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14/04

[번역괴담][2ch괴담][441st]생매장

괴담 번역 2014. 4. 30. 19:41
320x100



이 이야기는 옛날 친구였던 양아치 녀석한테 들은 이야기다.

그 녀석과 같은 조직에 있는 놈들 중에, 길거리에서 여자를 꼬셔서 모텔까지 같이 가는 데 도가 튼 녀석이 있었다고 한다.

뭐, 헌팅 전문가라고 할까, 흔히 픽업 아티스트라고들 하는 그거다.



어느날 내 친구 양아치는 평소마냥 그 헌팅맨한테 전화를 받아 밤거리로 놀러나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갑자기 몸 상태가 영 좋지 않아져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하고 집에 혼자 드러누워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녀석은 혼자 밤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가락이 있으니만큼 능숙하게 훌륭한 여자를 낚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반항하는 여자를 강제로 끌고 가며, 때리기도 좀 때렸다고 한다.

그렇게 지쳐서 녹초가 된 여자에게 약을 먹이고, 어찌저찌 강제로 범하면서 즐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새벽녘, 갑자기 여자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지더니 그대로 숨을 거뒀다는 것이다.

사인은 아마 폭력과 과도한 약물 복용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 여자는 첫 경험이었던 것이다.



경찰에게 잡혀가는 것만은 피하려고, 그 녀석은 새벽부터 조직에 여자의 시체를 가지고 찾아가 중간 보스에게 울면서 매달렸다.

그러나 그 여자의 얼굴을 본 중간 보스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 여자는 엄청난 세력을 자랑하는 조직 두목의 딸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면 경찰이 문제가 아니라 조직간의 전쟁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마약을 강제로 먹인데다 폭행까지 가했다.

몸 안에는 마약 성분이 그대로 남아 있을테고, 눈으로만 봐도 군데군데 멍이 보인다.



들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중간 보스는 조직원 여러 명을 동원해 황급히 여자를 오쿠타마(奥多摩)의 산 속에 묻어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목적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중간 보스는 조직에 누를 끼친 그 녀석까지 함께 묻어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여자를 묻을 구멍을 판 후, 잔뜩 지친 모습의 그를 청테이프로 묶어 산 채로 여자의 시체와 함께 던졌다.

격렬하게 반항하며 날뛰었지만,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흙을 던져 생매장시켰다.

중간 보스는 조직으로 돌아가 보스에게 모든 것을 보고했다.



하지만 그 조직이 쓰고 있던 매립지는 곧 새로 도로가 날 곳이라 공사가 다음달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들키지 않으려면 더 이상 사용하면 안 되는 곳이었던 것이다.

중간 보스는 놀라서 황급히 산으로 돌아가, 시체를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다.



조직원 몇 명을 데리고 현장에 도착해, 아까 막 묻었던 부드러운 흙을 파내자 조금씩 남자와 여자가 얼싸안고 있는 시체가 모습을 나타낸다.

이미 남자도 숨을 거둔 듯 했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



아까 묻을 때는 분명 여자의 시체를 먼저 던진 후, 그 위에 남자를 산 채로 던졌었다.

그런데 파내고보니 둘이 옆에 나란히 누워 꽉 끌어안고 있는 형태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 뿐 아니라, 기묘하게도 분명히 시체였던 여자의 양 손이 남자의 목에 휘감겨 있고, 검붉은 손가락 자국이 남자의 목에 선명히 나 있었다고 한다.



중간 보스는 시체를 꺼내 따로 묻어버리려고 했지만, 무슨 수를 써도 여자의 두 손이 남자의 목에서 떨어지지를 않아 결국 그 자리에서 불을 질러 처리했다고 한다.

과연 그 남자의 사인은 무엇이었을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40th]경찰관의 눈물

괴담 번역 2014. 4. 29. 19:28
320x100



옛날 목격했던 투신자살에 관한 이야기다.

이제는 세월도 한참 흘렀지만, 직접 내 눈으로 보았고 아직도 선명히 남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연말, 어느 현의 연락선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추운 겨울 바람 속에서 벤치에 앉아 바다를 멍하니 보고 있는데, 문득 주차장에서 이상하게 움직이는 경차가 보였다.

주차 구역에 차를 댔다가 바로 빠져나오기도 하고, 주차장 안을 계속 빙빙 돌기도 한다.



뭐하는 건가 싶어 계속 지켜보고 있자, 내 옆까지 차가 오더니 멈춰 선다.

안에서 깡마른 중년 여자가 나왔다.

곧이어 딸인 듯한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여자아이와, 그보다는 약간 나이가 있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따라내린다.



중년 여자는 딸들에게 자판기에서 쥬스를 뽑아 준다.

자판기를 찾고 있었나 싶어, 나는 곧 흥미를 잃고 바다나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경찰차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선착장 건물 옆에 차가 멈추더니, 안에서 늙은 경찰관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경찰관이 내린다.

