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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587th]전설이 서린 섬

괴담 번역 2015. 10. 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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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제삿날 몹시 취했을 때 해주셨던 이야기다.


할아버지는 젊을 무렵 가고시마에서 어부를 했었다.


선주를 겸하는 베테랑 어부의 배에 타서 일하며, 매일 같이 고기잡이에 나섰다고 한다.




그 주변 바다에는 크고 작은 무인도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는데, 개중 옛날 해적들이 보물을 숨겼다는 전설이 있는 섬이 있었다.


지금 와서는 다들 코웃음치고 넘어갈 이야기지만, 반세기 전에는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꽤 많았다.


잡지 같은 데서도 흥미삼아 다루곤 해서, 한때는 보물찾기 붐이 일어나 수많은 외지인으로 섬이 붐비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몇년 지나는 사이 보물은 나오지도 않으니 점차 시들해져, 대부분의 사람은 떠나갔다.


허나 단 한 명, 돌아가지 않고 섬에 정착한 남자가 있었다.


쉰살 정도로 보이는 겐씨라는 사람이었다.




몸집은 작지만 체격이 튼튼한데다, 얼굴은 무서워도 사람은 좋아 지역 어부들과도 꽤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할아버지네 선주였던 코우지씨와도 사이가 좋아, 배로 그 섬 옆을 지나갈 때면 해변에 겐씨가 세워둔 허술한 오두막을 향해 손을 흔들곤 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한 건 겐씨가 그 섬에 정착하고 2년째가 되던 해 초봄이었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땅거미가 내려올 무렵, 우연히 그 섬 곁을 지나치게 되었다.


처음 이변을 알아차린 것은 코우지씨였다.


오두막에 불빛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 잠자리에 들려면 이르다.


이쯤 되면 분명 불을 켰을텐데...


그저 일찍 잠자리에 든 것일지도 모르지만, 코우지씨는 어쩐지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섬에 들러보겠다고 말했다.




섬에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선 후, 코우지씨는 닻을 내리고 작은 배를 내렸다.


할아버지에게는 배를 지키라 말한 뒤, 혼자 그 배에 타고 섬으로 향했다고 한다.


20분 정도 지났을까.




배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 귀에, 무언가 큰 소리를 지른 것 같은 게 들려왔다고 한다.


당황해서 섬 기슭을 바라보자, 해변에 코우지씨 것 같은 회중전등 불빛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불안했지만, 그 자리에서 더 움직일 수도 없으니 그저 배에서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후 거의 한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작은 배가 돌아왔다.


안에는 코우지씨와 겐씨가 타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땀에 흠뻑 젖은데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특히 코우지씨는 엄청나게 떨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는 할아버지에게 무조건 배부터 출발시키라며 고함을 쳤다고 한다.




무사히 항구에 도착해 조합 사무소에 들어가 한숨 돌리자, 그제야 코우지씨는 섬에서 일어난 일을 이야기했다.


섬에 올라 오두막에 다가가자, 무언가가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혹시 겐씨가 부상이라도 입어 괴로워하는 건가 싶은 생각에, 코우지씨는 문을 연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왼쪽 구석에 있는 침대 쪽으로 회중전등을 비추자, 거기에는 이상한 게 있었다고 한다.


침대 위에 번들번들하고 거무칙칙한 게 덮여 있고, 그 밑에서 겐씨가 발버둥치고 있었다.


코우지씨는 무심코 소리를 지르며 회중전등을 떨어트렸다.




그러자 그 번들번들한 것이 [횬.] 하고 울더니, 사사삭 침대 위에 있던 창문으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마치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코우지씨는 회중전등을 주워 침대로 달려갔다.




겐씨는 눈을 감은채, 마치 가위라도 눌리는 것처럼 사지가 경직된 채 신음하고 있었다.


코우지씨가 마구 흔들자 눈을 떴지만, 멍한 듯 초점이 맞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일으켜 배에 실어 데려왔다는 것이었다.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는 겐씨도 정신을 차렸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는 듯 했다.


그저 누워있다 가위에 눌렸는데, 괴로워하던 중 코우지씨가 깨웠다는 것이었다.


겐씨는 그 날 사무소에서 묵고, 다음날 섬으로 돌아갔다.




코우지씨와 할아버지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떻겠냐고 설득해, 겐씨도 고개를 끄덕였기에 다음날 뒷정리를 위해 섬에 돌아가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데리러 갔더니 겐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걸 거절했다.


전날에는 그저 피곤했을 뿐이라 우기며, 코우지씨가 본 것마저 착각이라고 말하며 결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말하는 사이 겐씨가 점점 격앙해 말투고 거칠어지고 안색마저 변했기에, 결국 코우지씨도 단념하고 배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 후에도 겐씨는 반년 가량 섬에서 살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어부들이 총출동해 섬을 뒤졌지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고, 결국 바다에 빠져 익사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코우지씨는 그 후에도 한동안 섬 주변을 지날 때마다 겐씨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섬을 열심히 바라봤다.


하지만 서서히 썩어들어가는 섬 기슭의 오두막이 보기 싫어, 결국 항로를 바꿔버렸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그 당시 심정을 "겐씨가 어디 있는 건 아닐까" 에서 "겐씨가 있으면 어쩌지" 로 바뀌어 갔다고 말했다.




만약 겐씨 같은 모습이 보인다 하더라도 그것은 이미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린 건 아닐까 하고.


코우지씨와는 그 후에도 종종 섬에서 본 것에 관해 이야기 했었다고 한다.


몇번째인가 이야기했을 무렵, [그러고보니 회중전등으로 비춘 순간, 그것의 앞부분이 순간 다섯개로 나뉜 다리 같은 걸로 보였었는데...] 라는 말을 들었었다고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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