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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실화괴담][80th]남자친구의 전화

실화 괴담 2016. 12. 31.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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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오늘의유머 매콤소금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예전에 제가 예고시절 연습실에서 겪은 무서운 경험들을 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 역시 제가 예고 시절 겪은 기이한 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저에겐 동갑내기 남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저는 집에서 그 친구의 연락을 기다리며,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죠.


방과 후 귀가했기에 이미 날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습니다.


평소랑 다른 점이라면 집 안이 이상하리만치 푸르스름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공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저는 그저 좋은 색감이다 싶어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그 때 남자친구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다짜고짜 저한테 고래고래 화를 내며 장난치지 말라는 겁니다.




무슨 얘기인가 자조치종을 물어봤죠.


남자친구가 저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제가 받더니 이렇게 말하더라는 겁니다.


[어... 야, 있잖아... 내가... 꺄아아아아!]




말하다가 갑작스레 비명을 내질렀다는 거였죠.


위험할 때 나는 째진소리가 아니라, 진짜 고래고래 지르는 비명을요. 


아무리 제 이름을 부르고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하길래, 결국 전화를 끊었다가 다시 전화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이번엔 제대로 제가 받았고요.


몇번이고 물어봤지만, 남자친구가 들은 목소리는 제 목소리가 맞았다고 합니다.


그 때 한창 연습실에서 이상한 일들에 시달리던 터라, 더욱 무서운 기억으로 남아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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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00th]웃음녀

괴담 번역 2016. 12.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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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내가 겪고 있는 이야기다.


지난주 금요일, 오오무라라는 회사 선배가 죽었다.


직접 현장을 본 건 아니지만, 아파트 자기 방에서 자기 두 귀에 볼펜을 찔러넣은 채 죽어있었다고 한다.




오오무라 본인이 펜을 손에 꽉 쥐고 있었기에, 경찰도 타살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곧바로 자살로 판단했다.


회사 사람들은 오오무라의 죽음을 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자살이라고는 해도 부검은 필요한 것 같아, 아마 오오무라의 시신은 검시를 거친 것 같다.




명확하게 죽은 이유가 눈에 들어오는데도 몸이 해부당해야 한다니, 안됐다고 생각한다.


곧바로 장례식이 치뤄졌다.


회사 동료들은 과장을 선두로 다들 장례식장을 찾아갔다고 한다.




나는 [정말 급한 일이 있습니다.] 라고 과장에게 말하고 바로 돌아 나왔다.


주변에서 보면 부자연스럽게 느꼈으리라.


하지만 지금 나로서는, 장례식장이라는 눅눅하고 침묵에 찬 공간을 버틸 수가 없다.




오오무라와 나는 선후배 사이를 떠나, 사이가 꽤 좋았다.


서로 집이 어디인지도 알고, 자주 왔다갔다 할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였는지는 감이 오겟지.


3주 전 그날 역시, 오오무라는 퇴근길에 내 방에 놀러왔다.




우리는 캔맥주를 마시며 회사 동료들 뒷담화를 털어놓고 있었다.


둘 다 술을 마실 때는 대화만 하는 타입이라, TV나 음악도 틀어놓지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우울한 풍경이지만.




그러는 사이, 사뒀던 맥주가 다 떨어졌다.


나는 술 없어도 이야기만 재밌으면 됐다 싶었지만, 오오무라는 그래서는 만족을 못하는 듯 했다.


[야, 사러가자.]




나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오오무라와 함께 아파트를 나왔다.


근처 슈퍼에서 술을 사올 생각이었다.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오오무라가 능글능글 웃으며 물었다.




[야, 저거 뭐냐, 저거?]


그가 가리키는 쪽을 보자, 푸석푸석한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늘어뜨린 여자가 장바구니를 들고 채소를 고르고 있었다.


딱히 별다른 특색 없는, 흔해빠진 광경이다.




다만 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여자가 큰 소리로 웃고 있다는 점이겠지.


양상추를 손에 든 채,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내게는 역시 별 특별할 거 없는 자주 있는 광경이다.




[아, 저거. 웃음녀야.]


그 웃음녀라는 사람은 주변에서 유명한 사람이다.


언뜻 보기에는 극히 평범한 젊은 여자로, 어디 내세울 것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긴 머리카락은 푸석푸석하지만, 그 정도 가지고서야 이상하다고 할 것도 못 되겠지.


