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나는 어느 중고차 경매장에서 일했었다.
왜건 차량 한대의 경매가 끝나고 며칠 후, 불만처리 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중고차 거래다보니, 기본적으로 클레임은 많을 수 밖에 없다.
장비 중 일부가 결품이거나, 서류상 처리가 잘못 된 게 대부분이고.
이쪽도 워낙에 잦은 일이라 매뉴얼이 구축되어 있어서, 트집에 가까운 건 거절하고, 이쪽이 잘못한 것이면 사과하고 보완한다.
차량 자체의 문제면 경매에 출품한 사람이 돈으로 해결하는거고.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라, 즉석으로 판단해 대처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이번에 걸려온 전화는 달랐다.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노가 아니라 어딘지 모를 두려움에 가득 차 있었다.
[차 안 룸미러에 여자가 비쳐요...]
순간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갔다.
장난전화인가 싶기도 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끊어버릴 수도 없어,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룸미러에 여자가 비쳐요. 잘못본 게 아니라니까요. 너무 기분 나빠서 이 차 그냥 반품하고 싶어요.]
이런 클레임은 처음이었기에, 나는 일단 전화를 끊고 상사와 상담했다.
손님과는 조금 분쟁이 있었지만, 결국 우리 쪽에서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
대개 클레임으로 인해 회수한 차는, 다시 경매에 나오게 된다.
그 왜건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우리는 다시 차를 정비하고 조사한 후 출품했고, 어느 중고차 체인점으로 다시 팔려가게 되었다.
차 이력에 "영구차로 사용하던 것" 이라는 꼬리표를 새로 붙인채.
지금도 어딘가에는, 룸미러에 여자가 비치는 그 왜건이 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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