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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06th]블랙 산타

괴담 번역 2011. 6. 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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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있었던 무섭다기보다는 이상한 이야기를 하나 하려고 합니다.

당시 우리가 놀던 곳 근처에는 아지트로 삼고 있던 폐공장이 한 곳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들만의 놀이터였죠.



이상한 잡동사니를 모아서 보물로 삼거나, 드럼통에 쌓인 빗물에 온갖 더러운 것들을 넣어서 독약을 만들거나 하면서요.

그런데 사실 그 폐공장에는 우리말고도 있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습니다.

그건 우리가 블랙 산타라고 부르던 노숙자였죠.



왜 블랙 산타였냐면, 단지 외견이 그런 느낌이었기 때문입니다.

덥수룩한 수염에 거무스름한 옷을 입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사이 우리들은 그 사람을 산타클로스의 라이벌이자 사악한 악마의 화신이라는 설정을 만들어 내고, 진지하게 믿으면서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워했다고는 해도 호기심에는 이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의 뒤를 밟는 탐정 놀이를 한다던가, 블랙 산타의 집으로 돌을 두어개 던져보곤 했습니다.

그 노숙자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아니었던지라, 우리를 보면 욕을 해서 쫓아내려고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황달에 걸린 것 같은 눈이나 새까만 이빨 같은게 꽤 기분 나쁜 모습이었지만요.

아까 말한 블랙 산타의 집이라는 것은, 공장과는 다른 따로 떨어져 있는 오두막집 같은 곳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배수 처리를 하는 공장이었던 것 같습니다.



폐공장을 먼저 발견한 것은 우리였지만, 그 곳은 폐공장에서도 가장 아지트 같은 곳이었죠.

하지만 그 곳을 나중에 온 블랙 산타에게 빼앗겼던터라 우리에게 블랙 산타는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뭐랄까, [블랙 산타에게 저주받은 아지트를 되찾는다.] 라는 것이 우리에게 소원이자 사명이 되고 있었죠.



그런데 그것이 어느날 어째서인지 반대로 블랙 산타를 그 오두막집에 가두어버리자는 것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우리는 그가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를 적당히 골라서 알아차리지 못하게 문을 그 근처의 폐자재나 철사로 고정했습니다.

그 후 모습을 살피면 안에서 문을 덜컥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블랙 산타는 틀림 없이 안에 갇혀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날 우리는 문을 열어주면 습격당할까봐 무서워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다음날에도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열면 습격당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반대로 안에서 블랙 산타가 죽고 있다는 것도 무서웠습니다.



매일 같이 오두막집을 보러 갔지만, 점차 가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가끔 확인하러 가도 고정된 문은 그대로였습니다.

블랙 산타라는 것도 점점 실존하는 인간이 아니라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가공의 요괴 같은 존재가 되어갔습니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나 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그 폐공장이 철거되었습니다.

당시 사정을 알고 있던 7~8명이 모여서 과연 어떤 광경이 나타날지 겁내면서 그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하지만 별 일 없이 공장과 오두막이 모두 철거되었습니다.



겁내면서 작업하던 사람에게 물어봤지만 오두막집에는 사체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한때 아지트로 사용했기 때문에 그 오두막의 구조는 샅샅이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오두막집에는 문을 제외하면 출입할 수 있는 곳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문은 그대로 두고 블랙 산타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마음이 놓이면서도 무서운 복잡한 기분이었습니다.

그 날 이후 블랙 산타는 본 적이 없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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