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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괴담

[실화괴담][77th]빡빡산의 귀신

실화 괴담 2016. 12. 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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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genasona3님이 방명록에 남겨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제가 중학교 때 일이니 90년대 후반이겠군요.


당시 저는 의정부에 살았습니다, 가능동. 


평안운수라는 버스회사 뒷쪽에 살았는데, 삼촌댁도 그 근처여서 주말이면 초등학생이던 사촌동생과 어울려 놀았습니다.




외삼촌댁에는 조그만 뒷산이 있었는데, 사실 산이라기보단 돌, 모래, 잡풀들 그리고 나무 몇그루로 된 조그만 언덕이였습니다. 


우리는 그 곳을 "빡빡산" 이라고 부르며 메뚜기, 잠자리도 잡고, 모래썰매도 타며 오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일종의 자연 놀이터인 셈이었죠.




빡빡산을 기준으로 오른편엔 삼촌댁이 있는 주거지역이 있었고, 왼편은 숲이 우거진 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숲이 우거진 산과 빡빡산 사이에는 동네주민들이 가꿔놓은 텃밭들이 크게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사슴벌레 잡으러 갈 때면, 텃밭을 5분정도 가로질러 숲까지 걸어가곤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렇죠.


무언가에 푹 빠져있다가도 금세 다른곳으로 관심이 넘어가잖아요.


우리는 팽이치기가 한참 유행하기 시작하며 한동안 빡빡산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들과 놀러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저녁은 삼촌댁에서 먹을거니까 놀다가 그리로 오라고 하셨습니다.


점점 날이 어두워지자, 저는 친구들과 다음날을 기약하며 삼촌댁에 갔습니다.


어머니와 외숙모님께서 식사 준비중이셨습니다.




아버지와 외삼촌이 퇴근해 집에 오실때까지 밖에서 놀다와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사촌동생과 밖으로 나섰습니다.


동생이 스케이트보드를 샀다길래 언덕에서 타보자는 생각에, 오랜만에 빡빡산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빡빡산은 더이상 제가 알던 그곳이 아니었습니다.




도로를 내기위해 언덕을 허물어 아스팔트로 덮힌 오르막길이 되어있었습니다.


언덕 중간까지 아스팔트가 깔려있었고, 언덕 위에서 보니 길 나머지는 숲이 우거진 산을 왼쪽으로 감싸듯 비포장으로 이어져있었습니다.


저는 놀이터가 사라진 것보다, 스케이트 보드를 더 재밌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들떠있었습니다.




아스팔트길까지 올라간 저희는 보드 위에 앉아서 내리막을 내려가는 시시한 놀이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푸르스름하게 해가 지고 있던 그때, 날도 어둑해지고 생각보다 아픈 엉덩이에 동생과 두어번만 더 타고 집에 가자는 얘기를 하며 다시 언덕길을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앞은 정돈된 포장도로, 뒤는 몇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비포장 도로가 펼쳐져 있었죠.




일은 여기서 일어났습니다.


포장도로로 스케이트보드 타고 내려가는 중간에 앞을 보니, 하얀색 옷을 입은 누군가가 우리가 올라왔던 언덕길을 올라오는게 보였습니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스쳐 지나갔고 내리막 막바지에 멈춰섰습니다.




사촌동생은 또 타자며 언덕으로 다시 뛰어 올라갔고, 저도 보드를 들고 동생을 따라갔습니다.


올라가면서 중간에 스쳐지나간 사람이 보였습니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하얀색 긴치마가 땅에 닿을듯 말듯.



 

고개를 푹 숙여 흩내려진 긴 머리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아줌마나 할머니가 아닌 누나의 느낌이 나는 사람이였습니다.


하얀 옷은 저물어가는 해 때문인지 푸르스름한 빛이 나는것 처럼 새하얬습니다.


그 누나는 터벅터벅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전 그 누나를 지나 언덕에서 사촌동생과 다시 보드에 앉았습니다.


[저 누나 뭐지?]


[몰라. 형, 얼른 출발하자.]




우리는 또 그 하얀 누나를 스쳐 지나갔고, 내리막 끝에서 동생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타자고 졸랐습니다.


언덕길을 다시 올라가는 중에 다시 옆을 지나갔지만, 그 하얀 옷을 입은 누나는 아까처럼 고개를 숙이고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사촌동생도 뭔가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는지, [형, 진짜 이거만 타고 얼른 집에 가자...] 라고 하더군요.




다시금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덕 오르막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고 숲으로 가는 거 같은데... 


저기 갈 이유가 없을텐데....




쭈뼛쭈뼛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아, 언덕 중간에서 보드를 멈추고 언덕 오르막길을 올려다 봤습니다.


그 언덕길에 하얀 옷을 입은 누나는 없었습니다.


우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왼쪽을 돌아보았습니다.




