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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트, 2020

호러 영화 짧평 2021. 1. 24.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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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시대가 도래한 이후, 영화관을 찾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 됐습니다.

 

호러 영화 감상이 취미인 저도 작년 5월 호텔 레이크를 관람한 이후 반년 넘게 영화관에 발도 들여놓질 않았었네요.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아서 본 게 바로 이 영화인데...

 

봐도 하필 이런 걸 골라서...

 

 

 

 

이 작품은 원래 2017년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단편 호러 영화, 래리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단편 작품을 감독했던 제이콥 체이스가 그대로 장편 영화의 감독 또한 맡았죠.

 

단편이 가지고 있던 독특한 매력을 장편으로 잘 살릴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역량 이상의 임무였던 모양입니다.

 

사실상 영화는 단편에서 이미 다룬 소재들을 우리고 우리고 또 우리는 사골국물 같은 작품이 나와버렸습니다.

 

 

 

 

단편 영화 래리가 가지고 있던 매력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스마트 기기를 자유자재로 옮겨다니고, 거기서 튀어나오는 존재에 대한 공포에서 기인합니다.

 

스마트폰 안에 살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스마트폰 카메라에는 포착되는 존재.

 

그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호러 요소라고 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리고 딱 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단편 영화에서는 충분히 멋진 연출이 가능했던 거고요.

 

하지만 장편으로 이야기를 늘리는 과정에서, 주제의식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못한 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그 때문에 이야기는 여기저기로 표류하다 끝내는 엔딩 시점에서 말도 안되는 결론을 내리고 말았어요.

 

 

 

 

언프렌디드 : 친구 삭제나 사탄의 인형 리부트에서 드러나듯, 호러 영화는 이제 새로운 시대의 기술들을 활용하는 단계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히 아이디어 몇개만을 늘어놓고 별로 신선하지 못한 점프 스케어만으로 재주를 부리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네요.

 

충분히 좋은 원작, 충분히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이 정도 수준에 머물렀다는 건 참 아쉬운 일입니다.

 

청소년 대상으로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강한데, 솔직히 청소년이 보더라도 그리 재미는 없을 것 같네요.

 

 

 

간만에 영화관에서 본 호러 영화가 이 모양이라서 상심이 큽니다.

 

북미 흥행이 영 좋지 못하던데, 아무리 호러 업계가 저예산으로 적당히 만들어서 흥행 대박을 노리는 곳이라도 기준 이하의 작품은 날로 먹지 못한다는 걸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제 점수는 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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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5th]2초간의 공백

실화 괴담 2021. 1. 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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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jh853445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던 도중이었어요.

친구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라고 하길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습니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현재 통화 중이라는 안내 음성 뿐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도 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인가 싶어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곧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너 왜 그래...?]

[뭐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막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제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더랍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씨발 존나 재미없네.] 라고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는 거에요.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바로 다시 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웃으면서 믿지 않았는데, 다음날 그 친구를 만나 통화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와 그 친구의 통화시간은 2초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 2초 동안, 저 대신 친구와 전화하고 있던 건 도대체 누구였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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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99th]기묘한 남자

괴담 번역 2021. 1. 9.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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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술집에서 회사 동료 몇명과 함께 한잔 하고 있을 때였다.

코타츠 같이 생긴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넣고 앉는 좌석이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가게다.

시간은 9시쯤.



그때까지 생맥주를 큰 조끼로 3잔씩 비우고 츄하이까지 꽤 마셨던터라, 어쩌면 술에 취해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

그 부분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화장실에 가려고 통로에 나와 신발을 신고 있는데, 우리 오른쪽 칸막이 너머가 우연히 눈에 띄었다.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왠지 모를 위화감이 느껴진다.

무엇인가 싶어 고개를 들고 살펴보니, 테이블 끄트머리에 혼자만 색이 짙은 사람이 있었다.

색이 짙다는 걸 잘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사진 보정 같은 걸 해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갈 수도 있겠다.



윤곽을 지정한 뒤, 채도를 올리고 샤픈 효과를 강하게 준 느낌이었다.

아마 50대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였다.

