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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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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골든위크 때, 형부에게 들은 이야기다.


형부는 고등학교 때 산악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들어가자마자 흥에 겨워, 비싼 등산화를 제깍 사버렸단다.




세미오더로 산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아마 5만엔 넘게 냈다나.


25년 전이었으니 체감상으로는 더 비쌌겠지.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형부는 정작 그래놓고 고문 선생님이 무서운데다 매일 근력 트레이닝을 하는데 질려버렸다고 한다.


상하관계가 요상하게 구축되어 있는 군대식 운동부에 싫증이 난 나머지, 여름방학도 되기 전에 탈퇴해버렸다나.


그때는 두번 다시 등산 같은 건 안 할 생각이었던데다, 부잣집 도련님 비스무리한 거였으니까 뭐.




물건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라, 형부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 없는 등산화를 같은 반 친구에게 주기로 했다.


얌전하고 성실한 친구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사이즈는 딱 들어맞았다.




친구는 무척 기뻐하며, 평생 잊지 않겠다고 거듭 고마워했다.


워낙 비싼 신발이다보니, 차마 받을 생각도 못하고 그냥 빌려만 가겠다고 했단다.


형부는 잘 기억조차 못하고 있지만.




다만 [나한테는 이제 필요 없는 신발이야. 네가 잘 신어주면 신발도 기뻐할거야.] 라고 말하며, 스스로 멋있다고 한껏 으쓱거렸던 것만 기억이 난다나.


친구는 그 후, 대학에 가서도, 취직하고 나서도 계속 등산을 했다고 한다.


고지식한 성격이라 매년 연하장을 보내왔고, 거기에는 여름에는 호타카에 갔다느니, 이번 겨울에는 키타다케를 오른다느니 꼼꼼하게 등산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해부터인가, 소식이 뚝 끊겼다.


연하장을 받기만 할 뿐 딱히 답장도 하지 않았던데다, 형부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렸으니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소문으로 늦게서야 친구의 부고가 전해졌다.




암이었다고 한다.


38살의 한창 나이였다.


깊은 우정이 있던 것도 아니고, 형부 입장에서는 그저 필요 없는 신발을 준 것 뿐이었다.




젊은 나이에 벌써 세상을 떠나다니 안타깝다는 생각 정도 뿐이었단다.


연하장이 안 왔다는 것도, 사실 부고를 들은 후에야 깨달았을 정도였다니까.


그리고 형부는 천천히 그 일을 잊어갔다.




그런데 작년 연말, 헛간을 개축할 때였다.


형부는 귀찮아하면서도 일손을 도우러 고향에 내려갔다고 한다.


그랬더니 있더란다, 그 등산화가.




신을대로 신어서 검게 윤이 나는 게, 집 헛간에 들어있던 것이다.


형부는 소스라치게 놀라, 황급히 가족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아, 그거. 귀신처럼 초췌한 사람이 갚으러 왔더라. 계속 빌려써서 미안하더면서.]




형부는 등골이 오싹해져서 다시 물었다.


[그거, 언제 이야기야?]


[음, 작년일걸, 확실히?]




그렇다면 진짜 유령이 아닌가.


뭐, 실제로는 착각한 거고 친구가 죽기 전에 굳이 갚으러 찾아왔던 것이겠지만.


하지만 형부는 혹시나 친구가 죽은 뒤 갚으러 온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한단다.




어차피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살아서 왔든, 죽어서 왔든 정말 쓸데없이 성실하달까, 고지식한 녀석이야. 그런 닳아빠진 등산화를 이제 와서 갚으면 어쩌겠다는 건지. 하지만 녀석은 녀석대로, 계속 빌려쓴다고 생각하며 고마움을 느끼고 있던거겠지. 요즘 세상에 그렇게 고지식한 놈이 어디 버틸 수나 있었겠냐, 나처럼 적당히 닳아빠진 놈이나 버티지. 어떤 의미로는 빨리 하늘나라에 가서 행복할지도 몰라. 죽은 사람한테 할 말은 아니지만...]


형부는 묘하게 씁쓸한 듯 웃었다.