다만 웃음녀가 이상한 점은, 그 이름대로 언제나 웃고 있다는 점이다.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살짝 공기가 새는 것 같은 웃음소리로.




그런 식으로 조금 습기찬 느낌의 독특한 웃음을 뿌리며, 입가에는 침을 흘리고 있다.


그렇기에 다들 "웃음녀" 라고 부른다.


계산하는 아줌마도 "웃음씨" 라고 부르고.




단지 그것 뿐이다.


정신이 나간 것 같기도 하지만, 웃음소리만 빼면 딱히 다른 사람한테 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별로 신경쓰질 않는다.




그저 기분 나쁜 것을 봤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무시하고 말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때 오오무라는 꽤 취해있었던 것 같다.


[조금 놀려보고 와야겠다.] 라고 말하더니, 웃음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도 취해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그런 오오무라를 말리려 들지 않았으니까.


[이봐, 당신. 뭐가 그렇게 웃긴거야?]




오오무라는 무뚝뚝한 어조로 웃음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웃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을 뿐.




[이봐, 대답해보라고. 세상이 이렇게 불경기다 뭐다 하고 힘든데, 뭐가 그렇게 즐겁다고 웃어대는거야?]


오오무라는 그렇게 말했다.


아마 그것까지는 나랑 온갖 헛소리 늘어놓던 게 취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향한 것이라 생각한다.




역시나 웃음녀는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기만 할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런 문답을 당분간 계속하더니, 오오무라는 돌아왔다.


[뭐야, 저녀석. 재미없게... 야, 이제 가자.]




우리는 바구니에 과자랑 안주를 담고, 술이 진열된 선반으로 향했다.


오오무라는 곧바로 맥주를 담기 시작했지만, 나는 맥주는 질렸던터라 츄하이나 좀 살펴보고 있었다.


갑자기 오오무라가 [우왓!] 하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돌아보니, 오오무라와 웃음녀가 바로 가까이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소리와 함께, 여자 입에서 오오무라 얼굴로 침이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오오무라는 양손을 내밀어 웃음녀를 밀어 넘어트렸다.




웃음녀는 비틀비틀 넘어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데도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은 멈추질 않았다.


다른 손님이나 점원들이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거북했기에, 적당히 츄하이를 고른 뒤 오오무라를 끌고 허둥지둥 계산을 마쳤다.


웃음녀에게 사과할까 싶기도 했지만, 사정도 잘 모르는데다 내가 사과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싶어 그만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오오무라에게 물었다.




[네가 술을 고르고 있는 걸 멍하니 보고 있는데, 귓가에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리더라고. 놀라도 돌아보니까 바로 눈앞에 그 여자 얼굴이 있지 뭐야.]


그게 기분 나빠서 냅다 밀쳐버렸다는 것이다.


오오무라는 [잘 보니까 저 녀석...] 하고 무언가 덧붙이려 했지만, 도중에 웅얼거리더니 끝까지 말을 들려주지 않았다.




방에 돌아오고 나서, 우리는 또 둘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오무라는 조금 전 일로 기분이 나쁜 것인지, 대화가 자꾸 끊겨 둘 다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렇게 대화가 끊길 때면, 오오무라는 두리번두리번 여기저기 쳐다보곤 했다.




그러는 사이 [야, 뭐 게임이라도 좀 하자.] 라고 오오무라가 말을 꺼냈다.


이 사람이 게임을 하자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진삼국무쌍 3을 꺼냈다.


둘 다 금세 게임이 푹 빠졌고, 오오무라도 평소처럼 멀쩡해 보였다.




그러는 사이 막차가 끊길 시간이 다가와, 오오무라는 돌아갔다.


그때 이미 나는 슈퍼에서 있었던 일 따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오오무라의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우선, 아무데서나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 자체는 딱히 이상한 게 아니지만, 출근 도중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려해도, 가볍게 손만 들 뿐 이어폰을 빼려고는 하질 않는다.


가까이 가보면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듣고 있는지, 음악 소리가 다 새어나왔다.




조금 기분 나빴지만, 그때는 딱히 아무 말 않고 지나갔다.