염색한 것 같은 덥수룩한 머리를 5:5 가르마로 타고, 요새는 좀체 보기 힘든 검은 뿔테 안경을 쓰고 있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옛날 시골 선생님 캐릭터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하지만 이상하다는 건 단지 외견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왼쪽 손바닥을 펴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휴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서는 뭔가 묘한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

15cm 정도 길이의 애벌레.

투구풍뎅이 애벌레 같이 새하얀 것이 몇마리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그걸 오른손에 든 젓가락으로 집어서는, 옆에 앉은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갈색 양복 대머리 남자의 목덜미에 떨어트리고 있었다.

그런 짓을 당하면 보통 참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당하는 남자는 별다른 조짐이 없어 그 행위 자체를 모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1분 정도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벌레를 집어넣고 있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남자는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집게 손가락을 입에 대어 쉿하고 제스처를 취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화장실로 향했고, 돌아오니 남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그룹의 테이블을 다시 보아도 남자가 있던 곳에 음식 접시는 없었다.

정말 내가 아까 제대로 본 게 맞나 스스로도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후 우리는 2차로 노래방에 갔다가 막차가 끊기기 전, 11시쯤 해산했다.



나는 동료들과 헤어져 근처 전철역으로 향했다.

이 부근에는 술집이 많아서 늦은 시간이지만 승객들이 꽤 있었다.

전철을 기다리고 있는데, 홈 근처에서 소란이 일었다.



직장인 같은 남자 셋이 서로 얽혀 있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이 한명의 웃옷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아까 술집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었다.



웃옷이 붙잡힌 사람은 이상한 남자가 등에 벌레를 집어넣던 그 사람이었다.

머리가 벗겨진 모습이 똑같았다.

그 순간, 쾌속 전철이 홈으로 들어왔다.



웃옷을 붙잡혀 있던 남자는 온몸의 힘을 모아 양팔을 휘두르더니, 두 사람을 뿌리치고는 그대로 전철 앞으로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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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98th]광설

괴담 번역 2021. 1. 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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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막바지, 산림경비원 하루씨는 산을 한바퀴 돈 뒤 내려오고 있었다.

왼편 계곡에서 강렬한 북풍에 실려 춤추듯 날아오른 가루눈이 불어닥쳤다.

작은 눈보라 같은, 이른바 광설이었다.



저 멀리 흩날리는 눈 너머, 사람 모습이 보였다.

길가에 있는 원목을 쌓아두는 곳에 멈춰서서, 계곡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르렁거리는 바람 소리 속에서 무언가를 말하는 듯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사람은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상대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같은 마을에 사는 미나모토씨였다.



[이봐! 그런 곳에서 뭘 하고 있는거야?]

하루씨가 말을 걸자, 미나모토씨는 천천히 그쪽을 돌아보았다.

늘 울퉁불퉁 엄한 얼굴만을 하고 있던 이가, 그때만큼은 억지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야, 하루씨인가.]

[뭐야라니, 이쪽이 할 말이야. 그것보다 자네, 누구랑 이야기를 하고 있던 것 같던데.]

[아아, 조금 말이지... 쇼타랑 이야기를 했어...]



[뭐라고?]

하루씨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쇼타는 미나모토씨의 외동아들이었다.



작년 봄, 7살도 채 안 된 나이에 소아암으로 세상을 떠난 터였다.

쇼타가 죽은 뒤에도 미나모토씨는 일견 아무 변화가 없었다.

본래 입 다물고 말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고, 어디 모임에서도 침울하게 침묵을 지키는 게 이전과 다를 바 없었다.



비탄에 잠긴 모습도 끝내 누구에게도 보이질 않았다.

쇼타의 장례식 때도, 몸을 추스르지 못할 정도로 울어대는 아내를 곁눈으로 힐끗 보고는, 죽 늘어선 문상객들을 원수라도 보는 양 째려볼 뿐이었다.

그런 미나모토씨의 행동을 보며, 하루씨는 내심 고집을 부리고 있구나 싶었단다.



아마 그렇게 함으로 슬픔을 억지로 억누르고 있던 것이겠지.

그로부터 9개월여.

오늘까지 계속, 미나모토씨는 고집을 부려온 것이다...



[...걷고 있자니 원목 쌓아두는 곳 부근이더만. 누군가가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저편을 보니, 바로 거기 쇼타가 서 있었네.]

