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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어느 나라에, 노상에서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받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한 남자가 있었다.


길 맞은편에는 똑같이 그림을 그려 돈을 버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장사는 크게 성공해 남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다.


그 여자에게 고객을 빼앗기는 것을 시기한 남자는, 그녀에 대한 원한이 쌓여갔다.


그 무렵 그 나라에는, 상대가 죽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집에 걸어놓으면 그대로 저주가 걸린다는 믿기 힘든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남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그 저주를 실행헀다.


상대가 죽는 모습을 그리면, 그 모습대로 죽어간다는 저주다.


다만 그 그림은 확실하고 아름다워야만 한다.




화가로서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남자는, 그 여자가 군인들에게 강간당해 끝내는 불에 타죽는 끔찍한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40페이지나 되는 스케치북 한가득.


며칠 뒤, 그 여자 곁으로 군인이 다가와 초상화를 의뢰했다.




하지만 여자가 그림을 그려 건네주자, 군인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했다.


[하나도 안 닮았잖아!] 


그대로 그림은 찢겨졌고, 여자는 남자가 그린 그림 속의 죽음을 그대로 맞이했다.




다음날, 남자의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당신, 경찰서까지 가줘야겠어.]


남자는 경찰서로 끌려갔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혹독한 조사와 고문이었다.


남자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어 울며 물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조사를 맡은 형사는 대답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네가 그 그림 그리던 여자를 강간하고 태워죽였잖아! 이 잔인한 살인자야! 너는 이제 사형이다!]




남자는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동기부터가 확실했기에, 남자는 결국 다음날 교수형에 처해졌다.


진실은 이랬다.




남자가 저주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날, 우연히 여자는 남자에게 할 말이 있어 집에 들렀던 것이다.


그때, 창문 밖에서 우연히 저주의 그림을 목격한 것이다.


반쯤 미쳐서 껄껄 웃으며 자기가 죽는 모습을 신나게 그려대는 남자도.




뭐, 당연히 여자 역시 저주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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