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320x100


20여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나는 친한 친구와 둘이서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 때 내가 살던 곳은 바다에 인접한 마을이었다.



친구와 함께 신나게 떠들며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아줌마가 말을 걸어왔다.

검은색 모자를 쓴데다 온통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약간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이었다.

상복은 아니었지만,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아줌마는 우리에게 [바다는 어느 쪽인가요?] 라고 물었다.

바다는 거리로는 가까웠지만 가는 길이 복잡했기 때문에, 나는 정중하게 가는 길을 알려 주었다.

아줌마는 [고맙습니다.] 라고 말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그 동네는 해수욕장이 있는 곳도 아니었기에, 나는 [바다에 가도 아무 것도 없을텐데 뭐 하러 가는걸까...] 라고 투덜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평상시에는 밝았던 친구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같이 떠들고 있었는데도.



그리고 그 아줌마가 간 뒤 한참이 지나서야 [그 사람, 엄청 무서웠어.] 라고 한 마디 할 뿐이었다.

나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신경이 쓰였지만, 어쨌거나 그대로 집에 돌아갔다.

그리고 그 날 밤,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친하기는 했지만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야, 아까 그 무서운 아줌마가 바다에서 죽어서 시체가 떠올라 있어!]

나는 너무 무서워서 패닉에 빠졌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친구의 형이었다고 한다.

거기다 형이 불러서 친구까지 그 시체를 봤다는 것이었다.

나도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구경꾼이 잔뜩 모인데다 경찰이 도착해서 현장 검증을 하고 있었다.



그 후 신문에 그 아줌마가 자살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게다가 자살하기 전 남편을 살해했다는 것이었다.

남편을 죽이고 나서 바로 검은 옷으로 갈아 입고, 우리에게 바다로 가는 길을 물어본 다음 자살을 한 것이다.



사건은 91년에서 92년 사이에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아직도 그 날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 난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이야기 같지만, 나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유년 시절의 공포로 각인 되어 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