하지만 오오무라의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점심 때 같이 밥을 먹자고 하려해도, 오오무라는 허둥지둥 이어폰을 끼고 혼자 어디론가 가버린다.




끝내 업무 중에까지 이어폰을 끼는 상황마저 오게됐다.


그쯤 되자 누가 봐도 이상한 모양새였기에, 오오무라보다 더 선배인 사람이 화를 내며 따져들었다.


그러고 나서는 업무 중에 음악을 듣는 일은 없어졌지만, 대신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시끄러워!] 라던가, [아아아아아아아!] 하고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다.


주변에서 아무리 주의를 줘도 그만두려 하질 않았다.


다들 기분 나빠했다.




더는 보기 힘들어서, 나는 퇴근하고 오오무라를 불러 이야기하기로 했다.


오오무라는 나와 이야기하는 걸 꺼렸지만, [떠들썩한 곳에서라면 괜찮아.] 라고 말하기에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왔다.


패밀리 레스토랑은 적당히 혼잡해서, 고등학생들이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나는 [최근 좀 이상한데.] 라고 먼저 말을 꺼냈다.


오오무라는 [나 스스로도 알고 있어.] 라고 말한 뒤,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슈퍼에서 있었던 사건 이후, 문득문득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소리가 들리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릴까말까 해서 환청인가 싶었지만, 점차 등 뒤에서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으로 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음악이나 말소리 같은 게 들려올 때는 안 들리지만, 잠시라도 조용해지면 곧바로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고 웃음소리가 들려온단다.


지금은 주변이 살짝 시끄러워도, 그것보다 크게 웃음소리가 들려올 정도라고 했다.




가장 괴로운 건 밤에 잠을 자려 할 때.


자려고 불을 끄면, 방 전체가 울리듯 웃음소리가 덮쳐온다고 한다.


좀체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오오무라는 털어놓았다.




오오무라는 이걸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저 녀석이, 저 녀석이...!] 하고 울 것 같이 반복하기도 했다.


끝내는 [그 여자한테 저주받은거야.] 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 여자, 귀신이 틀림없어!] 라고 외치기까지 했다.


내가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오오무라가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었다.




웃음녀는 귀신도 아닐 뿐더러, 조금 이상한 여자일 뿐이다.


그 증거로, 그 날 이후로도 나는 웃음녀가 슈퍼에서 쇼핑하고 있는 걸 몇번이고 봤었다.


실존하는 인간이다.




웃음소리가 독특하고 기분 나쁘기 때문에 기억에 남았다던가, 오오무라가 그 여자를 밀친 죄악감 같은 것 때문에 망상이 생겨난 것이라 여겼다.


애시당초에 슈퍼에 무슨 귀신이 나오겠는가.


그렇게 말해줬지만, 오오무라는 전혀 내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저주" 라던가 "귀신" 이라던가 하는 말만 반복할 뿐.


나는 점점 초조해져, [그럼 같이 슈퍼에 가보자고.] 라고 말했다.


오오무라가 말하는 게 어처구니 없어 화도 났고, 상대가 실존하는 인간이라는 걸 확인하면 망상도 사라지지 않을까 싶었거든.




물론 오오무라는 격렬히 싫어했지만, 나는 오오무라를 강제로 질질 끌듯 레스토랑을 나와 그 슈퍼로 향했다.


가는 길, 지하철 안에서도 오오무라는 중얼중얼거리며 잔뜩 쫄아있었다.


겨우 슈퍼 앞까지 도착했지만, 오오무라는 [역시 싫어...] 라고 말할 뿐이었다.




[절대 안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나는 [가게 앞 주차장에서 들여다보기만 하자.] 라고 제안했다.


오오무라는 [돌아갈래.] 라고 떼를 썼지만, 나는 그의 어깨를 단단히 잡아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유리 너머로 가게 안을 바라봐도, 웃음녀는 없었다.


언제나 웃음녀와 우연히 만나는 시간은 이쯤이니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한 나의 착오였다.


큰일났다 싶었다.




여기서 웃음녀의 모습을 확인하지 못한다면, 오오무라는 쓸데없이 웃음녀가 귀신이라고 믿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면 평소처럼 쇼핑하러 올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를 달랬다.


그러던 중, 오오무라가 두 귀를 막고 덜덜 떨기 시작했다.




[들려어... 들린다고오오...] 