[어? 그 등산화? 있어, 아직 집에. 너 등산하고 싶으면 줄게. 신을 수 있을거야. 하하하... 거짓말이야, 거짓말. 절에다 공양했어. 또 저승에서 그 녀석이 신고 등산 다니라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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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5th]화상 치료

괴담 번역 2018. 2. 13.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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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와 초 무렵, 유바리의 어느 탄광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혼슈에서 개척민으로 넘어온 광부 A씨는, 폭발사고에 휩쓸리고 말았다.


목숨은 겨우 건졌지만, 전신에 화상을 입어 중태였다.




옛날 일이다보니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했다.


그저 온몸을 붕대로 감은 채, 아내가 기다리는 함바집 단칸방에 옮겨졌다.


데리고 온 의사는 [크게 다쳤지만, 오늘 밤만 넘기면 목숨은 건질 수 있겠지. 무슨 일 있으면 부르러 오시오.] 하고는 집 주소만 알려주고 돌아가버렸다.




그날 한밤중.


촛불 한자루 어스름한 아래, 머리맡에서 홀로 간호하던 아내가 문득 정신을 차리니 현관에 누가 온 것 같았다.


아내가 나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A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오. 오늘 큰 재난을 만났으니 정말 안타깝게 됐습니다. 당장이라도 병문안을 오고 싶었지만, 공교롭게도 일이 많아 멈출 수가 없어 이렇게 밤 늦게 폐를 끼치며 찾아오게 되었소. 부디 우리에게도 A씨 간호를 돕게 해주시오.]


아내는 혼자 불안하던 차에, 따뜻한 제안을 받아 감동한 나머지, 방에 다 들어오지도 못할만큼 많은 동료들을 기쁘게 맞이했다.




그들 각자 한명씩, A씨에게 말을 걸고 격려해주고는, 방안에 앉아 아내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


아내는 몽땅 안심해버리고 말았다.


그들 중 한사람이, [나는 의술에 조예가 있으니, 진찰해 보겠네.] 하고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탄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버젓한 신사였다.


누군가의 지인일까.


[몹시 심한 화상이지만, 나는 심한 화상을 치료하는데 능통하네. 오늘밤 안에 의술을 행하면 A씨는 금세 나을게야.]




아내가 그 말을 거스를리 없었다.


그리하여 어스름 가운데, 신사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치료는 거친 것이었다.




신사는 [화상은 눌어붙은 피부를 뜯어내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네.] 라고 설명하면서, A씨 몸을 감은 붕대를 벗겼다.


그리고는 A씨의 피부를 아무렇게나 뜯어내기 시작했다.


광부들 사이에서도 강건한 신체를 가졌던 A씨지만, 여기에는 견뎌낼 수 없었다.




A씨는 너무나도 심한 고통에 절규하며, [차라리 죽여다오!] 라고 울며 외쳤다.


아내는 허둥댈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처절한 남편의 절규 앞에, 아내는 자신도 귀를 막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신사는 [여기만 참고 넘기면 된다네. 금방 편해질거야.] 라고 말하며,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작업을 이어갔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새인가 A씨의 절규는 멎고, 정적이 감돌고 있었다.




신사는 아내에게 [걱정 끼쳤지만 이제 괜찮네. 금세 건강해질거야.] 라고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내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고개를 조아리며, 바깥까지 신사를 배웅했다.


먼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온다.




곧 새벽이다.


방으로 돌아오니, 아까까지 좁은 방에 미어터지게 들어차 있던 문병객들이 하나도 없었다.


아내는 이상하다고 여기기보다는 불쾌했다.




돌아간다면 한마디 인사라도 하고 가면 좋을 것을.


지친 아내는 A씨 머리맡에 앉아 좀 쉬려고 했지만, A씨의 안색을 보고 경악했다.


새벽 햇살 속에 보이는 A씨의 안색.




그것은 마치 납덩이 같은 색깔이었으니까.


아내는 A씨에게 매달려 다시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소란을 들은 이웃집에서 의사를 데려왔다.




의사는 A씨 모습을 보자마자 아내에게 호통을 쳤다.


[누가 멋대로 환자를 건드린게야!]


A씨를 감싸고 있는 붕대는, 누가 봐도 비전문가가 매어놓은 듯 허술했다.




붕대를 벗긴 의사는, A씨의 몸에서 눈을 돌렸다.


