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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

[번역괴담][2ch괴담][744th]무덤을 넓히다

괴담 번역 2016. 8. 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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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산촌 시골인데, 근처에 허세로 유명한 집안이 있었다.


특히 그 집 할머니가 허세에 찌들어, 허구한날 자식자랑에 집안자랑만 늘어놓아 동네 사람들이 다 싫어할 정도였다.


어느날, 그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에게 상담을 하러 왔다.




[우리 집안은 명문이니까 묘도 좀 훌륭한 걸로 하고 싶어. 규모도 넓히고 묘석도 번듯하게 세우고 말이야.]


대개 알고 있겠지만, "무덤을 넓히면 그만큼 가족이 죽는다." 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할머니도 그게 걸려서 무덤을 굳이 넓힐 필요는 없을 거라 충고해줬다고 한다.




하지만 그 허세쟁이 할머니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절 주지스님한테까지 찾아갔다고 한다.


주지스님 역시 반대했다.


그렇지만 돈을 내겠다고 하니 절 입장에서도 굳이 막을 이유는 없었다.




[무덤을 넓히는만큼 땅을 사주신다면 괜찮겠지요.]


결국 그 집안은 묘를 2배 규모로 넓히고, 묘석도 훌륭한 것으로 세워 근방에서 가장 큰 묘를 가지게 되었다.


물론 단조로운 색상이었지만, 묘석은 풍류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너무나 화려한 것이라 조금 꺼림칙했다.




특히 묘를 넓히다보니 주변 도로가 확 좁아져서 다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허세쟁이 할머니는 물론 새로 지은 묘를 여기저기 자랑하러 돌아다녔다.


우리 할머니한테 자랑하러 왔을때, 할머니는 [거기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해.] 라고 은근슬쩍 충고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겠지.


허세쟁이 할머니는 다른 사람들 태도에 초조해졌는지, 묘에 관해서는 별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한달 있다가 사고가 났다.




허세쟁이 할머니한테는 초등학생 손자가 셋 있었다.


큰손자와 쌍둥이 손자였다.


그 쌍둥이 중 형이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버렸다.




담이 없는 벼랑가 공터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던 도중이었다.


나도 안면이 있었으니 장례식에 참석했다.


나와 여동생들은 주변 아이들을 잠시 돌봤는데, 그 와중에 죽은 아이랑 같이 놀았던 여자아이가 이런 말을 했었다.




[걔, 스스로 뛰어내렸어. 벼랑 아래에 있는 돌이 예쁘니까 할머니한테 가져다 줄거라면서 뛰었다고.]


벼랑은 30m 높이였다.


아래 있는 돌은 맨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터인데, 할머니에게 가져다 주겠다고 뛰어내렸다니...




아이가 한 말이라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곧 주변에서는 [무덤을 늘린 탓에 아이가 끌려들어갔다.] 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한달 뒤, 그 집 할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다.


잔뜩 취해서 술을 사러가다가 무단횡단을 했고, 차에 치인 것이다.




동네 사람들은 다들 [무덤을 크게 해서 그래. 가족들이 하나씩 무덤 채우러 끌려가는거라고.] 라고 수군수군댔다.


허세쟁이 할머니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는지, 집에서 두문불출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죽고 나서 3개월 후, 이번에는 할머니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입원하게 되었다.




우리 할머니가 병문안을 갔었다.


[나도 끌려가겠지. 묘를 크게 했으니... 왜 절 주지스님은 말려주지 않은거야...]


허세쟁이 할머니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란다.




허세쟁이 할머니는 결국 2주 정도 지나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주변에서는 [그 집 완전 저주 받은 거 같아.] 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5년 정도 지났지만 그 후 아무도 죽지 않았다.




우리 할머니와 절 주지스님은 [넓어진 무덤이 이제 다 메워진거겠지.] 라고 말했다.


단순한 우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옛말이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나니, 뭐라 할말이 없을 정도로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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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이었던 증조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다.


증조할아버지는 산속 한적한 마을에서 태어났다.


고조할아버지 역시 사냥꾼이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고조할아버지와 함께 산을 누비며 살아왔다.


증조할아버지네 마을에는 겐조라는 사냥꾼이 있었다.


