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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의 오빠에 관한 이야기다.


여자친구와 사귀기 시작할 때는 몰랐던 일이지만, 그녀의 오빠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K시에서 엄청 유명한 폭주족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여름, 갑자기 폭주족을 때려치고 모범생이 됐더라는 것이다.




[무슨 일 있었길래?]


나는 여자친구에 물었지만, 히죽히죽 웃으며 [오빠한테 직접 물어봐.] 라고 말할 뿐 가르쳐 주질 않았다.


어느날 여자친구네 집에 놀러갔더니, 형님이 계셔서 큰맘 먹고 과감히 물어봤다.




[왜 폭주족을 때려쳤냐고? 뭐... 너한테는 말해도 될라나.]


형님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나서는 매일 같이 밤마다 달려댔다고. 진심으로 야쿠자가 될 생각이었거든. 학교는 나가지도 않고, 감옥 한 번 갔다오는게 훈장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야.]




형님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여름방학 때, 새벽 3시 넘어서 집에 들어왔더니 거실에 누가 있더라고. 어머니인가 하고 슬쩍 봤는데... 죽은 아버지더라 이거야.]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그녀가 초등학생일 무렵 세상을 떠났던 터였다...




[그 때 마침 폭주족들 입는 특공복을 입고 있었는데, "아버지?" 하고 말 한마디 꺼내자마자 온몸이 굳어 버렸어. 소리를 낼래도 말 한마디 못하겠고, 몸도 꼼짝않고 말야. 아버지는 거실 식탁에 앉아, 아무 말 않고 담배를 피우시더라고. 그리고 천천히 돌아보면서, 딱 한마디 하시더라. "적당히 해라." ...그 말만. 그것만 말하고 아버지는 담배연기랑 같이 사라져버렸어. 나는 굳은 게 풀려서 그대로 엉덩방아 찧고 아침까지 거기 멍하니 주저 않아 있었고.]


그리고 아침에 어머니가 [너 여기서 뭐하니?] 라고 묻자, [지금까지 걱정 끼쳐서 미안해. 이제 폭주족 그만둘게.] 라고 그 자리에서 선언했다나.


[다음날 같이 놀던 놈들한테 "아버지 영혼이 나와서 설교를 들었어. 나 이제 그만둘래." 라고 말하니까 엄청 비웃더라고. 하지만 난 진짜 무서웠어. 지금 생각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그 이야기를 반신반의하며 듣고, 여자친구 방에 들어가자 여자친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오빠가 아빠 영혼이랑 만나기 전에, 난 맨날 불단에서 기도했었어. 오빠가 폭주족 그만 두게 해달라고. 그 무렵에 오빠가 폭주족이라고 따돌림 당하고 있었거든. K시 사람이면 다 알 정도로 유명했으니까, 우리 오빠. 난 너무 슬퍼서 이것도 다 오빠를 키운 아빠 탓이라고 원망했었어. 그래서 오빠가 저 이야기 하는 걸 들으니까 나도 등골이 오싹하더라니까.]


그로부터 2년 후, 나는 그녀와 헤어졌고 그녀는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헤어지고 얼마간은 그녀의 아버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새벽만 되면 잠이 안 오더라.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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