하루씨는 아무 말 없이 미나모토씨의 독백에 귀를 기울였다.

어느새인가 바람은 잦아들고, 주위 산은 시간이 멈춘 듯한 적막에 잠겨 있었다.



[쇼타 녀석, "어머니를 괴롭히면 안돼" 라고 말하더라. 나도 쇼타 때문에 안사람에게 깨나 화를 냈었으니. "언제까지 울고 있을거야, 울고만 있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도 아닌데" 라더라.]

그 이야기는 아내를 거쳐 하루씨 귀에도 들려오던 것이었다.

시골 우물가에서는 비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법이니.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해도 멈출 수가 없더만. 그렇게 해서 겨우 기력을 끌어내고 있었으니. 아니, 도망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깨달으니까 대화가 끊겨버렸어.]

미나모토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좀체 볼 수 없이 말수가 많다.



[그 녀석은 그게 참 걱정이었던 모양이야. 오랜만에 만난 자식한테 설교나 듣고. 정말 화가 나고 한심하지만... 그렇지만 말이야... 뭐랄까...]

말을 더듬더니, 그대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멈춰섰다.

[그렇지만 말이야, 하루씨. 어째서인지... 눈물이 멈추질 않더라고.]



하늘을 바라보는 눈에서는 눈물이 펑펑 흘러, 뺨을 타고 떨어지고 있었다.

미나모토씨는 그대로 소리를 높여 오열했다.

참고 참아오던 고집이 무너진 미나모토씨의 통곡은 쉬이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쏟아지는 굵은 눈물은 설원에 하나둘 구멍을 남겼다.



바라보니 저 너머, 막 눈이 새로 덮인 설원 위에 살짝 한쌍만, 작은 아이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이윽고 다시 기세를 더한 바람이 강렬하게 불어온다.

눈이 흩날리고 발자국은 눈깜짝할 사이 쓸려 날아가버렸다.



하지만 그 발자국은 미나모토씨 마음 속,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찍혀있겠지.

산을 내려온 미나모토씨의 엄한 얼굴은, 근래 보지 못한 밝게 개인 표정이었다.

광설이 아주 잠깐만, 시간을 되돌려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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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봄, 바람이 무척 세게 불던 날이 있었다.

등유가 담긴 말통을 넣은 커다란 케이스가 현관 앞에 있었기에, 혹시 바람에 날려가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형과 함께 둘이서 확인을 위해 문 밖으로 나섰다.

케이스는 현관에서 2m 정도 날려가 집 앞 도로까지 떠밀려 가 있었다.



나는 황급히 케이스를 멈추고 옮기려 했다.

하지만 형은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뭔가 날고 있어.]



위를 올려다보니, 하늘에 수많은 인간이 바람을 따라 날고 있었다.

강풍 때문에 사람이 날아갈 정도인가 싶었지만, 그렇다면 우리도 바람에 날려가고 있을 터였다.

둘이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사람이라고 생각한 게 사실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형태는 사람 모양이었지만, 날아다니는 것은 하나하나 다 다른 물체였다.

마쉬멜로우 같은 하얀 덩어리가 있는가 하면, 구멍이 뚫린 치즈 같은 모양도 있었다.

형은 [사람 모양을 한 풍선인가 보다.] 라고 말했기에, 나도 그럴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사람 모양 풍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인터넷을 찾아봐도 비슷한 이야기는 보이지 않았다.

3일 뒤, 형은 갑작스럽게 쓰러져 그대로 세상을 떠났다.

죽기 전에 [나도 날려진다, 나도 날려진다.] 라고 몇번이고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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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96th]순례자

괴담 번역 2020. 12. 29.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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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시골로 돌아가는 길에 겪은 일이다.

시골집까지는 차로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계속 운전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지치기 마련이라, 중간에 차를 멈추고 편의점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가볍게 체조를 하며 몸을 푼 뒤, 눈에 안약을 넣고 차를 한잔 하려던 터였다.

동쪽에서 순례자가 걸어왔다.

여름에는 순례자가 늘어나는 법이니, 특별할 것 없는 평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람 모양의 짚 같은 걸 짊어지고 있었다.