텃밭 너머, 수풀 사이 중간 나무에, 그 누나가 두손을 나무에 기댄채 고개만 오른쪽으로 돌려 우리를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를 보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텃밭의 거리가 멀어 이목구비가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시선이 느껴졌으니까요.




우리는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다, 제가 먼저 도망갔습니다. 


언덕 내리막길을 내려와 한숨을 돌릴때쯤 사촌동생이 같이 가자며 눈물범벅으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조금 진정이 되고, 내리막길 또랑에 빠진 스케이트보드를 찾아 다시 올라갔지만, 그곳에는 이미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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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6th]담력시험

실화 괴담 2016. 12. 1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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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마가린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블로그에서 재밌는 글들을 많이 봐서, 혹시나 보답이 될까싶어 경험담을 올립니다. 


전 영감 같은 것도 없을 뿐더러, 굉장히 평범한 삶을 살아온 24살 남자입니다. 




그런데 어릴 적에 기묘한 경험을 한 적이 있고, 그게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초등학생일 무렵, 저는 합기도 도장에 다녔었습니다.




도장에서는 여름마다 합숙훈련을 빙자한 캠핑을 가곤 했습니다. 


한 20명 정도 갔는데, 전부 초등학생들이었어요. 


저는 그중 유일한 6학년이라, 아이들이 저에게 많이 의지를 했었죠.




그 외에도 대학생 형 둘, 누나 둘이 관장님을 도와 합숙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정신교육 같은 것도 받고, 훈련도 받고 그랬습니다.


솔직히 10년이 지난 일이라 훈련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하지만 마지막날 밤에 일어난 사건은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서울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 밤이었습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로 담력시험이 준비되어 있었죠. 




합숙을 하던 곳이 워낙 교외여서 그랬는지, 차를 타고 조금 이동했습니다.


산비탈에 크게 늘여진 공동묘지가 있더라고요.


그곳이 담력시험의 장소였죠. 




길은 외길이고, 좌측으로는 경사진 절벽, 우측으로는 묘지들이 있는 곳을 오르는게 목표였습니다. 


걸어서 끝까지는 한 10분정도 걸린다고 했죠. 


우리는 두명씩 한 조로, 5분 간격을 두고 출발했습니다.



 

저는 친한 동생들끼리 나름 꾀를 내어, 먼저 올라간 조가 뒤에 따라올 조를 기다려 넷이서 같이 올라가자고 했습니다. 


동생 둘이 먼저 출발을 했고, 곧이어 출발한 저희 조와 만나는데 성공해 그렇게 넷이서 묘지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산을 오르고 있는데, 나무 뒤에서 탈을 쓴 대학생 형이 큰 소리를 내며 위협하듯이 뛰쳐나왔고 저희는 당연히 놀라 자빠진 기억도 생생하게 나네요.



 

동생 한명이 울자, 대학생 형은 탈을 벗으며 미안하다고, 용기내서 끝까지 올라가라고 당부를 했습니다.


저희 넷은 손을 꼭 잡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죠. 


그때, 아주 기묘한 것을 봤습니다. 




왼편에 굉장히 컸을 듯한, 나무 그루터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위에 소복을 입고, 땅에 닿을 정도로 긴 머리를 한 사람이 쭈그려 앉아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울보였던 동생 한 명은 다시 울기 시작하고요.



 

근데 정말로 이상한게, 보통 담력시험을 할 때는 숨어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래켜야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그냥 우두커니 앉아있었습니다.


굉장히 멀리서부터 이 사람을 발견했기에, 저희는 정말 기어가는 속도로 천천히 나아갔습니다.




하지만 앞뒤로 조금씩 몸을 흔들면서 앉아있는 모습이 너무 무서워, 결국 어느 지점에서 발을 멈추었습니다. 


거리는 꽤 가까워졌고, 저는 차라리 지금이라도 소리치면서 우리를 놀래켜줬으면 싶었습니다.


그러면 오히려 더 편하게 올라가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열 걸음조차 남지 않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저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 들어보니, 그 정적 사이로 소복을 입은 사람이 계속 뭐라고 중얼중얼대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말하는 것도 아닌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어요. 




용기를 내어 그 사람을 지나쳤고, 저희가 지나치는 와중에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계속 몸을 앞뒤로 흔들며 중얼거리고만 있었죠. 


그 사람을 지나침과 동시에, 공포가 극에 달해 저희 넷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산 정상까지 달려갔습니다. 


대체 누가 저런 분장을 한건지, 또 대체 왜 저러고 있던건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끝나고 그 사람을 찾아내 마구 때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죠. 


담력시험이 끝나고 숙소 복귀를 위해 모였는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입구에서 저희를 올려보낸 형, 탈을 쓰고 놀래켰던 형, 정상에서 아이들을 받아주던 관장님, 관장님과 함께 아이들을 받아주던 누나.