끔찍하게 피부를 뜯겨 죽은 시체가 있었으니.


너무나도 괴기스런 사건이라 경찰이 불려왔고, 반쯤 정신을 놓은 아내에게서 어떻게 사정을 청취했다고 한다.




허나 그날 밤 나타났다는 사람들도, 그 신사도, 탄광은 물론이고 주변 마을 어디서도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이야기를 들은 어느 사람은, [그건 여우 짓일 것이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우에게 사람의 상처 딱지나 화상 자국은 신묘한 약으로 쓰인다는 것이다.




어느 지방에서는 화상을 입거나 딱지가 앉은 사람이 산에 들어서면 여우에게 홀린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A씨의 아내는 눈이 나빴던데다, 하루 종일 울었던 탓에 눈이 부어있었다고 한다.


여우는 그걸 노렸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 이후 아내가 어떻게 되었는지, 이 이야기의 채집자는 기록해두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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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4th]환각과 환청

괴담 번역 2018. 2. 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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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니는 몇년 전부터 노인 간병 일을 하고 계신데, 얼마 전 치매 노인이 보는 환각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 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래도 치매 걸린 사람들이 보는 환각은 그리 좋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다.


한 환자는 [저기 아이가 죽어있어.] 라며, 아무 것도 없는 바닥을 가리키기도 했단다.




또 다른 환자는 [옆 침대 위에 피투성이 사람이 산더미처럼 있어.] 라며, 아무도 누워있지 않은 텅빈 침대를 보며 두려워했다고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입장이지만, 치매 노인들이 보는 환각은 젊은 시절 경험한 끔찍한 광경이 되살아나는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든 떠올리지 않으려 했던 것이, 뇌기능에 문제가 생기면서 환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몇년 전, 97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리 증조할머니도 돌아가시기 몇년 전부터 치매를 앓으셨다.


증조할머니에게는 세 사람의 가족이 보였다고 한다.


증조할머니 말에 따르면,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다섯살 정도 된 까까머리 남자아이라고 한다.




남자아이는 민요 중 "쿠로다부시(黒田節)" 를 좋아해, 증조할머니에게 자주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반바지를 입고 있고, 이마를 다쳐 피가 나고 있다.


어머니는 잔소리가 심한데 비해, 아이에게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버지는 키가 크고, 아이를 무척 소중히 대하고 있다.


...그렇다고 들었다.


그 가족은 낮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증조할머니가 잠들 무렵에나 찾아온다고 했다.




그래서 밤만 되면 증조할머니의 혼잣말이 들려와, 나는 은근히 기분이 나빴다.


증조할머니의 정신이 더 어두워져, 환각과 환청이 심해진 것은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였다.


그 날은 마침 여름방학이라, 나는 수험 공부를 위해 늦은밤까지 깨어있었다.




라디오를 틀어두고, 학교에서 받아온 문제지에 매달렸다.


늦은밤인데도, 가끔 창밖에서는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에서 소리가 나지 않은지 꽤 지날 무렵.




[똑똑.]


갑자기 창문 높은 곳에 바깥에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 누구지?




시계를 보니 새벽 한시가 넘은 시간이다.


[똑똑.]


또 두드린다.




무서웠다.


누가 장난치는 것인지도 모르고, 강도일 수도 있다.


다른 방으로 도망치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틈에 이 방에 침입한다면...?


[똑똑똑똑똑똑똑똑... 똑똑똑똑똑. 쾅쾅쾅쾅쾅쾅쾅쾅...]


손가락뼈로 두드리는 소리와, 손바닥을 펴서 두드리는 소리.




무서운데다 기분 나빴다.


그 순간, 나는 문득 깨달았다.


창문 밖에는 연못이 있고, 창문과 연못 사이에는 좁은 통로가 있다.




그 주변에는 나무가 잔뜩 심어져있다.


만약 이 창문을 두드리려 여기까지 오려면, 사람이 나무 주변을 걷는 소리, 낙엽이 떨어진 땅을 밟는 소리가 날 터였다.


어둠 속에서, 연못과 창문 사이 좁은 길을 걷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실수로 연못에 빠져 큰 소리를 내기 십상일텐데.


