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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

[번역괴담][2ch괴담][836th]홋샤돈

괴담 번역 2017. 3. 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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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빙의 체질이라, 매일 저녁마다 가위에 눌려 끙끙 앓곤 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대대로 주술사 집안이라, 그런 걸 없애는데 능했다.


아버지가 신음하기 시작하면, 곧바로 어머니가 가슴 근처를 꾹 눌러 멈추게 한다.




큰 비가 계속 되던 가을.


어느 밤부터, 아버지가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심한 신음소리를 내게 되었다.


가위에 눌리면 집안 전체에 울릴 정도로 큰 신음소리를 내는 것이다.




그렇게 보름 정도 지날 무렵, 아버지는 보고 말았단다.


가위에 눌려있을 때 문득 옆을 봤는데, 소복을 입은 노파가 저편을 향해 누워있더란다.


아버지는 나날이 여위어갔다.




어느 밤.


어마어마한 신음소리가 아버지 방에서 들려왔다.


일어나있던 나는 침실 문을 열까 했지만, 머릿속에서 마치 경보가 울리듯 "그러면 안된다!" 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당황해서 욕실에 있던 어머니를 부르러 갔다.


어머니는 곧바로 나와 침실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나는 "보면 안된다!" 는 머릿속 소리와 함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버지는 흰눈을 치켜뜨고 괴로워하고 있었단다.


어머니가 뺨을 때리자, 새파란 얼굴로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튿날 아침, 아버지는 [침실 옷장 유리문으로 그 노파가 천천히 들어오는 꿈을 꿨어...] 라고 떨면서 말했다.




당시 나는 강시에 푹 빠져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부적에 악령퇴산이라는 글자를 염원을 담아 쓰고, 옷장 유리문과 창문 쪽에 붙였다.


다음날 아버지는 오랜만에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 잘 잤다.




그러나 그 다음날, 가장 큰 공포가 찾아왔다.


아버지는 자면서도 집안 전체의 모습이 보였다고 한다.


침실 밖에서 노파가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문에는 부적이 붙어있다.


옷장 유리문도 마찬가지다.


노파는 잠시 머뭇거리다, 화장실 쪽 창문을 불쑥 빠져나가 무서운 스피드로 침실 문을 지나 아버지에게...




곧이어 끔찍한 아버지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아무래도 이대로는 큰일나겠다 싶어, 어머니는 뭐든지 보인다는 용한 영능력자를 찾아갔다.


이 지방 말로 "홋샤돈" 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확실히 아버지에게 노파가 씌어있다며, 그 노파의 이름을 말했다.


아버지는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옛날 근처에 살던 아줌마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귀여워해서 잘 돌봐주던 분이었단다.


홋샤돈이 말하길, [당신에게 도움을 원하고 있소. 무덤을 찾아가 보시오.]


다음날, 아버지는 그 아줌마의 친척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덤에 찾아갔다.




무덤 속 유골은 납골 항아리에 들어있지도 않았고, 여기저기 흩뿌려진데다 장마 때문인지 물에 잠겨있었다.


왜 그런 상태였을까?


노파에게는 아이도, 남편도 없었다.




그래서 죽었을 때 가장 가까운 친척 T가 장례를 도맡았다.


하지만 T는 납골 항아리마저 아까워하는 수전노였다.


죽은 노파의 재산은 전부 가져간 주제에, 화장한 뼛가루를 담을 항아리 하나 구해주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는 무덤 수습을 다른 친척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와 함께 T의 집 근처에 들렀다.


[저를 원망하셔도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찾아가려면 T한테 찾아가주세요.]




다음날부터 아버지가 겪던 심령현상은 싹 사라졌다.


몇달 뒤, T는 뇌일혈로 쓰러져 반신불수가 됐다가 곧 세상을 떠났다.


우리 가족은 인과응보의 무서움을 곱씹으며, 길었던 공포가 겨우 끝났다는 것에 안도했다.




후에 듣기로는, 아버지가 영감이 강한 탓에 그런 고초를 겪은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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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35th]아름다운 폭포

괴담 번역 2017. 3. 7.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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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쯤 전 이야기다.


친구가 권해서, 같이 산속 계곡에 낚시를 하러 갔다.


나는 낚시는 영 서투른 편이지만, 친구는 낚시의 베테랑이었다.