마치 아이가 흐느껴 울 듯, 콧물까지 질질 흘리면서 말한다.


[역시 나는 저주받은 거야...]




하지만 나는 그게 웃음녀의 저주 같은 게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햣, 이햐, 이햐, 이햣.] 하는 웃음소리는 나한테도 들리고 있었으니까.


목만 옆으로 슬쩍 돌려보니, 나한테 어깨를 잡힌 오오무라 바로 뒤에 웃음녀가 있었다.




나는 오오무라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게,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집중했다.


안 그래도 웃음녀를 두려워하는 오오무라가, 이런 가까운 거리에서 웃음녀와 마주치면 분명 사달이 날 터였다.


굉장히 긴 시간 같은 찰나가 흐르고, 웃음녀는 슈퍼 반대 방향으로 웃으며 떠나갔다.




떠나갈 때, 웃음녀는 내 쪽을 쳐다봤다.


나는 그때까지 웃음녀를 멀리서 지켜본 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가까이서, 바로 정면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입은 빙그레 열려 있는데,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사이 나를 향한 두 눈에는 힘이 가득했다.




하지만 무섭다고 생각한 건 웃음녀의 입 그 자체였다.


침이 입술 구석에 고여 거품이 일어나고 있는 그 입에는, 이가 없엇다.


그 후, 나는 제멋대로 도망쳐버렸다.




아무것도 모른채 벌벌 떨고 있는 오오무라를 억지로 버스에 실어 혼자 돌려보냈다.


이미 나에게는 오오무라의 망상 따위 알 바가 아니었다.


그저 내가 본 것이 너무나 기분 나쁘고 무서워서,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날 이후, 오오무라는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다들 [저 녀석, 연말인데 땡땡이나 치는건가?] 라고 말했다.


하지만 하도 무단결근이 심해서,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주 금요일, 오오무라가 죽었다는 걸 알게된 것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오오무라도 알아차렸던 것 같다.


나는 확실히 봤다.




웃음녀의 [이햣, 이햐, 이햐, 이햣.] 는 웃음소리가 아니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은 그것은...


[있다, 있다, 있다, 있다.] 라고 말하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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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9th]동굴 속 할머니

실화 괴담 2016. 12. 28.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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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Name No님이 메일로 보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한 동굴이 있었다.


동굴이라고 해도 산속에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을 가운데 지나는 철도를 건너기 위해, 건널목이 아니라 그 아래를 굴로 만든 인공굴이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듣기로는 일제강점기 시절, 경부선이 지나가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넓은 굴은 아니었기에, 자동차는 들어갈 생각도 못하고 자전거도 통행금지 안내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비가 오면 중간중간 비가 새어, 지나갈 때 옷이 젖지 않기 위해선 타이밍 맞춰 새는 곳을 지나가야 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공사를 해 자동차도 지나갈 정도로 확장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 그 동굴이 작았던 무렵, 내가 학생일 때 이야기다.


어느날, 친구와 그 동굴을 지나가려 하고 있던 터였다.


맞은편에서는 한 할머니가 우리 반대편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원래 통행량이 많지 않은 동굴이었기에 그리 이상한일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친구와 나를 지나치고 3,4 발자국을 더 갔을까.


갑자기 뒤에서 [어이, 학생.] 하고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동굴은 소리가 울리니 우리 뒤에 누가 들어왔다면 발자국 소리로 알수 있었을 터였다.


당연히 할머니가 우릴 부른 것이라 생각해, 친구와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 또한 우리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혹시 우리가 흘린 물건이 있어 불러세웠나 싶어 어두운 바닥을 내려봤다.


하지만 할머니는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오라고 하고 있었다.


몇걸음 되지 않았기에 내가 다가가려 하자, 친구가 팔로 내 팔꿈치를 쿡 찔렀다.




[야, 가자.] 


그리고는 친구 혼자 다시 가던 길로 걸어갔다.


같이 걷던 친구와 거리가 멀어지자, 나는 조금 보폭을 빨리해 거리를 맞췄다.




[왜 그래?] 


걸음은 유지한 채, 뒤를 보며 [저 할머니가....] 까지 말하고 나는 입을 멈췄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친구를 따라잡고선 바로 다시 고개를 할머니 쪽으로 돌렸는데, 그 짧은 시간 사이 할머니가 사라진 것이다.