가게 입구에 짐을 두고, 그 순례자는 편의점에 음료를 사러 들어갔다.

너무 뚫어지게 보는 것도 실례겠지만, 그 짚인형은 뭐랄까, 인형이라기보다는 사람을 짚으로 덮어둔 것 같은 묘한 섬뜩함이 있었다.



왜 인형을 업고 다니는 것인지 궁금한 나머지, 나는 계속 그 인형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침 편의점에서 나온 순례자가 내 시선을 깨달은 듯 했다.

그는 짐 속에 잔뜩 사 온 음료를 넣으며 말했다.



[왜 인형 같은 걸 메고 다니냐는 듯한 얼굴을 하고 계시군요.]

[아, 예. 순례하는 분들은 자주 보지만 인형을 짊어지고 다니시는 분은 처음 봐서요.]

[하하, 실은 이건 제 아내를 대신하는 것이랍니다.]



[아내 분이라고 하신다면...?]

[아내는 작년 우울증이 심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생전에 아내의 마음을 조금도 헤아려주지 못한 게 미안하더라고요.]

[그렇군요... 갑작스런 일을 당해서 많이 외로우셨겠습니다...]



그 남자는 사이타마에서 왔다고 말했다.

별 것 없는 대화를 나누는 사이, 시코쿠 이 곳이 좋다는 말을 했던 것 같다.

이야기가 이어져 30분 정도 대화를 나눴을까.



남자는 [슬슬 출발해야겠습니다.] 라며 짐을 짊어지고 인형을 껴안았다.

나도 해가 떠 있는 사이 시골집에 도착해야겠다 싶어,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저도 서쪽으로 가니, 인연이 닿으면 또 뵙지요. 몸 조심하십시오.]



[아, 고맙습니다. 당신도 건강하세요.]

편의점 주차장에서 나와 백미러로 순례자를 바라보았다.

오른손을 흔들며 인사해 주는 모습을 보며, 아내 분도 함께 계셨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그 다음 순간, 조수석 문이 덜컥하고 열렸다.

열렸다고는 해도 문은 닫힌채 안전장치만 풀린 상태였지만.

그래도 혹시 열려 어디 부딪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에, 바로 갓길에 차를 대고 팔을 뻗어 조수석 문 손잡이를 잡았다.



살짝 한숨을 내쉬고 운전석으로 돌아와 안전벨트를 매고, 오른쪽 백미러, 왼쪽 백미러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조수석 쪽 백미러에 순간적으로 머리카락 같은 게 비쳤다.

어라?



나는 내심 움찔하며 백미러를 다시 보았다.

저 멀리, 내가 멈춘 것을 알아차렸는지 순례자가 다시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다.

그 등 뒤, 업혀있는 인형의 오른손도 함께 흔들흔들...



겁에 질린 나는 전속력으로 액셀을 밟았다.

백미러를 다시 돌아보는 게 무섭고 무서웠다.

시골에 도착한 뒤, 나는 할아버지에게 순례자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 하셨다.

[예전부터 사람의 형상을 한 것에는 사람의 영혼이 깃들기 쉽다고 한다. 거기 들어 있는게 부인의 영혼인지, 누군지도 모를 영혼을 넣고 다니는 건지 알 수도 없는 일이야.]

[그런 바보 같은 이야기가... 무슨 만화나 영화도 아니고...]



[이런 바보 같은 녀석. 짚인형도 그렇고 전통인형도 그렇다니까? 사람의 형상을 한 건 안이하게 들고 다니면 안되는거야. 그 사람이야 부인을 떠올리며 그랬다지만, 주변에 꼭 아내만 있으라는 법이 있겠냐.]

결국 그 후 순례자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근처 절에도 그런 차림의 순례자가 왔었던 적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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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995th]둥글고 노란 빛

괴담 번역 2020. 12. 2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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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5시쯤, 역을 향해 오래된 마을을 걸어가고 있었다.

해가 떨어져 주변은 깊은 남빛에 물들고, 집들에서는 저마다 주황색 불빛이 새어나온다.

너무 추워서 목을 잔뜩 움츠리고 등을 푹 숙인채 걸었다.



