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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까지, S현의 그럭저럭 번화한 동네에 살고 있었다.

지은지 40년 된, 상당히 낡은 아파트였지만, 가출이나 다름 없는 독립이었기에 딱히 불만을 말할 입장도 아니었다.

처음 안내 받은 방에서 그대로 살기로 했다.



3층짜리 건물의 2층 끝방으로, 햇빛도 잘 들고, 오래 된 아파트치고는 벽이 두터운지 옆집의 생활 소음 같은 것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40년이나 된 탓에, 바닥이 낡아빠졌다고 할까, 군데군데 삐걱대는 소리가 났다.

아래층에 들리면 어쩌나 싶어, 집 안에서도 조심스레 다녔을 정도로.



일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완전히 밤낮이 역전된 채 밤새도록 인터넷만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윗집 바닥은 삐걱거리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혀 소리가 들려오질 않았으니까.



화장실에 갔다가 방에 돌아오니, 천장에서 뭔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눈을 부릅뜨고 보니 검은 점 같은 것이 보였다.

벌레인가 싶어 황급히 불을 켜니, 점은 사라졌다.



뭔가 싶어 투덜대며, 다시 소파에 앉아 인터넷에 몰두했다.

잠시 뒤, 목이 뻐근해서 위를 올려다보니, 또 천장에 검은 점이 보였다.

게다가 왠지 움직이는 것 같이 보이고...



재빨리 바퀴벌레 약을 손에 쥐고 검은 점을 바라봤다.

점은 움직임을 멈췄지만, 바라보고 있자니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불을 켜고 보니, 또 검은 점은 사라져버렸다.



그런 일이 매일 밤마다 이어졌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서서히 검은 점은 커지고 있었다.

이제 점이라고 하기보다는, 천장에 검은 얼룩이 번진 것 같은 모양새였다.



혹시 윗집 사는 사람이 죽어서 시체 썩은 물이 번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

마침 여름이기도 했고.

하지만 얼룩이 나타나는 건 밤, 그것도 불을 끄고 있을 때 뿐이었다.



불을 켜면 금세 사라진다고 할까, 보이지 않게 된다.

냄새도 나지 않았다.

기분은 나빴지만, 형광등 불을 켜놓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그날 밤도 작은 간접 조명만 켜둔채 인터넷을 하고 있었다.



물방울이 이마에 떨어졌다.

어라, 물이 새나?

손으로 닦아보니, 검은 액체였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얼룩이 지름 1m 정도 크기까지 자라나 있었다.

물방울이 뺨에 떨어졌다.

나는 기겁해 불을 켜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출근 시간이 되자마자, 관리 회사에 연락했다.

위층에서 사람이 죽었는지도 모른다고.

관리 회사 사람이 급히 내 방으로 찾아왔다.



전화에서 말한대로 설명을 했지만, 역시나 낮이 되니 얼룩은 보이질 않았다.

소파에도 물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었지만, 흔적은 남아있질 않았다.

의아하다는 듯한 얼굴의 관리인과 함께, 윗집을 찾아가 인터폰을 누르자, 그냥 평범한 아저씨가 나왔다.



단신 부임 중인 샐러리맨일까.

어쩐지 여윈 모습이었다.

물이 새거나 하지는 않냐고 물어봐도, 그런 건 없다고 대답하고, 실제로 방을 강제로 점검했지만 이상한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쪽이 싱거워질만큼, 깔끔하게 정리된 방이었다.

관리인은 점점 "뭐야, 이 자식."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윗집 아저씨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고, 며칠 뒤, 나는 도망치듯 이사했다.



2년 계약을 해놓고는 반년밖에 살지 않은 탓에, 위약금을 왕창 내야만했고, 최소한의 짐만 빼고는 다 처분했다.

지금은 PC방과 친구네 집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그 이후, 어두운 방에 있으면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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