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생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가 슈퍼에서 "수제 햄버그"를 사오셨습니다.
진공팩에 들어있어서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슈퍼의 푸줏간에서 직접 고기를 갈아 반죽한 뒤, 모양을 내어 집에서 구워서 먹기만 하면 되는 형태로 팔고 있었던 것입니다.
평소에는 어머니가 집에서 햄버그를 만들어주셨지만, 그 날은 어머니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굽기만 하면 되는 그것을 사온 것입니다.
나는 [어머니가 만든 게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며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 구워진 햄버그는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맛있어 보였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햄버그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기 위해 칼을 댔습니다.
햄버그를 찌른 포크를 옆으로 옮긴 뒤,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습니다.
칼로 자른 햄버그의 단면...
원래대로라면 육즙이 가득 배어나와 한창 먹성이 좋았던 내 식욕을 돋궜을 그 부분에는...
엄청난 개수의 머리카락이 차 있었습니다.
좌우로 자른 고기와 고기 사이에 마치 다리를 지은 것처럼 빽빽하게.
그 수는 열 가닥이나 스무 가닥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포크를 빼니 그것이 고기 사이에서 스르륵 떨어집니다...
그 날은 기분이 너무 나빠서 저녁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1개나 2개라면 만드는 과정에서 실수로 들어갈 수도 있으니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수많은 머리카락은 고의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어떤 사고 때문에 고기를 갈던 도중 섞여들어간 것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고기의 표면에는 단 한 가닥도 삐져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수많은 머리카락을 정성스럽게 간 고기로 감쌌다...
그 이상한 일에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 슈퍼에는 어머니가 항의 전화를 했습니다.
이후 우리 집에서는 어머니가 직접 만든 햄버그만 먹게 되었습니다.
나는 당분간 집 밖에서는 햄버그를 먹을 수 없었습니다.
고기를 자르면 또 몇십개의 머리카락이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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