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번역괴담][2ch괴담][294th]맛있는 물

괴담 번역 2012. 2. 12. 18:24
320x100


대학생이 되어서 도쿄로 온 나는 어느 맨션에서 자취를 하게 되었다.

그 곳은 원룸으로, 현관에 들어서면 바로 부엌이 있고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흔한 구조였다.

꽤 깨끗한 곳이지만, 정작 내가 이 맨션을 선택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물이었다.



특수한 정수기라도 쓰고 있는 것일까?

이 맨션의 수도에서 나오는 물은 맛있었다.

시골을 떠나 도쿄에 와서 물갈이에 시달리고 있던 나에게는 정말 감사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맨션에서 산 지 1주일이 지날 무렵, 나는 매일 저녁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다.

너무나 더워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한밤 중에 눈을 뜨고 수도꼭지에 딱 달라붙어서 그 맛있는 물을 마셨다.



그 물은 정말 너무나 맛있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그 무렵부터 매일 저녁 귀신을 보게 되었다.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닌 귀신의 행렬이었다.

귀신들은 창문이 없는 동쪽 벽에서 나타나, 내 침대가 있는 서쪽 벽으로 사라졌다.

귀신들은 내 몸을 밟고 지나갔다.



그 때마다 나는 더위에 습격당해 맛있는 물을 마셨다.

그렇지만 그 상황에 처하고서도 나는 방을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물이 정말로 맛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때 나는 조금 정신이 이상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2달이 지나도록 나는 강의도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맛있는 물을 마시고 있었다.

수도꼭지에 호스를 달아서 방까지 가져온 뒤 침대에서도 마셨다.




당연히 그렇게 많은 양의 물을 몸이 받아낼 수 있을리 없다.

그래서 나는 바닥이 흥건해지도록 토해대며 맛있는 물을 마셨다.

음식을 먹어도 물과 함께 토해버렸기 때문에, 나는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어느날 밤, 계속 나타나는 귀신들에게 화가 난 나는 동쪽 벽을 마구 두드렸다.

주변은 신경도 쓰지 않고 괴성을 지르며 계속 벽을 두드렸다.

그러자 벽지가 벗겨지며 붉은 것이 나타났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계속 벽지를 벗겼다.

그러자 이상한 것이 나타났다.

마치 신사 앞에 있는 문 같은 기둥이 벽 안에서 나타난 것이다.



무서워진 나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맛있는 물을 마시기로 했다.

하지만 수도꼭지로 마시기에는 물이 너무 적었다.

나는 방을 뛰쳐나와 계단을 뛰어 올랐다.



약해진 몸으로 겨우 옥상에 도착했다.

의외로 옥상 입구는 열려 있었다.

나는 저수 탱크로 한달음에 달려 갔다.



저수 탱크에 잠긴 채 맛있는 물을 마음껏 먹고 싶었던 것이다.

뚜껑에는 열쇠가 걸려 있었지만, 맛있는 물을 마시고 싶었던 나는 필사적으로 뚜껑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짓이다.



자물쇠를 부순 나는 탱크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렇지만 물은 맛있지 않았다.

오히려 맛은 커녕 냄새가 났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탱크 안을 살펴보고 놀라서 주저 앉았다.

털이 깎인 채 죽은 고양이가 몇십마리나 탱크 안에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 날 먹었던 밥과 물을 토하고 탱크에서 뛰쳐나와 가까운 경찰서로 달려갔다.



그 뒤 경찰의 연락을 받고 온 집주인에게 엄청나게 혼을 나고, 방 벽지와 수조 탱크의 뚜껑을 변상해야만 했다.

나는 그 후 그 맨션을 떠나 다른 아파트로 갔고, 지금은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도 수조 탱크에 고양이를 넣은 범인이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내가 봤던 귀신들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계속 마셔야만 했던 그 물은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누군가의 저주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Illust by Mamesiba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