겐조는 사냥꾼인데도 불구하고 사냥감을 함부로 가지고 돌아가질 않는 사내였다.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어쨌거나 밝은 사람이었다.


황소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사람도 아니었기에, 마을 여자들한테 특히 인기가 좋았단다.


다만 젊은 남자들이나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좀 얕보였고.




증조할아버지도 딱히 겐조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유독 고조할아버지는 겐조를 아끼셨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마을에서 다섯살 난 사내아이가 사라졌다.


그 당시만 해도 카미카쿠시는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사내아이가 산 입구에서 사라졌다기에 사람들은 다들 [카미카쿠시로군.] 하고 수군댔다고 한다.


카미카쿠시가 일어나면 마을 사람들이 다 산으로 달려가 소리를 친다.


[돌려다오, 돌려줘!] 라고 외치는 것이다.




산신에게 항의하는 것이다.


그때 역시 마을 사람들은 산에 들어가 [돌려다오, 돌려줘!] 라고 소리치며 빙빙 돌았다고 한다.


사냥꾼들은 보통 사람들이 들어가지 못할 깊은 산속까지 들어가 수색을 한다.




당시 14살이었던 증조할아버지도 수색에 참여했다.


하지만 사내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수색 사흘째, 마을 사람들은 그날을 마지막으로 수색을 마칠 예정이었다.




다들 생업이 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사냥꾼들도 마찬가지였다.


계절은 늦은 가을.




밤에는 온도가 뚝 떨어진다.


동면을 앞두고 있어 산짐승들도 여기저기서 돌아다닌다.


더 이상 수색해봐야 이미 발견할 가능성도 적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 다음날, 아이의 부모님만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며 증조할아버지는 뭐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증조할아버지의 누나도 10여년 전에 카미카쿠시당했기 때문이었다.


마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하던 고조할아버지가 반년에 걸쳐 산을 샅샅이 뒤졌지만 누나가 입었던 옷 한조각 찾아내질 못했단다.




그날 고조할아버지와 증조할아버지는 영양 한마리를 잡아왔다.


돌아오던 도중 암반에서 안개가 자욱해져, 앞도 안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거기서 증조할아버지는 아이 울음소리를 들었다.




[사라진 사내아이가 아닐까요?]


증조할아버지는 물었다.


하지만 고조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10년 전부터 들리던 게다. 안개가 끼면 꼭 울음소리가 들려.]


그렇게 말한 고조할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울음소리는 사라진 누나의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거겠지.




증조할아버지는 그저 누나의 영혼에게 묵념할 뿐이었다.


영양을 가지고 돌아와, 증조할아버지와 고조할아버지는 잠을 청했다.


이른 아침 눈을 뜬 증조할아버지는 별 생각 없이 뜰로 나왔다.




증조할아버지의 집은 뒷마당이 산과 연결되어 있어, 그날도 산을 바라보았단다.


그러자 남자가 서서히 혼자 산을 내려오고 있더란다.


아무래도 며칠 전부터 산에 나가있던 겐조 같았다.




겐조는 무척 서투르게 자장가를 부르며 내려온다.


자세히 보니 등에 누군가 업혀 있다.


증조할아버지는 황급히 겐조에게 달려갔다.




겐조 등에 업혀있던 것은 카미카쿠시 당했던 사내아이였다.


사내아이는 푹 자고 있고, 어디 다친 곳도 없는 듯 했다.


[어디서 찾은거야?]




증조할아버지가 묻자, 겐조는 곤란하다는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겐조는 영양을 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안개 끼는 암반에서 며칠이고 노숙하며 영양을 기다렸다.




어떻게 겨우 한 마리 잡고 신이 나서 돌아오는데, 도중에 미끄러져 벼랑으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여기까지인가 싶었지만 눈을 떠보니 딱히 다친 곳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 싶어 돌아갈 길을 찾았는데, 안개가 자욱하게 끼더란다.




그리고는 울음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겐조는 왜 이런 깊은 산속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지 놀라, 몇번 말을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돌아다니려 해도 안개 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자장가를 불러보았다.


마을에서 다들 부르던 자장가를.




그러자 울음소리가 그쳤다.


잠시 뒤, 안개 속에서 한 소녀가 나타나 겐조에게 다가왔다.


