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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14th]꼬리

괴담 번역 2015. 11. 10.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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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체험한 이야기라고 합니다.


타이쇼 시대 이야기라니, 꽤 옛 이야기지요.


증조할아버지는 사냥이 취미라, 틈만 나면 사냥을 나서곤 했다고 합니다.




멧돼지나 산토끼, 꿩에 이르기까지 온갖 동물들을 잡았던 것 같습니다.


엽총 솜씨도 빼어났기에, 같은 사냥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인이었다고 합니다.


산이라는 곳은 때때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곤 하는 곳입니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 증조할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는 또 할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들었죠.


이 이야기는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웠던 이야기입니다.




화창하게 개인 5월의 어느날이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엽총을 메고, 평소처럼 혼자 산에 올랐다고 합니다.


곁에는 애견 타케루가 함께였습니다.




오랜 사냥 경력을 지닌 증조할아버지는 그렇게 혼자 사냥을 나설 때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 산에는 증조할아버지가 직접 세운 오두막도 있어, 잡은 사냥감을 거기서 요리해 술안주 삼는 게 가장 큰 낙이었다고 하시네요.


그 날은 이른 아침부터 사냥을 시작했지만, 사냥감이 전혀 보이질 않았습니다.




날은 어느새 저물어, 산속은 어슴푸레해지고 있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한 시간만 더 찾아보는 생각에 사냥을 계속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30분 정도 지나서였습니다.




증조할아버지가 오늘 사냥은 공쳤다고 거의 포기할 무렵, 갑자기 눈앞에 큼직한 멧돼지가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새끼를 데리고요.


증조할아버지는 조용히 총을 겨눠 목덜미를 쏘려했지만, 갑자기 나타난 인간을 눈치챘는지 멧돼지는 방향을 휙 바꿔 산길을 뛰어 올라갔습니다.




아뿔싸 싶어 곧바로 한 발 쐈지만 아무래도 빗나간 모양입니다.


옆에 있던 타케루가 재빨리 멧돼지를 쫓아갑니다.


증조할아버지도 열심히 험한 산길을 달려 올라갔습니다.




15분 정도 그렇게 따라갔을까요.


결국 증조할아버지는 멧돼지 모자를 놓치고 말았답니다.


타케루도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데, 저 멀리서 타케루가 짖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소리를 의지해, 증조할아버지는 산길을 질주했습니다.


그렇게 10여분을 달려가니, 거기 타케루가 있었습니다.


깊은 수풀을 향해 격렬히 짖고 있었습니다.




양쪽에 거대한 소나무가 우뚝 솟아 있어, 마치 무슨 입구처럼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그 곳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냥꾼들은 물론이고, 그 지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암묵적 터부였습니다.




"절대 들어가면 안 되는 곳."


증조할아버지는 어릴 적부터 몇번이고 부모님의 당부를 들었었다고 합니다.


[그 안에는 산신님이 계신단다. 멍청하게 들어갔다간 그대로 잡아먹힐거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 안으로 들어가면, 사냥감이 쏠쏠하게 잡힌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다만 규칙을 깨고 침입한 사냥꾼은 행방불명당한다는 전설도 함께였지요.


타케루는 계속 그 수풀 안을 향해 짖고 있습니다.




그 멧돼지 모자가 이 근처에 있는 건 틀림 없을 터였습니다.


결국 증조할아버지는 유혹에 져, 금단의 땅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시간은 오후 5시를 지날 무렵이라 아직 어떻게든 맨눈으로 주변 식별은 가능했지만, 사냥을 하기에는 위험한 수준이었습니다.




타케루도 아까 전부터 짖는 걸 멈췄습니다.


이제 그만둬야 하나 증조할아버지가 고민하고 있는데, 다시 타케루가 사납게 짖더니 달려나갔습니다.


증조할아버지도 그걸 쫓아 50m 가량 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거기서, 타케루가 낑낑대며 납죽 엎드리더니, 위협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고 합니다.


드디어 찾아냈다고 생각한 증조할아버지는 앞을 봤습니다.


열린 광장 같은 장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거기에는 검은 그림자가 웅크리고 앉아, 무언가를 뜯어먹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심한 짐승 냄새가 주변에 감돌고 있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침을 꿀꺽 삼키며, 한 무릎을 꿇고 엽총을 곁에 두었습니다.




멧돼지가 아닌데.


증조할아버지는 그렇게 판단했다고 합니다.


멧돼지치고는 몸이 너무 가는데다, 털도 그닥 나 있질 않았습니다.




늑대인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산에 늑대가 산다니,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땅에 놓여진, 아까 증조할아버지가 쫓던 새끼 멧돼지를 먹고 있었습니다.