꽤 한가로워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사건 같은 게 생겨서 온 것은 아닌 듯,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연말이니까 순찰이라도 한 바퀴 돌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리라.



슬슬 배가 올 시간도 가까운 것 같아 나도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이었다.

끼익!

주차장에서 타이어 마찰음이 들렸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 봤던 그 경차가 갑자기 속도를 내서 달려오고 있었다.

바다를 향해서.



마치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 같이, 경차가 천천히 절벽에서 떨어진다.

그리고 차의 앞부분부터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간다.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외친 [차가 바다에 떨어졌다!]는 외침에, 순간 정신을 차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차가 떨어진 절벽으로 달려온다.

경차는 뒷부분만 수면에 내민 채, 아슬아슬하게 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했지만,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흰 경차를 바라보는 것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선착장 건물 안에서 직원과 아까 그 경찰관 두 명이 달려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라고해서 뭘 특별히 할 수 있는 것도 아닌터라, 그저 절벽에 서서 어쩔 줄 모르고 발만 구를 뿐이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답답함과 무력감이 가득 찬 긴장만이 흘렀다.

그러나 곧 젊은 경찰관이 웃옷을 벗고, 권총이 달린 벨트를 풀러 나이 많은 경찰관에게 건넸다.

그리고 크게 숨을 한 번 쉬더니, 그대로 바다로 다이빙을 했다.



수면에 닿아 바다 속으로 잠시 사라졌던 경찰관은, 수면에 떠오르자마자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경차를 향해 헤엄쳐 갔다.

[힘내요!]

주변 사람들이 경찰관을 향해 응원을 보낸다.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 나도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경찰관은 그리 수영을 잘 하지 못하는지, 가끔씩 물에 잠기기도 하는 것이 무척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강한 의지력 덕인지, 그는 겨우 경차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차체에 손을 대고 뒷유리 위로 뛰어 올랐다.

다행히 경차는 경찰관이 올라 탔는데도 수면 위에 떠 있었다.

절벽 위에서는 큰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경찰관은 창문 안을 향해 무엇인가 소리를 치며, 차 뒤쪽 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차가 물 위에 떠 있다면, 안에는 아직 공기가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관이 창문을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말... 들어요! ...이러다... 앉아요!...]



멀리서나마 조금씩 경찰관이 소리치는 것이 들린다.

멀리서 보아도 유리를 내려치는 경찰관의 주먹에서 피가 나 새빨갛게 물든 것이 보인다.

그럼에도 유리를 내려치는 손은 멈추지 않았지만, 창문은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 때, 그제야 차가 물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는지 근처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있던 어선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어선이 경차 근처로 오면 모두 구조할 수 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속도 조절을 잘못한 탓이었을까.



어선은 그대로 경차에 충돌하고 말았다.

경찰관은 크게 튀어올라 바다로 날아갔다.

게다가 어선에 부딪힌 탓에 균형이 무너진 것인지, 경차가 급속하게 바다로 빠져 들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절벽에서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 하고, 눈 깜짝할 사이 경차는 파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차에서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었다.

잠시 뒤, 어선에 의해 구조된 경찰관이 선착장으로 왔다.



혼자 걷기도 힘들 정도로 지친 젊은 경찰관에게 모두가 박수를 보냈다.

나도 손이 아플 정도로 박수를 쳤다.

비록 구조할 수는 없었지만, 당신은 충분히 노력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경찰관은 땅에 엎드리더니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했다.

[차 안에서 어머니가 아이들을 절대 놓아주지 않았어요. 아이가 울면서 손을 내밀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



경찰관의 눈물 앞에서, 누구도 뭐라 말 한 마디 할 수 없었다.

여자는 남편이 바람을 피우자, 인생을 비관한 나머지 딸들과 함께 투신 자살을 택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 때 잠깐 보았던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나도 슬프게 울던 경찰관을 잊을 수가 없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39th]남는 프린트물

괴담 번역 2014. 4. 26. 15:35
320x100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20년 지기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다.

내 친구 A는 여고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었다.

A는 언제나 학생들에게 나눠줄 프린트물을 학교에 있는 복사기로 복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1학년 담당 교사인 A가 맡은 반만 해도 4개씩이나 되다보니, 그 학생들 것을 모두 뽑고 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되어 버린다.

한 번에 4개 반 학생들 프린트물을 모두 뽑으면 시간도 걸릴 뿐더러 종이도 모자라서, A는 각 반의 인원만큼만 수업 전에 따로 뽑아서 가져갔다고 한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딱 한 반만, 프린트물의 수가 맞지 않는 반이 있다는 것이다.



32명이 있는 반이라 32장을 뽑았었는데, 어째서인지 언제나 33장이 뽑혀 나온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A도 [그냥 복사를 잘못했겠지.] 싶어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매번 같은 일이 반복되다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다른 반은 멀쩡한데, 그 반만 계속 틀리는 것이다.



A는 교실 맨 앞줄에 앉은 아이들에게 [뒤로 돌려.] 라고 말하고 프린트물을 나눠준다.