[동생이 다쳤어.]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겐조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따라가보니 낙엽이 쌓인 바위 그늘에 사내아이가 자고 있더란다.


사내아이를 업고 돌아가려고 하니, 소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자욱하던 안개도 개었고.


소녀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아, 어쩔 수 없이 갈림길로 내려왔다.


도중에 여자아이가 나무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에 쫓아가봤지만, 역시 없었다.




그리하여 여자아이가 산신이라도 되는 것이라 믿고, 아이를 마을로 데려온 것이었다.


겐조는 그렇게 말하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지었다.


증조할아버지는 울었다.




분명 그건 누나였을테니까.


울음소리를 들었기에 알 수 있었다.


그러자 겐조는 [그러고보니 눈매가 너와 닮았구나.] 라고 말했다.




[울지마. 그 아이, 마지막에는 웃고 있었으니까.]


그러면서 서툴게 증조할아버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란다.


증조할아버지는 그날부터 겐조가 좋아졌다고 한다.




겐조는 이상하게 사냥에 성공하는 날이 늘어났다.


이유를 묻자 좀 거북하다는 듯, [사냥감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된 거 같아.]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수년새, 겐조는 마을 주변에서 이름난 사냥꾼이 되었다.




고조할아버지는 언제나 웃음 지으며 그런 겐조를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겐조는 그후에도 카미카쿠시 당한 사람을 셋이나 더 찾아냈다.


매번 그 소녀가 알려주더라고, 겐조는 말했단다.




그런 겐조 역시 어느 눈 내리는 밤, 홱 산에 들어가더니 두번 다시 돌아오질 않았다.


수색하러 나섰던 증조할아버지는, 그 암반에서 몹시 서투른 자장가를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를 치고 이름을 불러도 겐조는 대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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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립 수영장에서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일이다.


그 수영장은 50분 수영하고 10분 동안 휴식을 가지게 하는 스케쥴로 돌아간다.


휴식 시간 때는 혹시 누가 물속에 잠겨있는지 확인하는 게 안전요원이 할 일이다.




어느날, 휴식 시간 때 나는 분명히 보았다.


수영장 한가운데 사내아이가 엎드린채 가라앉아 있는 것을.


검은 수영복과 수영모자.




초등학교 3학년쯤 되는 아이일까.


잠수 중이라 호루라기 소리를 못 들은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물속에서 흔들리고만 있을 뿐, 움직이질 않았다.




큰일났다 싶어 그대로 뛰어들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수영장 바닥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에서 나왔다.




천장 불빛이 비친 걸 잘못 보기라도 했나 싶었지만...


수영장 옆에서 선배가 어색한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수영장에서는 종종 그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신입 안전요원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아이를 발견하고, 아무도 없는 수영장으로 뛰어드는 일이.


하지만 기묘하게도 그곳에서는 사망 사고는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내가 소년을 본 것은 그때 한번 뿐이지만, 왠지 낌새가 좋질 않아 올해는 아르바이트 신청도 안했다.




소년을 목격한 후 비도 안 왔는데 아파트 현관 앞에 젖어있거나, 태어나고 처음으로 이상한 두드러기에 시달리는 등 괴상한 일이 이어졌거든.


그 이후 그 시립 수영장에는 발도 안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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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41st]청소

괴담 번역 2016. 8. 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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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 청소 일을 하던 때가 있었다.


죽은 사람 방이나 애완동물 시체 처리, 쓰레기집 청소까지 온갖 일이 다 있었다.


죽은 사람이 나온 집이나 쓰레기집은 대개 의뢰인이 거기서 살려고 하거나 안에 있는 가구나 물건을 사용하려 하기 때문에, 집안을 치우며 물건 철거도 같이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계약서마다 집안 모든 물건은 회사 측이 맡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그렇기에 작업 도중 나오기 마련인 돈이나 보석 같은 것도 굳이 안 돌려줘도 되긴 했다.


사장님은 처리비를 돈으로 받으니까, 추억이 서린 물건이나 가욋돈은 돌려주자는 생각을 가진 분이었다.




영업 담당이나 작업원들에게도 그걸 철저히 교육하기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 나서는 작업원들은 대개 찾아내면 자기 호주머니로 집어넣곤 했다.


나도 200만엔을 찾아낸 적이 있었다.


