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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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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나는 퇴근길에 집 근처 쇼핑몰에 들렀습니다.


시간은 오후 8시를 넘을 무렵이었습니다.


그 쇼핑몰은 대형 마트나 백화점과는 비교도 안 될 작은 지역 쇼핑몰입니다만, 평소 옷 같은 걸 살 때는 무척 편리해서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습니다.




6층짜리 건물 중 5층과 6층은 주차장이고, 쇼핑몰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5개층입니다.


하지만 그 무렵 지하 1층은 리모델링 중이라 출입 금지 상태였습니다.


쇼핑몰의 폐점 시간은 오후 9시.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8시 30분 가량이었기에, 이미 대부분의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나는 4층에서 쇼핑을 하고,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 구석진 곳에 있는 엘리베이터로 향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 타고, 1층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 엘리베이터는 몇 번인가 탔던 적이 있었지만, 창문이 없어 갑갑한데다, 조명도 어둡습니다.


속도도 느리고 소음도 큰데다, 뒤에는 쓸데없이 커다란 거울이 붙어 있어 탈 때마다 영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한 후 문득 버튼을 봤습니다.




그런데 내가 눌렀을 지상 1층이 아니라, 그 한 칸 아래의 지하 1층 버튼에 불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잘못 눌렀나 싶어 다시 1층 버튼을 눌렀지만, 불이 들어오질 않습니다.


엘리베이터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그대로 공사중이라 출입 금지 상태일 지하 1층에 도착해, 천천히 문이 열립니다.


공사 중이라 그런지 지하 1층에는 불도 안 켜져 있어 깜깜한데, 오직 유도등의 녹색 등불만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리모델링 중이라 가게 하나 안 들어와 있으니, 그저 텅 빈 공간만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닫힘 버튼을 눌러 다시 1층으로 올라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문이 닫히려는 그 순간,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습니다.


어두운 곳에 눈이 익지 않아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닫히려고 하는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달려오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열림 버튼을 누르고, 그 사람을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다시 그 사람을 보니 뭔가 이상했습니다.


나를 향해 달려오는 그 사람의 그림자는, 적어도 2m는 될 만큼 큰 키에, 이상하게 머리가 작은데다 몹시 야위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어두운 바닥을 양손을 뒤로 돌려 깍지를 낀 채, 몸을 구불구불 흔들어 넘어질 것 같은 모습으로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겁에 질린 나는 서둘러 닫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것인지, 그것은 더욱 몸을 비틀어가며 이리로 달려왔습니다.




나는 너무나 무서워 계속 닫힘 버튼을 눌렀습니다.


간신히 천천히 문이 닫히기 시작하던 그 때, 유도등의 빛에 비쳐 그 사람의 모습이 살짝 보였습니다.


머리에는 머리카락 하나 없었고,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발 역시 맨발이었습니다.




겨우 문이 닫힌 후에도, 나는 바보처럼 계속 닫힘 버튼만 누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1층 버튼을 누르는 것도 잊고 있었기에, 한동안 엘리베이터는 그대로 멈춰있었습니다.


한참 후에야 당황해서 1층 버튼을 눌렀는데, 그와 동시에 엘리베이터의 문에서 쾅! 하고 누군가 힘껏 친 것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또다시 겁에 질려 1층 버튼을 마구 눌러, 1층에 도착하자마자 밖으로 뛰쳐나가 도망쳤습니다.


그 이후로 그 쇼핑몰을 찾는 게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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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9th]경찰관의 지시

괴담 번역 2014. 9. 17.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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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는데, 이상한 사람이 있었다.


마치 "링"에 나오는 사다코처럼 앞머리를 길게 늘어트려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자다.


옷도 사다코처럼 소복이다.




그런 꼴을 하고 전봇대에 몸을 기댄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보자마자 뭔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른쪽을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그 여자가 나를 봤다...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더니, [내 아이 못 봤어? 내 아이 못 봤어? 내 아이 못 봤어?] 라고 묻기 시작했다.


나는 완전히 겁에 질려 [몰라요, 몰라! 경찰한테 물어보세요.] 라고 소리를 쳤다.


하지만 여자는 [내 아이 못 봤어?] 라고 계속 묻기만 할 뿐이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나는 대충 [저기로 1km 가면 나오는 공원에 있어!] 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자 여자는 [정말? 정말?] 이라며 공원 쪽으로 향했다.


