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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255th]햄버거

괴담 번역 2011. 10. 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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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맨션에서 걸어서 몇십분 정도 가면, 햄버거 가게가 있었다.

프랜차이즈 가게가 아니라 수제 버거라는 것을 표방하던 곳이었다.

감자튀김과 음료수가 같이 있는 세트를 시키면 800엔이 훌쩍 넘는데다, 그다지 매우 맛있는 것도 아니었던 탓인지 언제 가도 손님이 없었다.



가게는 상당히 컸기 때문에, 종종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가게에는 중년 남성이 계산대와 주방을 맡고 있었고, 아내 같아 보이는 여자가 서빙과 잡무를 맡고 있었다.

가게 안 쪽은 그 사람들이 집과 연결되어 있어서 음식점치고는 아마추어 같은 느낌이었다.



가게 그 자체도, 운영하는 부부도 마치 70년대 같은 느낌의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멋지거나 그리운 옛 추억이 아닌, 음침하고 가난한 느낌이었다.

플로어 중앙에는 각종 소스가 놓여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살사 소스도 있었기 때문에,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을 때는 그 곳에 가서 식사를 때우는 일이 종종 있었다.

조미료를 두는 곳에는 [우리 가게의 햄버거에는 독자적인 조미료가 들어 있습니다. 소스는 한 번 드시고 나서 뿌려주세요.] 라는 메세지가 써 있었다.

그렇지만 독자적인 조미료라고 해도 케찹과 프렌치 드레싱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처음 갔을 때부터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려서 먹곤 했다.

그리고 아마 내가 3번째로 그 가게를 찾아갔을 때였을 것이다.

주문을 하는데 갑자기 [우리 햄버거는 그냥 먹어 보는 게 좋아요. 소스를 뿌리면 원래 맛이 지워지니까요.] 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귀찮은 참견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아, 예.] 라고 대충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 날도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려 먹었다.

별 생각 없이 그 날 사건을 지나치고, 2, 3개월 정도 후 문득 또 먹고 싶어져 오랜만에 그 가게를 찾게 되었다.



[우리 햄버거는 그냥 먹어주세요. 소스를 뿌리면 맛을 알 수가 없잖아요.]

완벽히 기억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난 번 갔을 때와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아저씨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고, 어조도 무엇인가 감정을 눌러 담은 것 같은 단조로운 느낌이었다.



그제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가게는 계산대가 1층에 있고, 손님이 식사를 하는 플로어는 2층에 있다.

서빙을 하는 부인도 식사를 가져다 준 후에는 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내가 햄버거를 먹는 것을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방금 전의 그 말투는 단순한 설명이 아니라 나에게 하는 비난 같은 느낌이었다.

언제나 내가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려 먹는 것을 보고 있던 것일까.

그렇지만 손님이 어떻게 먹던 그것은 자유다.



부인이 세트 메뉴를 두고 가는 것을 확인한 다음, 나는 또 소스를 가지러 가서 햄버거에 살사 소스를 잔뜩 뿌렸다.

어쩐지 아저씨가 강요하는 것 같아 화나지만 종종 먹으면 맛있다는 생각을 하며 우걱우걱 먹고 있었다.

그런데 반 정도 먹었을 무렵, 와장창하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소리가 난 쪽을 반사적으로 돌아보니, 그 소리는 플로어 안 쪽 가게 주인집에서 난 것이었다.

거기에서 상반신만 보인 채 부부가 나를 보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바닥에 던져서 깨버린 것 같았다.



순간 시선이 닿았지만 바로 눈을 깔았다.

나는 그 자리로 가게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저 그 시선이 무서웠다.



그 표정은 나에게 화를 내거나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아의 붕괴라는 것이 표정에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몇개월 뒤, 나는 그 가게 앞을 우연히 지나가게 되었다.



가게는 문을 닫고 없어져 있었다.

앞에 붙은 폐업 공지로 보아, 문을 닫은 것은 내가 그 가게를 마지막으로 찾은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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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혹시, 인육(人肉)과 피를... 'ㅅ');
  2. 자아가붕괴댓다라.. 햄버거에대한 맛을몰라주니까
    정신이 어캐된건감;
  3. 정말 읽고나서 머리가 텅 비는듯한 공허감을 느꼈습니다.

