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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무렵 이야기다.


그 무렵 이런저런 일들이 좀 있어서, 기분전환도 할 겸 이사를 할 생각이었다.


학교 옆에 있는 부동상에 찾아가, 대학 주변에 빠삭한 부동산 아줌마에게 조건에 맞는 집이 있는지 물어봤다.




[음... 그 조건이라면 서너곳 정도 있어. 근데 이런 물건도 있어서...]


그러더니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 그걸 뜯어서 나에게 건네줬다.


안에는 어느 집에 관한 설명이 있었다.




역에서 걸어서 2분, 대학까지는 걸어서 20분 거리다.


집세는 월 3만엔에, 보증금이랑 사례금은 없다.


주차장도 따로 있는 집이지만, 따로 사용료를 낼 필요도 없다.




지은지는 꽤 된 집이지만, 방도 넓고 가구로 서랍장도 딸려있다.


화장실과 욕실도 따로 있고, 부엌도 넓어 냉장고랑 세탁기 놓을 자리가 있을 정도였다.


작지만 정원까지 딸린 건물 2개가 딱 붙어 있는 형태의 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렇게 좋은 조건인데 저렇게 싼 집세로 나올 리가 없다.


뭔가 수상하다 싶어 아줌마에게 묻자, 붙임성 좋은 아줌마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보통 사람한테는 추천하기 힘든 곳이긴 하지.]




의미심장했다.


무언가 안 좋은 사정이 있는 집일 것이라 느껴 자세히 물어보자, 역시 생각대로였다.


지난번 살던 사람은 사흘만에 집을 나왔고, 그 전 사람은 나흘, 그 전 사람도...




다들 입주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어째서인지 집에서 나와 도망쳤다는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그냥 놀려두기도 아까우니 싼 집세를 걸어서 내놓았지만, 부동산 입장에서도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니 왠만해서는 추천을 안한다는 것이다.


기분 나쁜 예감은 있었지만 일단 워낙 집세가 싼데다, 아줌마도 집주인 볼 낯이 없다며 간곡히 부탁을 하기에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그 자리에서 서류 작업을 마치고, 다음날 입주하기로 했다.


이미 이사 준비는 대충 끝나 있었기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반나절만에 이사를 끝내고 저녁에는 집들이를 겸해 술판을 벌였다.


하지만 밤이 깊자 다들 돌아가, 나만 남았다.




그러나 입주 당일 밤에는 딱히 아무 일도 없었다.


하지만 입주 사흘째 되는 날 밤이었다.


아직 기사가 오지 않아 인터넷 연결도 안된터라,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잠자리에 들어 평소마냥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잠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2시를 지나고 있었던가.


빠드득빠드득하고, 무언가가 벽을 긁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주변에서 뭘 하나 싶었지만, 소리가 나는 건 옆집과 맞닿아 있지 않는 벽이었다.




그래서 나는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심경으로 반쯤 체념하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소리는 계속 이어져, 발밑에서 시작해 점점 올라가 마침내 천장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천장까지 올라간 그것은, 이제 쾅쾅거리며 지붕 위를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곧이어 커튼이 쳐 있는 창 너머로 무언가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소리가 멎었다.


겨우 한숨 돌린 나는 친구에게 연락이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빠드득빠드득 하는 소리가 창 밖에서 들려온다.




보면 안 된다는 생각과,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8:2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도 여기서 살 거라면, 정체를 확인해둬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커튼을 열었다.


그러자 창 밖에는 기묘하게 긴 손을 가진, 긴 머리카락을 한 것이 가만히 손목을 바라보며 벽에 손을 대고 묵묵히 긁어대고 있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커튼을 치고, 부엌에 가서 소금을 가지고 와서 창문 옆에 두고 잤다.


빠드득빠드득 하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나는 다음날 부동산에 찾아가 아줌마에게 [역시 귀신이 나오네요.] 라고 말했다.




[역시 그렇구나...] 라고, 아줌마는 기운 없이 말하더니 다른 집을 소개시켜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거절했다.


아줌마는 5만엔을 내게 건네주며, [못 버티겠으면 나와. 바로 다른 집을 소개시켜줄게.] 라고 말했다.




그날 밤 역시 2시가 되자 또 빠드득빠드득 소리가 나고, 천장을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 후, 밤새도록 벽을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무시하고 잠을 잤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그 소리는 들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종종 한밤 중에 자고 있으면, 이상한 시선을 느껴 깨어나곤 한다.


그러면 언제나 방 안에 그 귀신이 쪼그려 앉아 나를 째려보고 있지만, 나는 무시하고 그냥 잔다.


졸업한 후 직장을 근처에 얻었기에, 나는 지금도 이 집에 살고 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무척 만족스러운 집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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