나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지만, 왠지 여자를 속여 넘긴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앞에서 순찰 중인 경찰차가 보였다.


나는 손을 들고 소리를 질러, 경찰차를 멈춰 세운 후, 아까 전의 이야기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공원으로 가서 그 여자를 병원에 보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관은 내 이야기를 듣고는, 무척 진지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잊어버리세요. 그것에 엮이면 안 됩니다. 길을 알려드릴테니까, 내일부터는 그 쪽으로 돌아서 가세요.]


그리고 지도를 그려 내게 건네주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멍하니 있는데, 다른 경찰관 한 명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두 번 다시 밤에 그 길로 지나다니면 안 됩니다.]


그 날 이후, 나는 경찰관이 그려줬던 길로만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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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8th]하자물건

괴담 번역 2014. 9. 1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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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여러분.


헤헤헤, 안녕하십니까.


오늘도 영 날씨가 꿀꿀하네요.




기분 나쁘게 말이죠.


나는 도쿄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하, 부모님 대부터 물려받은 겁니다만, 헤헤헤.




이렇게 좋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만, 또 늘어나버리곤 합니다.


그래요, 그래.


변사자의 수입니다.




도쿄는 한 해에 만 명 넘게 죽어간다죠?


하하,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구요?


헤헤헤, 그게 또 큰 관계가 있다니까요.




하자물건이라고 아십니까?


모르신다? 


그러시구만요, 하하.




여러 이유로 판매나 임대에 지장이 있는 물건들을 말하는 겁니다만.


쉽게 말하자면 죽은 사람이 나온 방이라는 거지요, 헤헤헤.


자살이나 살인 같이, 변사자가 나온 물건은 우리 같은 업자들에게는 고민덩이라서 말이죠.




전에는 이것도 그냥 사실을 숨겼어요, 하하.


가격만 왕창 내리면 나름대로 손님도 들었거든요.


뭐, 나중에 손님이 사실을 알고 항의하러 오는 일도 있었지만요.




아무 것도 모른 채 거기서 잘 살면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닙니까, 헤헤헤.


그런데 그게 법이 바뀌면서 글러먹은거에요.


소비자 계약법이라고 하는 놈입니다만.




하자를 숨긴 채 계약한 물건은, 손님이 항의한 시점에서 계약이 무효화 되는 겁니다.


당신이라면 [이 방에서 죽은 사람이 있습니다.] 라고 광고에 써 넣을 수 있겠어요?


방값을 깎는 것도 한계가 있고요.




도쿄에서 한 해 만 명의 변사자가 나온다는 건, 하자물건도 그만큼 계속 늘어난다는 소리죠.


하하, 한 해에 몇 천집은 될 거 아닙니까.


도쿄에서 장사를 해 먹는 나 같은 놈한텐,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는 늪 같은 거라구요.




하자물건이란 건.


헤헤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쪽도 그냥 손 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지요.


샐베지 업자라고 알고 계십니까?




뭐,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우리 같은 양반들을 구조하는 업자들이죠.


하자물건의 사실 고지에 있어서 해당 대상은 바로 전에 살던 사람까지만 해당됩니다.


그런고로 업자가 알선해 온 거주자를 잠시 살게 하는 걸로, 하자 고지 의무를 지워버리는거죠.




하하, 지당한 일이지만 말입니다.


하자물건에 업체 사람이 들어가서 직전 거주자가 되어버리는거죠, 헤헤헤.


반년 뒤에 돌려받은 물건은 이제 멀쩡한 집으로 둔갑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자물건을 고지가 필요없는 평범한 물건으로 구조해 주는 거 샐베지 업자라는 겁니다.


어디까지나 서류상에서 깨끗한 물건으로 돌려주는거죠.


하하, 그런데 이 업계에도 괴상한 이야기 한 두개 쯤은 있단 말입니다.




네? 듣고 싶으시다구요?


헤헤헤...


우리가 일을 맡기는 A라는 업자가 있어요.




그 양반, 엄청 바빠요.


도쿄 뿐만이 아니라 주변 도시에서도 의뢰가 잔뜩 들어오는 것 같더라고요.


