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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다.

그 녀석에게는 도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동생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동생으로부터 연락이 끊어졌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여동생이 사회인으로 독립해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했던 탓에 그대로 내버려뒀었다고 한다.

그런데 얼마 뒤, 경찰에서 전화가 온 것이다.

여동생이 자살했다는 것이었다.

유서에 의하면 직장 상사와 불륜 관계에 있던 여동생이 임신한 뒤 버림 받은 나머지 죽음을 택했다고 한다.



친구는 당연히 미친듯이 화를 냈고, 그 직장 상사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도쿄로 달려갔다.

여동생의 영정과 뼛가루를 품에 안고.



우선 여동생의 직장으로 가서 그 상사를 불러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녀석은 이미 회사를 그만둔 상태였던 것이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회사의 이미지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권고 사직 당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다행히 여동생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고, 그 친구에게 사정 사정해서 그 녀석의 주소를 알게 되었다.

친구는 단숨에 그 놈의 집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대답이 없다.



현관문을 끈질기게 두드리자 결국 그 놈은 얼굴을 드러냈다.

친구는 이를 갈며 자신의 신분과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친구는 영정을 보여주며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분노하며 따졌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남자의 반응이 이상하다.



화가 난 친구는 위협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 동생이 널 용서했을 거라고 생각하냐! 그 녀석은 매일 내 머리맡에 나타나서 울고 있어. 네녀석이 사과하지 않는다면 성불도 못 할거라구!]

그렇지만 그 남자는 지친 것 같은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럴 리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비웃는건가?

그렇게 생각한 친구는 더 화가 났다.



[말도 안 되긴 뭐가 말도 안 된다는 거냐! 일단 사과해! 그 아이가 성불할 수 있도록!]

남자는 그런 친구를 여전히 지친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쓸데 없는 짓입니다. 몇 번을 사과해도 그녀는 용서해 주지 않아요. 지금도 이 옆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어요. 내가 죽을 때까지 계속 저주할 생각이랍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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