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와기 료코는 매일 편지를 받는다.
매일 같은 여자아이에게.
매일 교문 앞에서.
매일 매일, 완전히 같은 내용의 편지를.
『안녕.
돼지라고 놀려서 미안해.
빨갛게 책상 위에 물감으로 칠한 것도...
이미 엄청 화났겠지만 용서해줘.
죽을 죄를 졌다고 생각하니까, 응?
어서 옛날처럼 같이 친하게 지내고 싶어.
버리지 말고, 편지는 꼭 간직해줘.
여하튼, 정말 미안해.
치에미가.』
료코와 치에미가 이런 관계가 된 것은, 어느 남학생과의 연애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그 남자와 료코가 사귀게 되어서, 치에미는 바람을 맞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치에미의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돼지라고 뒤에서 놀려댄다거나, 가방 속에 면도날을 넣는다거나...
누군가가 책상에 빨간 물감으로 마구 칠을 해 댄 적도 있었다.
이것 역시 분명 치에미의 짓일 것이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치에미는 괴롭힘을 그만 두더니 교문 앞에서 편지를 건네주기 시작했다.
[저기, 치에미. 이제 됐어. 나 다 용서했어.]
료코는 그렇게 말했지만, [부탁이야! 편지를 받아줘. 내 기분이 시원치 않아서 그래. 정말 미안해!] 라고 말헀다.
어쩔 수 없이 료코는 매일 아침 편지를 받는 것이 일과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치에미에게 편지를 받기 시작할 무렵부터, 점차 몸이 불편해져갔다.
날이 갈수록 몸은 점점 약해져, 마침내 침대에게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어머니는 걱정해서 의사를 불렀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고 병세는 악화되어 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되어서도 매일 치에미는 병문안을 와서 같은 내용의 편지를 두고 갔다.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시골에서 찾아오셨다.
할머니는 당황한 얼굴로 료코의 방에 들어 오셨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있는 료코의 얼굴을 놀란 듯이 내려다 보았다.
[역시... 역시 그렇구나.]
[하, 할머니...]
[너는 지금 저주를 받고 있어!]
[저... 저주를...?]
할머니는 염주를 꺼내들고 료코의 방을 쓱 둘러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 눈치챈 듯, 료코의 책상에 달려가 서랍을 열었다.
안에는 치에미에게 받은 수많은 편지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거다!]
할머니는 가지고 있던 자루에 편지를 모두 쓸어담았다.
[이런 걸 가지고 있으면 안 된다! 빨리 불제를 받아야 해!]
그렇게 말한 뒤 할머니는 편지를 가지고 집에서 뛰쳐 나가셨다.
그 날 이후, 점점 료코의 몸 상태는 좋아져 갔다.
동시에 치에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료코는 서랍 한구석에 치에미의 편지가 한 통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 생각 없이 편지를 읽은 료코는 무심코 비명을 질렀다.
저주의 정체가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원한이 깃들어 있는 부분.
딱 한 줄이었다.
료코는 편지를 세로로 읽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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