내가 잠시 상황을 이해 못하고 멍하니 있자, 친구는 다시 [가자.] 라고 말했다.


친구가 뒤를 돌아본건 아니었지만, 왠지 친구는 알고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올 대답이 무서워, 나는 아직까지도 진실을 묻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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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9th]보이지 않는 책

괴담 번역 2016. 12. 2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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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가 아니라 할아버지랑 할머니 내외가 운영하는 동네 헌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만화책이나 단행본보다는 고서나 끈으로 묶인 오래된 책 같은 걸 주로 다루는 곳이었다.


고서를 모으는 사람이나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꽤 자주 경험하는 것 같은데, 종종 사온 책을 가게에 와서 세보면 줄어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치매라도 온 거 아니냐고 묻고 싶겠지만, 잘못 세는게 아니라 세는 사람에 따라 권 수가 바뀌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가 사왔을 때 10권이었는데, 할머니가 세면 6권이고, 내가 세면 8권이라는 것이다.


눈앞에서 할머니가 세는 걸 볼 때는 분명 6권인데, 정작 내가 세면 어째서인지 8권이 있다.




사람의 눈에 따라 보이지 않는 고서가 섞여 들어오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에 따라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는 책은, 팔기 시작해도 어느샌가 사라져버린다.


옥션 같은데 올려서 팔아도, 막상 택배로 보내면 도중에 배송 사고가 나서 손님한테 가기 전에 어디로 사라져 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딱히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지만, 아무리 고가의 책이라도 그런 책은 버리는 게 암묵적인 룰로 자리잡았다.


가장 심한 건 아무도 보지 못하는 책이다.


그런 책은 사올 때도, 가게에 진열할 때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손님이 그 책을 들고 계산대에 왔을 때, 가격표가 없는 걸 보고서야 알아차리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경우 손님에게 [원하신다면 팔겠지만 책이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라고 꼭 사전에 주의를 주었다.


기분 나쁘다며 안 사는 손님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미있어하며 책을 가지고 돌아간다.




그리고는 사흘쯤 있다가 새파랗게 질려서 찾아오는 것이다.


가장 놀랐던 일은 어느 초등학생 손님이 왔을 때였다.


여자아이였는데, 혼자 찾아와 이런저런 책을 살피다가 계산대로 왔다.




무거운 듯, 무언가를 엄청 껴안은 듯한 모양새였지만...


나는 물론이고 할아버지, 할머니한테도 아무 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가 [책을 좋아하면 그거 다 가지고 가도 된단다.] 라고 말했다.




소녀는 기뻐하며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껴안고 돌아갔다.


그리고 재미를 붙였는지, 내가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때까지 이따금씩 찾아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책을 공짜로 받아가곤 했다.


어떤 책인지 물어둘걸 그랬다고, 지금도 종종 후회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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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8th]새까만 괴물

괴담 번역 2016. 12. 2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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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3년 전쯤 이야기다.


그 무렵, 나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구직 활동과 논문 작성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침 여름방학이겠다, 기분 전환이라도 할 생각에 토호쿠 각지를 여행해 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혼자 마음 편히 떠나는 여행이었다.


기분 내키는대로 훌쩍 적당한 데 들르기도 하고, 운전하다 지치면 길가에 차를 세우고 낮잠도 잤다.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던 셈이다.




첫날은 그저 토호쿠를 북상해, 아오모리 국도변에 있는 편의점 주차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 다음날은 시내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네부타 축제도 보고, 상가에서 쇼핑도 하고 실컷 놀았다.




이틀째 밤.


아키타현 어느 도로에 접어들었는데, 근처는 이미 어둑어둑했다.


차 안 디지털 시계는 밤 10시가 지났다는 걸 알리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소리에 잡음이 끼어, 지직거리는 소리가 기분 나빴다.


나는 라디오를 끄고 내비게이션에 눈을 돌렸다.


당연히 주변은 전혀 모르는 지명투성이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냐 싶었지만, 길가에 서 있는 표지판과 내비게이션을 의지해 계속 국도를 타고 남하했다.


한동안 나아가니, 왼편에 몹시 좁은 산길이 산 안쪽으로 이어져 가는 게 보였다.