 

저는 당연히 남은 누나 한명이 그 소복 입은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모이고 보니 그 누나는 무당들이 입을 것 같은 오색의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있던겁니다. 


게다가 머리는 단발이고, 얼굴에는 구미호 분장이 되어 있었죠.




저희 넷은 서로를 바라보며 엄청난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 누나에게 말을 거니, 숨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희 넷이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정상으로 전력질주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놀래키러 나갈 타이밍을 놓쳤다더라고요.




즉, 저희는 탈을 쓴 형을 지나 그 누나에게 가기 전, 소복 입은 "무언가" 와 마주쳤고, 거기 놀라 도망치느라 그 누나를 지나쳐버린거죠. 


저희는 소복 입은 사람 이야기를 꺼냈지만, 형들과 누나들은 하나도 믿어주질 않고 비웃는 표정으로 그런 장난은 안 통한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관장님에게도, 그리고 다른 조 동생들에게도 물어봤지만, 그런 사람을 봤다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저 놀리지마라, 그런 이야기 해봐야 하나도 안 무섭다, 그런 장난 쳐봤자다... 


결국 저희 넷만 거짓말쟁이가 되었죠. 


10년, 정확히는 11년이 지난 일이지만, 그 날 그 상황만은 지금까지도 기억에 납니다. 




대체 뭐였을까요, 그 사람은?


차라리 사람이었으면 좋겠네요. 


만약 사람이 아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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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5th]수호령

실화 괴담 2016. 12. 1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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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마루형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대학교 4학년입니다.


저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할 때부터 군대를 가기 직전까지, 약 15년간 단독주택에서 살았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물려주신 땅 위에 지은 집인데, 부지 반쪽은 잔디와 여러가지 작물들이 심어져있고, 나머지 반쪽에 방 세 개와 거실, 화장실 하나가 딸린 꽤 넓은 집 두 채가 나란히 지어져있는 형태였습니다.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꽤나 상당히 넓은 땅이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설계, 시공, 인테리어까지 전부 참여한데다, 저도 어머니 손을 잡고 점심을 가져다 드릴 때마다 집이 지어져가는 과정을 봐왔던지라 가족 전원이 이 집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철, 향나무, 장미, 두릅, 붓꽃 등등 두서없지만 마당 가장자리를 사시사철 지키고 있는 여러해살이풀들.




여유가 있을 때마다 고추, 파프리카, 상추, 로즈마리 등을 키우며 뜯어먹기도 하고, 봄엔 제비꽃과 민들레와 나비들, 가을엔 코스모스와 국화와 잠자리들이 날아다녔습니다.


녹이 슬어 조금 흉물스러워보이기도 했지만 흰 페인트로 칠한 철제 대문도 있고, 마당 한 가운데에는 식물에 물을 주기 위한 수돗가와 어머니가 매년 가을에 콩을 사다가 정성스레 메주를 만들어 담근 장독대들도 있었어요.


마당 한켠에는 집을 짓다 남은 시멘트와 벽돌로 개집을 지어 흰 진돗개 한마리도 길렀습니다.




물론 여름엔 풀을 베지 않으면 종아리에 풀독이 오르고 아파트의 수십배에 달하는 모기떼와 싸워야하며, 겨울에는 보일러가 자주 고장나서 바닥에 발을 대고 걸을 수 없을 만큼 춥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 집은 정말 매력적이고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집에서는 자주 괴현상이 일어났어요.


아니, 물리적인 일은 없었으니 현상이라고 하기엔 애매할지도 모르겠네요.




저와 어머니는 무언가 보인다기보다는 잘 느끼는 체질입니다. 


어렸을 때는 그 감각에 대해 잘 이해를 못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사람의 기척과 시선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마른 체형의 할머니"와, 제 허리께, 그러니까 "약 1m 정도 되는 여자아이", 그리고 "4살 정도 되는 남자아이"의 기운을 자주 느꼈는데, 제가 이게 그냥 망상이 아니구나 하고 느낀건 어머니께 상담했을 때 어머니도 저와 거의 흡사한 이미지의 느낌을 받고 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악의적인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책을 읽고 있으면 다섯발자국 쯤 떨어진 곳에서 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화장실 입구 주변을 천천히 배회하다 사라지곤 했고, 여자아이는 피아노 위나 집 밖 보일러용 가스통을 모아놓는 작은 창고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있는게 전부였습니다.


남자아이는 집안을 두서없이 돌아다니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널고 있으면 제 뒤를 왔다갔다 하거나, TV를 보거나 컴퓨터를 하고 있으면 의자 뒤에 몸을 숨기고는 얼굴을 내밀고 바라보다 제가 뒤를 돌아보면 사라지곤 했습니다. 




가끔씩은 의자 끄트머리에 흰 손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했어요.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아냐고 여쭤보시면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냥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기척이나 시선이 느껴지고, 그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면 자연스럽게 머리속에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할까요.


