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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24th]삐삐

괴담 번역 2011. 8. 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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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이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 날은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다음 날은 학교가 쉬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친구 두 명과 함께 기숙사에서 사는 친구 방에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학교 기숙사에서는 딱히 뭘 할 것도 없었기 때문에, 우리 3명은 친구의 방에서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지금과는 달리 휴대폰이 그리 보급된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연락 수단으로 삐삐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2시를 넘어가는 그 순간, 내 삐삐가 울렸습니다.



삐삐의 화면을 보니 [구해줘.] 라는 문자가 찍혀 있었습니다.

보낸 사람의 이름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친구와 웃으며 [이런 시간에 장난을 치다니, 한심하네.] 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몇 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삐삐가 울렸습니다.



이번에는 [무서워. 구해줘.] 라고 찍혀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적당히 하라면서 투덜댔지만, 그 순간 다시 삐삐가 울렸습니다.

[도.와.줘.] 라고 찍혀 있었습니다.



그 순간, 친구 한 명이 이상하다는 듯한 얼굴로 [지금 누구 웃었냐?] 라고 물었습니다.

나는 물론이고 친구들 중 그 누구도 웃고 있지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뒤 또 다른 친구가 [누군가 웃었지?] 라고 묻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삐삐가 또 울렸습니다.

내가 삐삐에 시선을 돌린 순간, 방 창문 바로 밖에서 여자 아이의 목소리로 [으흐흐흐흐...] 라는 희미한 웃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들렸던 모양이었던지, 우리는 그저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기숙사는 남자 기숙사여서 여자는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있던 방은 안 쪽에 있었는데, 벽에 둘러쌓여 있어 결코 드나들 수 없는 공간이었습니다.

나는 어안이벙벙해져서 손에 들고 있던 삐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삐삐에 마지막으로 찍혀 있던 문자는 [으흐흐흐흐] 였던 것입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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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래서 그 다음은 대체 어떻게 됐나가 궁금해지는 이야기네요
  2. 삐삐로는 숫자만 나오는거 아닌가요? 호오...
    • 우선 게재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블로그를 살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블로그 자체적으로 할로윈 때마다 괴담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거든요.
      커뮤니티의 성격과 낭독의 스타일을 알아야 정확히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아뇨 딱히 마음이 상하거나 한 것은 아닙니다 ^^;
      기본적으로 블로그 내에서 번역 괴담 카테고리에 있는 글들은 자유로이 이용하셔도 됩니다.
      다만 제가 결과물을 들을 수 없다는 게 좀 아쉽긴 하네요.
      제가 괴담 라디오 드라마를 만드는 건 연례 행사인만큼 다른 모습으로 꾸준히 소개가 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좋은 일일 것 같네요.
      출처 명시만 해주시면 번역 괴담 쪽은 낭독에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3. 일단 삐삐는 숫자만을 전송할 수 있는 것이 맞을텐데....

    혹시 슈타게의 루카코 에피소드에서처럼 숫자의 조합으로 메시지를 만들어 전송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실제로, 국내에서도 삐삐가 사용되던 시절에는 숫자의 조합을 통한 메시지 전달 방식이 많이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1010235(열렬히 사모합니다)같은 것이 있었다고 하네요.
    • 삐삐가 사라지기전엔 문자기능이 추가된 삐삐가 도입되었습니다만..
      휴대폰의 등장으로...금새 사라졌죠..
    • 문자 기능이 있는 삐삐도 출시된 적이 있었군요!

      아무래도 과도기적인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었겠지요. 마치 닌텐도의 버추얼 보이처럼요~;
  4. 삐삐를 잘몰라서... 이해가 잘 안되네요. ㅠㅠ
  5. 저 배경만 우리나라 군대로 바꾼다면...
    창문 밖에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모두 발정난 후 창밖으로 순간이동 할 듯... 그게 더 무서워 ㄷㄷㄷㄷ
  6. 아마도 2016.09.25 21:04
    일본어는 숫자를 읽는방법에 히라가나와 대응되는것이 있어서 그런방식으로 읽은게 아닐까요?
  7. 흘러온 바람 2016.12.11 16:11
    우리나라의 경우, 모토로라에서 98~99년도에 문자가능한 삐삐가 1년간 출시되었고(그때 중3이라 대중보급화의 시작일때라서 아직은 비싸고 과도기였죠.나름 모토로라가 혁신적으로 내놓았으나, 핸펀이 바로 작고 저렴해지고 보급화가 빨라지는바람에 출시된지 2년이 되기도전쯤? 사라졌죠.제가 알기로 일본은 한줄 문자가 히라가나로 가능한 버전의 기종이 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숫자대응 읽는법도 우리나라처럼 있었고요. 디지털숫자 표기를 변환해서 읽는방법도 있었죠)저는 고1 올라가면서 핸펀이 막 싸져서 반의 40퍼가 핸펀을 갖기 시작하는데도 아부지 반대로 그럼 삐삐라도 사달라고 했다가(삐삐의 마지막 버전인 모토로라 문자삐삐) 결국 아부지 반대로 대학 2학년때 핸펀을 갖게되었던 아..쓰고보니 전 착했네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