결국 그 소리는 한시간 넘게 이어지다가 겨우 그쳤다.


이튿날 아침, 증조할머니가 나를 찾아와서는 얼굴이 시뻘개지도록 화를 내셨다.




딱히 야단 맞을 짓은 한 기억이 없어 당황했지만...


[왜 열어주지 않은거야! 비를 맞아서 감기 걸리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어제는 맑았는데.


[아이가 울었다! 왜 열어주지 않은거야!]


아이...?




[내 방 창문이 열리질 않으니까 "저쪽 방 창문 가서 열어달라고 말하렴" 했다. 네 방에 가서 말을 했다는데 왜 열어주지 않은거야!]


증조할머니 방에 가서, 창문 쪽을 보았다.


작은 손자국과 큰 손자국이 셀수도 없이 남아있었다.




황급히 내 방에 돌아와, 커튼을 닫아둔채 창문을 열었다.


역시 내 방 창문에도 크고 작은 손자국이 수도 없이 남아있었다.


비에 젖은 듯, 물방울이 창문에 붙어있다.




증조할머니...


나는 할머니가 본 게, 치매에 의한 환각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 무 래 도 진 짜 로 봤 던 거 같 네.




만약 커튼을 열어뒀더라면, 나도 증조할머니가 봤던 세 사람의 가족을 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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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3rd]문고리

괴담 번역 2018. 1. 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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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하는 곳에, 한살 어린데 자주 같이 근무하는 남자 녀석이 있다.


노래방 아르바이트인데, 손님이 오지 않을 때는 카운터에서 담배 피거나 잡담도 해도 되는 꽤 자유로운 곳이었다.


나도 틈이 나면 그 녀석, M과 자주 떠들어대곤 했다.




이야기를 하던 와중, M은 자기가 영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가게, "나오니까" 가끔 상태가 안 좋아져] 라던가.


확실히 새로 들어온 알바생이 [문을 확실히 닫았는데 청소하는 사이에 열려있었어. 무서워...] 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무서워서 아르바이트 그만두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했었으니, M은 정말 영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는 M에게 물어봤다.


[지금까지 겪은 것 중에 가장 무서웠던 일이 뭐야?]




그랬더니 M은 [바로 요 얼마 전 이야기인데...] 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M은 자동차를 좋아해서 혼자 자주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곤 한단다.


그날 역시 드라이브를 가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 해안선은 지역에서 유명한 심령 스폿이었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긴 터였고.


하지만 M은 아무래도 달리고 싶었는지, 차를 꺼냈다.




동반자 없이, 혼자 나서는 드라이브였다.


M은 혼자 드라이브 하는 걸 특히 좋아했으니까.


해안선은 심령 스폿으로도 유명하지만, 당시 유행하던 도로 경주가 자주 열릴만큼 커브와 직선 코스가 적절히 섞인 좋은 드라이브 코스기도 했다.




다만, 어느 다리에서 새벽 2시가 되면 여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있었다.


M은 귀신 이야기 따위는 잊은채 기분 좋게 해안선을 드라이브했다.


그리고 귀신이 나온다는 다리 바로 앞에 도착했을 때, 문득 귀신 이야기가 떠올라 시계를 봤다.




딱 2시였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딱 들었단다.


U턴을 하려해도 중앙 분리대가 있는데다, 갓길도 없어서 갑자기 속도를 줄이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M은 그대로 그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시선은 다리 너머로 고정하고, 절대 사이드미러와 백미러에는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애써 콧노래를 부르며 다리를 건넜다고 한다.




무척 기분 나쁜 분위기였지만, 어떻게든 건넜다.


어차피 이런 귀신 이야기는 헛소문에 불과할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으며, M은 드라이브를 마저 즐겼다.


해안선을 쫙 지나가며 만끽한 뒤, M이 집에 돌아온 시간은 새벽 4시 무렵.




드라이브는 즐거웠지만, 조금 지친 탓에 M은 눈을 붙이기로 했다.


M의 방은 특이해서, 집 안에서 혼자 동떨어진 위치에 있다고 한다.


아파트 같은 입구에 현관도 있지만, 애시당초 집 안 부지에 있다보니 평소에는 문을 굳이 잠그지 않는다.




