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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3rd]꿈속의 상자

괴담 번역 2015. 7. 3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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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무섭다고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동네 아이들은 너나할 것 없이 반드시 부모님에게 당부받던 게 있다.


[꿈 속에 상자가 나와도 절대로 열면 안 된단다. 그 상자를 열면 무서운 일이 일어날거야.]




대학생 무렵, 마침 지역에 내려오는 이야기를 조사할 기회가 생겨 나는 그 "상자"에 관해 조사해보기로 했다.


기본적으로 구전해 내려온 이야기인지, 시립 도서관에도 마땅한 자료는 없었다.


그래도 그나마 문헌으로 남아 있는 걸 하나 찾아냈다.




지역 민담을 모아 수록한 책으로, 그 중 하나가 꿈 속에 나오는 상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 상자 꿈을 처음 꾼 것은 에도시대 중기, 어느 여관집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는 꿈을 꿀 때마다 매번 이상한 상자 2개를 보곤 했다고 한다.




부모에게 물어봐도 모를 뿐더러, 그 상자 안을 들여다보려 해도 꿈속에서는 어쩐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는 꿈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흔히들 말하는 자각몽이라는 것이다.




남자는 서둘러 두 상자 중 더 큰 상자를 열고, 안에 뭐가 있는지 보려했다.


하지만 상자 안에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상자를 연 순간, 귓가에 울려퍼진 큰 고함소리에 눈을 떴기 때문이었다.




고함을 친 것은 옆에서 자고 있던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이미 숨이 끊어진 후였다.


딱히 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척 건강했던 아버지였다.




그런데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남자는 직감적으로 자신이 꿈속의 상자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나머지 상자를 열면,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것도.




남자는 절대 다른 상자를 열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다.


그리하여 세월은 흐르고, 남자도 결혼해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가 죽은 후 어머니와 둘이서 힘들게 경영해온 여관도 겨우 제 궤도에 오른 터였다.




몇년 후,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


당시 의술로는 고칠 수도 없는 병인데다, 약값도 만만치 않았다.


겨우 여관 하나로 벌어먹고 살던 남자의 가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몇번이고 아들과 며느리에게 미안해하며, 종종 죽고 싶다며 혼자 중얼거리곤 했다.


그런 나날이 이어지다, 남자는 마침내 결심했다.


상자를 열어야겠다고.




그리고 어느날, 자각몽을 꾸게 된 남자는 나머지 상자를 열었다.


이번에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볼 수 있었다.


상자 안에는 어머니의 이름이 적힌 종이와 머리카락이 들어 있었다.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역시 어머니는 죽은 후였다.


남자는 부모님을 자기 손으로 죽였다는 죄악감을 느끼면서도, 그 상자에서 해방된 것에 약간의 안도감도 느끼고 있었다.


[저기, 아빠. 맨날 꿈을 꿀 때마다 꿈에 상자가 나오는데 그게 뭔지 알아?]




딸이 그렇게 물어볼 때까지는.


이 이야기를 올해 처음 모인 중학교 동창회에서 문득 생각이 나 꺼냈던 적이 있다.


그랬더니 의외로 나말고도 이 이야기를 조사했던 녀석들이 몇 있었다.




대부분은 내가 찾아낸 이야기 정도만 알고 있었지만, 딱 한 명, A만은 나보다 더 깊게 조사했던 것 같았다.


A는 그 상자의 저주가 태어난 이유까지 알아낸 듯 했다.


나는 무척 신경 쓰여 물어봤지만, A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절대 그 이상 조사하지 말라며 못을 박을 뿐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너무도 진지한 A의 모습에 나는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나는 A의 말대로 그 상자에 관해 잊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다른 친구 녀석에게 이런 문자가 왔다.


[A가 말한대로 절대 그 상자의 유래를 조사하면 안 돼.]


도대체 그 상자에는 어떤 유래가 얽혀있기에...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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