친구의 안내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름다운 강 풍경에 신이 나서 상류로 올라가자, 이윽고 10m 정도 높이의 폭포에 다다랐다.


폭포 또한 무척 아름다워서, 나도 친구도 낚시를 까맣게 잊고 한동안 그 폭포를 우러러보고 있었다.




멍하니 폭포를 보고 있는데... 이럴수가.


폭포 위에서 물과 함께 벌거벗은 사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은 떨어지는 도중 바위에 부딪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손발이 이상한 방향으로 뒤틀리고 있었으니, 아마 의식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아래로 떨어지고 나서도 아무 미동이 없었다.


이미 죽은 시체가 떨어진 것일까, 아니면 떨어지다가 부딪혀 죽은 것일까...




어찌되었든 기괴한 광경에, 나와 친구는 무얼 어찌해야 할지 사고가 정지해버렸다.


일단 안부를 확인하려 그 사람에게 다가가려던 와중이었다.


친구가 [또 온다!] 라고 소리쳤다.




위를 올려다보니, 또 벌거벗은 사람이 폭포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이 폭포 위는 어떻게 되어있는 것인지, 황망해하고 있는 사이, 잇달아 벌거벗은 사람들이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뭐라 말해야할까, 마치 나가시소멘[각주:1]처럼 벌거벗은 사람들이 하나둘 흘러와 떨어진다.




떨어진 사람들은 모두 20대 내지는 30대로 보였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망가진 인형처럼 바위 위로 내던져지며 떨어져, 폭포 아래에 하나둘씩 쌓여갔다.




빨리 경찰에 신고해야겠다 싶어, 나는 친구와 계곡을 벗어나 차를 타고 수십분 거슬러갔다.


겨우 전화가 연결되는 곳을 찾아 신고했다.


[사람이 열명 넘게 죽어있어요!]




인원도 많고, 장소도 구급차가 진입하기 힘들었던 탓에 헬기가 출동했다.


한동안 기다리자 경찰차도 도착했기에, 경찰관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잠시 뒤, 헬기에서 [대량의 시체 같은 건 보이지 않습니다.] 라는 보고가 들어왔다.




그럴리 없다며 나는 친구와 함께 걸어서 계곡을 올라갔지만, 시체는 커녕 폭포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 후 나와 친구는 종종 그때처럼 수많은 사람이 죽어있는 환상을 보게되었다.


둘이 함께 있을 때는 같이 보는 일도 있지만, 각각 따로 볼 때도 있었다.




수많은 시체가 농가 비닐하우스 안에 꽉 들어차있다거나, 해안에 잔뜩 밀려들어온다거나, 도착한 엘리베이터 안에 겹겹이 쌓여있다거나...


온갖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폭포에서 얻은 경험으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잊을만하면 갑자기 환상을 보곤 해 그럴 때마다 기절초풍하게 된다.



  1. 流しそうめん. 대나무통 등에 물이 통하게 하고, 그 위로 소면을 한가닥씩 흘려보내는 것. 그것을 건져먹으며 풍류를 즐기는 여름철 별식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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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34th]기분 나쁜 곳

괴담 번역 2017. 3. 6.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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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소꿉친구네 집으로 놀러가는 길에 겪은 이야기다.


친구네 집은 자전거 타고 15분 거리다.


우리 동네는 논이 많고 가로등은 적어서, 밤이 되면 엄청 어둡다.




가는 도중에는 신칸센 고가철도 밑을 지나게 되는데, 거기가 언제나 기분 나빴다.


근처에서는 귀신이 나온다는 말이 흉흉하게 돌아다녔고, 실제로 본 사람도 여럿 있다는 것 같다.


나는 어두운 게 무서울 뿐, 귀신은 믿지 않았기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페달을 밟고 있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고가철도 밑을 지나갔다.


조금 안심할 무렵, 앞을 보니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사내아이가 가로등 근처에 서 있었다.


논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부른 노래를 들었을까 부끄러워하며, 사내아이 오른편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이상했다.


지나가는 순간, 내 왼편에는 논 배수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사내아이는 바로 거기 있었는데...


나는 당황해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봤다.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 싶어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확히 1m 정도 앞, 그러니까 바로 앞에.


아까 그 사내아이가 나를 보며 서 있었다.