제가 대학교 2학년이 되자, 저희 집을 포함한 주변 땅 값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께 들은 바로는 주변 땅을 대거 사들여 아파트 단지를 지으려고 하는 사업체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업체 쪽에서 먼저 아버지를 찾아왔고, 상당히 만족스런 금액을 제안해왔다고 합니다. 


생활부채를 전부 갚고도 남아서, 대출을 받지 않고도 신축 아파트에 입주를 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이사를 가게되면 토지를 완전히 갈아 엎어서 지하주차장을 짓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지을 예정이라 마당에 있는 식물들을 모두 베어버리는 것은 물론, 근 10년간 집을 지켜준 진돗개와 죽어가던 것을 데려와 살려서 키우던 마당고양이도 다른 집으로 보내야했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으로 아버지께 반항을 했어요.


하지만 이미 결정된 일인데다, 20살이 갓 넘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습니다.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좋은 입양처에 보내고, 맘을 접을 수 밖에 없었죠.




아파트 입주 신청을 하고 금액까지 모두 지불한 뒤, 아파트가 완공이 되기 전까지 반 년 정도 근처의 집을 빌려 살았었습니다.


그런데 이사간 후부터 저희 가족에게 안 좋은 일이 닥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출근하실 때 앞에 가던 자재트럭의 밧줄이 풀리는 바람에 자재들이 차량 앞판을 덮쳐 하마터면 크게 다칠뻔 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승마를 배우기 시작하셨는데, 2주차에 말이 갑작스럽게 앞발을 들고 서버리는 바람에 꼬리뼈와 정강이뼈에 전치 6개월의 골절상을 입으셨습니다. 


원래 장이 약했던 여동생은 독한 식중독에 걸려서 한참을 앓아눕고, 저는 훈련소 입소 3주 전에 골목길을 달리던 트럭 백미러에 튕겨져 날아가 꽤 심한 타박상과 발목 염좌를 얻었습니다. 


깁스는 풀고 입소했지만, 행군중에 발목 뼈에 금이 가버렸구요.




제가 육군병원에서 뼈에 금이 갔다는 진단을 받자, 어머니는 바로 아는 점집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새로 이사간 곳의 터가 안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갔지만, 그 곳은 평범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도 없고 다른 사연이 얽혀있지도 않았구요.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건 다른 단어였던 것 같지만, 괴담에서 흔히 말하는 "수호령" 이라고 할 만한 존재의 힘이 상당히 약해져있다고 했습니다.


수호령은 각각 돌아가신 "외할머니", 어려서 병에 걸려 돌아가신 아버지의 막내여동생, 그러니까 "막내고모" 였습니다. 




남자아이는 집이 맘에 들어서 눌러앉은 영가라고 하네요.


저희 집이 지어졌던 그 땅의 흙 자체가 비옥한데다, 키가 작은 식물들과 그늘을 만드는 식물의 비율이 적당해서 음기도 양기도 적당하게 서려있고, 외관은 양옥이지만 화장실을 제외하면 전통가옥과 거의 동일한 배치로 설계되어서 가신들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당에 동물을 키우는 것도 효과가 있었구요.




수호령들은 이러한 영향들을 받아 액운으로부터 집을 완전히 보호해왔지만, 이사한 후 부터는 식물의 기운도 가신의 기운도 받지 못해 최소한의 보호를 하는 것이 한계라는 겁니다. 


액운에 이어 잡귀들까지 장난칠을 치는 바람에 가족들이 다치는거구요. 


신내림 받은 사람들에게 팔았으면 넉넉잡아 3배는 주고 팔 수 있었는데 아까운 짓을 했다는 말까지 들으셨대요.




부적을 쓰든 굿을 하든 그때 뿐이니 따로 돈 쓰지 말고 잡귀들의 흥미가 떨어질 때까지 몸 간수만 잘하면 된다면 해서, 어머니는 복채만 내고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작은 사건사고가 서너번 있었지만 이전처럼 크게 다치는 일은 없었고, 새 아파트로 이사한 뒤에는 부주의로 인해 다치는 경우는 있어도 우연한 일로 사고를 당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괴담을 읽다보니 요 몇 년간 잊고 지냈던 경험들이 떠올라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외할머니와 얼굴도 뵌 적 없는 막내고모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제가 15년간 다른 곳에서 지냈으면 어떤 사고를 당했을지를 생각하자 오싹하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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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4th]얼굴에 남은 손자국

실화 괴담 2016. 12. 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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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행인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사실 저는 신이나 귀신의 존재를 일절 믿지 않고, 그저 흥미로만 괴담을 접해왔었습니다.


그런데 한 친구의 말을 듣고,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얼마 전, 괴담의 중심 블로그에 들어와서 최근 올라온 괴담을 읽으려 할 때였습니다.