사냥감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화가 나, 증조할아버지는 엽총을 들고 그 놈을 쏘아버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방아쇠에 건 손가락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그 뿐 아니라 온몸이 가위에 눌린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어금니만은, 공포에 질려 덜덜 떨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증조할아버지가 있다는 걸 알아챘는지, "그것"은 식사를 멈추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고 합니다.




어떻게 봐도 그건 사람 얼굴이었습니다.


그것도 2,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의 얼굴.


키는 고작 150cm 정도로, 표범 같은 몸에 얇게 털이 나 있었습니다.




[괴물이다...]


증조할아버지의 공포는 극에 달했습니다.


"그것"은 멧돼지 피로 질척한 입을 혀로 핥으며, 증조할아버지에게 다가왔습니다.




잡아먹힐거다.


증조할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타케루가 "그것"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타케루는 "그것"의 오른쪽 앞발을 꽉 물고, 목을 마구 흔들었습니다.




"그것"은 갓난아이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왼발로 타케루의 코끝을 세게 긁고 있었습니다.


잠시 아연실색에 그걸 멍하니 바라보던 증조할아버지였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니 몸이 움직이더랍니다.


곧바로 총을 들고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하지만 불발이었습니다.


[이럴수가...]


증조할아버지는 엽총 손질을 매일 빼놓지 않고 할 뿐더러, 그날 역시 사냥 나서기 전에 총을 점검했던 터였습니다.




다시 한 번 방아쇠를 당깁니다.


이번에도 불발이었습니다.


장전 때문에 증조할아버지가 땀빼는 사이, "그것"은 타케루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시작했습니다.




타케루가 처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그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허리에 차고 있던 칼로 그 놈의 등을 후려쳤습니다.


[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




마치 고양이가 우는 것처럼, "그것"은 울어제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타케루의 목덜미를 물어댑니다.


증조할아버지는 다시 칼을 휘둘러, "그것"의 꼬리를 잘라냈다고 합니다.




꼬리가 잘린 "그것"은 [아루루루루루루루루루!] 하고 큰 소리로 외치며, 더욱 깊은 수풀 안으로 사라져 갔다고 합니다.


증조할아버지는 한동안 그저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괴로운 듯 내쉬는 타케루의 숨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 합니다.




타케루의 목덜미에는 사람 잇자국을 빼닮은 이빨자국이 잔뜩 찍혀 있었습니다.


피가 나기는 해도 그리 상처가 깊지는 않았기에, 증조할아버지는 소독약으로 소독을 하고 옷을 찢어 타케루의 상처를 감싸주었습니다.


다행히 증조할아버지도 타케루도 걸을 힘은 남아 있었습니다.




우물쭈물대다가는 또 그 놈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증조할아버지는 타케루를 데리고 서둘러 산길을 내려왔습니다.


이윽고, 증조할아버지가 지은 오두막이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마을까지는 30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입니다.




안도한 증조할아버지는 한층 더 걸음을 바삐해 마을로 향했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건 15분 정도 지나서였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길을 빙빙 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산은 증조할아버지가 어릴 적부터 놀러다닌 곳이기에, 눈 감고서도 찾아다니는 곳이었습니다.


길을 잃을리가 없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여, 증조할아버지는 더욱 걸음을 재촉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15분 가량 더 지난 후, 눈 앞에는 아까 그 오두막이 있었습니다.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증조할아버지는 혼란한 와중에도, 혹시 아까 그 사건 때문에 충격을 받아 길을 헤맸나 싶어 다시 평소 내려가던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증조할아버지는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결국 오두막으로 돌아오고 마는 것입니다.


타케루도 지친지 숨이 가쁘고, 목에 감아준 헝겊은 이미 피로 붉게 젖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다 느낀 증조할아버지는, 오두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고 합니다.


오두막 안에 들어서자 시간은 이미 밤 8시를 넘은 후였습니다.


갑자기 안도감과 피로감, 공복감이 한번에 몰아쳐 증조할아버지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 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까 만난 괴물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역시 그건 산신님이었던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몸이 벌벌 떨려, 증조할아버지는 오두막에 뒀던 소주를 꺼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비상식량을 챙겨둔 멧돼지 육포도 꺼냈지만, 영 목으로 넘어가질 않습니다.


타케루한테 던져주지 잘 주워먹습니다.


오늘은 도저히 못 자겠다.




그렇게 생각한 증조할아버지는, 엽총을 곁에 두고 밤을 새우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끽끽, 끽끽.]


무언가를 세게 긁는듯한 소리에, 증조할아버지는 잠에서 깼습니다.




