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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

[실화괴담][109th]뉴욕 지하철

실화 괴담 2023. 3. 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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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jh5967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재는 뉴욕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괴담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사람이 하는 말 치곤 웃긴 이야기지만, 저는 평소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생각을 갖고 살고 있습니다. 

아마 어느 순간 괴담에서 귀신으로 나오는 존재는 억울한 일로 원한을 품게 된 약자인 경우가 많다는걸 깨달아서 그런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부조리를 당하다 자살한 병사의 귀신이나, 성적을 비관하다 결국 자살한 학생의 귀신은 수없이 많지만, 재벌집 귀신이나 국회의원 귀신 얘기는 들어본 사람이 없을테니까요.

거기다가 귀신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지만, 초등학생 때 왕따를 당하는 등 타인의 악의로 인한 고통을 겪은 경험은 있다보니 아마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된 것 같습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이러한 제 가치관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경험 중 하나입니다.



때는 약 3개월 전, 제가 대학교에서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혹시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뉴욕시는 크게 맨하튼, 브루클린, 퀸스, 그리고 브롱스 총 4개의 자치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보통 사람들이 뉴욕하면 생각하는 곳은 맨하튼이죠.

저는 맨하튼에 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었지만, 맨하튼의 월세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어서 맨하튼이 아닌 퀸즈에 친구와 집을 구해 살고 있었습니다.

퀸즈라고는 해도 맨하튼에서 지하철로 한 정거장, 저희 학교까지는 지하철로 약 30~40분 정도 거리였기에 통학하는 게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한가지 불편했던 점은, 아마 마지막 학기여서 그랬을까요.

제가 듣던 수업 중 반 이상이 밤이 돼서야 끝이 나는 수업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밤이라곤 해도 오후 9시 즈음, 한국이라면 돌아다니기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뉴욕은 한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치안이 좋지 않아 조심스럽게 다녀야 했습니다.



물론 요새 뉴욕의 치안은 과거에 비하면 몰라볼 정도로 좋아졌다고 하고, 저도 밤에 친구들과 같이 놀러다닌 적도 많았지만, 진짜 문제는 지하철이었습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뉴욕 지하철은 더럽고 냄새나기로 유명합니다. 

한국과는 달리 스크린 도어도 없어 위험하고, 시궁쥐가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노숙자들입니다. 

뉴욕 지하철은 한국의 1호선 빌런들은 우습게 보일만큼 노숙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냥 조용히 앉아있는 노숙자들도 있지만, 지하철 자리 한 열 전체를 차지하고 누워서 자는 사람은 물론이고, 노상방뇨를 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끽해야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정도인 한국 노숙자들과는 달리, 이곳의 노숙자들은 마약에 중독되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면서도 미국 특유의 의료제도 덕에 치료를 받지 못해 완전히 정신이 나간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 역시도 뉴욕에서 대학을 다니고 지하철로 통학을 하며 이런 일들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그럼에도 정말로 무서웠던 일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수업을 마치고 혼자서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제가 타는 역과 내리는 역은 둘 다 출입구가 플랫폼 양 끝에 위치해 있는 형태였습니다. 

쉽게 말해 지하철 맨 앞 열차쪽, 그리고 맨 뒷쪽 열차쪽에 출입구가 있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저희 집에서 가까운 쪽의 출입구는 남행열차 기준으로 맨 뒷칸 열차쪽에 위치해 있었지만, 학교가 있는 역의 출입구는 맨 앞칸쪽으로 나가야 했기에, 항상 지하철 양쪽 끝으로 오고 가곤 해야 했습니다.



평소와 같이 전철 플랫폼에 내려가, 반대쪽 방향 맨 끝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플랫폼 반대편 끝에, 어느 한 노숙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여타 노숙자와 다를 바 없이 꾀죄죄한 옷차림에, 면도는 하지 못한 듯 수염이 지저분하게 난 모습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노숙자들은 먼저 눈을 마주치거나 다가가지 않는 이상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기에, 저는 평소대로 그 노숙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시선을 다른곳에 두면서,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계속 시선 한켠으로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몇달 전, 한 아시아인 여자가 노숙인에 의해 선로에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기에 평소에도 조금은 경계를 하며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문득 이상한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다른 노숙자들과는 달리, 그 노숙자는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 노숙자들이랑 눈을 마주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날처럼 그렇게 저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노숙자와의 조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플랫폼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수업에 지쳐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그냥 노숙자가 있던 플랫폼 반대편으로 걸어갔습니다.



플랫폼 반대편으로 계속 움직이니, 점차 노숙자와 거리가 가까워져 어느덧 그 노숙자와는 한 3m 정도 거리만을 두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 노숙자는 저를 계속 쳐다보곤 있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을 하진 않았기에 그냥 자의식 과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차가 오기까진 2분 정도가 남았기에, 노숙자로부터 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보고 있었습니다. 