옆에서 저를 지켜보던 친구가 기겁을 하더니 [너 왜 이런걸 읽어?] 라고 묻더군요.


저는 [재밌잖아.] 라고 답했지만, 친구는 이게 흥미로 끝날 일이 아니라며 질색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체험담을 들려줬어요.




친구는 평소에도 굉장히 진지하고 성실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닙니다.


친구는 옛날 인천 구월동에 살았었는데, 2년 사이 인명사고만 세번이 났던 곳이라고 합니다. 


한번은 원한관계에 인한 살인사건, 한번은 어린아이의 교통사고, 한번은 자살사건이었다고 하고요. 




특히 자살건의 경우는 친구가 초등학교 수업을 받던중에 발생했는데, 쿵 소리가 수업중에 들려와 다들 창 밖을 볼 정도였다고 합니다. 


운동장에서 수업을 받던 학생들은 추락하는 현장을 목격했구요. 


그런 아파트에서 살아서 그런지, 친구는 유달리 가위에 자주 눌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느날, 정말 끔찍한 가위를 경험했다고 하더군요.


평소와 다름없이 잠에 들었는데, 귓가에 어린아이 소리 같은 게 자꾸 들려오더래요. 


사촌동생인가 싶었지만, 이 밤중에 찾아올리도 없고, 와도 이런행동은 하지 않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친구는 무서워져서 그대로 밤을 새다, 소리가 잦아들때쯤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정말 이상하게 침대 옆 전신거울을 보고싶어지더랍니다.


조심스레 본 거울에는... 친구의 얼굴이 비쳤습니다.




그리고 그 얼굴에는 어린아이의 손바닥 자국이 잔뜩 찍혀있었죠. 


소름이 쫙 끼쳐서, 친구는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문질러 손자국을 지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 이사를 해 우리 동네에 왔고요.




이사 후엔 가위도 눌리지않고 잘 산다고 하더군요.


열심히 지웠다고 말할 때, 친구 표정은 정말 평소에 보기 힘든 겁에 질린 얼굴이었습니다.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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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괴담 2016. 12. 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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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뫄뫄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으스스한 경험이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문자스킬'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문자스킬이란, 특정한 문자를 휴대폰 배경화면이나 메모에 적어놓으면 귀신과 계약을 맺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 문자에 따른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미심쩍은 것이었죠.




그 스킬을 사용하는데 쓴 글자마다 크고 작은 부작용도 있다고 하고요.


당시 저는 공포, 괴담 등에 관심이 많았던 초등학생이라, 귀신과 계약이라는 거창한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말에 혹해 여러가지 문자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부작용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죠.




하도 오래 전이라 정확히 어떤 문자스킬을 사용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랑, 성적, 돈, 뭐 이런 거 하나씩이랑 매일 숫자를 바꿔줘야 하는 문자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여러 문자스킬을 사용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고대하던 소원도, 우려하던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변화가 없음에 살짝 실망하고 있었지만, 어떤 결과라도 봐야겠다며 하루하루 숫자를 줄이거나 늘려주는 스킬만은 계속 메모장에서 바꿔놓고 있었죠.




지루한 일상이 며칠째 계속되던 어느날, 저는 사촌언니 집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그곳에서 일어났습니다.


평소 놀러 갔을 때와 다름없이, 저와 언니는 컴퓨터 게임도 하고 만화도 함께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니는 다음날 아침 일찍 학원을 가야 해서, 저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가 잠에서 깨니 옆에 언니도 보이지 않고 이모, 이모부도 모두 출근하신 것 같았습니다.


사촌언니네 집에서 자고 갈 땐 종종 있는 일이라, 저는 TV를 켜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바꿔줘야 하는 문자의 숫자를 변경하기 위해 메모장에 들어갔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메모장에 'ㅅㅏㄹ풀이'라는 새로운 그림 메모가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햅틱팝이라는 터치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창 친구들끼리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는게 유행이라 저도 비밀번호를 걸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촌언니도 알 도리가 없으니, 저말고는 아무도 휴대폰에 손을 댈 수 없었던 상태였던 셈이죠.


혹시 언니가 내 비밀번호를 우연히 봐서 자는 동안 장난쳐 놓은 걸까 싶었지만, 전날 자기 전까지도 언니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며 저를 괴롭혔으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언니에게 문자를 넣어봤지만,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무슨 장난을 쳤겠냐며 핀잔 어린 답장만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림메모의 제목에 압도 당해 메모장 목록 화면만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밤에 자며 실수로 누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가 나, 과감히 그 메모를 열었죠.


메모 안 그림은 정말 화면에 몸이 닿아서 그려진 듯, 선들이 어수선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확실히 어떤 형상이 보였습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단발머리 아이가 양팔을 쭉 뻗고 있는 형상이요.


