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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78th]현인신

괴담 번역 2015. 9. 2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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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사 집안에서 태어나 영능력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입니다.


이 이야기는 3년 전 나를 찾아왔던 손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간 혼자서 마음앓이하며 품어온 이야기지만, 이제 슬슬 털어놔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 꺼내보려 합니다.




어느날 내 사무실에 안색이 좋지 않은 남자가 찾아왔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어느 회사 사장으로, 그 회사가 있는 지역에서는 꽤 명사로 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더니 경영도 기울고, 빚이 잔뜩 생겨 망조가 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딸한테도 뭔가 이상한 조짐이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전부터 뭔가 기분 나쁜 예감이 있어서,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가족들 이름을 묻고 영시를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회사에는 아무런 이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나는 가족들을 영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집에는 부인과 자녀 셋까지 가족이 다섯이었습니다.


자식들은 위로부터 장남, 장녀, 차녀.




하지만 장남과 장녀는 장애가 있고, 차녀는 특히 중증이라 3년이 넘게 와병 생활 중이라고 했습니다.


집에서 관리인을 고용해 돌보고 있다던가요.


나는 우선 의뢰인 본인과 가족들의 영시에 들어갔습니다.




내 영시는 영상이나 소리에서 실마리를 잡아들어가는 것으로,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영시했지만 누구 하나 실패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가족은 전에 없이 무척 영시가 힘들고, 온통 잡음투성이라 나는 더듬거리며 원인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의뢰인, 아내, 장남, 장녀, 차녀...




순서대로 영시를 해 나가다, 문득 나는 깨달았습니다.


와병 생활 중이라는 차녀가 전혀 영시가 안됐습니다.


그 당시 나는 일단 살아만 있으면 어떤 사람이라도 영시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이상하다, 이상하다 되뇌이며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황한 와중에도, 나는 의뢰인에게 차녀 방에 무엇이 있는지를 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내 모습이 심상치 않았던 것인지, 의뢰인도 신중한 모양새로 열심히 생각하며 적어내려갔습니다.


침대, 옷장, 의자, 접어 둔 휠체어, 신단...




바로 그게 문제였습니다.


[여기엔 무얼 모시고 있는건가요?]


나는 큰소리로 물었습니다.




[네? ...아, 저희 집은 ●●교를 믿어서요. 워낙에 둘째딸이 독실해서 자기 방에 신단을 두고 모시고 싶다 하더군요.]


몇년 전 생겨난 신흥 종교 단체였습니다.


[몇년 전부터 있었나요?]




[아... 그게... 음, 그 방에 둔 건 아마 3년 전이었을겁니다.]


신흥 종교라고는 해도 대규모로 일어난 것일 뿐, 영 좋지 않은 소문이 감도는 곳이었습니다.


골똘히 생각하는 와중에, 갑자기 머릿속에 평소처럼 영시할 때 들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 토... 가... 미...]


순간 등골이 오싹하며 소름이 끼쳤습니다.


[아라히... 토... 가...]




아라히토가미.


현인신(現人神)을 뜻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렇군요... 차녀 분이 와병 생활을 하게 된 건 신단을 설치하고 어느 정도 후의 일입니까?]




[네? 아... 어느 정도일까요, 꽤 가까운 일인건 분명합니다만.]


[회사 실적이 악화된건요?]


[아, 그건 3년 전부터입니다.]




[따님이 건강했을 때 뭔가 원하던 건 없습니까?]


[아... 부끄럽습니다만... 딸이 병에 걸린 후에야 아내에게 들었어요. 저와 같이 놀고 싶다고 매일같이 투정부렸다구요. 제가 일하는 것 자체를 무척 싫어했다고 하더군요...]


모호하던 정보들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됐습니다.




즉, 딸의 방에 있는 신단이 병의 원인이라는 직감이 온 것입니다.


그 종교는 특이하게도 신자에게 돈을 빨아들이듯, 신단에서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는 듯 합니다.


신단을 모시는 방법이 잘못되었던, 그게 아니면 우연한 계기던, 신단 안에 있는 부적이 차녀를 신으로 모시게 된 듯 했습니다.




말 그대로 현인신입니다.


과거 고립된 마을 등지에서 신앙으로서 모셔졌던, 인간이면서 신으로 추앙받는 자.


아프기 때문에 링겔로 영양을 공급받고, 간병인이 돌보는 것 자체가 곧 신으로서 추앙받는 것과 동일한 것이죠.




너무 큰 신단이나 신체는 큰 소원의 힘을 낳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복수의 조건이 겹치면서 자연적인 현인신이 나타난 것입니다.


거기에 대해 누구도 추앙하지 않고 바라지 않아도, 신의 권능은 나타난 거죠.




다른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려 힘을 쓰는 게 아니라면, 우선되는 건 신 그 자신의 소원.


즉,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하지 않고 자신과 놀아주는 것...


허나 그렇다고 해서 섣불리 신단을 없애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 짓을 했다 어떤 동티가 날지, 나나 의뢰인이 멀쩡할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장에 의뢰인부터가 그 종교의 신자입니다.


그 종교의 신단 때문에 딸도, 당신도 이상해진거라 말했다가는 어떤 반응을 할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신자들을 끌고와 사무실을 엎어놓고도 남을 종교니까요.


결국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단호히 말했습니다.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요. 돈은 안 내셔도 됩니다.]




[네? 무슨 소리하시는 건가요?]


[죄송합니다만 저같이 미숙한 사람이 맡을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면목이 없군요.]


의뢰인은 투덜거리며 불평을 늘어놓았지만, 곧 돌아갔습니다.




그 후 나는 사무소를 닫고 술로 모든 것을 잊으려 노력했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도 살아있는 신으로서 모셔지고 있을까요.


스스로의 소원을 오로지 비뚤어진 방식으로만 이뤄나가며.




여러분이 어떤 종교를 믿던 그건 자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신도 13파에 들어가는 어느 종교만은 부디 조심하시길.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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