에어팟을 끼고 있었기에 주변의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문득 신경이 쓰여 고개를 노숙자 쪽으로 돌리자, 그 노숙자가 빠른 속도로 저를 향해 뛰어들었습니다. 

저는 그 노숙자가 저를 선로로 떨어뜨리기 위해 밀려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순간 몇달 전 살해당한 아시아인 여자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저도 이렇게 죽나 싶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부모님 생각과 오만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노숙자는 저를 밀치지 않았습니다. 



제가 어안이 벙벙해 있자, 그 노숙자는 마치 재미있는 것을 보았다는 듯 누런 이빨을 보이며 기분 나쁠 정도로 크게 웃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툭툭 치며 농담이었다는 듯 뭐라 중얼거렸습니다. 

저는 순간 맞장구를 치며 웃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 억지로 웃음을 짜냈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사람은 아마 마약이나 조현병 등으로 인해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열차가 도착했고, 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열차에 올라탔습니다. 

그 남자가 저한테 뛰어든 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마치 영겁의 시간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 일은 제가 여태까지 겪은 일들 중 손에 꼽힐 정도로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목숨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정말 한번도 마주친 적 없는 타인의 악의에 의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실제로 겪고나니 너무나도 오싹해졌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존재 여부가 불분명한 귀신과는 달리, 마약에 취해있거나 정신질환으로 인해 환각을 보는 노숙자는 흔하디 흔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언제든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 

원한을 품고 저주하는 귀신도 당연히 무섭지만, 저에게는 이유도 없이 제게 달려드는 노숙자가 더 실질적인 위험이자 공포의 존재였습니다.

새삼 느끼지만, 저는 역시 귀신보다는 사람이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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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8th]숲쪽 창문

실화 괴담 2023. 3. 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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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Name No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저희 학교는 전교생의 99%가 기숙생활을 하는 학교였습니다.

학교 위치 자체도 촌구석에 있어, 주변에 나가봐야 즐길거리도 없습니다.



매일이 학교, 기숙사, 독서실의 반복일 뿐이죠.

2학년 때였습니다.

교실의 위치는 1층이었는데, 복도 저편 창문 너머로는 작은 숲이라 부를 수 있을만큼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창문과 담장 사이가 1m 정도에 불과한 아주 좁은 공간인데, 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데 풀과 나무, 그리고 윗층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가득해 저희는 항상 창문을 닫아두고 한여름에조차 열지 않았어요.

아예 못으로 박아두었다든지 그런 건 아니라, 처음 반에 오고나서는 환기 때문에 종종 창문을 열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열지 않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 곳에서는 냄새가 전혀 나질 않았습니다.



숲에서 날법한 나무나 흙 냄새도, 쓰레기에서 날법한 악취도 전혀.

분명 몇년은 된 것 같은 쓰레기가 보이고, 어둡고 축축해서 이끼도 이곳저곳 끼어있는데, 그냥 허공의 공기 냄새를 맡는 것처럼 말이죠.

그 일이 일어난 건 2학기가 시작된 뒤, 가을이었습니다.



4교시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고, 선생님이 살짝 빨리 수업을 끝내줘서 밥도 다른 반보다 빨리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 2학년이 줄을 서고 있더라도 3학년들이 밥을 먹으러 오면 그대로 줄이 새로 생기면서 후배들이 비켜주는 게 당시 학교의 룰이었습니다.

그래서 보통 점심을 다 먹고나면 남는 시간은 30분 정도였는데, 그날은 교실에 들리지도 않고 체육복 차림 그대로, 3학년보다도 빨리 점심을 먹는 바람에 식사를 마치고도 점심시간은 한시간 가까이 남아있었습니다.



체육시간에 땀도 많이 흘려 지친데다, 시간도 꽤 남다보니 다들 약속이라도 한듯 낮잠을 청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꼭 자야겠다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양치를 마치고 와 보니 이미 같은 반 친구들은 한명도 남김없이 모두 자고 있었습니다.

저도 분위기를 타서 책상 위의 책을 모두 치운 뒤, 양팔을 포개어 자려는데 가만히 있자니 너무 더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전력난이라며, 에어컨은 선생님이 직접 켜고 끄던 터였습니다.

학생은 임의로 건드리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창문이라도 열어야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저 혼자 자기 전 숲쪽 창문과 복도쪽 창문, 교실 문을 모두 열었습니다.



양쪽 문을 다 열어야 공기가 잘 통해 바람이 흘러 시원해지기 때문에 복도 쪽 문도 열어야 하는게 당연하지만, 점심시간 특유의 시끄러움 때문에 아이들이 잠에서 깨지 않을까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을 여니 거짓말처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조용했습니다.



당시에는 그저 다행이라고, 모두 밥 먹으러 갔다보다 했습니다.