그런데 M이 이불 속에 들어가자, 갑자기 문고리가 철컥철컥하고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족이라면 문이 열려 있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을테고, 친구가 장난치러 왔다 쳐도 이미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이다.


M은 심장이 멎을 정도로 놀라 그대로 굳어있었다.




그 와중에도 문고리는 계속 철컥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어쩔 도리도 없이, M은 문고리를 지켜봤다.


갑자기 소리가 멎었다.




그리고 서서히 문고리가 돌아가는 게 보였다.


M은 미친듯 달려가 문고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반쯤 돌아간 문고리를 우격다짐으로 돌린 뒤, 문을 잠궜다.




M이 문고리에서 손을 떼자, 문고리는 다시 미친 듯 철컥철컥거리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M은 날이 밝을 때까지 머리 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벌벌 떨었다고 한다.


[혹시 친구였을지도 모르잖아. 문에 달린 구멍으로 내다보지 그랬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M은 새파란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거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무서워서 내다볼 수도 없었다고. 그냥 짐작이지만, 밖을 내다봤으면 피투성이 여자가 있었을 거 같아서 도저히 내다볼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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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2nd]거미가 된 사촌

괴담 번역 2018. 1. 21.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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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사촌이 자살했다.


난치병이라고 할까, 괴질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병 때문에 고생했었다.




자세하게 적을 수는 없지만, 꽤 희귀한 병이다.


일상생활이 가능은 하지만 완치는 불가능하고.


하지만 외모적인 측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지는 병이었다.




이성이라면 더더욱 꺼렸겠지.


사촌은 우울증에 걸려 술에 빠져 살다가, 가족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기 싫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우리 고향에서는 장례식날 철야할 때 내려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죽은 사람이 거미의 몸을 빌려, 장례식 철야 자리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고향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이야기다.


장례식 철야 자리, 스님의 독경이 끝나고 상주의 인사가 시작됐다.




그 즈음, 커다란 농발거미가 나타났다.


꽤 컸기에 깜짝 놀랐지만, 사촌이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인사 하러 온 걸까 싶어 이내 침울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이모, 그러니까 사촌의 어머니가 천천히 움직여, 맨손으로 거미를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으깨죽였다.


그 때 이모가 짓고 있던 아무 감정 없는 얼굴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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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11st]사라진 오른팔

괴담 번역 2018. 1. 1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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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회사에서 일하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지인을 A라고 해둡시다.


겨울 어느날, A의 근무시간 도중 투신 자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A가 일을 그만 둘 때까지, 3번의 투신 자살이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의 뒷처리를 해야만 하는데, 이 일만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나 죽은 사람의 시신을 모으는 일은요.




다행이라 할지, 그날 자살한 사람의 시신은 크게 손상이 없었습니다.


오른팔이 팔꿈치 아래로 잘려나간 걸 빼면, 나머지 사지는 거의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A는 그 시신의 상태를 보고, 다이어그램 복구는 빠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시신의 오른팔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전철 운행을 멈춰둘 수가 없었기에, 결국 오른팔은 찾지 못한채 운행이 재개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오른팔 수색은 이어졌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3주가 지났습니다.




어느날, A가 근무하던 도중, 승객들에게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물품 보관함 안에서 악취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물품 보관함 안에 누가 음식을 두고 가서 썩어버린 적이 몇번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것일거라 생각했답니다.




역 밖에 있는 물품 보관함으로 다가가니, 분명히 뭔가 썩는 냄새가 났습니다.


A는 여벌 열쇠로 그 보관함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옷이 들러붙어 있는, 오른팔 팔꿈치 아랫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A는 토하고 말았습니다.


A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무상 일이라면 각오하고 있으니, 시체를 보는 것 자체는 참을 수 있어. 하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시체, 그것도 한 부분만을 보고 나니... 죽은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도저히 못 참겠더라.]




경찰 조사 결과, 그 오른팔은 3주 전 투신 자살한 사람의 팔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물론 처음 발견한 A 입장에서는 그 두 사건이 연결되지가 않아 머릿 속에서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른팔을 보관함에 넣어둔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시체의 오른팔을 발견해서 넣어둔 거겠지, 아마. 하지만 그게 오히려 제일 무서워. 차라리 자살한 사람의 귀신이 자기 오른팔을 보관함에 넣어뒀다고 믿고 싶다.]


