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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393rd]4년전의 공간

괴담 번역 2012. 8. 16.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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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우리 가족은 그 때 아파트 3층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 윗집이 이사를 갔다.




한밤 중에도 그렇고 이래저래 시끄러운 소음을 많이 내던 집이었기에, 솔직히 무척 반가웠었다.


그런데 그 집이 이사를 간 다음날, 동생이 나를 그 집 앞까지 데려가서 [좋은 걸 알려줄게.] 라고 말했다.


[봐, 이 집 문 열려있어.]




정말이었다.


아마 전에 살던 사람이 나가면서 문을 열어놨고, 집주인도 체크하는 걸 깜빡 잊은 모양이었다.


물론 가재도구 같은 것들은 다 가져가서 아무 것도 없었지만, 우리 집이랑 똑같이 생긴 텅 빈 집 안에 있자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우리는 그 집을 비밀 기지로 하기로 결정했다.


우리 형제를 제외한 친구들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마 3일 뒤였을 것이다.




예상보다 학교가 일찍 끝난 나는, 집 열쇠를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머니는 직장에 나가셨고, 남동생은 축구부 활동 때문에 저녁이 되서야 돌아올 예정이었다.


어디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던 나는, 그 방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전에 동생과 함께 놀았을 때, 트럼프 카드와 장난감을 몇 개 두고 나왔던 것이었다.


그래서 혼자 놀며 남동생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집의 문을 연 나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


뭐야 이거!


그 방에는 제대로 가구가 놓여 있었다.




누군가 또 이사를 왔나보다 싶어진 나는 놀라서 문을 닫았다.


그러나 순간 이상한 점을 알아차린 나는 다시 살짝 문을 열었다.


이 집안 배열과 분위기는 무척이나 그리운 것이었다.




방에 들어가 잔뜩 스티커가 붙어 있는 냉장고를 보자 알 수 있었다.


여기는 4년, 5년, 혹은 그보다 더 전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집이었다.


왜 4층에 들어왔는데 4년 전의 우리 집이 되어 있는지 영문을 몰랐지만, 단지 그리움에 젖어 나는 성큼성큼 집 안으로 들어 섰다.




아, 이 TV는 버렸는데.


이 책상도 옛날 거네.


이 전화기도...




그리고 내가 전화기에 손을 대려 한 순간,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전화를 받으려고 했지만, 문득 손이 얼어붙었다


4년 전 집에는 초등학교 5학년의 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이 전화를 받으면 안 된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 공간 자체가 너무나도 무서워졌다.


결국 나는 계속 울리는 전화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몇시간 뒤 돌아온 동생과 함께 다시 방에 들어가 봤지만, 4년 전의 집은 사라졌고 여전히 조금 어슴푸레한 아무 것도 없는 집이었다.


다만 처음 왔을 때 숨겨뒀던 트럼프 카드나 장난감 역시 찾을 수 없었고 사라진 후였다.


지금도 문득 이 체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이 있다.




만약 내가 그 때 전화를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시시한 망상인지도 모르지만, 그 너머의 세계는 의외로 항상 미끼를 준비한 채 사람들을 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가장 무서운 것은, 지금 그 방을 다시 찾아가 전화가 온다면 그 전화를 받아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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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약 그 때 전화를 받았다면,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여 미래 자체가 바뀌어버렸을지도?;;


    혹은 매트릭스 같은 전개가 화자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

    "잘 들어, 그 세계는 '진짜'가 아냐! 지금부터 너에게 『진실』을 보여줄게... "

    " ??! "
  2. 갑자기 다른세계에 가는방법 이야기가 생각 나네요
  3. 그러니까 저기에 장난감이나 카드 대신
    로또 번호와 회차를 적어두었다면
    4년 전의 내가 보고서 대박 날 수도 있었다는 그런 소리군요!
  4. 마지막 문장 너무 좋아요
  5.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전화를 받자 수화기에서 들려온 공포의 목소리는...

    "어, 나는 여 도지사 김문숩니다. 거 이름이 누구요, 지금 전화 받는 사람이."
  6. 4년 전 집에는 초등학교 1학년의 내가 있었을 텐데...ㅋㅋㅋ 아님 잠깐 놀러왔다고 해도 되죠 뭥ㅋ 앙대나.
  7. 저라면 그때 그 전화 그냥 받아버렸을것 같아요ㅎ
  8. ㅁㄴㅇㄹ 2012.08.18 09:53
    받고나서 ......
  9. dogdrip.net으로 퍼갈게요

    받았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10. 머쉬룸 2012.10.20 22:08
    ㅋㅋㅋㅋㅋ도지사 김씨에서 빵 터졌네요.ㅋㅋㅋㅋㅋ 유치원으로 좌천.ㅋㅋㅋㅋㅋ
  11. 4년전의 집에 자기가 없었단말은 이미 4년 이전에 자기가 죽었다고 해석할수도 있겠네요
    • ㅇㅇㅋ 2014.02.23 18:45
      아니죠 4년전에는 초등학교 5학년생의 자기가 없엇따는거지 자기가 없었다는 뜻은 아니죠
  12. 호기심이 비극의 시초가 될때가 많죠..
  13. 진짜 과거라기보단 과거의 집을 모방한 무언가겠죠? 혹시 진짜 과거일지도 모르니 추천 주식 10개만 적어놓고 갔으면 좋았을것을..
  14. 닭장군 2018.09.28 10:06
    트력제 카드를 잃어버리다니 안타깝군요
  15. 전화기 옆에 비트코인을 꼭 사두라고 적어놨어야 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