시끄러워지면 문 근처에 자던 아이가 깨서 문 닫겠지라는 생각에, 그대로 교실 가운데 제 자리로 와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숲을 통해 오는 바람이라 그런지 바람도 조용하지만 시원했습니다.



무척 편하게 잘 자는데, 문득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했습니다.

너무 곤히 자느라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이동수업을 들으러 갔고, 나 혼자 교실에서 자고있는건가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다른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고, 이동수업은 다른 날이라는 걸 깨달아 이내 안도했죠.

그저 짧게 잤는데도 푹 자서, 피로가 금세 풀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깨어나고 나서도 교실은 이상할만큼 너무나도 조용했습니다.



그 순간, 지금 생각해도 꿈인가 싶은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숲쪽 창문에서 투명하면서도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공간이 울렁이는 것 같은 무언가가 보였습니다.

마치 구름이나 담요, 솜사탕처럼 가장 앞 창문에서 흘러나와, 창문 가장 가까이에 있던 아이 위에 덮혀서 그대로 꼼지락거렸습니다.



그때는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곧이어 창문에서 또다시 그 무언가가 나오더니 다른 친구를 덮고 꼼지락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몇개가 연이어 나타났고, 그러는 사이에도 저는 그저 이제 누가 덮일까 하며 태평한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열명 정도 되는 친구들 위로 그 무언가가 꼼지락대고 있었고, 앞으로 몇개만 더 나오면 나도 덮일 즈음이었습니다.

갑자기 문이 탁 닫히는 소리가 나서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느덧 수업시간이 됐는지, 선생님이 오신 것이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깨어났고, 다시 보니 그 무언가도 사라진 후였습니다.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채 5분도 안되었는데, 친구들 몇명이 화장실에 가야겠다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선생님은 [엎드려 잘 시간이 있으면 진작 화장실에 갔어야지.] 라고 나무라면서도 보내주었습니다.

눈치 채셨겠지요.

화징실로 향한 것은 그 무언가가 덮고 꼼지락거렸던 아이들이었습니다.



10명 모두가, 동시에 화장실로 향한 겁니다.

선생님도 그렇게 많은 인원이 한번에 화장실로 향하니 당황하셨는지, 식중독인가 싶어 다른 교실로 가서 혹시 화장실에 간 학생이 없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반에서도 그런 상황은 없었고, 양호실에도 식중독 환자가 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다.



단순히 우리 반 친구 열명이 동시에 화장실에 간, 딱히 기억에 남지도 않을 작은 사건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무언가를 본 저에게는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사건입니다.

그 무언가를 본게 꿈이었다고 해도, 하필 딱 그 친구들이 동시에 화장실에 간건 사실이니까요.



게다가 화장실에 가겠다고 교실에서 나가던 순서마저 그 무언가에 덮인 순서대로였습니다.

다음은 누구지, 하고 뭔가 규칙이 있을까 싶어 유심히 바라봤었거든요.

졸업하고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떠올리면 두려움과 호기심에 잠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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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5th]2초간의 공백

실화 괴담 2021. 1. 16.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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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jh853445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12년 전 이야기입니다.

친구와 통화를 하던 도중이었어요.

친구가 [무서운 이야기 하나 해줄까?] 라고 하길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화가 끊겼습니다.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건 현재 통화 중이라는 안내 음성 뿐이었습니다.

저는 친구도 저에게 전화를 걸고 있는 것인가 싶어 잠시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곧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친구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너 왜 그래...?]

[뭐가?]



[아니, 말을 왜 그렇게 하냐고...]

뭔가 이상하다 싶어 사정을 물어봤습니다.

친구 말로는 자기가 막 무서운 이야기를 하자 제가 그냥 아무 말 없이 듣고 있었더랍니다.



그리고는 갑자기 [씨발 존나 재미없네.] 라고 말하더니, 전화를 끊었다는 거에요.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바로 다시 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웃으면서 믿지 않았는데, 다음날 그 친구를 만나 통화시간을 확인해 보니 저와 그 친구의 통화시간은 2초 차이가 나더라고요.



그 2초 동안, 저 대신 친구와 전화하고 있던 건 도대체 누구였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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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4th]한밤 중의 주문

실화 괴담 2020. 11. 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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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 이 이야기는 피자빵맨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8년 12월 22일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경기도 남부에서 동네 주민들은 다 아는 오래된 피자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밤 11시 45분에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이 하나 들어왔는데, 외진 곳에 있는 빌라 B동 201호에서 들어온 주문이었습니다. 



곧 가게 마감시간이라 주문도 더 안들어 올테고, 배달 대행비 오천원도 아낄 겸, 제가 직접 배달을 갔습니다.

스마트폰 네비게이션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도착하고 보니, 색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빌라에 A동이라는 글자가 보였습니다. 