헤헤헤,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아무튼 하자물건에서 반년간 살 사람들은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 구하고 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A가 의뢰를 받아서 봤더니, 지난번에 의뢰를 처리해서 돌려줬던 물건이더랍니다.


반년 약간 전에 샐베지를 마치고 돌려준지 얼마 안 된 물건이더라는거죠.




근데 이번에는 지난번과는 다른 부동산에서 의뢰를 하더라는 겁니다, 하하.


도쿄 N역 근처의 임대 아파트로, 7XX호라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당황한 A는 그 부동산에 연락을 했답니다.




그랬더니 몇 달 전 계약을 했던 여자가, 방에서 목을 매달았다는 겁니다.


뭐, 세상에는 온갖 일이 다 일어나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도 그 물건의 샐베지를 맡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반년 뒤, 또 의뢰가 들어와 살피고 있는데, 그 7XX호였답니다.


이번에는 여대생이 목욕탕에서 손목을 그었대요.


하하, 뭔가 기묘하다는 생각에 A가 자료를 좀 찾아봤더니 A네에서만 세번째로 맡는 일이더라는 겁니다.




그것도 딱딱 맞춰서, 반년마다 귀신 같이 일이 들어오는거에요.


아르바이트로 보내서 살라고 시킨 놈들도 계속 못 살겠다고 나가대는 통에 겨우겨우 기간을 채웠던 거구요.


A도 좀 당황해서 주저했지만, 뭐, 어쨌거나 또 맡기로 했답니다.




하지만 반년 후에, 4번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샐러리맨이 돌연사를 했어요.


샐베지를 마치고 돌려줬답니다.




그리고 반년 후에, 5번째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물장사 하는 여자가 농약을 마셨다던가.


6번째 의뢰도 어김없이 반년 뒤에 들어왔습니다.




과연 이쯤 되니까 소름이 돋더랍디다.


아르바이트생들 사이에서도 그 집 소문이 쫙 퍼져서, 아무도 들어가려 하질 않았다고 하고요.


하하, 결국 6번째 의뢰는 안 받았다 그러더군요.




지금도 A한테 정기적으로 샐베지 의뢰가 들어오는 물건이 몇 개 있다고 합니다.


[완전 단골손님이라니까요.] 라며 A는 싱글벙글입니다만.


아, 이거 분위기에 젖어 꺼림칙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았구만요,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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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7th]펑크

괴담 번역 2014. 9. 15.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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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겪은 실화다.


옛날, 당시 사귀던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던 무렵의 일이다.


여자친구가 아버지와 대판 싸우고 집을 나왔는데, 그대로 동거로 이어져 함께 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목수계의 장인으로,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이 강한 옛날 분이셨다.


그리 안면은 없었지만, 나도 내심 기가 눌릴 정도의 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집은 나왔고 갈 곳이 없다니, 둘이 가진 돈을 모아 욕조도 없는 낡아빠진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되었다.




그러나 급해서 들어갔다고는 해도 환경은 최악이었다.


바퀴벌레도 나오고, 다다미는 습기 때문에 썩어들어가질 않나, 윗층에선 밴드를 한답시고 밤새도록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하고, 옆집 노인은 뭔가 기분 나쁘고...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그런 최악의 환경에서도 우리는 조금씩 적응해가며 동거 생활을 이어갔다.


나는 건축 현장에서 노가다를 뛰고, 여자친구는 노래방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렇게 산 지 반년 정도 지났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느날 아침,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려고 자전거를 탔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타이어를 확인해보니 펑크가 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그 날은 걸어서 출근을 하고, 휴일에 자전거 가게를 찾아 수리를 받았다.




그 가게는 구멍 개수가 많을 수록 돈을 더 받는 곳이었는데, 앞뒤를 합쳐 거의 5,6개는 되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자전거 가게에서는 [누가 장난을 친 것 같네요. 못 같은 걸로 찌른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였다.




집에 욕조가 없다보니 매일 저녁 여자친구와 함께 근처 공중목욕탕을 찾곤 했었다.


자전거에 둘이 같이 탄 다음 목욕탕까지 가서, 목욕을 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돌아온다.


그 날도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자전거에 둘이 올라탔는데, 또 느낌이 이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바퀴에 펑크가 나 있었다.