A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후, A는 철도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 보관함에서 나온 오른팔의 주인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투신 자살자였다고 합니다.


[아이도 생겼고, 근무시간이 확실한 일을 하고 싶어서 직업을 바꿨지. 역무원은 주말 출근도 있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가 않잖아.]


내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진짜 퇴직 사유인지는 모르겠군요.



Illust by pupyjines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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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토호쿠에 사는 어느 사람이, 한여름 플라이피싱을 나섰다.


어느 정도 낚시를 하며 다니다보니, 해가 져서 강에는 밤이 드리웠다.


그래도 그날은 꽤 꿈틀꿈틀 입질이 오던 터라, 고집 있게 낚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도중, 탁 트여서 낚시하기 딱 좋아보이는 곳이 나왔다.


오늘은 여기서 마감해야겠다 싶어 낚싯대를 흔들자, 갑자기 우르르 반딧불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반딧불이는 마치 수면에서 솟아나듯 날아다녀, 강은 환상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렇게 반딧불이가 많다니, 신기한 일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강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귀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정도 크기였지만, 서서히 그 목소리가 커져와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작은 여자가이가 실종되어, 그 아이를 마을 사람들이 지금 시간까지 찾고있다는 내용 같았다.




슬슬 오싹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선 탓에, 슬슬 낚싯대를 흔들며 계속 이야기를 훔쳐들었단다.


마치 TV 드라마를 소리만 듣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로 여겨지는 여자 목소리, 수색에 나선 마을 사람들 목소리라는 걸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는 점입가경, 끝내는 마을 사람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여기를 찾아보자고.] 하고 말하더란다.


이쯤 되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색 활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무슨 다큐멘터리라도 틀어놓은 것처럼, 음성만 수면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너무나도 리얼한 대화가 수면에서 들려오자, 마침내 겁에 질린 그 사람은 수면을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된겁니까! 누가 있습니까! 누가 없어진겁니까!]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여자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 비명에 겁에 질려, 그 사람은 낚싯대도 걷지 않고 강을 뛰어 달아났다.


세워둔 자동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완전히 어두워진 길을 죽어라.


황망한 와중, 근처에 집 불빛 같은게 보였다.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험한 길도 마다 앉고 그 집으로 뛰어갔다.


[죄송합니다! 누구 안 계신가요!] 


안에서는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왔다.




[목이 말라서 그런데 물 한잔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컵에 물을 따라 가져다 주셨다.


거기다 한잔 더 달라고 염치없이 또 부탁했던 모양이다.


물을 두잔이나 마시니 마음도 좀 진정이 되더란다.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은 실례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방금 일어난 일을 횡설수설 설명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웃어 넘기기는 커녕, 침통한 표정이 되어 눈을 꼭 감았다.




[그런가. 또 반딧불이가 나왔는가.]


서글프게 중얼거리더란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옛날 그 강가에는 다른 현에서 이사 온 일가가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그 집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단란했는데, 부모와 세살 난 외동딸이 함께 살았다.


어느날, 그 집 딸이 놀러나갔다가 실종됐다.


마을 사람들은 부모를 도와 필사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허나 그 마을에서는 가끔 그렇게 실종자가 나오면 대부분 강에서 죽은 채 발견되곤 했단다.


저녁 때가 되어도 여자아이를 찾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강을 헤매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여자아이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강가에 엎드린 채 둥둥 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차마 바라보지 못해 눈을 돌리자, 아이 어머니는 강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어 물을 헤치고, 죽은 딸을 부둥켜 안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비명이 울려퍼졌다.


결국 딸을 잃은 가족은 그 후 집을 팔고 어딘가로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 후부터 그 강 근처에서 무서운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꼭 한여름 저녁, 마침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기 시작할 시간.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이 집에 새파래진 안색으로 뛰쳐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 아닌 듯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그 사람은 무섭기보다는 묘하게 애틋한 기분이 되었다.


낚시를 하던 곳은 강이 약간 구부러져, 깊은 웅덩이가 생기는 자리였다.


강 상류에서 누군가 떠내려온다면, 시신은 분명 그 자리에 떠오르겠지.