부딪힌다는 생각에 나는 핸들을 확 꺾었고, 그대로 넘어졌다.


넘어지는 와중에 사내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그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코가 없었다.


입술도 없었다.


정확히는 윗입술만.




위쪽 이만 드러나있는 정말로 괴상한 모습이었다.


눈을 비비고 다시보니,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든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전거에 올라타니, 왼쪽 뒤편에서 [놀자.] 하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리가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지만, 죽을 각오로 페달을 밟았다.


노래나 부를 여유 따위 더는 없었다.


소꿉친구네 집으로 곧장 달려갔다.




도중에 묘하게 페달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알고 있는 경문을 떠듬떠듬 읊으며, 반쯤 울면서 갔다.


소꿉친구네 집에서 소금을 뿌려줬고, 그 이후 딱히 별 일은 없었다.


그렇게 처음으로 체험한 심령사건과 함께, 나의 여름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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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33rd]사라진 아이

괴담 번역 2017. 3. 4.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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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옛날 봤던 일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어 적어본다.


저 멀리 아지랑이가 보일 정도로 더운 어느 여름날.


나는 상가 옆 긴 오르막길을 자전거를 끌고 오르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걷고 있는데, 나와 비슷한 페이스로 10m 정도 앞에서 모자가 손을 잡고 사이좋게 걷고 있었다.


보기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더워서 계속 땀을 닦아가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걸었다.


길을 따라 자리잡은 상가들이 줄어들 무렵, 갑자기 아이가 넘어져 울기 시작했다.




아이 어머니는 괜찮다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고 있었다.


옆을 지날 무렵, 혹시 부딪힐까 걱정되서 일단 멈춰섰다.


아래를 내려다본 뒤, 땅으로 시선을 옮겼다.




덥고 지친 와중에도 다시 올라가려 앞을 봤다.


분명 아이 어머니가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거기에는 아이가 없고, 어머니가 혼자 주저앉아 아이를 쓰다듬는 것 같이 손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라?]


당황해서 우뚝 서 있는 사이, 여자는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여전히 아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손을 옆으로 쭉 내민채.




마치 아이와 손을 잡고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걷는 듯 했다.


하지만 몇번 눈을 비비고 바라봐도, 아까 전까지는 분명 있었던 아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저 어머니에게만은 아이의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모르게 애달파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찬찬히 생각해보니, 분명 도중까지는 나한테도 아이가 보였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었을까?




지금도 종종 생각해보곤 하지만, 언제나 이상하게 느껴지고, 언제나 조금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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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홋카이도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그는, 친구들과 자주 패밀리 레스토랑을 찾곤 했단다.


드링크바와 감자튀김만 주문해놓고, 밤을 새도록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해봤을 흔한 경험이다.


어느날, 평소처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창 밖에서 누군가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젊은 여자다.




가게 안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걸까?


처음에는 별 신경 쓰지 않았지만, 10분이 넘게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그러고 있었다.


신경이 쓰여, 옆에 있는 친구 어깨를 찔렀단다.




[응, 나도 신경 쓰고 있어.]


[이상하지?]


[웬만하면 안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시야 한구석을 신경 쓰며 대화를 나눈다.


슬쩍 그 쪽을 바라본 순간, 여자가 움직였다.


바로 옆으로, 미끄러지듯이.




보통 사람이 움직일 때는, 반드시 어깨가 움직이게 된다.


걸을 때도, 방향을 바꿀 때도.


여자가 보이지 않게된 후, 다들 그 여자 이야기를 떠들어댔단다.




그리고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거야...] 라는 결론을 냈다고 한다.


얼마 전, 그 친구와 식사를 했다.


가고시마의 패밀리 레스토랑이었다.




식사 도중, 이상하게 내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때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해준 것이었다.


[지금도 그 여자가 있어...]




이전처럼, 지금도 창 밖에서 가게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차마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친구는 안심한 듯 [갔다...] 라고 말했다.




홋카이도에서 처음 본 뒤 10년은 더 지났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은 전혀 없었다고 한다.


생김새도, 가게 안을 바라보는 모습도.


그리고 어깨를 움직이지 않고 사라지는 것도.




가게에서 나올 때, 나는 여자가 있었다는 창문 부근을 확인해봤다.