욕구를 이성으로 억눌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더라.




어느 휴일, 영업 담당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내 2층 주택의 특수청소와 물건 정리 의뢰가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목을 매 자살한 사람이 있었단다.




당시 나는 작업원 겸 사무원으로 2년 가량 그 회사에서 일했기에, 현장 책임자 역할을 맡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쓰레기 양과 상황을 확인해보니, 작업원 서너명이서 사흘 정도 달라붙으면 끝낼 수준이었기에 받아들이기로 헀다.


자살한 사람은 혼자 살던 노인이었다.




생활비가 다 떨어졌는데, 차마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용기가 없었던지 자살을 택했던 듯 했다.


조금 슬퍼졌지만, 일은 해야지.


작업원들도 다들 여러번 같이 손발을 맞춰본 사람들이었다.




40대 선배랑 종종 아르바이트하러 오는 할아버지 등등.


안심하고 계획을 세웠다.


작업 첫날, 집안에 들어서보니 썩은 냄새는 그리 심하지 않았다.




영업 담당이 견적을 내러 왔을 때 창문을 열어둔 듯 했다.


가구나 생활 용품 배치는 전해들은 그대로였기에, 자살 현장은 2층으로 올라가봤다.


다른 방에 비해 썩은 냄새가 강하기는 했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바닥을 보니 문 안쪽 바로 아래에 검다고 해야할지 갈색이라고 해야할지 모를 얼룩이 있었다.


문 위편에는 로프가 쓸린 자국이 남아 있다.


문고리는 구부러져 있어, 어떻게 자살했는지 눈에 선해 더 서글펐다.




다른 작업원들도 들어와서 [목을 맸구먼.] 이라고 한마디씩 했지만, 곧 익숙하다는 듯 어느 세제를 고를지 토의를 시작했다.


둘째날은 별 문제 없이 작업이 이어졌다.


40대 선배는 그 얼룩을 약품으로 지우고, 집 전체에 소취 작업을 실시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물건을 옮겨 트럭에 실었다.


사흘째 오전쯤 되니 대부분 작업은 끝났다.


뜰이 넓고 담도 있어서, 점심은 다들 모여 거기서 먹기로 했다.




선배랑 다른 작업원 하나가 차를 몰고 도시락을 사러 편의점으로 간다.


아르바이트하는 할아버지랑 둘이서 한가롭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10분 정도 지나자 갑자기 할아버지 안색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얼굴이 창백해져 비지땀을 흘려, 나는 등을 쓰다듬어 주었다.




하지만 그대로 토하기 시작해 신음소리를 냈다.


[병원 가실래요?]


말을 걸어도 대답은 없고, 신음소리만 이어진다.




구급차를 부르려고 전화기를 꺼내자 또 할아버지는 웩웩하고 게워내기 시작했다.


조금 패닉에 빠졌지만, 등을 두드려주며 [토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라고 말하고 있을 적이었다.


할아버지의 입이 눈에 들어와, 나는 손을 멈췄다.




입에서는 무언가가 나오려는 듯, 거무스름한 게 보일듯 말듯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게워낼 때마다 그것은 조금씩 나온다.


몇번 반복하는 사이,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로프였다.


전부 나올 때까지, 나는 그저 옆에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50cm 정도 되는 로프였고, 끝이 올이 풀려 있어 중간에 잘려나간 듯 했다.




도대체 왜 몸안에 그런게 있었는지 나는 알 도리가 없었다.


[괜찮아요?] 라고 물어도, 할아버지는 [나는 몰라, 나는 몰라.]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비지땀을 뚝뚝 흘리며 푹 수그린채.




곧 선배가 탄 차가 돌아왔다.


나는 황급히 달려가 선배를 불렀다.


선배는 달려와 할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했다.




선배는 할아버지가 토해낸 로프를 보더니, 잠시 말없이 있다가 할아버지를 향해 말했다.


[뭘 챙긴거야.]


할아버지는 겁에 질린 듯한 얼굴을 했지만, 대답은 없었다.




선배는 나한테 할아버지 주머니를 뒤지라고 하고, 할아버지의 가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손으로 더듬자니 가슴 주머니에 뭔가 단단한 게 들어있었다.


