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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2월 중순, 나와 여자친구 R은 강의가 끝나고 밤에 길거리를 걷고 있었다.
R은 1월부터 어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
그 이후 우리들은 또 그 남자가 따라다니지는 않는지 신경을 쓰고 있었다.
R은 트라우마가 생긴 탓인지 검은 코트를 입은 사람을 볼 때마다 얼굴에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늦은 시간이었던터라 주변의 가게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빛도 거의 없었다.
나 [점수 괜찮을라나...]
R [잘 안 나올 것 같아?]
나 [조금... R은?]
R [난 괜찮아. 유급하면 안 돼?]
농담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R은 어딘가 불안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모퉁이 2곳을 지나 터널을 지나오자, 앞에 밝은 큰 길이 보였다.
우리는 시시한 이야기를 하며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R이 입을 열었다.
R [저기...]
나 [응?]
R이 가르키는 몇십미터 앞에 검은 코트를 입은 남자가 있었다.
남자는 서서히 우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뒤로 돌아 그대로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등을 보이는 것이 더 무서웠다.
결국 우리는 그대로 앞을 향해 걷기로 했다.
...앞으로 30m.
큰 길에는 아무런 일 없이 차가 오가고 있다.
이제 20m.
R은 내 팔을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꽉 움켜 쥐고 있다.
10m.
한겨울인데도 온 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식은땀을 흘린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우리는 눈을 내리깔고 될 수 있는 한 앞을 보지 않으려 하며 걸었다.
이제 5m, 4m, 3m, 2m, 1m...
나 [어라?]
남자는 우리 곁을 스쳐서 아무 일 없는 듯 지나가 버렸다.
...저 사람이 아니었나?
그렇지만 뒤를 돌아 확인하는 것은 무서워서 할 수가 없었다.
우리는 그대로 질주해서 그 길을 벗어나 큰길로 나왔다.
파란 불이 깜빡이고 있다.
급히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그 때.
[끼긱....! 쾅!]
우리 바로 앞에서 대형 트럭과 승용차가 정면 충돌 했다.
양 쪽 차 모두 움푹 패어들고, 승용차의 앞유리에는 피가 물들었다.
곧 사람들이 몰려왔다.
우리는 어안이벙벙한 채 눈 앞의 참사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겨우 도망쳤다고 생각한 큰길은 지옥으로 변해있었다.
R [저기...]
나 [...응?]
R [저기 봐...]
나는 R이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길 건너편, 잔뜩 모인 사람들 속에 아까 그 남자가 있었다.
역시 그 놈이었다...
표정이 없는 얼굴로 현장을 바라보고, 우리들을 잠시 째려 본 후 놈은 사람의 왕래가 없는 어두운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이후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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