문득 앞으로 보니,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둥글고 노란 빛이 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둥실 날고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공포 체험인가 싶어 잔뜩 긴장했는데, 묘하게도 따뜻한 빛처럼 보였다.

나는 조금 걷는 속도를 낮추고 그 뒤를 따라갔다.



둥근 빛은 2개, 3개로 늘어나더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나타나고는 또 반대편으로 둥실둥실 날아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내가 다가갈 수록 빛은 어슴푸레해지더니, 10m 정도 근처까지 다가가자 빛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 그 빛은 뭐였을까... 하면서, 나는 빛이 날고 있던 근처까지 걸어갔다.



문득 정신을 차리니, 길 왼편에 카메라를 든 30대 정도 되는 남자가 서 있었다.

깜짝 놀라 [우왓!] 하고 소리를 내자,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듯 쓴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길 반대편을 보니, 그 사람의 아내인 듯한 여자와 여자의 팔에 안긴 6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남자를 향해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잡고 있었다.

벌써 어두운 이 시간에, 이가족은 뭘 하고 있는거람.

잠깐 지켜볼까 싶었지만, 놀라서 소리를 낸 게 부끄러워 그 가족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뒤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A짱 이거 보렴? 집이야. 오랫동안 입원해 있느라 정말 고생했어... 잘 다녀왔어.]

잘 돌아왔다는 말을 할 즈음에는, 아내의 목소리가 눈물에 젖어 떨리고 있었다.



곧이어 여자아이가 [아빠, 다녀왔어!] 하고 밝게 대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는 목소리가 작은 사람인지, 뭐라고 말하는지는 제대로 듣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와 마찬가지로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는 것만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듣고있는 나마저도 가슴이 떨려와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 빛은 행복의 빛이었으리라.

행복한 사람은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빛나던 빛은 그런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던 것이다.

나는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걸어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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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도쿄의 어느 주택가에 살았었다.

근처에는 전철 선로가 있어, 가장 가까운 역에서 하행 방면 기준 두번째에 위치한 건널목이 있었다.

그 건널목에서는 묘하게 사망 사고가 잦았다.



열리지 않는 건널목 같은 것도 아닌데.

철이 들 때까지 거기서 몇명이고 사람이 죽었다.

어떤 때는 정정한데다 꽤 잘사는 근처 할머니가 건널목 가운데서 정좌를 하고 앉아 있다 전철에 치인 적도 있었다.



어떤 때는 자주 눈에 띄던 노숙자 아저씨, 어떤 때는 젊은 형.

그리고 어느날, 같은 반 친구의 형이 중학교 2학년이라는 젊은 나이에 거기서 숨을 거뒀다.

함께 있던 형네 친구는 평범하게 이야기하며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슬렁어슬렁 선로에 들어가더니 어리둥절하는 사이 전철이 와버렸다고 증언했다.



다른 목격자들도 있었고, 딱히 사건이 될 요소는 전혀 없었기에 결국 자살로 처리되었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고였던 탓에, 그 친구와 가족 단위로 각별히 친하던 사람이 아니면 장례식에 참석하는 것마저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올 정도였다.

그 후 친구네 아버지도 일찍 세상을 떠났고, 둘만 남은 친구와 그 어머니는 같은 구기는 해도 정반대 동네로 이사를 갔다.



몇개월 뒤, 이번에는 내가 자전거를 타고 그 건널목을 지날 때였다.

갑자기 자전거가 못이라도 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페달을 밟아도 자물쇠가 잠긴 것처럼 돌아가질 않았다.



억지로 힘을 주어 밟으니, 이번에는 선로 틈새에 타이어가 꽉 끼어서 빠지질 않았다.

그러는 사이 건널목의 바가 내려오고, 경고음이 울려왔다.

"위험해! 이러다 죽겠어!" 싶었지만, 이제는 몸도 움직이질 않았다.



움직여야 한다고 미친 듯이 생각하고 있는데도.

그때 갑자기 지나가던 대학생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자전거를 들어올리더니, 내 팔을 잡고 끌었다.

[이제 됐으니까 뛰어!]



그 사람이 없었다면 나도... 죽었겠지.

그 후 얼마 지나 나도 그 동네를 떠났기에, 지금도 사망 사고가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 건널목은 아직도 변함없이 거기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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