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나올 때 할아버지가 해주신 이야기다.
몇십년 전, 할아버지가 도시에 있는 대학에 막 입학해서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증조할아버지는 고향을 떠나는 할아버지에게 신신당부하셨다고 한다.
[도시에는 젊은이를 망치는 유혹이 잔뜩 있단다. 게다가 너는 시골에서만 살던 신입생이니 속여먹으려는 사람투성이일 거야. 나쁜 친구들이 놀자고 꾀더라도 결코 넘어가서는 안된다.]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고 며칠 뒤, 대학 입학식이 있던 날 밤.
다른 방 선배가 [오늘은 신입생 환영회를 할테니, 밤 11시에 우리 방으로 오도록 해. 술도 잔뜩 마시자고.] 라며 말을 걸어왔다.
하지만 당시 할아버지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 만으로 18살, 미성년자였다.
증조할아버지의 당부도 마음에 걸려, 혹시나 선배가 화를 내지는 않을까 쭈뼛거리면서도 권유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선배는 [그래도 하룻밤 정도는 괜찮잖아. 기숙사 사람들이랑도 친해질 기회라고.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 먹을 것도 잔뜩 있다니까.] 라며 권유를 멈추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마음이 흔들렸지만, 뭐든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래도 저는 괜찮습니다.] 라고 거절했다.
선배는 떨떠름한 얼굴로 [그래? 그렇구나... 음...] 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물러섰다.
환영회날 밤, 할아버지는 성실하게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저편 선배네 방에서는 모두가 웃고 떠들며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온다.
내심 부러운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정이 되어갈 무렵, 한 10명쯤 되는 선배들이 [아무리 그래도 너도 한잔 같이 마시자니까!] 라며 방으로 쳐들어왔다.
좁은 방에 사람이 꽉 들어차서 불편했지만, 할아버지는 자신을 챙겨주러 온 것에 기뻐 같이 떠들며 놀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내 자정이 지났다.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 사이사이, 가끔씩 [쾅!] 하고 문을 열었다 닫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가 방을 드나드는 것인가 싶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규칙적으로, [쾅! 쾅!] 하고 반복적으로 들려왔다.
게다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할아버지는 선배에게 [누가 문을 열었다 닫는 거 같은 소리가 나네요.] 하고 말을 붙였다.
[뭐, 그렇지. 다른 방에서도 다들 마시고 있으니까, 크게 신경 쓸 거 없어.]
선배들은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그 사이에도 [쾅! 쾅!] 하고 문을 여닫는 소리는 점점 커지며, 확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저기, 계속 다가오는데요!] 하고 선배한테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래도. 자, 이러면 안 들리지?]
선배는 침대에서 이불을 가져와 할아버지를 덮어버렸다.
할아버지는 어쩐지 기분 나쁘고 무서워서 이불을 꼭 뒤집어 쓴 채 식은 땀을 흘렸다고 한다.
이윽고, 선배가 이불을 젖히고 할아버지를 끌어냈다.
[아이고, 올해도 끝났네. 이제 맘껏 놀아.]
선배들의 이야기는 이랬다.
이 기숙사에는 "신입 찾기" 라고 불리는 무언가가 살고 있다는 것이다.
1년에 한번, 4월 입학식날 밤.
기숙사 각 방의 문을 열고서는 안에 신입생이 있는지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저 문이 차례차례 열렸다 닫힐 뿐이다.
문을 잠그더라도 덜컹 열리고, 다시 문이 닫히고나서 확인해보면 그대로 잠겨있다.
단지 그것 뿐이고 딱히 해는 없는데다, 정말 신입생을 찾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걸 맨정신에 혼자서 보기라도 하면 너무 무서울테니, 다같이 모여서 술 마시고 떠들다가 문이 열릴 때쯤에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선배의 말에 따르면,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했더니 술을 마시고는 정체를 확인하곘다며 방에서 나간 신입생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복도에서 모습이 사라진 뒤, 영영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일단 "신입 찾기" 가 다 지나간 후에야 설명을 해주기로 했다고 한다.
물론 그 다음해부터는 할아버지도 신입생을 데려와 술판을 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이제 여든이 넘으셨지만, 그 기숙사에서 같이 지냈던 동료들과는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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