우려하지 않으면... 확원에게 살해당하는거야. 확원이 인간 세상에 나올 때면 양씨 성을 쓴다고 하더라.]


나는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옛날에는 촉나라 쪽에 있었다고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세상이 어지러우면 다른 곳으로 옮겨가 사는 놈들도 꽤 있지 않을까?]




그건 이즈미 누나의 블랙 조크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진실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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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30th]산의 음악

괴담 번역 2016. 7. 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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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F씨의 이야기다.


F씨는 개인적으로 미장이 일을 하고 있다.


어느날, 언덕 위에 있는 휴게소에 마을에 관련된 벽화가 그려진 벽을 짓는 일을 맡게 되었다.




휴게소라고는 해도 지붕이 딸린 벤치와 화장실 뿐이다.


주변에 민가도 없고, 차도 안 지나다닌다.


그런 한적한 곳에서도 작업은 계속 진행되었다.




일은 순조로이 진행되어, 마지막날 오전에 의뢰자가 확인하러 오기로 했다.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가도 되겠지만, 일도 다 끝났겠다 산에 들어가 도시락을 먹기로 했단다.


며칠 동안 머물렀지만 묵묵히 일만 하고 주변 풍경도 본 적이 없었으니.




얼룩조릿대가 무성한 오솔길을 올라가자, 곧 좁은 공터가 나왔다.


작은 사당이 있기에, 슬쩍 참배하고 도시락을 먹기 시작했다.


딸랑딸랑딸랑딸랑...




수많은 방울이 울리는 소리가 났다.


주변을 둘러봐도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무척 상쾌한 음색을 들으며 식사를 하고 있노라니, 점차 북과 피리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지나자 음악은 멎었다.


그 순간 우레 같은 박수소리가 주변에서 울려 퍼졌다.


무심코 F씨도 같이 박수를 쳤다고 한다.




다음날, 술을 사 들고 다시 사당을 찾았더니, 공터에는 사당이 없었다.


과거, 사당이 있었던 것을 알리는 비석만이 이끼 낀 채 남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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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굳이 설명이 필요없을 위대한 이야기꾼이자, 이름 그대로 영미 대중소설계의 왕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작가입니다.

수많은 명작을 써냈고, 그 중 상당수가 영상화 되어 또다른 전설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도 수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최고 작가 중 한 명이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메인주에서만 살고 있는 메인주 토박이이기도 하구요.



스티븐 킹의 소설은 대부분 2003년 이후 황금가지가 그의 작품들을 정식으로 소개한 이후부터 국내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국내에 소개됐던 스티븐 킹 작품은 당연히 있었죠.

그리고 그 작품 중 상당수는 지금 와서는 구할래야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적판으로 출간된 작품도 꽤 있고, 출판사가 망했거나 책이 절판된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더는 구할 수 없지만 꼭 다시 출판되었으면 하는 스티븐 킹 작품 5개를 골라보기로 했습니다.

황금가지님 제발 이 책들 좀 다시 내주세요!






1. 쿠조(Cujo)

쿠조는 1981년에 발간된 스티븐 킹의 초기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토끼를 쫓아가던 순한 세인트버나드 멍멍이 쿠조가, 동굴에서 박쥐에게 물린 후 악마 들린 개가 된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이렇게만 써 놓으면 황당하기 그지 없는 설정 같지만, 스티븐 킹은 이 작품에서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던 개 쿠조가 타락해가는 과정을 소름끼치는 묘사로 나타냅니다.

"내 안에 무언가 악한 것이 느껴져!" 라는 감정을 독자가 공유하게 할 뿐 아니라, 서서히 변해가는 쿠조의 모습을 보며 겁에 질리게 만들죠.

이후 스티븐 킹 작품에서 허구한날 배경이 되는 저주받은 동네, 메인주 캐슬록이 작품의 무대가 됩니다.



사실 이 작품은 설정이 너무 황당하다거나, 구성이 단순하다는 이유로 독자에 따라 평가가 갈리는 편인 작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속도감과 위압감이 너무나도 강렬할 뿐 아니라, 가장 믿을 수 있는 존재였던 우리집 강아지가 미쳐 날뛰는 모습을 보며 느끼게 되는 공포는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입니다.




쿠조의 경우 지난 1992년, 두 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습니다.

밝은세상에서 '쿠조'라는 제목으로, 홍원출판사에서 '공중그네'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바 있죠.

개중 홍원출판사 쪽은 확실한 해적판으로, 심지어 스티븐 킹을 프랑스 출신 작가로 소개하는 무리수까지 저질렀습니다.