그림은 단순히 검은색 선으로 한붓그리기를 하듯 이어져 있었지만, 색동저고리같이 팔 부분이 칸칸으로 나뉘어있었습니다.




멍하니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이 돌아오며 공포감이 제일 먼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얼른 목록으로 빠져나와 그 그림메모를 삭제했습니다.


또 이 공포스러운 경험의 원인이 문자스킬 때문이란 생각에, 진행하던 문자스킬도 모두 함께 지웠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대충 씻고 옷만 갈아입은 채 집에 돌아왔죠.


그 후로도 저는 언니 집에 자주 놀러갔지만, 그때같은 경험은 다시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별탈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고요.




가끔 그 메모가 어떻게 생겨난건지, 정말 문자스킬때문에 생겼던건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궁금증에 그 메모를 그대로 놔뒀으면 또다른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련은 그때마다 없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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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2nd]주희

실화 괴담 2016. 11. 3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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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유리나무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저는 경상북도 문경시 견탄 옆, 태봉사택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마을은 마을 주민들 90프로가 광부인 탄광촌이었죠.


외부와는 철저히 단절된 마을이었습니다.




슈퍼도 한개밖에 없고, 공중전화도 한개에 가로등마저 한개밖에 없는 아주 외진 마을이었습니다. 


시내로 나가려면 마을 밖으로 나가서 큰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하는데, 가는 길에 강이 하나 있습니다. 


다리를 건너면 1차선 도로가 있어요. 




그 뒤로는 기차길이고요.


시골 아이들이 다들 그렇듯, 여름이 되면 항상 그 강에서 친구들과 놀곤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는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집 앞에 사는 주희라는 아이였는데, 엄마들끼리 친하다보니 덩달아 저희도 친자매처럼 친하게 지냈죠.


그렇게 지내다 제가 10살이 되던 해, 저희 집은 서울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와도 울면서 이별을 했죠. 




저는 꼭 다시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서울로 이사를 가고 3년 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여름 방학. 


저는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서 고향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마냥 들떠 있었죠.


문경에서 내려서 버스를 타고 마을 입구 다리에 도착한 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달려갔습니다. 


그때, 강에서 놀고있는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대부분 모르는 아이였지만 신나게 놀고있는 갈색머리 아이는 분명 내 친구 주희였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운 나머지 가파른 길을 뛰어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있던 아이들이 없어진겁니다. 




그때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절 부르며 따라오시더라고요. 


등을 때리며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그러셨죠.


전 엄마에게 [엄마, 여기 주희 못봤어?] 라고 물었지만, 엄마는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소리니? 빨리 마을로 가자.] 라고 하실 뿐이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저는 친구들과 반가운 재회를 했고, 곧바로 주희를 찾았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은 얼굴이 어두워지더라고요.


곧이어 친구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3년전, 주희는 진영이라는 아이와 시내를 다녀오다 마을앞 도로에서 트럭에 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이 진영이는 다리만 다쳤지만, 주희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요.


마을은 난리가 났고, 주희 할머니는 그 일로 정신이 이상해지셔서 죽은 주희 허파를 봉지에 넣어 집앞에 매달아 두는 지경이었답니다.




그때부터 주희의 가족들은 점점 다른 주민들과 멀어져갔고, 결국 1년 뒤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주희가 살던 집은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가 되어버렸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예전 제가 살던 그 마을은 아예 폐촌이 되어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곳을 떠올리노라면 주희가 생각납니다.


그때 보인 주희는, 3년전 내 약속을 기억하고 마중을 나왔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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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1st]성모상의 은혜

실화 괴담 2016. 11. 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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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미카엘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귀신은 믿지 않는 편입니다.


영감 같은 것도 없고요.


다만... 보이지 않는 상대의 괴롭힘은 받아본 적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은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80년대 양산된 4층짜리 주공 저층아파트 단지였는데, 집은 튼튼하지만 오래된 동네다보니 불빛 없는 새벽이 되면 정말 무서웠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가끔 산에서 안개가 내려오면 동네 전체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감돌곤 했습니다.




당시 저는 침대를 선물받아, 부모님 대신 안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낮잠을 자건 밤에 잠을 자건 이상한 가위에 자주 눌리게 되었습니다.


온 몸이 굳어서 뻣뻣한 시신마냥 움직일 수가 없는데, 귀에 남자, 여자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죽어,죽어버려! 깔깔깔깔...]


상스러운 욕설이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나중에는 급기야 목이 졸리면서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움직일 수는 없는데 숨은 막히고, 귀에는 남녀의 목소리로 [죽어,죽어버려! 깔깔깔깔, 꼴보기 좋네.] 하고 욕설이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저는 가위에서 깨기 위해 "이건 가위야, 어서 깨어나야 해." 라고 생각하며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귓전에서 [깔깔깔깔, 꼴 보기 좋다. 너같은 건 없어져버려.] 하고 지껄일 뿐이었습니다.