다음날 자전거 가게에 가져가보니, 또 상당히 많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며칠 후에는 여자친구가 자전거를 타고 쇼핑을 나갔는데, 쇼핑을 마치고 나오니 펑크가 나 있었다고 했다.




결국 자전거를 질질 끌고 집까지 돌아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둘이 같이 자전거를 타고 전철역까지 간 다음, 놀러갔다가 돌아왔더니 바퀴에 수도 없이 구멍이 나 있기도 했다.


그런 일이 정기적으로 벌어지다보니, 하도 바퀴를 자주 때워서 타이어가 걸레짝마냥 되어 버려 결국 새로 사야만 했다.




나중에 가면 자전거 가게에서도 차라리 타이어를 가는 것보다 싸구려 자전거를 사는게 싸게 먹힐 거라고 조언을 해줘, 아예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지면 자전거를 바꿔버렸다.


그렇게 한 3대 정도 자전거를 바꿨던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무차별적인 장난치곤 우리 자전거만 맨날 펑크가 난다.




스토커가 아닌 이상, 우리 자전거만 따라다니며 바퀴를 터트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결국 나도, 여자친구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윗층에 사는 밴드맨, 옆집의 섬뜩한 노인...




누구들 우리를 괴롭히려 드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결정타는 둘이 함께 멀리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생겼다.


렌트카를 빌려 떠난 여행이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은 후, 차에 올라탔는데 뭔가 이상했다.


왠지 차가 기운 느낌이랄까.


차에서 내려 조심스레 타이어를 확인하자, 차 오른쪽 2개의 타이어에 펑크가 나 있었다.




이 정도까지 되자 나도, 여자친구도 분노보다는 공포에 질렸다.


이 짓을 한 놈은, 우리가 여행을 간다는 것마저 사전에 알고 있던 걸까?


그래서 타이어에 구멍을 내기 위해 고속도로까지 타고 따라온 걸까?




도대체 우리한테 얼마나 큰 원한을 가지고 있는거란 말인가...


혹여나 집에 도청기라도 달아놓고 따라다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어 방 안의 콘센트까지 분해하며 찾아봤지만, 그것 비슷한 것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건축 현장에서 일을 하던 도중, 나는 다치고 말았다.




부주의로 그만 못을 세게 밟아 병원으로 보내진 것이다.


밟은 못이 녹슬어 파상풍의 가능성마저 있었기에, 꽤 큰일이었다.


겨우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나는 여자친구에게 그 날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여자친구는 내 상처를 걱정하다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입을 열었다.


[...만약에 네가 타이어였다면, 펑크가 났었겠네...]




그 말을 듣자, 처음으로 내 사고와 펑크의 연관성에 생각이 미쳤다.


하지만 만약 내 상처도 계속 이어지는 타이어 펑크와 관계된 거라면, 범인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소리잖아?


그 수준이면 이미 저주나 악령 단계다.




여자친구는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은 얼굴이었다.


[넌 너무 걱정이 심해.] 라며 여자친구를 달래줬지만, 솔직히 나도 무서워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자 기분 나쁜 생각만 든다.




혹시 이 아파트가 저주 받은 곳인가?


하지만 개중에서도 가장 두려웠던 건, 여자친구가 다치는 것이었다.


이번엔 내가 다쳤지만, 다음엔 혹시 여자친구마저 다친다면...




몇 주 동안 고심하고 서로 대화한 끝에, 여자친구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혼자 아파트에 남는 건 쓸쓸하고 두려웠지만, 우리 집은 워낙 시골이라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새 아파트를 빌릴만큼 돈이 여유로운 것도 아니다.




발의 상처도 다 아물지 않아 제대로 일도 못할 무렵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녀가 집에 돌아간 후로, 자전거에 펑크가 나는 일이 완전히 사라졌다.


동거는 끝났지만, 여자친구와는 계속 사귀고 있었다.




여자친구마저 내 이야기를 듣자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그 후로는 한동안 아무 일 없이 시간이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었다.


그 장례식에서, 나와 여자친구, 여자친구 어머니까지 셋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말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세상을 떠난 여자친구의 아버지는 나를 꽤 미워하고 있었던 것 같다.


소중하게 기른 딸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어 홀려낸 놈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의 직업은 목수였다.




그리고 목수는 나무에 못을 박을 일이 많다.