1983년에는 루이스 티그 감독, 디 월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보다는 주연 견공의 연기가 더 출중하다고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






2. 토미노커(The Tommyknockers)

1987년작인 토미노커는, 스티븐 킹의 장편 소설 중 드물게 SF 장르에 가까운 작품입니다.

우연히 땅에서 발견한 우주선 조각을 파내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그 우주선의 힘 때문에 개판이 되어가는 마을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스티븐 킹의 말에 따르면 러브크래프트의 '우주에서 온 색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네요.

이 작가양반은 자기가 사는 동네에 원한이라도 있는지, 이 작품 역시 메인주 헤이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기반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스티븐 킹이 코카인 중독 때문에 힘들어하던 시기 쓴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 본인은 "끔찍한 소설" 이라고 평가하기도 했고, 자신이 뭘 썼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고 언급하기도 했죠.

더불어 무력한 주인공들과 질질 끄는 서술 등의 이유로 팬들 사이에서도 상당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우주선의 힘 때문에 일어나는 온갖 이상한 일들과, 마굴로 변해가는 헤이븐의 모습은 충분히 소름끼칩니다.

보기 힘든 스티븐 킹의 SF 소설이라는 가치도 있구요.




토미노커는 1994년, 교원문고를 통해 총 3권짜리 책으로 국내에 출간되었었습니다.

지금 와서는 절판되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요.





더불어 1993년, TV 미니시리즈로 영상화가 됐었는데...

이 쪽은 영 좋지 못한 평가만 있네요.



추억의 영화들을 비평하는 것으로 유명한 비평가 Nostalgia Critic이 해당 영화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는 비디오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3. 캐슬록의 비밀(Needful Things)

원제는 니드풀 씽즈, 필요한 것들 정도인데, 국내 출간명은 캐슬록의 비밀이 됐습니다.

1991년 작품으로, '쿠조'의 배경이었던 메인주 캐슬록이 또 나옵니다.

'The last Castle Rock story'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 스티븐 킹의 장편작품 중에서는 마지막으로 캐슬록이 등장한 소설이기도 하구요.



어느날 갑자기 캐슬록에 새로 생긴 가게, 니드풀 씽즈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입니다.

별 관심 없이 쓱 둘러보던 마을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필요하고 원하는 물건을 니드풀 씽즈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가게.

하지만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합니다.

마지막 캐슬록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나왔듯, 욕망에 가득찬 주민들이 빚어낸 참상이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소설입니다.




국내에는 이미 언급했듯 캐슬록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1992년 대성출판사에서 총 3권이 출간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분량이 삭제된 편집본일 뿐 아니라, 해적판으로 출간됐던터라 지금 와서는 도서관을 뒤져야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1993년 프레이저 클락 헤스톤 감독, 막스 본 시도우, 에드 해리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고 하니 영화로 접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네요.






4. 미스터리 환상특급(Four past Midnight)

1990년 출간된 미스터리 환상특급은, 4가지 중편 소설이 2권의 책으로 나뉘어 발간된 작품입니다.

스티븐 킹은 1982년 이미 '사계'라는 제목으로 같은 시도를 했었던 바 있었죠.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계'에는 공포 장르 이외의 작품을 담으려 했고, 환상특급 쪽에는 공포와 초자연적인 장르에 중점을 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말에 걸맞게, 환상특급 수록작들은 충분히 공포스럽습니다!



첫번째 작품, '소설을 훔친 남자(Secret Window, Secret Garden)'는 한 작가의 파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워 이혼해 안 그래도 우울한데, 거기 누가 자기 작품을 표절했다고 찾아온다면?

점차 무너져가는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특히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두번째 작품 '멈춰버린 시간(The Langoliers)'은 비행기 안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다른 승객들은 다 사라지고 고작 11명 남은 말도 안되는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비행기는 메인주 벵고어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어째서 11명만이 남게 된 것인지, 그들이 맞이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이어지는 의문들이 풀려나가면서 더욱 흥미진진해지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시간이라는 소재를 아주 잘 활용했을 뿐더러, 스티븐 킹의 스타일이 잘 드러난 재미있는 소설이죠.



세번째 작품인 '사라진 도서관(The Library Policeman)'은 도서관에서 연체하는 사람들이 대경실색할 이야기입니다.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 도서관 경찰이 찾아와 경을 친다니!

게다가 알고보니 그 도서관이 실재하지 않는 곳이라면...?

탁월한 심리묘사와 독특한 설정이 어우러진 오싹한 작품입니다.



네번째 작품 '환상카메라 660(The Sun Dog)'은, 지금은 한물 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사진 속에 있는 개가 점점 다가오는 기묘한 카메라...

사진 속의 개가 점점 다가올 뿐인데, 그 공포감은 어마어마하죠.

