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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5ch괴담][1024th]아까워

괴담 번역 2024. 10. 17.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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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내가 전에 살던 지역은 한밤 중에 쓰레기를 수거해가곤 했다.

우리 아파트는 조립식 창고 같은 곳에 쓰레기를 가져다 놓게 되어 있었는데, 나는 보통 아침 출근 전에 쓰레기를 버리러 가곤 했다.



하지만 그날은 이래저래 바빠서, 한밤 중이 다 되어서야 쓰레기를 버릴 짬이 났다.

집 현관문을 나서자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벌써 쓰레기 수거하는 분들이 왔나 싶어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역시나 쓰레기 수거장에는 벌써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죄송합니다. 쓰레기 한개만 더 가져가 주실 수 있을까요?]



하지만 대답이 없길래 못 들었나 싶어서, 이번에는 그 남자 바로 뒤에 바짝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그러나 또 대답이 없다.

이쯤되자 뭐야, 이 자식, 귀가 먹기라도 했나 싶어서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서 귓가에다 다시 한번 말을 걸어볼 생각으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데, 짙은 남색 상의를 입은 중후한 체격의 남자였다.

쭈그리고 앉아 쓰레기 수거장에 머리를 넣고, 가로등 불빛을 받으며 부스럭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 뒤에 서서, 내려다보며 말을 걸 생각이었다.

정작 가까이 가보니, 그 사람은 그저 몰두하여 쓰레기 봉투에서 쓰레기를 꺼내고는 가만히 바라보다 자기 앞에 늘어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뿐만이 아니라 계속해서 [아깝네, 아까워.] 하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엄청나게 소름이 끼쳤지만, 그때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겠거니 싶었다.

당연히 엮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발길을 돌리려 했는데,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전혀 발이 움직이지를 않았으니까.



말 그대로 그 자리에서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태였다.

어떻게든 움직이려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데, 그 남자가 갑자기 일어서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순간,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뭐라고 해야할까, 보기만 해도 아찔하고 생기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은 눈이었다.

검은자위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텅 빈 구멍이 뚫려있는 것처럼.

하지만 눈이 마주치자 곧 시선을 돌리더니, 그 사람은 길 건너편으로 가버렸다.



큰길과는 반대편, 산쪽으로 사라져 갔다.

그 사람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야 갑작스레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구르듯 집으로 도망쳤다.



내게 진짜 이변이 찾아온 것은 그 후부터였다.

시작은 벗겨낸 양파 껍질을 버리는 것이 이유 없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부터였다.

싱크대 배수구에 버려져 다른 음식물 쓰레기와 뒤섞인, 엉망진창이 된 그것을 집어서 입에 넣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어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묶어 음식물 쓰레기통에 넣었다.

마음 속은 개운치 않았지만, 그 무렵에는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서서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 자체가 견딜 수 없게 되어, 결국 전부 먹어치우게 되었다.



채소를 씻어 먹는 것도 납득할 수 없어서, 흙이 묻은 채소를 그대로 씹어먹게 되었다.

먹을 게 붙은 건 죄다 먹어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름이 묻은 감자튀김 종이봉투까지 입에 넣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생명체로서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감정에 지배당해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아깝고 아까워서, 빨리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누군가에게 빼앗길 것 같은 위기감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나중에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당시 나는 내가 식사할 때 말고도 밖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고 한다.



동료들은 너무 지쳐서 그런게 아니냐고, 잠시 일을 쉬는 건 어떻겠냐고 걱정을 했었지만, 나는 완고하게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이번에는 기억이 흐릿해지는 날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문득 정신을 차리면 아까까지는 아침이었는데,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다.



당연한 소리지만 그런 상태로 제대로 출근을 할 리가 없었고, 무단결근이 이어졌다.

다만 내 상태를 이상하게 여기고 있던 동료가 상사에게 상황을 전달해 준 덕분에, 해고까지는 가지 않고 일단 휴직 처리가 되었다.

사실 그 이후의 일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부모님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전하자면, 내 상태가 너무 이상해진 끝에 주변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연락해 나를 고향 집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고향에서 느긋하게 지내다 보면 회복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점점 눈의 초점도 흐릿해지고 밤만 되면 밖을 나돌아다니게 되었다고 한다.

잠시 눈을 떼기라도 하면 금방 집에서 뛰쳐나가 어딘가로 가버리려 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신앙심이 깊은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이 절로 달려가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지만, 나의 상태는 그대로였다.

기억이 흐릿한 와중에도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그럴 때면 나는 대개 어두운 골목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무언가 목적지를 발견하고 거길 향해 빨려들어가듯 나아가고, 또다시 멍하니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되곤 했다.



다만 한가지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기억이 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어두운 골목을 걷다가 목적지를 발견하고 거기로 끌려간다.

도착한 곳은 은색 문 앞.



나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연다.

그리고 쪼그려 앉아서는 눈 앞의 물건에 손을 뻗는다.

그 순간, 누군가 등을 툭툭 두드리며 [괜찮으세요?] 라며 말을 걸어온다.



뒤를 돌아보자 회사원처럼 보이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의식이 맑아지는 감각과 함께, 나의 시야는 다시 어두워진다.

그 후 정신을 차렸을 때는 고향 집 이부자리 위였다.



고향 집에서 조금 떨어진 주택가 골목에서 나홀로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부모님은 갑자기 제정신이 된 나를 보고 더더욱 놀란 모양이었다.

그 후에는 별다른 이상 없이, 무사히 일상생활을 보내고 있다.



내가 회복한 이유는 결국 알 수 없고, 마지막에 눈을 마주쳤던 남자가 진짜로 있었던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만약 그 사람이 실재한다면, 나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게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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