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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13th]화장품

괴담 번역 2011. 7. 1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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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울을 보고 싶지 않다.

내 얼굴이 비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

나는 내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



눈에 띄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내 눈가의 주름이, 입가의 주름이, 점점 늙어가는 나의 얼굴이.

집 안의 거울을 모두 깨버리고 싶다.



내 얼굴이 비치는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다.

그런 충동들을 눌러가며 살아간다.

얼굴에 손을 대면 낡은 고무 같은 피부가 잡힌다.



손가락으로 잡아 늘리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가는 피부가 너무나 애처롭다.

내 얼굴은 어떻게 변해가는걸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온 몸에 소름이 끼친다.



이대로 계속 나이를 먹다보면 얼굴은 점점 더 늙어 갈 것이다.

주름은 더욱 깊어지고, 얼굴은 축 늘어질 것이다.

마치 딴 사람 같이 변해버리는 것이 무섭고 또 무섭다.



종종 너무 불안해져 머릿 속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곤 한다.

그러고보니 흰 머리도 늘어난 것 같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한 탓일까?



내가 무너져 간다.

날마다 내가 무너져 간다.

아무리 화장품을 발라 개선해보려 해봐도 바뀌지 않는다.



방 안에 쌓여 있는 화장품이 보인다.

내용이 새고 있는 것인지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쨌거나 나는 거울 따위 보고 싶지 않다...



중학교 때부터 나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검은 교복 위에 빛나는 나의 아름다운 얼굴을 모두가 바라보고 있었다.

질투의 시선들이 나에게는 기분 좋았고, 긴 검은 머리가 휘날릴 때면 행복했다.



섬세한 쾌락의 세계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그것은 계속되었고, 내 주변에서 남자가 사라지는 날은 없었다.



나는 마치 옷을 갈아 입는 것처럼 남자를 갈아 치웠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고, 내 얼굴은 특별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특별한 존재여야만 하는데도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특별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세상이 이상해진걸까?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해서 벌을 받고 있는 것일까?

내 얼굴에 상처처럼 생겨나는 주름...



몇 번씩이나 커터칼로 그것을 잘라내려 했던 것일까.

손톱으로 긁어내면서 아름다운 얼굴로 돌아가려 했었는데.

나는 나의 얼굴이 싫다.



기분 나빠서 참을 수 없다.

만약 나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눈 앞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까?

지금까지 해보지 못했던 것을 할지도 모르겠다.



얼굴의 가죽을 잘게 커터칼로 잘라내서, 한 조각 한 조각씩 얼굴에서 떼어내서 내 얼굴 위에 붙여 놓는다.

어쩌면 그것을 먹으면 내 얼굴에 영양이 전해질지도 모른다.

내 피부니까, 꼭 특별한 맛일 것이다.



입 속에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눈에는 DHA 성분이 들어 있을까?

그렇다면 물고기처럼 구워 먹는 것이 좋은걸까?



아니면 그냥 직접 먹어서 영양소가 파괴되는 걸 막아야 하는걸까?

피부 표면의 번들거리는 액체를 화장품처럼 바르는 건 어떨까?

내 몸이니까 분명 완벽할 것이다.



아, 어째서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는 걸까?

있으면 곧바로 실행해서 내 얼굴을 원래대로 돌려 놓을텐데.

다른 사람은 안 된다.



그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아, 나를, 나를.

멋진 나를 주세요.



나는 나를 죽이고, 나 때문에 죽이고, 나 때문에 쓰고 싶다.

나의 모습을 한 화장품.

나의 모습을 한 화장품.



아, 아...

나는 입 사이로 침을 흘리며 망상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길 모퉁이에 나가 서 있기 시작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나와 같은 표정을 지은 나를 찾고 있다.

지나쳐 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나를 찾는다.

내 얼굴과 조금이라도 닮은 여자가 있다면 바로 말을 걸 것이다.



그녀는 화장품이니까.

나의 화장품.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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