그러면 꼭 맨 뒤에서 [선생님, 한 장 남아요.] 라면서 한 장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매번 그러니까 학생들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선생님, 왜 맨날 한 장씩 남아요?] 라고 물었다고 한다.



A도 당황해서 [이건 선생님 꺼야.] 라고 대충 얼버무렸다고 하지만, 애초에 그럴 생각으로 인쇄한 게 아니라는 것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자기가 볼 것은 원본이니만큼 나눠줄 때 포함시키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것이다.

드디어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A는, 자신이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복사기 앞에서 직접 숫자를 세며 복사하기로 했다고 한다.



원본을 원고대에 올리고, 매수에 32를 입력한다.

1장, 2장, 프린트물은 계속 나온다.

A는 한 눈 팔지 않고 그것을 계속 세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32장째 프린트물이 나오고, 복사기는 인쇄를 멈췄다.

원본까지 꺼내서 다시 세어 보았지만, 역시 원본과 복사본을 합쳐 33장이 틀림 없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신경 써서 센 프린트물을 그대로 가지고 가서 나눠주는데, 이번에도 한 장이 남는 것이다.



A는 이 때 처음으로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당황해서 학생 수까지 세어봤지만, 결석한 학생도 없고 32명이 모두 다 있다.

프린트물이 남을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한 장, 프린트물이 남았다.

A는 망연자실해져서, 학생들에게 [여기 총 32명 맞지?] 라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킥킥 웃으며 [선생님, 꿈이라도 꾸는거에요?] 라며 야유를 보냈다.



그렇지만 그 후, [정말 32명이지? 33명 아니지?] 라고 묻는 A의 얼굴이 너무나도 진지했던 것일까.

[선생님, 왜 그래요...] 라던가, [장난 치지마요!] 라며 아이들도 덩달아 겁에 질리고 말았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A는 마음을 다잡고, 그냥 자신의 착각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아이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다.

한 녀석이 엄청난 목소리로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알았지?!] 라고 절규한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자 A는 두려움 때문인지 정신이 몽롱해졌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교장실 소파에 누워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후 A는 학교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지금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처음 A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왜 교사를 그만 뒀는지 물어봤지만 A는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았었다.

그간 계속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지만, 지난번에 같이 술을 마시다가 취기 때문인지 이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야, 내가 진짜 무서운게 뭔지 아냐? 내가 그 학교 그만 둘 때쯤에, 수업하다가 기절했던 반 애들이 죄다 나를 피해다니는거야. 그래서 내가 그 반 애 하나 잡아다 물어봤더니 뭐라는 줄 알아? 그 때 어떻게 알았냐고 소리를 질렀던 게 바로 나였다는거야! 근데 난 목소리는 들렸지만, 내가 말한 적은 없단 말이야...]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38th]청소용구함

괴담 번역 2014. 4. 25. 19:51
320x100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옆 반에 있던 장난꾸러기 친구 I가 제안을 했다.

수업 중에 우리반 청소용구함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으악!하고 뛰쳐나와 반 전체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겠다는 큰 포부였다.



그리고 그걸 다음 교시에 하겠다며 나를 포함한 몇몇 친구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초등학교 때나 생각할 수 있는 짓궂은 장난이었다.

당시 교실 뒤편에는 학생들이 가방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선반이 있었고, 그 왼쪽, 복도 쪽에는 빗자루나 대걸레, 먼지털이 등을 넣어두는 청소용구함이 있었다.



I는 그 청소용구함에 선생님이 오기 전에 숨어 들어간 후, 수업 도중에 깜짝 튀어나와서 모두를 놀라게 한 후 바로 옆에 있는 문을 통해 복도로 도망치겠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그래봐야 옆 반 학생이라는 걸 선생님도 뻔히 알고 있으니 도망쳐봐야 아무 소용 없지만, 우리는 I가 혼나는 것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럼, 이 몸이 해 보겠다 이거야!]



묘하게 흥분한 채, I는 스스로 철제 캐비넷 안에 들어가 안에서 문을 닫았다.

물론 중간에 튀어나와야 하니까 문은 잠구지 않았다.

잠시 뒤 선생님이 나타났고, 평소처럼 수업이 진행되었다.



이쯤되면 처음에 몇 사람한테만 말했다고 하더라도 반 전체에 소문이 다 퍼지고도 남는다.

다들 언제쯤 I가 튀어나올 것인지 잔뜩 기대를 해서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가끔씩 뒤를 슬쩍슬쩍 돌아보기도 하고, 종종 캐비넷에서 들려오는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다들 소리를 죽여 킥킥 웃고 있었다.



그러나 수업시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I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간간히 들려오던 덜그럭거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I가 선생님한테 혼나는 게 무서워 튀어나오는 것을 포기했다고 생각해 무척 실망했다.



[혹시 자고 있는 것 아닐까?]

[아무리 바보라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겠지!]