위에 언급한 쿠조와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스티븐 킹 작품에 나오는 개는 대개 귀신보다 더 무서운 듯 합니다.




국내에는 고려원이 1993년 1, 2권을 정식으로 발매했습니다.

하지만 고려원 회사 자체가 망한 지금 와서는 구할래야 구할 방도가 없군요.





이 네 작품 중, 1권에 수록된 '소설을 훔친 남자'와 '멈춰버린 시간'은 각각 영화화 되었습니다.

'소설을 훔친 남자'는 조니 뎁이 주연을 맡아 시크릿 윈도우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만들어졌고, 국내에서도 개봉했습니다.



'멈춰버린 시간' 역시 1995년 영화로 만들어진 바 있습니다.

이 작품 역시 Nostalgia Critic이 리뷰하기도 했죠.






5. 드림캐처(Dreamcatcher)

이 리스트에 포함된 작품 중 유일하게 21세기에 나온 작품입니다.

2001년작인 드림캐처의 제목은 악몽을 잡아준다는 인디언 풍습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자폐아를 구해준 후 신비한 능력을 받게 된 네 친구와, 그들이 떠난 여행에서 만나게 된 괴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있죠.

감염이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4권이라는 분량이 꽤 긴 편이지만, 접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드림캐처는 2001년 창해출판사를 통해 국내에 출간되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절판되었습니다.

지금은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이 작품 역시 2003년 영화화되었는데, 4권짜리 소설을 다 담아내지 못해 결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모건 프리먼이라는 명배우가 출연하지만, 영화 자체가 그리 좋은 평은 받지 못했고 흥행에도 실패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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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9th]팔을 빌려주다

괴담 번역 2016. 7. 1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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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이야기다.


그의 부인이 자던 도중, 깊은밤 누구 목소리를 듣고 깨어났다고 한다.


[이봐.] 라는 목소리에 눈을 떴지만, 머리맡에는 아무도 없다.




잠이 덜 깬 와중에도 무심코 이불 위에 정좌하고, 안 보이는 손님을 맞았다고 한다.


[갑자기 일이 생겼는데, 지금 손이 너무 부족해. 근처에 사는 것도 인연인데 혹시 부인의 손을 좀 빌려 주시겠는가?]


평소 주변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걸 중요시했던 부인이기에, [그럼요.] 하고 즉답했다고 한다.




근처라니 어디 이야기지?


일이라니 무슨 일?


내가 뭘 해야 하는거지?




당연히 떠올라야 할 그런 질문들이, 어째서인지 전혀 궁금하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러자 곧 [고맙네.] 라고 대답이 돌아왔다.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지만, 그 사이 소리는 사라진 후였다.




이상한 꿈을 꿨다 싶어, 부인은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눈을 떠보니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다.


오른팔의 감각이 사라진 것이었다.




어깨부터 아래쪽이 움직일 수는 있는데 신경이 죽은 것마냥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고 한다.


무언가에 부딪혀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다니.


부인은 당황해 병원을 찾았지만, 정밀 검사 결과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당혹한 나머지 부부끼리 큰 병원을 찾아가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처음 이상한 꿈을 꾸고 팔에 감각이 없어진지 일주일 지난 밤.


이번에도 깊은밤 깨어나 [고맙네. 덕분에 살았어. 폐를 끼쳤구만.] 하고 한마디 들었단다.




그리고 다음날, 오른팔은 아무 문제 없이 감각이 돌아와 평소처럼 지내고 있단다.


근처 할머니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산신님이 한 일일거라고 말하셨다고 한다.


그 주변 산신은 팔다리가 하나씩 밖에 없어서, 일손이 부족할 때면 마을에 내려와 팔과 다리를 빌려간다는 것이다.




[도대체 신님은 산속에서 무슨 일을 하시는 걸까요?]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더불어 이건 여담인데...




나중에 지인과 둘만 남았을 때, 지인에게 슬쩍 찔러봤었다.


[신한테 팔을 빌려줬다니, 대단하잖아. 뭐라도 받은 거 아냐?]


그러자 그는 우물쭈물거리더니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다.




[...그게, 그... 뭐라고 해야하지... 팔에 감각이 돌아온 후로는 엄청나다고... 그날 이후로말야. 아내는 모르는 것 같지만...]


아무래도 산신님은 남편만 느낄 수 있는 엄청난 테크닉을 선물로 준 모양이다.


자세히 전할 수는 없지만 부부 금슬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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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8th]저수지 너머

괴담 번역 2016. 7. 1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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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떡붕어 낚시에 한참 빠져있을 무렵이었단다.


한밤 중에 갑자기 밤낚시가 땡겨서, 산속에 있는 어느 저수지을 찾아갔다고 한다.