이 앞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져, 나는 조금 무서웠지만 그대로 좌회전에 그 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얼마 안 가 비포장으로 바뀌어, 덜컹덜컹 소리를 내며 빛이라곤 전조등 뿐인 길을 나아갔다.


타이어가 찢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라, 나는 적당히 돌아갈 생각에 유턴할만한 장소를 찾았다.


그런데 앞에 낡아빠진 작은 오두막이 보였다.




집이라고 하기보다는 여러해 넘게 방치되어 있던 헛간 같은 모습이었다.


군데군데 나무로 된 벽이 썩어 떨어져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양새다.


밖에서 보기로는 고작해야 다다미 6, 7장 정도 크기 정도였다.




아무튼 왠지 기분이 나빴다.


다행히 유턴할 정도의 공간이 옆에 있었기에, 나는 신중히 후진해서 방향전환에 나섰다.


그 순간, 갑작스레 오두막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쾅, 타닥, 쾅.]


목재 여러개가 서로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등골에 소름이 끼쳤다.




기대어 세워둔 목재가 우연히 넘어지는 소리 같기도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부자연스러웠다.


무언가가 오두막 안에서 움직이며 집안 물건과 부딪혀 나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주변이 어두캄캄한데다, 아무 것도 없는 곳이었기에 더욱 무서웠다.




나는 서둘러 돌아나서려고 핸들을 돌리다, 무심코 오두막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침 무언가 새까만 녀석이 오두막 안에서 나오려던 찰나였다.


그 녀석의 몸은 털이 가득했다.




새까맣고 긴 털이 온몸에 빽빽하게 나 있어서, 마치 어릴 적 그림책에서 본 설인을 연상케 했다.


초등학생 정도 키인데다 얼굴까지 털이 가득해, 이목구비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지경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했다가는 큰일 날 거라는 위험한 분위기가 풍겼다.




스스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벌벌 떨리고, 눈물이 폭포처럼 흘렀다.


그 녀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뭐라고 할까, 악의 같은 가벼운 게 아니라, 재난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도망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한순간이라도 빨리 거기서 도망치려 했기에, 자세한 것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자 근처 현 셀프 주유소에 있었으니까.


나는 그대로 샛길에 눈도 주지 않고, 국도를 타고 내려와 바로 집에 돌아왔다.




집 주차장에서 트렁크를 열자, 작은 날벌레 시체가 엄청나게 들어있었다.


세차용 물통에는 갈색의 더러운 물이 한껏 고여있어, 거기에도 날벌레가 몇마리 모여있었다.


물이 있는 장소에는 한번도 가지 않았고, 애시당초 여행을 시작한 이래 트렁크를 연 적도 없었다.




그로부터 한동안은 비참한 나날이 이어졌다.


대학교 구내식당에 가면 국이 물통에 고여있던 갈색 물로 보여 마실 수 없다거나, 강의 때 옆에 앉은 사람에게 작은 날벌레가 빽빽하게 붙어있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었다.


졸업 논문을 잠시 중단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자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오두막에 있던 새까만 녀석의 악몽은 잊을 수가 없다.


그 녀석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관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홀로 여행을 떠나기 한달여 전, 토호쿠 지방에서 꽤 위험하다고 악명 높은 심령 스폿에 갔었다.




거기서는 별 일 없었는데...


이제 다시는 길 가다 샛길로 들어서지 않으리라 나는 맹세했다.


여러분도 담력시험하러 갈 때는 부디 조심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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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8th]수상한 아저씨

실화 괴담 2016. 12. 2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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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별빚넴님이 방명록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죠.


직접 그런 경험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3학년 때였습니다. 




그때는 아파트가 아니라 주택에서 살았는데, 동네에 저보다 나이 어린 동생들이 많아서 맨날 같이 어울려 놀곤 했죠.


같이 놀면서 문방구 오락기에서 게임하기도 하고, 피씨방 가서 당시 유행하던 카트라이더도 같이 하고, 강가에 놀러가서 게도 많이 잡고 그랬던게 기억나네요.


그런데 어느날이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작은 분식가게가 있었는데, 거기 앞에 평상이 있었습니다. 


그 평상에는 동네 어른분들이 모이셔서 이야기하고 쉬곤 하셨죠.


그날도 마찬가지로 저희 할머니를 비롯해서 동네 어른분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계셨고, 저는 킥보드를 타며 동생들과 놀고 있었습니다.