저는 그 옆은 당연히 B동이겠거니 싶어, 오토바이를 근처에 세워두고 옆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워낙 오래 되고 관리가 안 되서인지 현관의 동호수는 다 닳아 없어졌고, 올라가는 동안 로비등도 1층에는 불이 안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빌라들은 으레 불이 안 들어오는 곳이 많다보니, 저는 별 생각 없이 스마트폰의 후레쉬를 켜고 계단을 올라갔습니다.

201호에는 연두색으로 페인트칠 한 문에 부적이 붙어있었습니다. 



뭔가 거창한건 아니고 입춘대길이라 써진 부적이었습니다. 

201호가 맞는지 확인하고 가볍게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네.] 하고 여자 대답소리가 들렸습니다.

곧 사람이 일어나는 소리가 났고, 거실에서 방으로 터벅터벅 들어가는 발소리가 났습니다. 



오래된 빌라라 그런지 걸을 때 바닥이 울리는게 더 잘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선결제를 했으니 지갑 찾을 필요 없이 받기만 하면 될텐데 싶었지만, 무슨 사정이 있을지 모르니 조금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어둠 속에서 3분을 기다렸는데도, 사람이 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시 노크를 하고 초인종을 눌렀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문 너머와 위층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웃음 소리가 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얼핏 들어보니 201호에서는 강호동씨 목소리와 웃는 소리가 들려와, 아마도 "아는형님" 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화장실이라도 간건가 싶어서 노크하고 또 기다렸다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서 안심번호로 전화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전화는 금방 연결됐습니다.

[피자 배달 왔습니다. 문 좀 열어주세요.]



주문한 분은 야근하면서 집에 있는 아이들에게 야식을 시켜준 거 같았습니다.

[제가 지금 밖에서 일하고 있거든요. 저희 빌라가 A동이랑 B동 말고 A2동, B2동이 따로 있는데 혹시 거기로 가신거 아닐까요? 자주들 헷갈리시는데, A2동이랑 B2동은 곧 철거 예정이라 사람이 아무도 안 살아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 A2동과 B2동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는 순간 위층과 문 너머에서 들리던 TV소리가 갑자기 뚝 끊겼습니다. 



보통 괴담을 보면 여기서 TV소리가 더 커지거나, 위층에서 뭔가 달려 내려오는 소리가 나곤 할텐데...

제가 겪었을 때는 은은하게 들려오던 TV소리가 뚝 끊긴 정적과 동시에 한기가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일단 알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고, 후레쉬로 계단을 비추면서 내려왔습니다. 



고작 2층인데 내려갈수록 한기가 뒷목까지 올라오더니 밖으로 나오자 사라졌습니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고개를 들어보니 건물의 모든 불이 꺼져있었습니다.

분명 들어갈 때는 201호와 301호의 불이 켜져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었지만 일단 배달은 해야되니, 걸어서 건물사이를 헤메다가 B동을 찾았습니다. 

B동은 로비와 1층에 불도 들어오고 사람 사는 소리도 났습니다. 

201호 문을 두드리니 할머니와 아이 둘이 바로 문을 열고 피자를 받아갔습니다.



오토바이를 A2동에 세워뒀던 저는 어쩔 수 없이 A2동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A2동에서 들었던 대답소리와 TV소리, 웃음소리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도 가끔 그 날을 떠올리면 등골이 오싹해지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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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3rd]복이 들어오는 신발장

실화 괴담 2018. 2. 2.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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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느 집이던, 신발을 벗고 산다면 신발을 놓는 곳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신발을 벗고나서 정리하는 방향을 의식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신발을 정리하라고 하면 항상 신발 끝이 현관쪽을 보게 맞춰서 정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머니가 신발장을 보시곤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신발을 바깥쪽으로 두면 복이 걸어나간다고, 집 안쪽으로 오게 정리해야 복이 들어온다고요.


저는 속으로 그럴리가 있나 하면서도, 다시 신발 방향을 돌려놓고는 했죠.




이 이야기는 약 7년전 12월, 제가 중학생 때 이야기입니다. 


중학생 때 저는 그 나이대 학생들이 그렇듯,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새 컴퓨터를 하고는 했습니다.


제 방은 현관을 들어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안방과는 대각선으로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에 게임을 하다가 안방문 여닫는 소리나 부모님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모니터를 끄고 자는 척 하곤 했죠.


겨울, 난방비를 아껴야한다는 이유로 베란다 창문과 문을 모두 잠그고 두꺼운 커텐을 쳤던터라 거실은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웠습니다.


그 탓에 모니터 불빛이 방문틈으로 새어나가 부모님한테 몰컴이 걸리곤 했거든요.




그 날도 가족 모두가 잠들기 전, 신발장 정리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신발을 모두 안쪽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신발을 안쪽으로 향하게 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럼 복이 신발이라도 신고 들어오는걸까?"


헛소리 같겠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정리하고나니, 가족들 모두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성공적인 몰컴을 위해,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며 안방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했습니다. 