그는 나무에 못을 박을 때마다, 나에 대한 원한을 담아 박고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짚인형에게 못을 박아 저주를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고 나면 기분이 시원해진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양반도 참...]


그렇게 말하고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웃었다.


블랙 조크라도 하고 싶었던걸까?




그의 행동과 자전거의 펑크, 내 상처에 어떤 연관이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나니, 새삼 그의 영정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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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6th]원망받는 여자

괴담 번역 2014. 9. 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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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사이가 좋지 않았을 뿐더러, 학창시절부터 주변에서 미움을 사던 친구의 이야기다.


그녀는 학창시절부터 다른 친구의 애인을 뺏는 걸 즐겼다.


나와는 집이 가까워 그냥저냥 알고 지내는 정도였지만, 주변에선 다들 그녀를 미워했다.




종종 [원망 받을 짓은 그만 둬.] 라고 주의를 주곤 했지만, 그래서 멈출 거였으면 아예 그런 짓은 하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어른이 된 그녀는, 역시나 불륜을 저지르고 말았다.


2명의 아이까지 있는 가정의 가장을 아내에게서 빼앗아, 가정을 붕괴시키고 이혼에까지 이르게 만들었다.




그리고나서 그 남자와 결혼했다.


불륜 끝의 결혼이라 남들이 수근거렸지만, 그녀는 당당히 식도 올리고, 집도 샀다.


결코 축복해줄 수는 없었지만, 곁에서 보기엔 나름 행복하게 지내는 듯 했다.




그런데 결혼 생활이 시작되고 아이가 태어날 무렵, 남자가 운영하던 회사에 사고가 터져 그만 도산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다.


거기에 그 직후, 남자의 전처가 친구네 집 앞 현관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다.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아침에 조깅을 하던 주변 사람이었다.




결국 금새 동네에 소문이 가득 퍼지게 되었다.


온갖 악담과 조롱을 참을 수 없어 이사를 준비하던 무렵이었다.


남자네 회사가 도산함에 따라 연이어 도산해버린 협력업체 사장이, 남자의 전처와 똑같이, 친구네 집 앞 현관에서 목을 매서 자살했다.




그 후 지방에 살던 남자의 부모님마저 살인 사건에 휘말려 세상을 떠났다.


강도 살인으로, 꽤 잔혹하게 살해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뒤, 남자마저 귀가 도중 실종되어 지금까지 행방불명이다.




물장사까지 해가며 혼자 아이를 기르던 그녀였지만, 몇 년 전 아이가 지적장애가 있다는 게 발견되었다.


게다가 그녀 본인마저, 그녀에게 부모를 빼앗긴 전처의 아들이 복수심에 지른 불에 집이 타버리면서, 우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


가끔씩 [이건 아이가 아니라 짐덩이야. 내다버리고 싶다.] 라던가, [돈 좀 빌려줘.] 라며 우리 집에 찾아온다.




솔직히 언젠가 그녀 자신마저 살해당하고 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지난번에 동창회에 나갔을 때, 동창생들이 모두 입을 모아 [인과응보야.] 라며 그녀를 비웃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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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5th]이삿날 밤

괴담 번역 2014. 9. 1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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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아버지가 겪은 일이다.


취직처가 정해져, 새로 지은 아파트를 빌리게 되었다고 한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목재점에서 트럭을 빌려, 이전까지 낡은 아파트에서 같이 살던 후배의 힘을 빌려 이사를 시작했다.




딱히 큰 짐도 없고 짐이 많지도 않았기에, 짐을 푸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후배는 방에 오고 나서부터 얼굴이 새파래져서, 아무래도 몸이 영 불편해 보였다.


그래서 대충 짐만 옮긴 후 아르바이트비로 수천엔 정도를 주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그 날 밤은 이사한 탓에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 소곤소곤하고 누군가 말을 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


그 아파트는 새로 지은 것이었던데다, 아버지는 아파트가 준공되자마자 입주한 터였다.




당연히 다른 방에는 아직 아무도 안 살고 있었기에, 다른 집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불을 켜고 창밖을 내다봤지만, 그저 조용한 심야의 주택가만 보인다.


주정뱅이 한 명 보이지 않았다.




기분 탓인가 싶어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에 막 들려는 무렵에 또 소곤소곤하고 소리가 들려온다.