꺼내보니 지금은 쓰지 않는, 쇼토쿠 태자가 그려진 1만엔짜리 지폐 몇장과 반지, 목걸이가 들어 있었다.




선배는 할아버지 멱살을 잡았다.


[절도라고, 당신.]


그리고는 두번 다시 오지 말라는 듯 가방을 던지고 밀쳐냈다.




할아버지는 새파래진 얼굴로 걸어갔다.


작업이 끝나고 사무소로 돌아오자, 선배는 사장님한테 할아버지 주머니에서 나온 걸 건넸다.


로프에 관해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기에, 나도 모른채 하기로 했다.




사장님은 곧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그걸 돌려주기로 했다.


온갖 생각이 다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200만엔을 찾았을 때 그걸 슬쩍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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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다.


옛날 일 때문에 동남아시아 산에 들어가게 됐던 적이 있단다.


현지 안내인과 함께 걷고 있는데, 길 옆 안쪽 나무에 뭔가가 매달려 있었다.




멈춰서서 확인해 보니 흰 해먹이었다.


[왜 사람 하나 없는 산속에 저런게 있지?]


흥미를 느낀 친구는 다가가보려 했다.




하지만 안내인은 기겁하며 말렸다.


[가까워지면 안 됩니다. 저건 마귀일지도 몰라요.]


[마귀?]




[이 부근에는 옛날부터 해먹 흉내를 내는 마귀가 있습니다.]


친구는 황당했지만 안내인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무심코 해먹 안에 들어가면 그대로 휘감겨 산속으로 끌려간다는 것 같았다.




다른 산에는 텐트로 변하는 마귀 이야기도 있다나.


[저게 마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우선 사람 하나 안 올 이런 곳에 저런 게 있는것부터가 이상합니다. 애시당초에 저건 너무 깨끗해요. 완전 새것 같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고보니 그랬다.




[이 산은 깊어서 뭐가 있을지 몰라요. 이상한 물건에는 가까이 가질 않는게 몸을 지키는 기본입니다.]


결국 친구는 안내인의 말에 설득당해 그대로 지나갔다고 한다.


정말 그게 마귀였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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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느 산속 마을에 일을 나갔다가 돌아오던 길이란다.


도중에 벚꽃으로 유명한 공원이 있었다.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지만, 밤벚꽃을 보고 싶어 그대로 차를 타고 들어갔단다.


산기슭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있는 그 공원에는 늦은 시간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다.


그는 혼자 벤치에 앉아 벚꽃을 올려다봤다.




아무 생각 없이 한동안 멍하니 있었는데, 갑자기 누가 몸을 막 흔들었다.


놀라서 정신을 차려보니, 중년 남자가 무서운 얼굴로 그의 어깨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당신, 이런 곳에서 도대체 뭘 하고 있는거요!]




난데없는 질문에 놀라 [어, 아뇨, 그냥 벤치에서 밤벚꽃을 보려고...] 라며 대답하던 와중.


자신이 처음 보는 곳에 와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사방이 흰 벽으로 둘러싸인 좁은 장소.




희미하게 악취가 난다.


그는 어느새인가 더러운 변기 위에 앉아 있던 것이다.


당황해서 아저씨랑 같이 밖으로 나왔단다.




공원 구석에 있는 작은 화장실이었다.


그 중 한 칸에 어느새인가 스스로도 모른채 갇혀 있었던 것이다.


[깜짝 놀랐다고. 주변을 지나가는데 화장실에서 사람 신음 소리가 들리지 뭔가. 어디 다치기라도 했나 싶었어. 몸상태는 좀 괜찮나?]




그렇게 말하는 아저씨 곁에는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밤산책 도중이었던 듯 했다.


[아뇨, 저는 저기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정신을 차리니까 아저씨가 앞에 계시더라고요...]




그렇게 설명은 했지만, 그 스스로도 말도 안되는 소리다 싶더란다.


[그러면 상관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 화장실, 옛날에 두 명이나 자살한 사람이 나왔었거든. 쓸데없는 참견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신경이 쓰이더라니까.]


자살이라는 말에 무심코 움찔했다고 한다.




몸을 다시 훑어봤지만 다행히 어디 안 좋은 곳은 없었다.


그는 아저씨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곧바로 공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그 후, 그 공원에는 결코 혼자 가질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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