안방 문 여닫는 소리는 굉장히 커서, 안방 문만 닫혀있어도 열리는 소리를 듣고 빠른 자는 척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컴퓨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을까요. 


새벽 2시쯤, 저는 문 밖에서 탁하는 소리를 듣고 순간 놀라 모니터를 꺼버렸습니다.




속으로 "어째서? 안방문에선 아무 소리도 안났는데 어떻게?" 하면서, 저는 방문으로 다가가 귀를 댔습니다. 


[탁탁, 탁.]


문 밖에선 분명히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놀란건 소리가 나기 때문만은 아니였습니다. 


소리의 방향이 이상했거든요. 


분명히 방문 바로 밖 왼쪽, 신발장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신발을 신고 바닥에 몇 번 발을 구르는 듯한 그런 소리가요. 


가족들은 모두 방에서 자고 있을텐데. 


저는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바닥에 살짝 주저 앉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소리는 굳이 문에 귀를 대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신발장에서부터 굉장히 빠른 발걸음 소리가 부엌으로 달려가는겁니다.


진짜 복이 들어온 것은 아닐지언정, 뭔가가 들어왔다는건 확실했습니다.




저는 재빨리 제 방 작은 창문을 닫고 방문을 잠가버렸습니다.


다시 문에 살짝 귀를 가져다대자, 발소리의 주인이 부엌에서부터 방문 앞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 앞 거실에서 터벅터벅 맴돌다가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차마 이 침묵을 깨며 방문을 열고 나가서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저는 날이 어느정도 밝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 나가기로 마음 먹고 다시 모니터를 켰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새벽 6시쯤.


날이 어느정도 밝아오자, 저는 슬슬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거실에는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두꺼운 커튼도, 잠가놨던 베란다 문과 창문도 전부 활짝 열려진 상태로, 거실에는 곧바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안방문은 굳게 닫혀있었죠. 


신발장의 신발들은 여전히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였습니다.




대체 그 날 신발장을 통해 들어와서 뛰어다니다가 베란다 문을 열고 사라진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몇년이 지난 지금도, 신발을 안쪽으로 정리할 때면 또다시 뭔가가 집 안으로 걸어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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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2nd]기어오는 군인

실화 괴담 2017. 11. 11.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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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김민기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2014년, 제가 군 복무할 무렵 이야기입니다.


저는 가평에 있는 부대에서 복무했었습니다. 


이 사건은 제가 일병 5호봉이던 시절, 탄약고 경계초소근무를 서던 전번초 근무자, 후임 김일병에게 일어난 사건입니다. 




[야, 일어나. 근무 가야지.] 


김일병은 불침번 근무자이자 고참인 신상병이 깨워 잠에서 일어났답니다. 


밖에서는 비 내리는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었 날이었지요. 




근무 시간은 새벽 2시부터 4시까지. 


가장 피곤하고 졸린 시간대. 


네 소대가 번갈아가며 한달에 1번씩 서는 탄약고 근무였습니다.




탄약고는 언덕쪽에 위치해 있었기에 투입시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야 했죠.


그런 탓에 다들 탄약고 근무를 서는 날이면 매우 싫어했었습니다. 


거기다 비까지 오는 날이니, 그야말로 최악의 근무였습니다. 




김일병은 서둘러 환복을 하고, 단독군장을 차고 방탄헬멧을 쓴 뒤, 행정반에 가서 시건된 총기를 꺼내고, 대검을 받은 뒤 보고를 했습니다.


[당직사관님. 보고드립니다. 탄약고 근무 투입하겠습니다.]


[그래, 잘 다녀와라.]




졸고 있다 막 잠에서 깬 당직사관은 졸음이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대대 실장에게 보고 후, 팀장에게 공포탄을 받아 검사 후 출발을 했습니다. 


비오는 날이면 우비를 써야하는데, 김일병은 계급에서 밀리다보니 찢어진 우비를 받았더랍니다. 




그걸 쓰고 가니 비는 새고 옷은 젖어, 잠이 금세 확 깼다네요. 


그렇게 올라올라 탄약고에 도착해, 근무에 투입했습니다. 


고참과 같이 서는 근무.




고참은 초소 안에 들어가 쉬고, 짬이 안되는 후임은 밖에 서서 감시하는 당연스러운 전개로 흘러갔습니다. 


십분, 삼십분, 한시간... 


시간은 흘러가고, 김일병은 그저 멍하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탄약고 언덕길을 보고 있었답니다. 




그렇게 2시간 근무 중 1시간 20분 가량이 흘렀을 때, 김일병은 그 언덕길에서 보면 안될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비가 흘러내리는 언덕을, 무언가가 꾸물꾸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찰박... 스윽... 찰박... 스윽... 찰박... 스윽...]



 

웅덩이를 짚는 짙은 소리와, 무엇인가 끌고 오는 소리. 


그렇습니다. 


그것은 기어오고 있던 것이었죠. 