우리는 제멋대로 상상을 하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그러는 사이 수업은 끝나고, 선생님이 교실을 나갔다.

우리는 캐비넷 문을 열러 갔다.

[헤헤헤...] 하고 웃으며 멋쩍게 머리를 긁거나, 안에서 쿨쿨 자고 있는 I를 상상했지만...



그저 당기기만 하면 열리는 문을 철컥하고 연 순간, 우리가 본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으아아아악!]

목청이 터지도록 큰 소리로 절규하며 뛰쳐나온, 반쯤 정신이 나간 듯한 I의 모습이었다.



I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눈물, 콧물,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고, 옷에는 피가 배어있었다.

[야,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캐비넷 안에서 나온 I는 무릎에 힘이 빠진 듯 반쯤 기어서 나왔다.



온 몸에서 경련이 멈추지 않는 듯, 계속 벌벌 떨고 있었다.

[으아아... 으으... 으으...]

계속 울며 소리치고, 알 수 없는 소리만 외칠 뿐이었다.



천천히 뭐라고 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니, [문이 안 열려!] 라던가, [왜 아무도 안 열어주는거야!] 라고 소리치고 있는 듯 했다.

당연히 대소동이 일어났고, I는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선생님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고 잔뜩 혼이 났지만, 우리로서도 알 도리가 없었다.



우리가 I를 강제로 가둔 것도 아니고, I가 혼자 안으로 들어갔었는데...

한참 후에, I가 퇴원하고 나서야 알게 된 진실은 놀라운 것이었다.

원래 I는 수업이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뛰쳐나올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러 가볍게 소리를 내기도 하며 혼자 신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뛰쳐나가려는 순간,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물론 캐비넷 문에 자물쇠는 달려 있지 않다.



무엇인가를 돌리거나 눌러서 여는 구조도 아니다.

그저 문을 밀기만 하면 닫히고 열리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구조다.

하지만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수업 시간이 반 정도 지나갈 무렵부터, I는 진지하게 살려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리며, 큰 소리로 외치고, 발로 문을 수도 없이 걷어찼다.

그렇지만 문 틈 사이로 보이는 교실의 친구들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



소리마저 들리지 않는 듯,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이다.

분명히 자신에게는 문 틈 사이로 교실 모습이 보이는데도.

그것이 너무나도 무서웠다는 것이다.



I는 그 후 우리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미칠듯한 공포 속에 피가 나도록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하지만 교실에 있던 우리는 물론이고, 그 때 수업을 하고 있던 선생님도 이상한 소리는 전혀 듣지 못했다.

처음 I가 일부러 냈던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제하면, 어떤 소리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언제 I가 튀어나올지 기대하면서, 평상시보다 훨씬 더 교실 뒤쪽에 집중을 쏟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다행히 I는 정신적 문제나 심한 상처 없이 가벼운 타박상만으로 끝났다.

그리고 I가 멀쩡한 모습으로 증언을 해주었기에, 우리가 집단 따돌림을 했다는 누명도 쓰지 않았다.



지금도 종종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날 때면 이야기하게 되는, 실제로 있었던 알 수 없는 사건이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37th]화과자집

괴담 번역 2014. 4. 23. 20:09
320x100



나는 잡지 에디터로 일하고 있다.

주로 행사 관련 기사나, 음식점 소개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내가 직접 취재를 부탁할 때도 있지만, 독자에게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취재에 나설 때도 있고, 가게 쪽에서 연락을 취해 기사를 내 달라고 할 때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마음이 내키면 취재하러 가는 것이다.

다만 딱히 가게를 정하는 데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이 가게라면 기삿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감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어느날 마감이 한창인데, 새벽에 일이 끝나 한가해진 터였다.



다들 어딘가로 놀러가거나 취재를 하러 나가서 편집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나는 딱히 어디 갈 곳도 없고, 뭐 재미있는 일 없을까 하는 생각에 그 날 도착한 독자 엽서를 읽고 있었다.

그 중 봉투 하나에, 사진 한 장과 편지가 들어 있었다.



사진에는 그야말로 옛날 가게라는 느낌이 확 나는 오래된 화과자 가게가 찍혀 있었다.

편지지에는 잉크 자국이라고 할까...

쓰고 나서 마르기 전에 손으로 비빈 것 같은 느낌의 더러운 글자로, [맛있습니다. 꼭 와 주세요.] 라고 써 있을 뿐이었다.



왠지 기분이 나빴지만, 한편으로 흥미도 생겼다.

마침 시간도 있겠다, 한 번 찾아가보기로 한 것이다.

[와 주세요.] 라고 써 있는 걸 보면 아마 가게 주인이 직접 보낸 거겠지.



편지 봉투의 주소를 보고 대충 위치를 파악한다.

평소에는 인터넷에서 검색이라도 한 번 하고 나가지만 그 날 따라 귀찮았던 것이다.

가게를 못 찾으면 그냥 드라이브 한 셈 치자는 가벼운 기분이었다.