집에서 메아리가 친다든가, 바람 소리 같은 게 사람 소리처럼 들리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려 애썼지만, 아무리 들어도 아파트 안에서 누가 이야기하고 있는 소리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어쩌면 멍청한 도둑이 옆방에 들기라도 했나?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 벽에 귀를 붙이고 주변 방의 소리를 확인했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아니, 인기척 자체가 없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한다.


분명 기분 탓이리라 여기고 잠을 자려 누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로 귓전에서 소곤소곤 목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봤지만, 당연히 아무도 없다.


초조해진 아버지는 원인을 밝히려고 주변 모든 방을 돌아다니며 노크를 했다.




하지만 당연히 아직 아무도 입주한 집이 없었다.


결국, 이사 때문에 피로가 쌓여서 그런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방 안에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부엌 싱크대에서 흰 손이 나와 있었다.


마치 그 안에서부터 기어 나오려는 것처럼.


그만 소리를 질러 버릴 뻔했지만, 겨우 참는다.




가만히 보고 있자, 그 손은 무엇인가를 찾는 것 마냥 타박타박 부엌을 돌더니, 잠시 후 스윽하고 싱크대 안으로 사라졌다.


온몸에서 식은땀이 흘렀지만, 여기서 도망치면 지는 거라고 아버지는 생각했단다.


그래서 싱크대에서 물을 틀어 거기로 엄청나게 흘려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당연히 가는 배수관에 사람이 들어있을 리가 없다.


싱크대 밑의 서랍도 다 열어봤지만 아무도 없다.


귀신이구나 싶었다고 한다.




잘못 본 것도 아니고, 꺼림칙한 기분도 들었다.


어릴 적부터 이상한 건 여럿 보았고,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도망치면 그걸로 좋은 걸까?




보증금이랑 사례금은 그대로 날아가는 거겠지?


이 나이쯤 되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현실이 있는 것 아닌가?


아버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리고 조용히 싱크대에 얼굴을 가져가서, [두 번 다시 나오지 마라! 너 이 새끼 내가 죽으면 너만 쫓아다닐 거야!] 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한밤중인데도, 온 힘을 다해 목청 터지도록, 싱크대를 향해서. 


기분이 풀린 아버지는 그대로 잠을 청했다고 한다.




어차피 죽는 것도 아닐 텐데.


귀신을 볼 때마다 죽는 거라면 지금까지 몇 번은 죽었을 터였다.


그 후, 별 일없이 아침을 맞이한 아버지는 목재점에 트럭을 돌려주러 갔다.




그러자 후배가 어제처럼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을 걸어왔다.


왜 그러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그 방에 들어간 순간, 왠지 기분 나쁘고 무서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런가 싶어 방을 쓱 둘러보는데, 부엌에서 흰 손이 나와 있지 뭡니까.]




아버지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저도 가끔 이상한 걸 보지만, 그렇게 기분 나쁜 건 처음이었어요. 모처럼 새집을 구했는데, 그런 걸 봤다고 하면 기분 나빠하실까봐 차마 말도 못 드리고... 그래도 선배님, 그 집에서는 나오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하지만 아버지의 위협이 먹혀든 것인지, 그 날 이후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2년 정도 지나, 아버지는 새로운 직장을 얻게 되어 그 집을 나오게 되었다.


마지막 날, 짐을 다 옮기고 방에서 나가려는데, 등 뒤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더란다.


아, 설마 그 녀석인가...




제발 곱게 보내줘...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굳게 먹고 뒤를 돌아봤다.


거기에는 그 흰 손이, 싱크대에서 쑥 나와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고 한다.




뭔가 기묘한 광경이었지만, 아버지도 무심결에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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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개 알고 있겠지만, 크툴루 신화라는 게 있다.


H.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기반으로 한 여러 작품들을 후대에 뭉퉁그려 부르는 이름이다.


거기에 관해 기묘한 일을 겪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2년 전 즈음, 세컨드 라이프의 일본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었었다.


나도 새로운 것에 홀려 한창 빠져 있었는데, 거기서 [TheFacelessGod] 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녀석이 있었다.


보자마자 아, 이 녀석도 꽤 괴짜구나 싶어 말을 걸었다.




혹시 모르는 사람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만, The Faceless God, 얼굴 없는 신이란 니알라토텝이라는 가공의 신을 가르킨다.