근데 골목 저 끝에서 왠 아저씨가 저희를 계속 지켜보고 있더라고요.


저는 동생들한테 [저 아저씨 계속 우리 쳐다보는거 같아.] 라고 말했는데, 동생들은 그냥 그 아저씨 한번 쳐다보고는 그냥 계속 놀더군요.


저는 그 아저씨가 뭔가 이상했지만, 그냥 우리들 노는거 구경하는 동네 어른인가보다 하고 계속 놀았습니다.




그러다 그 아저씨가 있나 없나 궁금해서 슬쩍 보니, 과일상자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계셨습니다. 


동생들도 그걸 봤고, 누군가 [우리 저 아저씨 도와주자.] 라고 말을 꺼냈습니다.


결국 나이가 가장 많았던 제가 그 아저씨를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제가 아저씨에게 다가가자, 아저씨는 [이 물건, 저기 앞에 있는 슈퍼까지만 네 킥보드에 싣고 가줄래?] 라고 물어왔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없이 [네.] 라고 대답했죠.


동네 어른들이 앉아있는 평상 앞을 지나갈때는, 그 아저씨가 [아휴... 짐이 워낙 무거워서요, 하하...] 라고 말하던게 기억나네요. 




물론 우리 할머니도 그 말을 들으셨고 말이죠.


슈퍼 앞에 상자를 내려놓고 돌아가려는데, 그 아저씨가 도와줘서 고맙다며 맛있는거 사줄 돈을 주겠다며 저를 큰길로 이어진 골목길로 데려가더군요. 


그 아저씨는 앞서가고 저는 뒤에서 따라가고 있었는데, 아저씨가 흰색 트럭으로 걸어가더라고요. 




그 안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쓴 또 다른 사람이 타고 있었고.


저는 뭔가 공포를 느꼈습니다. 


더이상 따라가면 안된다는걸 느꼈죠.




아저씨는 저한테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저는 그냥 뒤돌아서 킥보드 타고 최대한 빠르게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며 뒤돌아보니 그 사람들은 트럭을 몰고 다시 큰길로 나가더군요.




그때 뒤돌아 보고난 후,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무릎과 팔에 상처가 났죠.


평상에 가니 할머니께서 저보고 어쩌다 그리 다쳤느냐고 하시더군요.




저는 반쯤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 아저씨가 나를 끌고가려 해서 도망치다가 넘어졌다고 말씀드렸죠. 


동네 어른분들은 저희 할머니보고 [할머니, 얘 다신 못볼뻔했구먼.] 하고 한마디씩 건네시더라고요.


저는 그날 저녁 집에 가서 할머니께 된통 혼났습니다. 




낯선사람 따라갔다고.


그 아저씨의 정체는 뭐였을까요?


참, 그 상자 있잖아요. 




저도 할머니가 다른 어른이랑 말씀하시는거만 들었는데...


누가 벽돌을 넣은 상자를 슈퍼앞에 버리고 갔다고, 별 희한한 사람이 다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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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7th]어둠

괴담 번역 2016. 12. 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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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 무렵, 세미나에서 만난 선생님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들은 건 세미나가 끝나고, 회식자리에서였다.




세미나는 도중부터 인간 심리에 관한 시시껄렁한 잡담 같이 됐던 터였다.


그래서 나도 편하게 [선생님, 뭔가 재밌는 이야기 있으면 좀 들려주세요.] 라고 말을 건넸다.


선생님은 꽤 재밌는 분이라, 심리학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 하듯 풀어놓는 걸 좋아하는 분이시다.




다만 그 이야기의 진위 여부는 좀 의심스러운 것 투성이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는 이렇다.


지금으로부터 몇십년 전, 어느 나라에서 은밀하게 실험이 행해졌다.




실험 내용은 폐쇄 공간에서 감각을 차단시킨 뒤 인간이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차단하는 감각은 시각, 그리고 시간 감각도 같이 빼앗아 보기로 했다.


지금은 감각 차단이 치료 요법으로도 사용되고 있지만, 그 무렵에는 일반적인 게 아니었다.




피험자는 중범죄자들이었다.


사법거래로, 실험에 응하면 형을 감면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통해 실험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피험자는 약을 먹고 잠에 든다.




