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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까지 살던 아파트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공동 쓰레기장에 파란 리본을 맨 테디베어가 버려져 있었다.


조금 더럽기는 했지만 상태는 괜찮아서, 세탁만 하면 들고다녀도 문제 없을 정도였다.




꽤 귀여운데 아깝네 싶으면서도, 그대로 지나쳐 출근했다.


그리고 1주일 후, 더러운 상태까지 비슷한 테디비어가 버려져 있었다.


위화감을 느꼈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지나쳤다.




그 이후 며칠 간격으로 아파트 곳곳, 계단과 층계참, 난간과 현관 앞, 높고 낮은 집 베란다까지, 바로 그 테디베어가 난데없이 나타나게 되었다.


가장 기분 나빴던 건 현관문 안에 그 테디베어가 들어와 있었을 떄였다.


투입구는 10cm 크기도 안됐던데다, 그 집 사람들은 문을 잠궈뒀던 터라 경찰까지 출동할 정도로 문제가 되었다.




관리인이 수상하다고 주민들이 따졌지만, 방 여벌 열쇠는 주민들이 임의로 만드는 것 뿐, 관리인에게는 전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외에도 먹다 남은 쿠키가 같이 놓여 있었다던가, 현관문 옆 화단에 놓여 있을 때는 거기 심어져 있는 꽃을 끌어안고 있었다던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마치 테디베어가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던 것인가 싶다.




주민들은 계속 테디베어를 내다버리려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테디베어는 랜덤한 곳으로 돌아온다.


어느날을 경계로, 누구도 테디베어에 손을 대지 않게 되었다.


표면이 축축한데다 시체 썩는 냄새 같은 악취가 나고 묘하게 부드러워 기분 나쁜 탓이었겠지.




경찰에도 신고를 했지만, 실질적인 피해가 없다며 딱히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거주자들 회의 끝에, 발견하면 각자 알아서 내다버리기로 했다.


나에게도 당연히 찾아왔었다.




다음날이 타는 쓰레기 버리는 날이라 쓰레기 봉투에 넣어뒀었는데, 다음날 아침 일어나보니 집 현관 앞에 떡하니 앉아있었다.


사람이 한 짓이라면 뭘 하고 싶었던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고, 기분 나쁨이 극에 달할 정도였다.


오늘 아침, 스쳐 지나갔던 어린아이가 봉제인형 키홀더를 가지고 있길래 문득 떠오른 체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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