떡밥 뿌릴 준비를 하는데, 건너편 물가에 누가 서 있었다.


달빛 아래, 머리 긴 여자가 이쪽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고 한다.




그러자 여자는 물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기 시작했다.


다리가 물에 들어가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첨벙첨벙 물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여자의 모습은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큰일났다 싶어 친구는 허둥지둥 낚싯대를 거두기 시작했다.


정리가 끝난 후, 한번 더 저수지 수면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몇미터 앞 수면에서 검은 게 떠올랐다.




흠뻑 젖은 여자 머리였다.


여자가 저수지 밑을 걸어서 다가왔다는 걸 이해하자마자, 친구는 미친듯 차에 올라탔다.


차에 탄 순간, 백미러에 걸어오는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친구는 허둥지둥 시동을 걸고 산에서 바로 내려왔다고 한다.


차마 집으로 돌아갈 마음이 나질 않아, 새벽녘까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제 다시는 밤낚시 못 가겠어...]




그러면서 진저리를 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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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7th]산속 공사장

괴담 번역 2016. 7. 1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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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도로 공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무렵이란다.


공사 현장은 작업차량 이외에는 차 한대 지나다니지 않는 깊은 산속이었다.




어느날 오후, 자동차 한대가 현장에 나타났다.


[공사장입니다. 나가세요.] 라고 주의를 줬지만 운전자는 들은 체 만 체였다.


차는 공사장 한가운데에 멈춰섰다.




운전석에서 한 남자가 내린다.


그리고는 트렁크를 열고 큼지막한 마대 자루를 꺼냈다.


자루 밖으로는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팔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난데없이 보게된 기묘한 광경에, 다들 뭘 어떻게 할지조차 모른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남자는 바닥에 난 구멍에 자루를 던져 넣고는, 흙으로 묻어버렸다.


자루가 보이질 않게 되자 남자는 안심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대로 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제야 누군가 [경찰 불러!] 하고 소리를 쳤다.


대낮에 나타난 대담한 시체 유기범은 목격자가 많았던 덕에 곧 잡혔다.




경찰 조사를 받은 범인은 이렇게 말했단다.


[죽인 여자를 묻으려고 산에 들어갔는데, 마침 공사장에 아무도 없고 적당한 구멍도 있길래 딱이다 싶어 묻으려 했습니다.]


어째서인지 범인에게는 죽은 여자말고 다른 사람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단다.




당시 공사 현장에 열명 넘는 인부들이 있었다는 걸 말해줘도 믿지를 않았다니.


하지만 그 사람들 전부가 시체 유기 범행을 목격했다는 걸 알려줬더니, 그제야 아연실색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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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의 고향에서는 요 얼마 전까지도 산등성이 작은 들판에서 화장을 치뤘다고 한다.


깊은 산속에 있는 마을이라 죽은 사람이 나오면 마을 안에 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먼저 화장을 해서 시체의 부피를 줄이는 것이다.


화장을 하는 밤이면 마을 사람들은 문을 단단히 닫고 금기를 피하려 애썼다.


그 산에는 사악한 무언가가 있어, 때때로 그런 것들이 시체에 들어가 날뛰었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거기 홀리는 것은 사람 시체 뿐이었다고 한다.


시체가 마을로 비집고 들어와 괴성을 지르는 광경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끔찍한 것이었다.


소중한 가족의 시체가 귀신 들려 뛰어다니는 걸 봐야하는 가족의 마음은 오죽했겠는가.




그렇기에 시체는 꼭 재로 만들어 귀신이 씌이지 않게 만든 뒤 매장했던 것이다.


허나 종종 다 타지 않은 시체가 마을로 뛰어오곤 했다고 한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 화장을 할 때면 다섯명이 주위를 둘러싸고 지켰다고 한다.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는 망자를 다시 불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오싹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허나 커다란 시에 합병된 후부터는 도로도 뚫리고, 공용 화장터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시체가 되살아날 걱정은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 쇼와 초기 시대 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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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25th]추운밤 낯선이

괴담 번역 2016. 7. 1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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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의 할아버지는 숯구이였다고 한다.


어느 추운밤, 가마 앞에서 불을 지키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춥구만. 그리로 가도 되나?]


마을 사람일거라 생각한 할아버지는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익숙치 않은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 어른 정도 크기였다.


하지만 온몸은 빽빽하게 검은 털로 덮여 있었다.




얼굴에도 털이 가득해, 눈과 코조차 분간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기겁해서 나자빠졌다.


[아아, 너 역시 마찬가지구나. 내가 보기 흉하다고 생각하는구나!]




그것은 슬픈 듯 그렇게 외치더니 등을 돌려 산속으로 도망쳐갔다.


할아버지는 그저 그 뒷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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