한 시간 정도 운전해 목적지 주변까지 도착한 나는 근처 슈퍼에 차를 멈추고, 걸어서 가게를 찾기로 했다.

사진을 보면서 몇십 분이 지나도록 터벅터벅 걷는다.

아마 이쯤이다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둘러보지만, 그 곳은 그저 한적한 주택가라 화과자집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뒷길에 있나 싶어 길 옆으로 나와보니, 한 채의 빈 집이 보인다.

덧문은 닫혀있지만, 뜰은 몹시 황폐해져서 잡초투성이다.

누가 봐도 한 눈에 폐가다 싶은 집이다.



기분이 나빠져서 눈을 돌리는데, 문득 위쪽에서 시선이 느껴진다.

깜짝 놀라 그 쪽을 바라보자, 2층의 방 하나만, 덧문이 닫혀있지 않은 창문이 있었다.

설마 사람이 있는 건가 생각하자, 기분이 나빠져서 거기서 벗어나기로 했다.



하지만 한동안 주변을 찾아봐도 사진 속의 가게는 역시 찾을 수 없었다.

그대로 걷는 사이 주소와는 꽤 떨어진 상가까지 와 버렸다.

나는 근처 슈퍼에 들어가 쥬스를 사는 김에, 가게 주인 할아버지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물어봤다.



할아버지는 사진을 보자 의아하다는 얼굴로 한동안 골똘히 생각하다가, 생각이 났는지 외쳤다.

[아, 이거, A씨잖아! 그런데, 당신은 이 사진을 어디서 난거요?]

[아, 저는 잡지 기자랍니다. 그래서 그 가게를 취재하고 싶어서요. 사진은 그 가게에서 보내줬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요. 이 가게, 10년 전에 불이 나서 타 버렸는데.]

[네...? 그럼 가게 주인 분은...]

[내외가 모두 그 때 사고로 불에 타 죽었어.]



[...그래서 지금 그 자리는 어떻게 됐나요?]

[그 후에 새로 집을 지어서 누가 이사를 왔었지만... 뭐, 그 집 사람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사를 가버려서 지금은 빈 집이요. 그나저나 누가 보낸 건지는 모르지만 참 못된 장난을 쳤네그려.]

빈 집...



아까 그 집일까.

시선을 느낀 것도 있고, 무서웠기에 나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그대로 편집부로 돌아온다.



편집장에게 경위를 이야기하고, 그 편지 봉투를 보여주려고 가방 안을 뒤졌지만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어디 떨어트렸나 봅니다. 차에 있나? 찾아보고 올게요.] 라고 말하고 가려는데, [그거, 아마 찾아도 없을거야.] 라면서 편집장이 만류한다.

[5,6년 전인가, 내가 신입일 때 똑같은 일이 있었어. 취재를 간 건 내가 아니라 내 선배였지만.]



[아, 그렇습니까? 어느 분이 가셨었나요?]

[아니, 자네는 모르는 분이야. 취재하러 갔다가 돌아오지 못하셨거든. "S마을 화과자집 취재 다녀올게요." 라면서 나간 후에 말이지. 그 당시에는 꽤 큰 난리가 났었지. 차를 탄 채 그대로 사라졌으니까. 그 후 선배도, 차도 결국 발견되지 않았어. 나는 선배가 가기 전에 봉투랑 편지를 다 봤었지만, 네가 말한 거랑 거의 비슷했었어. 혹시 장난일지도 모르지만 더 알아보기에는 예감이 너무 안 좋아.]

그 후 차 안을 찾아봤지만 그 봉투는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그 봉투를 보냈는지, 왜 그 선배가 사라졌는지, 왜 나에게 그런 편지가 왔는지...

아직도 모든 것은 의문투성이다.

그 후로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독자 엽서를 읽는 것이 두렵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36th]심야의 너스 콜

괴담 번역 2014. 4. 21. 19:51
320x100



나는 간호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한 달 전쯤, 정신 질환으로 진단된 할머니가 입소했다.

할머니라고는 해도 아직 60대 후반이신데다, 정정해 보여서 딱히 문제가 있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대답도 확실하게 하셔서, 다른 직원도 정신 질환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이야기 할 정도였다.

그 분이 입소한 것은 오전 중이었다.

그 날 내내 별 일 없었다.



마침 그 날 나는 야근이었다.

새벽 2시쯤, 너스 콜이 울려서 찾아가봤더니 [미안합니다. 잘못 눌렀어요.] 라고 말하셨다.

용변을 볼 때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분이라 그것 때문인가 싶었지만, 아니라는 말에 그냥 병실을 나왔다.



그런데 10초도 지나지 않아 다시 너스 콜이 울렸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다른 직원이 찾아갔지만, 나도 아직 근처에 있었기에 이야기가 들려왔다.

나는 복도에 있고 문은 닫혀있다.



한밤 중이라 고요하기에 방 앞에 서 있으면 안의 대화가 들려온다.

[무슨 일이신가요?]