형체가 드러나진 않았지만, 한번에 여러 목소리들이 들려왔습니다.


그 방엔 여자 말고도 남자도 있었고, 젊은이들의 목소리였습니다.


10대 또래의 목소리라기엔 앙칼지고 굵은 느낌이었고요.




그들은 가위에 걸린 나를 비웃고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그 증상이 끊긴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그해 성당에서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고, 그때 처음으로 성모상과 성가족상을 받았습니다.




마땅히 장식장도 없고 어디도 둘 곳도 없어, 결국 책상의 책장 위에 두었죠. 


그렇게 올려두니 성모상과 성가족상이 제 침대를 바라보는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낮잠을 자도 밤잠을 자도,  움직이지 못 하고 목을 졸리는 가위는 끊기게 되었습니다.




가끔 몸을 못 움직이는 가위가 걸리긴 해도 쉽게 풀려날 수 있더라고요.


1, 2분 정도 가위에 걸려도 갑자기 [쳇...] 하고 혀를 차며 물러 나더라구요.


당시 연이은 고입과 대입으로 지쳤던 내 심리의 무의식이었는지,  아니면 오래된 집에 남은 무언가들이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아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눈에 그들이 보였다면 정말로 난 미쳐버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성상이 나타난 이후로 그런 현상이 줄어들더니, 끝내는 사라진 것을 보면...


신부님이 축성하며 [수험 생활로 지치고 힘든 미카엘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라고 기도해주셨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들었습니다.




간절했던 보호 요청의 힘이 나타난 것일까요? 


지금도 신기합니다.


이제 그 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후 으리으리한 초고층 아파트동네가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그 후에도 몇번이고 이사를 했지만, 아직도 그때 그 성가족상과 성모상을 모시고 다닙니다.


물론 제 침대를 바라보게 두고 있고요.


저는 더 이상 괴롭힘을 받지 않습니다.




그리고 잠도 밤낮으로 잘 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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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70th]저승사자

실화 괴담 2016. 9. 24.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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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Cyker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대학교 다닐 때 일입니다.


1학년 때 저는 같은 방향에 사는 친구와 모든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같은 과였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피곤해서 수업 시작 전에 잠시 엎드려 자다가 일어났는데, 제 모습을 보더니 친구가 기겁하는 겁니다.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니 얼굴을 좀 봐라, 임마. 곧 죽을 사람 같아.] 라고 말하더군요.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그러자 주위에 있던 친구들이 한두 명씩 모이더니, 제 얼굴을 보고 진짜 아픈 사람 같다고, 얼굴이 창백하다 못해 새하얗다고 말하며 걱정했습니다.


저는 딱히 아픈 곳도 없고 몸 상태도 괜찮았기에, 친구들이 왜 저리 호들갑인가 싶어 강의실 뒤에 있는 거울을 봤습니다.


지금도 그때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온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더군요. 


입술도 파랗고 얼굴 전 부위에 피가 싹 빠져나간 것처럼...


딱 전설의 고향 같은 데서 보던 귀신 얼굴 마냥요.




아픈 데도 없고 몸에 이상도 없었지만, 얼굴을 보니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래서 수업 시작 10분 전, 그것도 전공수업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복잡한 심정을 느끼다 집에 도착했습니다.




놀까 싶기도 했지만, 이내 거울에서 봤던 제 얼굴이 잊히지 않아 쉬어야겠다고 결정했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잘 준비를 했습니다.


집에 와서 씻고 나니 온몸에 힘이 쭉 빠지더군요. 




힘들거나 피곤해서 힘이 쭉 빠지는 게 아니라, 제 몸에서 뭔가 휑하니 나가고 껍데기만 남은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방 침대에 누우려고 했는데, 온몸의 감각과 본능이 거부하더군요. 


저는 제 본능과 육감을 믿는 편입니다. 




이것 때문에 목숨을 건진 적도 많고, 무시하고 하다가 다치거나 손해 본 적도 많았거든요.


그래서 동생 방 침대에서 누워서 잤습니다. 


그렇게 저녁도 되기 전부터 자면서 계속 뒤척였는데, 잠깐잠깐 깰 때마다 몸에 아직도 힘이 하나도 없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와중에 동생이랑 부모님들이 집에 오는 소리, 쟤 왜 저리 빨리 왔냐고 얘기하는 소리 등이 들리더군요.


그리고 다시 잠들었는데, 누군가 우리 집 도어락을 누르고 집에 들어오는 구둣발 소리에 잠이 확 깼습니다.


우리 집 도어락은 비밀번호가 4자리이고, 이웃집, 윗집, 아랫집 등은 전부 비밀번호 자릿수가 6~8자리라 도어록 누를 때 번호 누르는 소리가 몇 번 들리는지 만으로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인지 아닌지는 판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리가 매우 뚜렷하고 가까이에서 들렸거든요.