피곤하기도 했고 술도 들어갔던 탓에, 어느새인가 잠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시계를 보니 이미 새벽 1시가 넘은 때였습니다.


[끽끽, 끽끽.]




그 소리는 오두막 지붕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타케루도 눈을 떴는지, 낮게 그르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무의식 중에 엽총을 손에 쥐었습니다.




설마, 그 녀석이 다시 온 건가...


하지만 차마 밖에 나가 확인할 용기도 없고, 그저 엽총을 꽉 쥔 채 오두막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10여분간, 천장을 손톱으로 세게 긁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허나 이윽고 그것도 그칩니다.


증조할아버지에게는 영원히 이어지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소리는 그쳤지만, 증조할아버지는 천장을 가만히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중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리...리...]


증조할아버지는 공포에 떨면서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갑자기 타케루가 굉장한 기세로 짖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오두막 지붕 위를 달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무거운 게 지면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타케루는 이제 오두막 입구를 향해 짖기 시작했습니다.




[끽끽, 끽끽.]


아까 지붕 위에 있던 무언가가, 이제 땅으로 내려와 오두막 입구를 세게 긁고 있는 듯 했습니다.


타케루는 꼬리를 둥글게 말고 뒷걸음질치면서도, 용감히 계속 짖고 있습니다.




[누, 누구냐!]


무심코 증조할아버지는 소리쳤습니다.


엽총은 문을 향해 겨눕니다.




그러자 세게 긁는 소리는 멎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문 저편에서, 분명히 아이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꼬리, 꼬리.]




그 놈이구나!


증조할아버지는 공포에 질렀습니다.


덜덜 떨리는 와중에도 어떻게든 정신을 잡고, [무슨 일이냐!] 라고 외쳤습니다.




타케루는 아직도 계속 짖고 있습니다.


[꼬리, 꼬리. 내 꼬리를 돌려다오.]


"그것"은 분명히 사람의 말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대꾸하지 않고 문을 향해 산탄을 한 방 날렸습니다.


[끼야악!]


기묘한 비명이 문 저편에서 들려오고, 증조할아버지는 곧이어 2발, 3발 총탄을 날렸습니다.




산탄 때문에 문에 뚫린 구멍 너머, 새빨갛게 충혈된 눈이 보였습니다.


[꼬리, 꼬리. 내 꼬리를 돌려다오.]


마치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로, "그것"은 말했습니다.




[꼬리 따위 모른다! 돌아가!]


증조할아버지는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꼬리, 꼬리. 내 꼬리를 돌려다오.]




"그것"은 망가진 카세트 테이프처럼, 단지 그 말만을 반복했습니다.


[모, 모른다! 저리 가, 가라고!]


[꼬리, 꼬리. 내 꼬리를 돌려다오.]




다시 손톱으로 문을 세게 긁으며, "그것"은 문에 뚫린 구멍으로 증조할아버지를 보며 반복해 말했습니다.


광분한 새빨간 눈을 한 채요.


타케루도 겁에 질렸는지 짖지도 못하고 꼬리를 만 채 움츠러들고 있었습니다.




[나는 모른다! 네놈 꼬리 따위 모른다고! 저리 사라지거라!]


증조할아버지는 움직이지도 못한 와중에 그저 절규했습니다.


그러자 "그것"은 [아니, 네놈이 잘랐다!] 라고 외치며 문을 찢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 이후 증조할아버지의 기억은 아주 단편적이라고 합니다.


문을 찢고 나타난 아이 얼굴의 괴물.


분노가 가득찬 붉게 충혈된 눈.




날카로운 그 놈의 발톱.


얼굴에 느껴지던 타는 듯한 아픔.


"그것"을 향해 달려들던 타케루.




무아지경에 빠져 산탄총을 난사하던 자신.


증조할아버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을 병원 침대 위였습니다.


사흘간 혼수상태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증조할아버지는 짐승 발톱 같은 걸로 왼뺨이 찢어져 있었고, 오른쪽 다리는 부러진데다 온몸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였다고 합니다.


증조할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그저 [곰에게 습격당했어.] 라고만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어쩐지 증조할아버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알아차린 듯 했고, 점차 증조할아버지는 마을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증조할아버지는 도쿄로 이주했고, 거기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증조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사흘 전, 할아버지에게만 몰래 알려준 이야기라고 합니다.


와카야마현 어느 깊은 산 속에서 있었던 일이라면서요.




덧붙여 타케루는 마치 증조할아버지를 지키는 듯한 모양새로 증조할아버지 위에 누워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살과 뼈는 온전히 남아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내장만은 하나도 남김없이 사라진 채였다고 합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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