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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605th]친구, 자매

괴담 번역 2015. 10. 3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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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이야기다.


T네 언니는 중학생으로, 목에 종양이 있다던가, 초등학교 4학년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병 때문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었다.


T네 집에 놀러가면 종종 언니가 와 있어, 인사 정도는 했던 적이 있다.




머리카락이 길고, 언제나 안색이 좋지 못한데다 목 아랫쪽이 조금 부어 있던 게 기억난다.


그 사이 T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어 점점 고립되어 갔다.


두명이 한 조를 만들거나 할 때면 언제나 버림 받아 버리고.




T도 언니처럼 목이 부어오를 거라며 질 나쁜 소문을 퍼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언니 뿐 아니라 T의 부모님도 목이 부어있다거나.


T와 사이가 좋았던 나는 T네 어머니도 만나봤기에 그게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T네 언니의 모습은 확실히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내겐 조금 무서운, 기분 나쁜 느낌이었다.


어느새 나는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조금씩 T를 멀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T가 [새로 게임을 샀는데 우리 집에서 같이 할래?] 라고 물어왔다.




T네 집에서 노는 건 오랜만이었다.


사실 T의 언니에 관한 소문 때문에 같은 반 애들한테 들키면 어쩌나 조금 고민도 했지만, T가 싫은 건 아니었기에 가기로 했다.


나는 T와 함께 새로 산 게임을 하고, 간식을 먹으며 즐겁게 놀았다.




그러던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T야, 화장실 좀 쓸게!]


T의 방은 2층이었고, 화장실은 1층 현관 앞에 있었다.




몇번 놀러왔던 적이 있었기에 집 구조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일을 보고 T의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현관 앞에 T네 언니가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언니는 그 날도 조금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평소처럼 인사를 해 주었다.


방으로 올라가려는데, 웬일인지 언니가 내 이름을 불렀다.


[M아.]




[네?]


[T랑 같이 놀아줘서 고마워. T는 나한테 소중한 동생이니까...]


[아... 네.]




그런 대화를 나누고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T는 게임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몰두하고 있어서, 나도 곧 언니 일은 잊어버리고 게임에 푹 빠졌다.


한참을 놀다가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먹고 잘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집 전화가 울려, 어머니가 받았다.


[어머, 안녕하세요. 오늘은 M이 실례가 많았습니다.]


T네 어머니인 듯 했다.




[네에... 네... 네?! 어... 어머, 그런... 그럴 수가...]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걸 직감했다.


[...그렇습니까... 명복을 빕니다...]




명복?


누가 죽었다는 건가?


병을 앓던 언니가 세상을 떠난건가 싶어, 나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전화를 끊은 어머니는 내게 알려주셨다.


[M아... 잘 들어. 저기, T가... 죽었대.]


어...? T가?




[금방 전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옮겼지만 이미 늦었다는구나...]


[어... 거짓말... 그치만 오늘 같이 놀았는데? 어째서, 사고라니...]


[T네 언니 몸상태가 좋지 않아서 T네 어머니는 하루 종일 병원에서 간병을 하고 있었대...]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이랬다.


T네 아버지는 일 때문에 귀가가 늦어졌고, 어머니는 언니를 간병하고 있었다.


T네 어머니는 T에게 전화를 해, 저녁밥은 편의점에서 사 먹으라 전했다고 한다.




T는 혼자 기다리던 외로움 탓인지, 오늘 나랑 같이 놀아서 무척 즐거웠다고 어머니에게 몇 번이고 말했다는 것 같다.


그리고 전화를 끊은 후, 자전거를 타고 편의점에 가던 도중 사고를 당했다.


구급차로 언니가 입원해 있는, 어머니가 있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구급차 안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너무도 큰 충격에 나도, 어머니도 통곡하고 말았다.


아까 전까지 같이 놀았던 T가... 더는 세상에 없다니...


그 날 밤은 꾸벅꾸벅 졸기는 했지만, 차마 잠을 이루지는 못했다.




오늘 T랑 같이 놀았을 때 이야기 했던 것, 함께 간식을 먹었던 것...


떠올리던 도중, 나는 깨닫고 말았다.


언니는 하루 종일 입원해 있었다며...?




언니, 아까 분명 집에 있었지?


나랑 이야기 했었는데...


나는 애써, 그 후 몸상태가 안 좋아져 병원으로 간 것이리라 생각했다.




어쩐지 무서워져 오한이 났다.


하루 꼬박 밤을 샌 탓인지, 나는 이튿날 아침 열이 나서 학교를 쉬었다.


T의 장례식 철야는 그 다음날 저녁이었다.