새벽 4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었고, 아까 분명히 가족들이 다 집에 들어왔으니 저는 도둑이나 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 침대 옆에 있는 목검을 조심스럽게 빼 들어 제 품에 안고, 이불 속에 숨겼습니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도둑이 제 동생 방이나 안방으로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잠귀가 밝으신 어머니께서 밤에 현관 소리가 나면 깨서 나오시거나, 도둑이 안방으로 제일 먼저 갈 거라 판단했거든요.


겉으론 누워서 자는 척하며, 이불 속에서는 목검을 꽉 그러쥐고 안방 쪽으로 뛰쳐나갈 준비를 했죠.




그런데 큰 도어락 소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중 아무도 깨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어떤 소리도 나지 않고 사방에 조용한 적막만이 흘렀죠.


현관 바로 정면이 제 방이고, 거기엔 저에게 자리를 빼앗긴 동생이 자고 있었습니다.




수천 번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뛰쳐나가서 도둑과 맞서야 하나? 


동생을 지키러 지금 나갈까?




아니면 상황을 보며 더 기다려야 하나?


난 지금 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데, 나가봤자 나는 물론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건 아닐까?


수만 가지 생각을 하다, 결국 나가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그런데 몸은 낮에 제 방에서 잘려고 했을 때 났던 그 본능적 거부 반응을 다시 일으키더라고요. 


그래서 조금만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딱 거기까지 생각을 했는데, 혼잣말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며 영상이 보이더군요.




동생 방과 현관의 위치는 구조상 ㄷ자라서 동생 방안에서는 현관을 볼 수가 없습니다.


그뿐 아니라 동생 방 문은 꽉 닫혀 있는 상태라 밖이 보일 리 없었죠. 


근데 저에겐 현관문을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모든 상황이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검은 양복에 검은 중절모, 검은 구두를 신은 남자가 구둣발 소리를 내며 제 방문 앞에 서더군요.


[원래 네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네가 대신 가야겠다. 미안하구나...]


그러더니 제 방문을 슬쩍 열었습니다.




[아니, 왜 얘가 여기서 자고 있는 거지?]

 

그러더니 다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제가 자는 동생 방 쪽으로 오더군요.


순간 우리 집 강아지가 맹렬히 짖기 시작했습니다. 




치와와랑 크기가 비슷한 작은 요크셔테리어입니다.


겁이 엄청 많은 편이라 자기보다 작은 고양이만 봐도 도망가는 놈인데, 진짜 물어 죽일 기세로 쉬지도 않고 맹렬히 짖더군요.


그 사람은 우리 집 강아지 때문인지 더는 앞으로 오지를 못하더군요.




[허, 이것 참... 원래 네 주인이 갈 게 아닌걸 아는 거냐. 고놈 참 맹렬히도 짖네. 날 샐 때 다 되어가서 아무라도 데려가야 하는데 미치겠군.]


남자는 그러면서 강아지 앞에서 서성거리며 초조해하더군요.


그리고는 [하는 수 없지... 억세게 운이 좋은 놈이군.] 하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때까지 전 격한 긴장 속에서 힘도 없는 손으로 잡은 목검을 꽉 잡고 온몸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가 사라짐과 동시에 온몸에 힘이 다시 들어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시계를 봤는데 6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잠시 후 자명종이 울리고, 어머니께서 일어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침대에서 나와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퇴한 이야기랑 지금 몸 상태에 관해 말하다가, 어머니께 새벽에 누구 들어온 사람 있냐고, 쫑이 짖는 소리는 못 들었냐고 여쭤봤습니다.




어머니는 어제 가족들 전부 다 일찍 들어와서 일찍 잤다며, 자는 내내 아무 소리도 못 들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그냥 얼버무렸습니다.


게다가 딴 건 다 이해를 해도, 문도 닫힌 동생 방에서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로, 구조상 볼 수 없는 바깥 상황을 제가 본 게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꿈이라는 결론을 내렸죠.


신기하고 뚜렷한, 이상한 꿈이었구나...


이상하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꿈이니까...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쫑아!] 하고 강아지를 부르며 덥석 안았습니다.




근데 강아지가 목이 쉬었더군요...


순간 말 그대로 몸이 굳으며 식은땀과 함께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제 나름대로 추리해서 내린 결론으로는, 저는 그 날 혼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라 온몸에 핏기가 없었으며 몸에 힘이 없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새벽에 들어왔던 남자는 저승사자고, 원래 데리고 가기로 했던 사람 대신 저를 데려가려 했지만 우리 집 강아지가 짖으며 막아선 바람에 실패하고 날이 밝자 그냥 돌아간 거겠죠.


강아지는 그때 심하게 짖어서 목이 쉰 거고요.


아직도 생생한, 차마 믿어지지 않는 제 실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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