김일병은 이때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고 등골이 오싹해짐과 동시에, 제대로 된 사고가 마비됐다고 합니다.


극도의 공포와 마주치면 비명조차 지를 수 없다고들 하죠. 


입도 마비되어, 같이 근무 들어온 염상병을 부를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숨넘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졸고 있는지 자고 있는지, 초소 안 기둥에 기대어 있을 염상병을 불렀지만, 들리지 않는지 그 상태 그대로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소리는 더욱 크게 들리오고, 기어오는 것은 언덕길 중간에 파놓은 배수로를 지나오고 있었습니다. 


[철벅... 스윽... 철벅... 스윽... 철벅... 스윽...]  




짙게 들리는 물을 짚는 소리와 더불어, 그것의 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낡은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었습니다.


허리 아래부분은 날아간건지 절단된건지 없었고, 찢어진 상의 옷가지만 끌려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비오는 날, 검은 형체가 기이한 소리를 내며 기어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졸도할 지경인데, 김일병을 더 미치게 만든건 그것의 얼굴이었습니다.


두 눈구멍은 뻥 뚫려 눈알은 보이지 않고, 턱은 찢어져 간신히 붙어있는 채 덜렁거리고 있었답니다. 


그런 녀석이 말라 비틀어진 팔로 기어오는 모습을 보니, 완전히 정신이 나갈만도 하죠.




김일병은 자기도 모르게 공포탄 장전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한발을 쏜 뒤 기절했다고 합니다. 


이후 총소리를 듣고서야 잠에서 깬 염상병의 긴급보고로, 거품 물고 실신한 김일병이 대대 팀장 및 오분대기조에게 실려 내려왔습니다. 


그 탓에 당시 졸고 있던 염상병은 진급이 누락당했고요. 




김일병은 쓰러진 이유를 대대 실장 및 대대장, 중대장, 주임 원사, 탄약관에게 죄다 보고했지만, 군대라는 곳이 어디 귀신봤다고 넘어가주는 동네겠습니까.


결국 군의관에게 "정신착란으로 인한 극도의 공포에 의한 발포" 라는 길고 얼토당토않은 판정을 받고 나서, 휴가도 잘리고 진급도 누락당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이 이야기의 진상을 알게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습니다.




염상병도 전역을 하고, 저와 김일병 모두 상병 계급장을 달고나서야 이야기 해주더군요. 


[김상병님, 제가 그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응? 뭔데?]




김일병이 공포탄을 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겁니다. 


그 기어오는 질척한 소리가 가까워 올수록, 목소리가 들리더랍니다. 


처음엔 [....줘 ...놔줘...] 하고 들렸는데, 얼굴이 보일 정도로 가까이 오니 겨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쏴줘" 라고 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러니까. 그 낡은 군복을 입고 기어오는 게 낮은 목소리로 "쏴줘" 라고 하더란 말입니다.]




아마 6.25 전쟁 당시, 폭격으로 하반신을 잃고 숨을 거둔 군인의 혼령이었을까요.


이유를 알고나니 마음이 착잡해지더군요.


6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그 아픈 몸을 이끌고 기어다니며 자신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줄 누군가를 찾아다니는 군인의 혼령이라니. 




군 복무하는 도중,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금 뼈에 새겼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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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1st]친구네 집

실화 괴담 2017. 11. 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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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메일로 지나가던 모찌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희 집은 부모님이 그냥 풀어 키우시는 스타일이라, 서울로 이사오고 난 5살 때부터 저는 혼자 놀이터에 나가 놀았습니다. 


지금이야 놀이터가 휑하지만, 당시에는 아이들을 데려나와 놀게 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았던데다 아파트 바로 앞에 있는 곳이니 괜찮다고 생각하셨던 거겠죠.


그 때 서울에서 처음 사귄 친구라고 기억되는 아이가 있습니다. 




당시 유치원 선생님 말씀으로는, 제가 특정한 친구와 엄청 친해지기보다는 두루두루 친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마 제일 친했던 건 그 친구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소꿉친구라고 생각되는 아이들도 7살 때 유치원을 그만두고 논술과외를 함께 하면서 친해진거니까요.



 

하여튼 그 친구, 남자 아이는 저희 유치원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놀이터에서만 만났거든요. 


하지만 이상할 것은 없었습니다. 




근처에 유치원만 두 개인데다가, 멀리 버스 타고 다니는 유치원에 보내는 아줌마들이 그 때에도 있었거든요.


유치원이 끝나면 집에도 안 들르고 바로 놀이터로 가서 그 남자 아이와 놀았습니다.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이상합니다. 




제가 놀이터에 오기 전부터 그 남자애는 모래밭에서 절 기다리고 있었고, 없어도 제가 먼저 가서 놀고 있으면 금방 등장했거든요. 


정말 제가 사정이 안될 때를 제외하고는 매일 함께 놀았습니다. 


