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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부터 새해에 걸쳐 나는 친가가 있는 군마현에 돌아와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방학엔 언제나 이 우체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작은 시골 마을인 덕에 그 우체국의 배달 루트는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 덕에 직원 분께서는 [즉시 전력이 왔네!] 기뻐하셨다.

그리고 올해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S군의 인솔을 맡겼다.

간단히 말해 2, 3일 정도 함께 배달을 하며 배달 루트를 기억시키라는 것이었다.



이 S라는 녀석은 상당한 술고래여서, 나와는 금방 친해져 농담을 툭툭 던지는 사이가 되었다.

이 녀석이 배달해야 하는 곳은 50곳 정도.

가구 수는 적지만 다음 배달 장소까지 가는데 상당히 시간히 걸리는, 보통 [뚝 떨어진 곳] 이라고 부른 지역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8일째 되는 날이었다.

S의 배달 구역은 내 바로 옆 구역이었기 때문에, 우체국에 돌아갈 때 버스 정류장 옆의 자판기에서 만나 함께 돌아가기로 했었다.

그런데 그 날, S는 새빨간 눈을 부릅뜨고 눈물을 흘리며, 미친듯이 자전거를 밟아 나타났다.

시간은 이미 오후 5시.

평소 마감 시간을 훨씬 넘은 시간이었다.



길에서 굴렀던 모양인지, 얼굴, 옷, 자전거가 모두 흙투성이였다.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다.

하지만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어서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나는 우편물을 잃어버리거나 파손한 것인가 싶어 [우선 우체국으로 돌아가자.] 라고 말하고 S를 데리고 우체국으로 돌아갔다.



우체국에 들어서자 S의 흉한 모습을 본 집배과 과장이 무슨 일이냐며 달려왔다.

과장은 [무슨 일이야? 우편물을 잃어버리기라도 했니?] 하고 물어봤다.

S는 [아뇨, 전부 제대로 배달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물어봐도 이야기는 하지 않고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라고만 말할 뿐이었다.



이후 여러 직원들이 찾아와 S에게 사정을 물어봤지만 [믿어주지 않을테니까.] 라는 말 뿐이었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혹시 새까만 허수아비를 본거니?] 라고 물었다.

그러자 S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다른 직원이 [아, 숲에서? 아니면 시냇가 쪽에서?] 라고 묻자 S는 [양 쪽에서 모두요.] 라고 대답했다.



S의 배달 루트에는 A라고 하는 집이 있다.

우편물로 미루어 보면 중년 부부가 둘이서 살고 있는 것 같다.

그 곳에 가기 위해서는 300M 정도의 어두운 숲을 지나 작은 시냇물을 건넌 다음, 밭 중간을 지나가야만 한다.



솔직히 이런 곳에 집을 짓지 말라고 화내고 싶을 정도의 위치다.

그 A라는 집은 20년 정도 전에 불이 났던 모양이다.

그 화재로 인해 어린 아이와 조부모가 죽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다 숲길에서 힘이 빠져 그대로 쓰러졌고, 할머니는 검게 탄 채 시냇가에서 발견됐다.

아이는 앰뷸런스로 근처 병원에 이송됐지만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지금 A집이 있는 곳은 밭을 지나가야 하지만, 원래는 그 밭에 집이 있었다고 한다.

직원의 말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아직 아이를 찾고 있고, 할머니는 지금도 불을 피해 도망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처음에는 허수아비인 줄 알았어. 그런데 새까만 머리가 눈에 띄더라구. 머리카락만 새하얀 색이었어...]

S의 말이었다.

문득 나도 기억을 되살려 봤다.



확실히 그 밭에는 허수아비 같은 건 없다.

그렇지만 올해 딱 한 번 시냇가에 검은 허수아비가 떠 있는 것을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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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기기묘묘 2011.02.21 10:20
    이건 확실히 범상치 않은 이야기...
    안타깝네요..
  2. 아...뭔가 불쌍하네요 소름도 쪼악 끼치고 ㅠㅠ
  3. 우오오오..손자를 살리기 위해 사력을 다한 할아버지가 정말 안타깝네요..

    아 이건 여담이지만 ㅋ 불펌 방지를 위해 마우스 오른쪽 사용 금지 걸어 놓으시는게
    좋지 않을지 .. 단지 제 생각입니다^^;;
    • 기본적으로 퍼가기 허용+출처 표기가 기본 모토여서 딱히 걸어두고 싶지는 않네요.
      어차피 걸어둬봐야 다들 프로그램 써서 퍼가겠죠 -_-;
      출처 안 달아 놓는 사람들 보면 정말 화나기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네요 에휴 ㅠ
    • ㅜ_ㅜ
      지금은 모르겠지만, 네이버 블로그 운영할 때는 그런적이 좀 많아서, 일일이 퍼간 사이트에 가서 일침을 가했던
      때가 생각나네요ㅋ 대부분 반응이, 뭐 이런거 하나 퍼가는 거 가지고 그러느냐.. 라는 반응이 많더군요..
      ㅜ_ㅜ 포스팅 하는 자의 고뇌를 알아 달란말야!!
    • 다른 건 몰라도 실화괴담이나 일러스트는 안 퍼가주면 좋겠는데...
      그건 모두 저작권이 투고해주신 분들께 귀속되어 있는거거든요.
      가끔 다른 사이트에서 출처랑 투고자 이름 없이 볼 때면 죄송해 죽겠네요 ㅠㅠ
  4. 엄마 ... 2011.02.21 20:08
    쿠네쿠네 인줄알았는데 더무섭;;...엄마
  5. 머리가 쭈뼛거리는글이네요 ㄸ
  6. 그레아 2011.02.23 20:24
    죽어서도 편해지지 못하다니
  7. 제 블로그에 퍼가도 될까요?
    우선 루리웹을 통해 퍼갔습니다만 안된다하시면 지우겠습니다.
    혹시 몰라 여기에다가 주소 적겠습니다.
    http://mars.damon.wo.tc
    • 블로그 확인하고 왔습니다 ㅎㅎ
      허수아비 글처럼 하단에 출처 표기만 해주시면 괴담 스크랩은 마음껏 하셔도 됩니다.
      다만 일러스트랑 실화 괴담은 저작권이 있는 자료들이니 퍼가지 말아주셔요 ^^;
  8. AprilMirage 2011.06.20 14:03
    일본판 지퍼스크리퍼스?!!!
  9. 불에 타들어가면서 절규를 했을 그 장면을 상상해보니 순간 섬뜩해지네요;

    일단 몸에 불이 붙고나면, 피하지방 때문에 쉽게 꺼지지 않는다고 하지요...
  10. Mr. 사쿠라 2016.09.10 14:26
    미개의 땅 군마가 생각난 1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