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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

[번역괴담][2ch괴담][209th]트라이앵글

괴담 번역 2011. 7. 5.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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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음악실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음악실의 뒷쪽 벽에는 찬장 같은 선반이 있었다.

평소에는 커튼이 쳐져 있었지만 안을 엿보면 굉장히 낡은 누군가 손으로 쓴 악보라던가, 완전히 색이 변색된 낡은 교과서 같은 것이 있었다.



날짜를 보면 쇼와 34년(1959년) 정도의 엄청 오래된 자료였다.

아무래도 수업에는 사용하지 않지만 버릴래야 버릴 수가 없는 것들이 여러가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중 오른쪽 아래에는 서랍이 있었다.



안에는 역시 낡은 캐스터네츠나 피리 같은 악기, 그리고 여기저기 녹이 슬어 완전히 갈색이 되어 버린 트라이앵글이 들어 있었다.

당시 그 음악실에는 괴상한 소문이 있었다.

6시가 지나고 나서 이 음악실에서 그 갈색 트라이앵글을 3번 치면 벽에 붙어 있는 작곡가들의 초상화가 일제히 그 사람을 바라본다는 것이었다.



어느날, 친구 A가 여자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다 분위기가 고조되서, 이것을 시험해보고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고 말해버렸다.

혼자 가면 증거가 남지 않을 뿐더러 A와 같이 농구부였던 나는 제발 같이 가달라는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따라가게 되었다.

음악실은 평범한 다른 교실처럼 문이 2개 있었다.



칠판 쪽의 앞문과 뒷문.

뒷쪽 문은 나무 풍금과 쇠 풍금이 있어서 발 디딜 곳이 별로 없어서, 수업 시간에 드나들 때도 학생들은 앞 문으로만 다녔다.

뒷 문은 언제나 잠겨 있었다.



그런 탓에 방과 후 음악 선생님은 앞문은 반드시 열쇠로 문을 잠그지만 뒷문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합창부의 친구에게 부탁해서 뒷문을 열어 두도록 했다.

그리고 선생님 몰래 뒷 문을 열고, 풍금들도 조금 밀어서 안 쪽으로 넣어 두었다.



그리고 어느날, 농구 연습이 끝나고 우리는 음악실로 들어섰다.

초여름이었기에 6시라고는 해도 아직 제법 밝았다.

나는 솔직히 말해서 무서웠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도 데려오고 싶었지만, A는 그걸 반대하는 녀석도 있을 것 같아 싫다고 해서 결국 우리 둘만 가게 된 것이었다.



서랍에서 트라이앵글을 꺼내고, A가 트라이앵글을 친다.

[챙... 챙... 챙...]

겁내면서 초상화를 이리저리 확인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변화는 전혀 없는 것 같다.

3번째로 쳤을 때의 울림도 잦아들고, 칠판 위에 걸린 시계 초침 소리만 들릴 뿐이다.

나는 이 분위기만으로도 무서웠다.



음악실의 분위기가 단숨에 대단히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A는 전혀 무서워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건가?] 라며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계속 트라이앵글을 친다.



[챙...] 4번째.

[챙...] 5번째.

나는 떨면서도 A의 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다.



[챙...] 6번째.

6번째는 갑자기 A가 트라이앵글을 손으로 쥐어 소리를 멈췄다.

[나가자.]



A는 트라이앵글을 내려 놓고 내 소매를 끌어당겨 문 쪽으로 끌고 갔다.

얼굴에 미소는 사라져 있다.

[왜 그래?]



[괜찮으니까 일단 나가자.]

나는 꽤 강하게 끌려서 음악실에서 복도로 나갔다.

이 녀석은 도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음악실에서는 나왔으니까 이제 괜찮다고 생각해서 나는 A에게 묻기로 했다.

[저, 뭐, 뭐, 뭔가 나왔...]

[잠, 힉...]



A는 내가 말하려던 [나왔어?] 라는 말을 멈추고 싶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평정을 잃고 있던 탓에 호흡이 가빠져서, 힉하고 숨소리를 냈던 것이다.

무서워하고 있다.



정말로 A가 겁에 질려 있다.

모습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에, 나는 [괜찮아, 괜찮아. 아무 것도 아닐거야.] 라고 격려하며 같이 학교에서 나왔다.

그 사이 A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우리는 어쨌거나 공원까지 갔다.



벤치에 앉아 A가 안정을 되찾길 기다렸다.

여기에서는 학교가 보이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음악실에 트라이앵글을 그냥 던져놓고 와 버렸다.



A는 잠시 동안 얼굴이 창백해져 있었다.

나도 어쩌면 좋을지 몰라 가만히 있었지만, 개를 끌고 산책하는 아저씨가 1명 지나간 것을 언뜻 A가 보았기에 그것을 계기로 물어 보았다.

[나,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 어떤 그림이 움직였던거야? 베토벤?]



[...비타원.]

[뭐?]

[그러니까, 비타원이었다구.]



찰판 쪽의 창문 쪽에는 무엇인지 모를 서류가 들어 있는 자루가 몇개인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어째서인지 애완동물 사료인 비타원의 가장 큰 사이즈 봉지였다고 한다.

거기에 프린트 된 개의 그림이, 눈을 새빨갛게 치켜뜨고 A를 째려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이 이야기가 너무나 의심스러웠다.

A는 나에게 겁을 주기 위해서 그렇게 연기한 것인가 싶었던 것이다.

내일 학교에 가면 내가 벌벌 떨던 모습을 소문내서 놀리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다음날 학교에서 A는 아무와도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갔던 내가 여자 아이들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질문을 잔뜩 받았다.

결국 바닥에 버려진 트라이앵글 때문에 침입이 발각되었다.



하지만 내가 함께였던 것은 들키지 않았기 때문에, 교무실에 A만 불려가서 꾸중을 들었다.

그 때 A가 음악실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이야기하고 끈질기게 부탁한 덕에 선생님은 비타원 자루를 치워버리고 그냥 평범한 자루를 그 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어쩌면 A가 말했던 것은 모두 사실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아직도 비타원 상표의 개가 무섭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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