수풀이 우거져 있어, 사람이 서 있을만한 곳은 아니었다.


창 높이도 내 머리보다 훨씬 위에 있어서,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려면 키가 250cm는 되어야 할 수준이었다.




다행히 친구에게는 지난번에도 이번에도, 딱히 이상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나는 뭔가 꺼름칙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여자는 혹시 그런 식으로 수많은 패밀리 레스토랑을 순회하며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홋카이도에서 시작해 점점 남쪽으로.


이윽고 큐슈까지 도착한 건 아닐까.


친구는 그걸 우연히 두번이나 마주쳤다고 한다면, 너무 말도 안되는 생각일까.




앞으로 여자는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겠다.


가고시마는 일본 열도의 끝자락이다.


이제부터는 오키나와로 넘어가는 걸까?




아니면 다시 온 길을 되짚어, 또 북쪽으로 돌아가는걸까.


나로서는 그 정체도, 그 앞날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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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31st]타카시

괴담 번역 2017. 3. 2.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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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내가 어릴 적부터 히키코모리 아저씨가 있었다.


50~60대는 족히 되어보이는, 흰 머리에 흰 수염을 한 아저씨였다.


마치 옴진리교 교주 같이 생겼다고 할까.




허구한날 집에 있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당시 할아버지는 제대로 친가 외가 두분 다 살아계셨으니, 할아버지도 아니었다.


게다가 아버지나 어머니는 그 아저씨를 타카시라고 부르며, 어린아이 시중들듯 돌보곤 했다.




도대체 뭐하는 아저씨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철이 들어갈 무렵이 되자, 더는 집에 있는 "타카시" 가 무엇인지, 궁금해하지도 않게 되었다.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졸업 전 수학여행을 가는데, 당시 우리 집은 상당히 가난했다.


딱히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이 맞벌이로 돈을 버는데도 우리 집은 가난했다.


그러니 당연히 큰돈이 드는 수학여행은 갈 수가 없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이다.


혼자만 수학여행에 가지 못한다는 초조함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반 아이들 모두 수학여행을 갔기에, 나는 아침부터 집에 있었다.


부모님은 출근하셨으니, 집에는 나와 타카시 둘 뿐이었다.




어머니는 수많은 집안일을 남겨두고 가셨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그걸 다 해치우고 있었다.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올랐다.


왜 여행도 못 가는데, 이런 잡일까지 해야 하는거야!




반항기였을까, 분노와 초조함이 멈추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하하하하하!]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타카시였다.




내가 우리 집의 가난을 한탄하며 빨래를 널고 있는데, 타카시는 태평하게 TV나 보며 웃고 있었다.


순간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정신을 차리자, 나는 타카시 앞에 서서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뭐가 하하하하하야! 장난치지마! 너는 왜 한가하게 TV나 보면서 웃어대는건데! 아무 것도 안하고 TV만 보는 밥벌레 자식... 나가서 돈이나 좀 벌어와!]


말을 끝내자, 속이 다 시원해졌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지금껏 제대로 말 한번 나눠본 적 없는 사람한테 무슨 심한 말을 늘어놓은건지...


사과하려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아아! 와아아아아아!]




갑자기 타카시가 큰 소리로 고함치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나는 기가 죽어 어안이벙벙했다.


그러더니 타카시는 갑자기 일어나 고함을 계속 지르며 집밖으로 뛰쳐나가버렸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말 한마디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 다음 이야기는 별 것이 없다.


퇴근한 부모님에게 타카시가 집을 나갔다고 말하자, 두 분도 조금 놀란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 그만 자렴.] 이라고 말하실 뿐, 다른 것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했지만, 좀체 잠이 오질 않았다.


그 이후, 부모님은 타카시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계속 집에 있던 아저씨가 사라졌는데도, 우리 집은 일상적인 모습 그대로 돌아갔다.


다만 약간 바뀐 점이 있다.




끝도 없이 가난했던 우리 집이, 유복하게 된 것이다.


타카시가 뛰쳐나가고 난 뒤, 어머니는 맞벌이 할 필요가 없어 전업주부가 되셨다.


중학교 때는 나도 수학여행을 갈 수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집은 그렇게 행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다.


타카시가 사라지고나서도 한참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나는 가끔 생각하곤 한다.


타카시는 도대체 무엇이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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