엄마도 나중엔 유치원 끝나도 놀이터에 있겠거니, 하시면서 아파트 복도에서 제 이름 한번 불러 확인하기만 하실 정도였죠.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남자 아이가 문득 [우리 집에 가서 놀자!]라고 제안해왔습니다.


저야 환영이었죠.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거니와, 서로 집에 초대하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하지만 조금 쑥쓰러웠기 때문에 쭈뼛쭈뼛하고 있으니, 엄마도 널 데려오랬다면서 제 손을 잡아 끌더라고요.


저는 결국 걔를 따라 저희 아파트 단지를 벗어났습니다. 




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간 건 이번에 처음이었거든요. 


그 애의 손을 잡고 모르는 길을 지나 모험을 하는 기분으로, 그 애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 애의 집은 저희 집과 달리 주택이었습니다. 


대문을 여니 안에는 진짜 하얗다, 하고 탄성이 나올 듯한 커다란 개가 있었습니다. 


개가 절 보고 짖으니 안에서 뭔가를 소리치며 아줌마 한 분이 나와 개를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남자애 뒤에 숨은 절 보더니 웃으시더군요. 


부러웠습니다. 


저희 집은 개는 커녕 물고기 하나 키우지 않고 우리 엄마는 저렇게 상냥하게 예쁘지 않았거든요. 




어머님은 저를 반기시면서 집 안으로 이끄셨습니다.


아마 이 때부터 친구의 표정이 조금 뭔가 불편해보였던 것 같습니다.


눈치 없는 저는 어머님이 가져다주신 간식을 먹으며 그 애의 방에서 마음껏 뛰놀았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창 밖을 보니 날이 어둑어둑해진겁니다. 


아주 밤은 아니고 슬슬 해가 지는 초저녁 정도의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문이 열리더니 어머님이 자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저야 좋았죠, 친구랑 밤 늦게까지 놀 수 있을테니까.


제가 알았다고 하자, 어머님이 이불을 꺼내오시겠다며 문을 닫고 나가셨습니다. 


그때, 남자애가 제 손목을 잡았습니다.




[안되겠어.]


느닷없는 소리에 그 애를 보자 엄청 화난 표정이었습니다. 


저희 오빠처럼 무표정한 얼굴이라 순간적으로 겁이 났습니다.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는 착한 친구였는걸요. 


제가 왜 그러나 이해를 못하고 있으니, 절 끌고 방에서 나가 눈치를 보면서 현관 밖으로, 그러니까 마당으로 나가더군요. 


그리고 개를 피해 집 옆으로 돌아가더니 절 보고 [넌 안되겠어. 안돼.] 이런 말을 하더니 덤불이었나 돌이었나를 치우더라고요. 




그 뒤에는 구멍이 하나 있었습니다. 


여전히 무슨 일인지 모르는 제가 뒤에 서있자, 남자 아이는 절 구멍으로 잡아끌더니 나가라고 하는거예요.


왜냐고 물으니까 [너희 엄마가 걱정하실거야.] 라고 말하더라고요. 




그제서야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심지어 말도 안 하고 왔으니 엄청 혼날 것 같았습니다. 


급한 마음에 대문은 생각도 못하고 구멍으로 나가려고 움직이는데, 걔가 뭘 손목에 끼워주더군요. 




파란색 팔찌였습니다. 


비즈인지 돌인지 그런 게 꿰어진 팔찌였죠.


그리곤 웃기에, 저도 인사를 건네고 구멍으로 나와서 왔던 길 쪽으로 가던 와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이 나는 게, 걔네 엄마한테 인사를 안하고 온 거죠. 


엄마가 인사는 잘 하고 다녀야한댔어요. 


어차피 대문을 지나쳐 가야하니까 초인종으로 인사드리고 가자는 생각으로 가는데, 걔네 집이 무척 소란스럽더라고요.



 

그렇게 상냥하던 아줌마가 [어디 갔어! 어디다 놨어!] 하고 소리 지르는 게 들리고, 개가 그 대형견 특유의 큰 울음소리로 컹컹 짖어댔습니다.


저는 어린 마음에 너무 놀라서 울면서 막 집으로 달려갔죠. 


그리고 다음에 눈 떴을 땐 병원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작은 오빠가 학교 갔다 돌아오는데, 놀이터 어디에 사람이 모여있더래요. 


가보니까 중간에 제가 쓰러져 있었더라나요. 


오빠들이 놀라서 엄마 불러오고 그대로 병원으로 직행했답니다.




문제는 오빠가 절 발견한 날이 제가 그 애랑 그 애 집에 갔던 날의 낮이었다는겁니다. 


저는 하루종일 걔네 집에서 놀다가 해가 지고 나서야 나왔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제가 눈을 뜬 건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후였다고 합니다.



 

제가 이해가 안 가서 나는 분명히 수요일에 그 친구네 집에 갔다고 주장을 했지만, 오히려 엄마는 그 친구가 누구냐고 하시더라고요. 