[그... 아까 오셨던 분은 남자 분이신가요?]



[아, A씨요? 네, 맞습니다. 왜 그러시죠?]

[...여기에는 무서운 게 있네요. 그 분... 얼굴이 2개 붙어 있었어요.]

[네?]



[예쁜 얼굴의 여자가 있었어요. 저, 그 분이 너무 무섭습니다. 눈을 바라보면 잡아먹힐 것 같아요.]

[무슨 소리세요. A씨는 남자분이신걸요. 헷갈리신 게 아닐까요?]

[그렇지만... 그 여자는, 지금도 이 안을 훔쳐보고 있는걸요!]



할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질러 깜짝 놀랐다.

우리 시설은 문에 창문이 붙어 있는 것도 아니라 밖에 누가 서 있어도 알 도리가 없다.

안에 있던 직원은 내가 엿듣고 있던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지, 이야기가 끝나고 밖으로 나왔을 때 나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날 나는 새벽 3시에 퇴근했기 때문에 그 할머니와는 다음날 아침까지 만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만난 할머니는 딱히 이상이 없으신 듯 했고, 나를 봐도 반응이 없으셨다.

나도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틀 뒤 출근하자 상황이 일변해 있었다.



그 할머니는 그 날 밤도 새벽 1시가 넘어서 너스 콜을 누른 뒤 [방 안에 사람이 있어서 잠을 못 자겠어요. 누가 천장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라고 호소했다는 것이다.

그 후로 1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새벽만 되면 할머니는 너스 콜을 누른다.

하지만 내가 갈 때면 언제나 [괜찮습니다. 잘못 눌렀어요. 미안해요.] 라는 말 뿐이다.



다른 직원이 병실에 들어서야만 [아까 왔던 여자가 너무 무서워요.] 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딱히 무서울 것은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본 적도 없는 여자가 나에게 찰싹 달라 붙어 있고, 그것이 사신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그 할머니가 정말로 정신 질환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이상한 것이 보이기 때문에 정신 질환으로 진단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새벽에 할머니를 찾아가도 그 여자가 보인다는 소리를 안 들었으면 좋겠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320x100



몇년 전, 나는 어떤 기업 소속 연구팀에 속해있었다.

연구팀이라고는 해도 하얀 가운을 입고 화학 약품을 다루거나 하는 일은 아니다.

우리가 맡았던 것은 [카메라를 통한 얼굴 인식 시스템과 그 응용 방법에 대한 연구] 였다.



메인 컴퓨터 한 대에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거기에 여러 곳의 CCTV 영상을 수집해 얼굴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료를 기반으로 [ID:0001은 X->Y->Z의 경로로 이동했습니다.] 라는 기록을 자동으로 작성하는 시스템이었다.

다만 그런 시스템 자체는 당시에도 꽤 개발이 진척된 상황이었기에, 기본이 되는 얼굴 인식 프로그램에 추가 기능을 집어 넣는 것이 우리 팀의 목표였다.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었다.

최초로 시도한 것은 얼굴 인식을 통해 그 사람의 나이를 추정하는 것이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기본적인 메카니즘 자체는 일기예보와 비슷하다.



미리 각 연령별로 수집한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두고,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하면 수집되어 있는 자료와 비교해 예상되는 나이를 산출하는 것이다.

방법은 무척 간단하지만 그럼에도 신뢰도는 높아서, 테스트 단계에서도 적중률은 40%에 육박했고, 최종적으로는 ±8살 정도로 맞추는 수준에 이르렀다.

꽤 재미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다른 연구팀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그래서 우리는 조금 더 차별화 될 수 있는 독특한 기획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짜내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 연구팀에는 얼굴 사진과 개인정보의 빅 데이터가 수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

이름부터 시작해 학력, 출신지까지...



하지만 역시 이름을 예측하는 것은 무리였다.

애초에 데이터화 되기 힘들 뿐 아니라, 각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는 이름을 컴퓨터로 예측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놀랍게도 학력 예측은 중졸, 고졸, 전문대졸, 대졸 4가지 패턴의 단순한 분류였던 덕인지, 50%에 달하는 적중률을 보였다.



게다가 출신지 예측의 경우에도 예상 외로 높은 적중률을 보였다.

홋카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각 지역 사람들의 얼굴을 분류해 입력하자, 각 도시 별로 10%에 가까운 적중률이 나온 것이었다.

[겨우 10%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솔직히 우리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였다.



나이를 알아맞추는 것은, 사람이 한다고 해도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가늠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10명 중 1명이라는 확률이라도, 얼굴만을 통해 그 사람이 어느 도시 출신인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거기서 나는 어느 정도의 자료만 확보되면 컴퓨터의 예측이 사람보다 정확할 수 있다는 가설을 내놓고, 한층 더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날, 팀 내에서도 괴짜로 평가받던 A가 [야, 우리 이걸로 남은 인생 예측 같은 거 해볼까?] 라는 제안을 했다.