눈을 뜨면 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폐쇄 공간 속이다.


피험자는 완전한 어둠 속에 놓여져 있기 때문에 시간도 알 수 없다.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 자신이 지금 무슨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인간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모두 완전히 미쳐버렸다.




애시당초에 중범죄자들이었으니 미치든 죽든 나라 입장에서는 신경도 안 썼겠지.


인간을 미치게 만드는 요인 중, 시간 감각의 결여가 있다.


다들 시간이라고 하면 시계를 떠올리겠지.




하지만 그렇게 정확한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해가 떠올랐다 지고, 밤이 오고.


그런 너무나도 당연한 시간의 흐름을 말하는 것이다.




그 감각이 완전히 차단되면, 끝내 정신에 이상이 오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약하기 짝이 없는 생물이니까.


그리고 한가지 더.




인간이 가진 상상력이 문제였다.


이 실험의 진짜 목적은, 인간의 상상력이 어떤 힘을 지니고 있는지 판별하는 것이기도 했으니까.


여러분 모두 악몽을 꾸거나, 밤에 혼자 거닐다 보면 괴물이 나오지 않을까 겁에 질리곤 하겠지?




하지만 그건 대체로 지금까지 보아온 이미지에 기인하는 것이다.


즉, 자기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뇌 속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뇌 속에 있는 경험과 기억 이외의 상상은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은 보았다.


뇌 속, 가장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 찾을래야 찾을 수도 없을 듯한 공포를.


진정한 어둠이라는 극한 상황과, 극한까지 몰아붙여져 갈려버린 정신 속에서.




그들은 그 자신의 상상을 보고 미쳐버린 것이다.


단순한 뇌 속 이미지인데도, 그것에 미쳐버리다니.


역시 인간은 약하기 그지 없는 존재다.




아, 어째서 그 사람들이 상상의 영역을 넘은 존재를 보았다고 생각하냐고?


실험이 끝난 뒤, 미쳐버린 이들에게 최면을 걸어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그림을 그리게 했다고 한다.


그들이 그린 것은 인간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런저런 것들이 나온다.


그야말로 괴물 같은 존재도 있고, 그들에게 당한 피해자도 있다.


처음에는 그렇게 누구나 납득할만한 존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져간다.




최면이 점점 깊어지면, 이제 누구도 그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연구자는 이렇게 결론지었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한계를 넘으면 뇌 속 기억 이상의 존재를 보게 한다고.




그리고 최면에 걸린 이에게 [마지막으로 본 게 무엇인가?] 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실험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으니, 덤으로 말이지.


그랬더니 모든 이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고 한다.




[어둠.]


그들은 그렇게 대답할 뿐이었다.


빛이 사라진 어둠 뿐인 공간 속에서, 그들은 그 이상의 어둠에 삼켜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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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심령 스폿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담력시험을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은 대개 밤인데도 잔뜩 흥분해 있다.


얼굴만 봐도 마치 장난을 잔뜩 친 아이 같은 표정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




나는 그런 사람들을 놀려주는 걸 좋아했다.


의미심장한 말투로, [혹시... 그곳에 다녀오셨습니까?] 라고 말을 건네는 거야.


그러면 상대는 놀람 반 기쁨 반으로, [네!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대답해온다.




그러면 나는 손님이 산 물건에다가 젓가락 같은 걸 집어넣으면서 말하는 것이다.


[인원수대로 넣겠습니다.] 라고.


그래놓고는 실제 손님 인원 수보다 하나 더 집어넣는거지.




그러면 다들 기겁하는 게 꽤 재미있거든.


어느날, 평소처럼 담력시험하고 온 일행이 편의점에 들어섰다.


총 4명이었기에, 나는 여느때처럼 나무젓가락을 5개 집어넣었다.




하지만 손님은 [미안합니다. 이건 필요 없어서요.] 라고 말하며 2개를 돌려주었다.


어라, 싶어서 가게 안을 둘러보니, 손님은 세명 뿐이었다.


[앗, 죄송합니다.] 라고 가볍게 사과한 뒤 계산을 마쳤다.




손님들은 차를 타고 돌아갔다.


돌아가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봤지만, 확실히 차에는 세 사람 뿐이었다.


누군가를 데려오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제대로 데리고 돌아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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