열이 내렸기에, 나는 어머니와 철야에 참석했다.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학교에서 T의 험담을 마구 해댔던 아이들도, 그걸 방치했던 선생님도 다들 울고 있었다.




T네 어머니는 울면서도 나를 찾아와 곁에 서서 말했다.


[M아, 고마워. T 말이야, 너랑 같이 놀아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전화로 계속 말했단다. 마지막에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그 다음날, T는 뼛가루가 되었다.




1주일 가량 지나, 또 T네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T네 언니가 숨을 거뒀다는 것이었다...


나는 어머니와 T네 언니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우리 어머니도 연달아 딸 둘을 잃은 T네 어머니의 고통을 생각해, 가능한 한 도우려 장례식 접객을 도맡고 있었다.


그 후 한동안 시간이 흐르고, T네 어머니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이혼을 하고, 친정에 돌아가게 되어 집을 처분한다는 것이었다.




그 전에 신세를 졌던 어머니와 나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T네 집에 가자 현관과 거실은 이미 다 정리가 끝난 후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T네 언니는 T가 사고를 당하기 며칠전부터 입원해, 더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들었다고 한다.


[혹시... 언니가 혼자 가는 게 싫어서 T를 먼저 보내고 따라간 건 아니었을지...]


T네 어머니의 말에, 나는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러고보면 그 날, 이 집에서 분명 입원해 있었을 언니를 만났던 것이다.


[소중한 동생이니까...]


소중한 동생이라 데려간 것일까...




T네 어머니는 [이제 필요 없으니, 이걸 받아주지 않을래?] 라고 말했다.


그 날 T와 함께 가지고 놀았던 새 게임과, 이런저런 다른 게임들이었다.


우리 어머니도 받아주면 공양이 될 거라고, 받아두라고 하셨기에 나는 그걸 받았다.




집에 돌아와, 게임 곽을 바라보았다.


네모난 플라스틱 바구니에, 게임 곽이 8개 꽂혀 있다.


T가 죽기 전, 둘이서 같이 가지고 놀았던 게임도 있다.




가지고 논 적 없는 게임도 2개 있었다.


무슨 게임일까 싶어, 상자 뒤를 살피고 열어 봤다.


그러자 두 번 접은 쪽지가 나왔다.




펴 보니 이렇게 써 있었다.


[언니만... 치사해. 엄마는 언니 뿐이야. 나는 없어도 되는 아이네. 없어져 버릴까? 언니 때문에 학교에서도 친구가 없어. M만 친구일 뿐. 다 언니 때문이야. 언니 때문. 언니는 병으로 빨리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빨리 죽어버려! 이 바보!]


그 종이 사이, 또 하나, 쪽지가 들어 있었다.




흰 종이에 인형이 그려져 있고, 얼굴에는 T네 언니 이름에 써 있었다.


몸에는 온통 빨간색 펜으로 [죽어, 죽어, 죽어, 죽어...] 라고 써 있었다.


무심코 비명을 지른 탓에, 어머니가 다가와 그걸 보았다.




어머니의 눈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T는... 외로웠던 거야. 어머니가 병에 걸린 언니한테만 신경을 써서... 너는 착한 일을 한 거야. 외로웠던 T랑 같이 놀아주고, 사이좋게 지냈으니까...]


그 편지는 T의 어머니에게는 괴로운 사실이 될 터였기에,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와 어머니는 그 편지를 태워 버리고 잊기로 했다.


그리고 보기도 싫어진 게임 소프트는 멀찍이 치워두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작년, 나는 대학 때문에 자취를 하게 되었다.




방을 정리하고 짐을 꾸리는데, 그 게임 소프트가 나왔다.


그런 일도 있었지... 라며 떠올리고, 버리기 전에 T를 떠올릴 겸 게임 소프트를 찬찬히 뜯어 보기로 했다.


그리워라...




이리저리 보고 있는 사이, 그 때 열어보지 않았던, 내가 한 번도 가지고 논 적 없던 게임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 생각 없이, 상자를 손에 들고 열었다.


두 번 접은 쪽지가 나왔다.




기시감에 빠져, 나는 천천히 쪽지를 열었다.


[요새 M이 나한테 차가워졌어. M만은 내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M하고는 계속 친구일 거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면 다시 M이랑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곧 나올 새 게임을 사면 같이 놀아주려나. 아무리 그래도 M 녀석, 짜증나. 다른 애들이랑 친하기 지내지 마! 그 녀석도 엄마랑 똑같아. 내가 없어도 괜찮은 거겠지. 슬퍼.]


작게 접은 종이가 한 장 더 들어 있다.




조심스레 열어본다.


얼굴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다.


몸에는...




[스무살이 되는 해 생일날, 죽어버려!]


나는 다음달, 스무살이 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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