이야기를 다 풀어낸 뒤, 할머니는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가, 두번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 사람은 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컵을 현관에 두고 돌아왔다.


이후 반딧불이가 날아오를 시간까지 낚시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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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만, 한번도 본 적은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까지는.


그 무렵, 나는 여자친구와 다른 친구 둘까지 넷이서 유자와의 스키장에 스노우보드를 타러 갔다.




유자와에 있는 S 리조트에서 2박 3일을 묵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눈보라가 엄청 치는 시기라, 2박 3일 중 이틀은 눈보라 때문에 제대로 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날 역시 공교롭게도 눈보라가 몰아쳤다.




오전 중에는 그래도 신나게 보드를 타며 놀았지만, 오후가 되자 눈보라가 강해졌다.


우리는 저녁이 되기 전에 철수했다.


리조트에 돌아와 한숨 돌린 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다들 도쿄에 살고 있어서, 돌아오는 길은 칸에츠 자동차 도로를 타고 외곽으로 돌아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눈보라 때문에 유자와 인터체인지가 전면 통제 중이었다.


한동안 분위기를 살폈지만, 통행이 재개될 것 같지도 않아 아래쪽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보채지 말고 일단 리조트로 돌아갔다 길이 열리면 갔어야 했다.


아래쪽 길로 내려간 우리는,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주변에 다른 차들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나는 뒷좌석에 여자친구와 앉아 있었는데, 아무래도 차 움직임과 핸들 방향이 맞지가 않는 느낌이었다.


눈길이다보니 타이어가 겉도는 거 같았다.


하지만 친구도 그걸 느끼고 있을텐데, 이상하다 싶어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타이어가 엄청 겉도는데. 좀 천천히 가도 되니까 안전운전 하자.]


평소 친구라면 피자 배달 나갈 때처럼 [안전운전으로 가겠습니다!] 하고 유쾌하게 대답할 터였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다른 친구도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본 뒤, 운전하고 있는 친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친구는 지금껏 9년간 한번도 못 본,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대답 한마디 없이, 계속 백미러만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지,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그 녀석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차 뒤에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


아니, 차를 멈추게 하려는 듯, 자동차 날개를 붙잡고 온힘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여자친구에게 [뒤를 보면 안돼!]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앉은 친구에게, [야! 더 밟아!] 하고 외쳤다.


지금껏 우리가 하는 말에 대답조차 않던 친구였지만,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알았어.] 하고, 공포를 억누르는 듯 작게 대답했다.


차는 미끄러지듯 눈길 위를 달려, 무서운 속도로 산길을 빠져나갔다.




오히려 스피드를 내니 타이어가 덜 미끄러졌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날개에 매달려 있던 여자가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겨우 안심하던 우리는, 여자친구의 비명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자친구 옆 창문 너머, 그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달려서 우리 차를 따라오고 있었다.


시속 60km는 족히 밟고 있었을텐데, 그런 자동차를 따라 달리다니.




언뜻 보았던 그 얼굴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싶은 순간, 운전하던 친구가 너무 무서웠던지 브레이크를 밟았다.


눈길에서 속도를 잔뜩 내고 있었으니, 그대로 미끄러지는게 정상일 터였다.




하지만 ABS가 제몫을 다했는지, 차는 안전히 멈춰섰다.


정신을 차리자, 여자는 우리 차 앞에 서 있었다.


운전석의 친구는 [으악!] 하고 소리치며, 액셀을 죽어라 밟아 여자를 향해 달렸다.




차에 부딪히는 그 순간에도, 여자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게다가 차에 치이는 느낌조차 전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겁에 질린 채 차를 몰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 차는 시가지에 도착했다.


나는 [보이는 편의점 있으면 바로 들어가자.] 라고 말했다.




곧 편의점이 보여, 우회전해서 그리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회전을 하려고 속도를 줄인 순간, 툭하는 소리가 났다.


체인이 떨어졌나 싶어,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여자 것으로 보이는 긴 머리카락이 수도 없이 체인에 감겨 있었다.


그 후 우리에게는 별 일은 없었다.


친구들 중에도 영감이 있다는 사람은 없고.




하지만 다시는 그 근처에 찾아갈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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