나중에 엄마께 여쭤보니 목격자 분들도 제가 혼자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쓰러졌다고 했다고 합니다. 


오빠도 상상의 친구다, 꿈꾼거다 뭐 이런 얘기를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 아이가 상상의 친구라고 생각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건 이제 성인인 지금에 와서도 여전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전까지 제가 가지고 있었을리 없던 그 애가 줬던 팔찌가 제 손목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이 사준 것도 아니라 엄마도 그건 어디서 난 거냐고 물으셨을 정도죠.


그 이후로 전 병원 침대 신세를 져본 적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아이는 누구였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 어째서인지 그 아이에게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아이가 없었더라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지 못했을 것 같거든요.


한참 지난 어릴 때의 일을 갑자기 꺼낸 이유는 딱히 별 건 아닙니다.




늘 지니고 다녔던 그 아이가 준 팔찌의 끈이 얼마 전 끊어져 버렸거든요.


혹시나 싶은 마음에, 언젠가 이 글을 쓸 수 없기 전에 누군가에게 말해놓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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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100th]창 너머 하얀 손

실화 괴담 2017. 11. 3.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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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제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본 것이라 진짜였는지는 아직도 알 수 없지만요.


블로그를 오랫동안 보아오신 분이라면 아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경기도 동두천시에 있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당시 수도권에 처음으로 생긴 공립 외국어 고등학교였는데, 특이하게도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해야하는 학교였습니다.


저는 근처 포천시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것도 있고, 아버지가 군인이시라 자주 이사를 다니는 집안 환경상 기숙사 학교가 마침 딱 들어맞았고요.


그래서 고등학교 3년간 내내 기숙사에서 살아야만 했죠.




기숙사는 학교 본관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지행동이 지금만큼 개발이 되지가 않아서 학교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재개발 들어가면서 이주한 폐가들이 학교 근처에 서너채 남아있었고, 제가 2학년이 되기 전까지는 학교 근처에 매점도 딱 하나 있을 정도로 외곽이었죠.


이렇게 외진 곳이다보니, 기숙사 뒤쪽에는 산이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이 조선시대 성균관 대사성까지 오르셨던 어느 선비님의 선산이더라고요.


크게 묘역이 조성되어 있는데, 하필 아래쪽에 있는 무덤 몇개는 기숙사 뒤쪽 창문을 열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기숙사 3층 정도 위치에서 문을 열면 무덤과 바로 눈이 마주치는 방이 몇곳 있을 정도였죠.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제가 하필 그 방을 배정받고 말았습니다.


처음에는 창문만 열면 보이는 무덤 때문에 좀 오싹하고 꺼름칙하기도 했지만, 방을 같이 쓰던 친구들이 이전부터 친하던 녀석들이라 금세 잊고 신나게 1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8월 즈음, 저는 그 방에서 이상한 것을 보고 말았습니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습니다.


문득 자다가 깨어난 저는, 목이 말라 책상 위에 떠놓은 물을 마시려 일어섰죠.


몸을 일으켰는데, 문득 책상 너머 더워서 열어뒀던 창문 밖이 보였습니다.




순간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창문 너머, 바로 보이는 무덤 앞에 무언가 희뿌연게 떠 있었거든요.


저는 시력이 좋지가 않아 안경을 써야 앞이 제대로 보입니다.




조금 더 다가가, 책상 위에 올려놨던 안경을 쓰는 순간, 그제야 희뿌연 것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손이었습니다.


몸도 없고, 그저 희뿌연 손만이 허공에 둥둥 떠서 이리 오라는 듯, 천천히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등골에 소름이 쫙 끼쳐서, 그대로 줄행랑쳐서 침대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이불을 푹 덮어쓴 채, 날이 밝을 때까지 벌벌 떨고 있었죠.


당시 기숙사 기상 시간은 6시였는데, 기숙사 기상 음악이 울릴 때까지 제정신이 아닌 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던 게 생각나네요.




그 후 아무 일도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기숙사 사감 선생님한테 했다가 들은 이야기는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야, 어차피 너희 기숙사 뒤쪽에 있는 무덤들은 다 가묘라서 안에 묻힌 사람도 없어.]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해줬지만, 다들 헛꿈 꾼 거라고 한마디씩 거들 뿐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후 아무 일도 없었는데다, 같은 방에서 이상한 걸 본 사람은 저 뿐이었으니 아마 꿈을 꾼 것 같기는 합니다.


하지만 가끔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 비어있는 가묘를, 제가 들어가서 메워야한다는 뜻의 손짓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요.




그해, 저는 수능은 망했지만 괴담 번역을 시작했고, 아직까지도 멀쩡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괴담 블로그 운영자가, 인생에 딱 한번 겪어본 기괴한 사건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그 손 안 따라가길 천만다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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