    현실적이면서도 섬뜩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4. 그 소스에 뭔가들어간걸까요?
  5. 세이키류 2011.10.31 12:38
    다시 한 번 생각해보니.
    고집스러운 늙은 주인이 몇 번이나 충고를 하였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손님이 별로 없으니까 글쓴이가 먹는 것은 처음부터 붕괴시까지 봤다는 이야기가 되고
    주인장의 말처럼
    음식을 만든 사람은 먹어주었으면 하는 방법을 따르지 않으면
    (않고 그냥 먹는 것을 보면 굉장히 화를 내더군요.)

    노인의 성격이 그랬다고 생각하고 몇 번이나 충고를 해도 듣지 않고
    자신을 인생을 인정하지 않음에 스트레스를 계속 받았다면
    처음에 말을 걸었을 때부터 한계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어찌됬던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는게 좋습니다.
    정신적으로 준 데미지는 평생에 걸쳐서 좋지 않아요.
  6. 개인적으로 항상 여러가지 맛을 즐기기때문에
    나였다면 주인장한테 상처주지 않았을텐데...
  7. ㅋㅋㅋ 2011.12.10 21:22
    열심히 만들어서 그냥 먹어도 괜찮은데 꼭 청개구리처럼 늘 먹는 방식을 고수해가면서 먹으면은 만든 사람은 굉장한 모욕감을 느낄수가 있다는 거죠.
  8. quiet123 2012.07.19 09:54
    밥에도 마요네즈를 미친듯이 뿌려먹는 누군가 처럼

    과감하게 거의 살사소스로 다 뒤덮어서 먹었다면

    주인장은 말조차 건네지 못했을겁니다.
  9.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장사는 안되고 빚은 늘어가고 계속되는 압박감에 '왜 장사가 안될까? 음식이 맛이 없나?' 라는 생각을 하다 그게 점점 더 병적으로 발전한거죠... 심지어 단골손님마저도 늘 다른 소스를 쳐먹는 모습에 절망에 이어 거의 반 붕괴된 상태가 아니었을까 하네요. 아마 주인이 좀더 활기찬(?) 사람이었다면 '손님 왜 햄버거에 소스를 쳐 드시나요? 당신들은 그렇게 우리 햄버거가 맛없는건가요?' 하고 웃으며 실성하는게 나왔을지도.
  10. 저럴바엔 소스를 미리 치웠으면 됐을텐데..
  11. 본인이 지불하고 먹는건데
    민폐끼치는 것도 아닌데
    주인장 생각까지 신경쓰면서 먹어야하나ㅋㅋ
    공짜로 주는거면 몰라
  12. 단골놈 2017.10.16 08:28
    1.
    그만두려는 참에 마지막으로 ...죽어도말안듣는 단골놈에게 소스안바른 거 먹어보라고 다시 권해도 내 말을 비웃듯이 살사소스를 전보다 더 쳐바른다....내햄버거 먹으러오는건지 살사소스쳐먹으러 오는건지...


    2.
    <하지만 자아의 붕괴라는 것이 표정에 나타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건 마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라도 했다는 말 같음.

    장사안되는 비프랜차이즈집 가서 도장깨기 하고 다니는 모습이 소름입니다.
  13. 좀 한 번 안뿌리고 먹으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돋나 ㅉㅉ
  14. 지나가던가게사장 2018.10.02 17:40
    그 놈이 왔다. 올때마다 살사소스 한 병씩 먹어버리는 녀석이다.
    요즘 햄버거도 많이 팔리지 않아 적자인데 제일 싼 버거에 가장 비싼 소스만 먹고 간다.
    일단 소스를 먹지말라고 할순 없으니 햄버거만 먹어보라고 권해야겠다.

    오늘도 그 놈이 왔다 지난번에도 역시 살사소스를 부어먹었다. 심지어 점점 많이 먹고있다.
    500엔 짜리 햄버거에 살사소스를 1000엔 어치 씩 먹고 간다
    화가 났지만 일단 다시 권해보았다.

    내가 더러워서 햄버거 가게 때려치고 만다. 거지같은게 싸구려 햄버거 먹으면서 몇배에 달하는 가격의
    소스를 먹고가는 놈은 그 놈 밖에 없을거다. 너무 화가나 그놈이 다먹어버린 빈 소스병을 바닥에 던졌다.

  15. 주인이 저런 마인드로 장사하니 망했지 싶은 글이네요
  16. 어쩐지 2021.11.24 06:30
    이 이야기는 두려움보다도 한 번쯤 주인 말을 들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씁쓸함이 드네요.
    70년대란 표현은 99%를 상회하는 확률로 쇼와시대의 번역인 듯.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