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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309th]노목

괴담 번역 2012. 3. 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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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옛날 살던 집 옆에는 몇십년은 된 커다란 모밀잣밤나무가 있었습니다.

우리 뒷집 사람 소유의 나무였지만, 우리 집은 그 나무 때문에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가을만 되면 엄청난 낙엽이 우리집 마당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령이 몇십년은 된 노목이었기에 뿌리부터 썩어들어가고 있어 우리 집에 넘어질 것 마냥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태풍이 부는 날이면 가족들이 모두 모여 혹시 나무가 넘어지는 것은 아닌지 벌벌 떨곤 했었습니다.

몇 번이고 뒷집 사람에게 항의했지만, [우리 집에 있는 나무니까 마음대로 불평하지 마세요!] 라는 대답만 돌아와 단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바람이 강하게 불던 날, 드디어 노목의 나뭇가지가 꺾어져 다른 집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다행히 우리집은 아니었지만, 지붕의 기와가 갈라져 버릴 정도로 큰 사고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 탓에 손해배상을 해줘야만 했던 뒷집 주인은 마침내 그 나무를 베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노목이 베어 나간지 1년 후, 그 곳에는 6층 건물의 으리으리한 맨션이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그 맨션의 맨 위층에는 뒷집 사람의 할머니가 관리인으로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습니다.

밖에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고 있던 나는 역에서 집까지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맨션은 우리집 바로 뒤였기 때문에 멀리서도 그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맨션이 가까워질수록, 맨션의 옥상 부근에 어쩐지 뭉게뭉게 안개 같은 것이 끼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한 걸음 앞으로 갈 때마다 맨션은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그 안개 같은 것이 무엇인지도 차차 눈에 들어왔습니다.

안개 같이 낀 흰 연기 속에, 수많은 목이 하늘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목은 하나하나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서, 남녀노소가 모두 있었습니다.



하지만 딱 하나 그 얼굴들에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든 얼굴이 얼굴 한가득 미소를 띄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며칠 뒤.



맨션의 관리인이던 할머니가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을 했습니다.

노인성 치매가 원인이라는 소문이 돌았지만, 과연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할머니는 뛰어내려 지면에 부딪혀서 죽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떨어지던 도중 나뭇가지에 목을 관통당해 죽었던 것입니다.

나에게는 어떻게 생각해도 노목이 원한을 품고 복수한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Illust by dog_foot(http://blog.naver.com/dog_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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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머리만 남은 귀신들이 수없이 떠다니는 풍경이라... 아무래도 나름의 사연을 가진 나무였던 모양이네요.

    혹시나, 오래전 죄인을 교수형에 처하던 사형대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 나무를 베어버림으로써, 노목 아래에 점차 쌓여온 원한의 무게추가 기울어져버렸던 것일지도...

    문득 공의 경계 제1장인 부감풍경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는 에피소드였던것 같네요

    아무튼 이번 괴담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D
  2. 스탈릿 2012.03.07 22:21
    역시 밤나무종류라 그런가 괴담소재로 쓰이는군요
    사실 시골 민간에서만 전해지는 것 같지만.. 벚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등은 집에 심지 않죠, 밤나무를 심으면 되는지 안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민간신앙에선 밤나무로 만든 물건이 귀신붙기 쉽다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니...
    식물이라는게 어째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왔는지는 한번 생각 해 볼 가치가 있겠네요
  3. 애독자 2012.03.07 22:22
    나무가 원한을 가질만한 이유는 없어보이는데요. 이유없이 나무에게 상처입히거나 불지른 것도 아니고 주인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좀 쪼잔한 나무 같아요.
  4. 민물고기 2012.03.08 02:31
    이기적인 집주인에 이기적인 나무네요. 할머니는 무슨 죈지...-_-
  5. 그 집이 대대로? 아니면 그 할머니가 사람죽이고 목만 나무 밑에 묻은거 아닐까요?
    그래서 그렇게 항의해도 나무를 베거나 치우지 못하고
    결국 건물이 들어서도 누가 파보거나 할까봐 관리인으로?

    음.. 그런데 그러면 공사할때 들켰겠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