아무래도 당시 한참 장안의 화제였던 만화 데스노트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정보의 빅 데이터가 구축되어 있다고는 해도, 당연히 여생에 관한 자료 같은 게 있을 턱이 없다.



[그거야 세상을 떠난 역사적 인물 사진 중에 언제 찍었는지 확실한 사진으로 자료를 만들면 되지. 흑백 사진이라도 인식하는 데는 문제 없을 거 아냐?]

물론 컬러 사진에 비하면 인식률 자체는 떨어질지언정, 메카니즘 상 흑백 사진도 큰 상관은 없다.

하지만 그런 제한된 조건이라면 자료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게 문제였다.



[중요한 건 얼굴이랑 사진을 찍은 날, 그리고 죽은 날이 확실하기만 하면 되는거라구. 천재지변이나 사고로 죽은 사람 사진 같은 걸 신문에서 찾아서 쓰면 되잖아.]

그런 식으로 자료를 모으면 우발적인 사고나 외부 요인으로 인해 죽은 사람도 자료에 포함되어 버릴텐데...

[그런 건 어찌되든 상관 없잖아.]



A는 능글맞게 웃을 뿐이었다.

당초 내가 여생을 측정하는 시스템 구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올린 것은, 얼굴의 현재 건강 상태를 확인해 언제쯤 자연사할 지를 예측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A가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길거리 점쟁이나 하는 짓을 컴퓨터에 시키려는 것 같았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사진을 도구로 사용한다는 것이 조금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그 무렵 우리는 연구에 몰두해 의욕이 넘쳤기에 곧바로 작업에 착수했다.

매일 신문과 뉴스를 뒤적이며 사진을 구해, 죽은 날에서 사진을 찍은 날을 빼서 남아 있는 예정 수명을 산출한다.

몇 주 지나지 않아 2000여 건에 달하는 빅 데이터가 구축되었다.



이 정도면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자료량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우리는, 시험 운용에 들어가기로 했다.

다만 그렇다고는 해도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예측이기에, 오차가 있는지 없는지, 어느 정도나 오차가 나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맨 처음으로 시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나였다.



시스템을 가동하고, 카메라 앞에 선다.

바로 얼굴에 초점이 맞춰지고, 잠시 계산한 뒤 컴퓨터가 예측치를 뽑아냈다.

[60.]



일본 남성의 평균 수명이 80세 전후이고, 당시 나를 포함한 우리 연구진이 모두 20대 중반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럴듯한 예측이었다.

곧이어 다른 멤버들도 하나씩 테스트에 임했지만, 샘플이 적었던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계획 자체가 잘못됐던 것인지 예측치는 천차만별이었다.

23, 112, 75, 42...



편차도 클 뿐 아니라 상당히 터무니 없는 수치였다.

그 뿐 아니라 A의 경우에는 무려 0이라는 수치가 나와 버렸다.

역시 컴퓨터에게 이런 수치화되지 않은 데이터를 예측하게 하는 것은 무리였나 싶어서 우리는 낙담했다.



하지만 수작업으로 샘플을 2000개나 모았는데, 이대로 폐기시키는 것은 너무 아까웠다.

우리는 일단 하룻밤 동안 로그 자동 생성 모드를 켜 놓고 회사 서버에 들어오는 모든 CCTV 영상을 분석하게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다음날 출근해보니 화면에는 수천건이 넘는 얼굴 인식 결과가 출력되어 있었다.



통계를 내보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촬영 장소에 따라 추정치의 편차가 엄청나게 컸던 것이다.

예를 들면 자료 영상 중 초등학교에 설치된 CCTV 영상의 추정 여생은 106년이었다.



전체 평균인 46년에 비해서 훨씬 높게 나온 것이었다.

반대로 처음으로 평균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은 고속도로에 설치된 CCTV로, 평균 38년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그런 식으로 평균 여생이 가장 낮은 곳을 검색해 가니, 2번째로 낮은 것은 시내의 양로원이었다.



평균 여생은 15년.

그리고 최하위는 예상대로 병원이었다.

무려 평균 여생이 4년이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뭔가 이상했다.

아무리 아픈 사람이 잔뜩 모여있는 병원이라고는 해도, 평균치가 겨우 4년 밖에 안 나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가벼운 부상으로 잠시 입원한 사람도 있을테고, 단순한 감기로 진료만 받으러 온 사람도 있을텐데...



무슨 에러라도 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나는 로그를 열어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충격적인 자료를 보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ID : 1234 - VALUE : 34] 라는 서식으로 자료가 쭉 나와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34나 50 같은 평범한 수치에 섞여 결코 존재할 수 없는 값이 있었던 것이다.

여생 추정값이, 음수로 되어 있던 것이다.

혹시나 병원 쪽 자료만 잘못 된 것이 아닌가 싶어 다른 영상의 로그도 확인해 봤다.



음수로 뜬 값 자체는 모든 영상에서 2, 3개씩 발견되었지만, 병원 로그만큼 엄청난 숫자는 아니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여생 마이너스 3년] 이라는 것은 곧 [죽은 뒤 3년 경과] 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정상적인 양수값으로만 평균을 내면 병원의 여생 예상치는 전체 평균보다는 낮지만, 그래도 24년 정도의 수치가 나온다.



하지만 여생이 마이너스로 나온 자료가 극단적으로 많아서, 여생의 평균치가 4까지 떨어진 것이다.

애써 냉정함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 후 팀원들을 모아 자료를 놓고 논의를 계속 했지만, 기분 나쁜 결론만 도출될 뿐이었다.



결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애초에 여생을 추측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 오차 범위가 말도 안되게 커진 것 뿐이라는 것이 하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주변에 실제로 여생이 마이너스인 사람들이 태연하게 활보하고 있다는 것.



당연히 상식적으로는 첫번째 결론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윗선에는 [얼굴 인식을 통한 건강 상태 예측] 을 하고 있었다고 대충 보고서를 쓴 뒤, 이 프로젝트는 그대로 폐기되었다.

다만 그 후, 내게 이 프로젝트를 결코 잊지 못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났다.



시스템 테스트 도중 여생이 0년으로 나왔던 A가, 그 테스트를 하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말로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아침 출근 시간에 지하철 플랫폼에서 몸을 던져 그대로 자살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듣자 온 몸에 소름이 끼쳤다.



어떻게 컴퓨터는 그것을 예측할 수 있었던 것일까.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컴퓨터에 입력된 정보는 샘플과 대상자의 얼굴 뿐이다.



하지만 사실로서 A는 세상을 떠났다.

컴퓨터가 내놓은 예상치와 정확히 일치하는 해에.

나도 과학을 연구하고 있는 입장이고,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비과학적인 것은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나는 CCTV와 인파가 너무나도 무서워 견딜 수가 없다.

매일 수백, 수천의 사람들을 지나쳐 가며 시선이 마주치고, 엇갈려 간다.

그 사이에 이미 세상을 떠나고서도 몇 년이 훨씬 지난 얼굴을 한 사람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요즘 나는 병원 근처로 발도 들이지 않고 있다.

과연 앞으로 60년 뒤, 나는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인가.

그것만이 내게 남은 마지막 의문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34th]하느님의 알

괴담 번역 2014. 4. 18. 20:04
320x100



내가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는 양계장을 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관리 문제 때문에 양계장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렸지만,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여름방학 때마다 놀러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와서는 어떤 일이었는지 정확히 전후 사정도 기억 나지 않지만, 딱 한 장면만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나는 평소 때처럼 양계장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닭장 안에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 있는 알을 발견했던 것 같다.

다른 알과는 달리 암탉이 품고 있지도 않고, 닭장 한가운데 오직 그 알만이 놓여 있었다.



기묘하게도 그 알 주변에는 닭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마치 저 알은 자신들과는 다른 어떤 존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나는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닭장 안으로 들어가 알을 손에 들었다.



알 안에는 무엇인가가 들어있는지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하지만 안에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차가웠다.

나는 멍하니 알을 들고 닭장에서 나왔다.



내가 손에 알을 들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는 다가오셨다.

[그건 하느님이니까 이리 주거라.]

할아버지에게 알을 건네 주려는데, 덜그럭하고 알 안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나는 그만 알을 떨어트려 버리고 말았다.

갈라진 알에서는 새까만 털 같은 것이 보였지만, 할아버지는 그것을 곧바로 짓밟아버렸다.

무엇인가가 찌부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나는 한참 후에도 그 사건을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좀체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할아버지에게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것은 몇 해가 지난 후에야였다.



이 양계장이 있는 주변은 옛날 늪지대였는데, 거기에 어떤 신을 섬기는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증조할아버지가 이 땅을 사고 늪을 메우면서, 그 신사는 뒷산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늪을 메운 자리에는 양계장을 만들었고, 다행히 닭들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증조할아버지는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주 가끔, 보기 드물게 무정란 속에 이상한 것이 섞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할아버지는 결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하느님이라는 말만 했을 뿐.



그리고 [그건 하느님이니까 죽여야 한다.] 고 한마디 덧붙이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 어째서인지 무척 무서워서 몸이 덜덜 떨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하느님이야. 그러니까 죽여야지.] 라는 사고 자체가 무서웠던 것 같다.



차라리 [악령이니까 죽여야지.] 라고 말했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텐데.

내가 직접 그런 알을 발견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 후에도 계속 할아버지는 [하느님의 알]을 찾을 때마다 깨 버렸다고 한다.

하느님이 태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이, 할아버지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날, 출관하는 도중에 어디선가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귀를 막고 정신이 없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마음 속의 울증이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때,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 집안과 관계 없어진 양계장이지만, 가끔씩 나는 그 기묘한 알과 할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 늪에 있는 신사에서 모셔지던 하느님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아직도 그 양계장에서는 하느님이 들어있는 알이 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손가락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