그 외에도 기어오는 어둠이라던가 하는 수많은 별명을 지닌 존재다.


크툴루와 그레이트 올드 원이라 불리는 공포를 부르는 신들은 전부 수면을 취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이 니알라토텝만은 건재하여 접촉하는 인간에게 광기와 혼돈을 가져와 파멸시킨다는 것이다.




[뭐하시는 겁니까? 이런 곳에서. 트라페조헤드론 같은 데 간 거 아니었슴까?]


[그렇지. 그 덕에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서 말이지.]


[애초에 왜 이런 곳에?]




[100년 정도 전까지는 꽤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최근에는 지구에 안 왔었네. 오랜만에 왔더니 이런 꼴이야. 여기는 도대체 어디인가?]


그는 이런 식으로 완전히 롤플레잉에 빠져 있는 듯했다.


재미있어보여 반쯤 놀리는 심정으로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는 원작에 꽤 빠삭한듯, 왠만한 설정은 다 꿰고 있어서 금새 친해지게 되었다.




보통 그렇게 다른 누군가의 시늉을 하는 녀석이라면 대개 곧 설정 구멍을 보이고 자폭하기 마련이지만, 그 녀석은 이상하게도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그 뿐 아니라 괴상하게도 내가 로그인하면 맨날 들어와있고, 언제나 내가 먼저 로그아웃했다.


그 당시에는 [이 새끼는 집에만 쳐박혀 사나...] 싶었을 뿐이었지만.




이러저러해서 몇 달 정도 지나자, 그는 [여기서 나가고 싶다.] 는 말을 자주 꺼내게 되었다.


나는 슬슬 그가 세컨드 라이프에 질려가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마침 나도 세컨드 라이프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럼 슬슬 때려칠까. 또 어디선가 만나면 그 땐 잘 부탁한다구.] 라고 메세지를 보낸 후, 막 탈퇴하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그가 말을 걸었다.


[헤어지는 김에 프로그래밍의 기초를 가르쳐 주지 않겠나?]




처음으로 니알라토텝 같지 않은 말이었다.


이전에 대화를 나누던 도중,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걸 알려줬었던 걸 기억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가르쳐 주고 세컨드 라이프에서 탈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바로 3주 전, 전혀 연락이 없던 그에게서 메일이 왔다.


제목은 성과 발표.


내용은 [고맙다. 그대들의 덕분이다.] 라는 한 줄 뿐이었다.




그 메일에는 첨부 파일로 JAVA 어플리케이션이 있었지만, 실로 괴상했다.


바이러스 검사를 해봤지만 멀쩡한 파일이다.


설마 나한테 프로그래밍을 배울 정도의 녀석이, 아직 백신 DB에도 오르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를 보낼리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나는 그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브라우저에 뜬 것은 [Hello World] 라는 한 줄 뿐.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나는 당시 같이 세컨드 라이프에서 채팅에 참여하곤 하던 친구 두 명에게 메일을 받았는지 물었다.


그러자 다들 같은 메일을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거참, 2년이나 공부를 했는데 고작 만든 게 "Hello World" 한 줄이야?] 라며 다들 비웃었다.


하지만 메일이 오고 나서 한 주가 지난 지지난주, 친구 한 명이 [그 녀석이 보낸 "Hello World"가 무슨 뜻인지 알겠어.] 라는 메일을 끝으로 연락이 끊겼다.


게다가 지난 주에는 또 다른 친구가 [화염 같이 타오르는 3개의 눈이...] 라는 메일을 보낸 후 연락이 끊겼다.




두 명 모두 면식 없는 온라인 친구이기에 그의 메일에 편승해 나를 놀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오늘로 꼭, 두 명의 친구가 연락이 끊긴지 1주일째다.


지금 생각이 닿은 건데, [Hello World] 라니, 꽤 무서운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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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473rd]E섬의 가족

괴담 번역 2014. 9. 11.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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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년 7월 하순이면 평일날 휴가를 쓴다.


혼자 쇼난으로 해수욕을 가는 것이다.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기에 피하고있다.




여자친구나 친구들과 함께 오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아무래도 혼자가 편하다.


하루 종일 백사장에 엎드려 맥주를 마시면, 평소 신경 쓰이던 잡다한 일들을 멀끔히 잊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매년 혼자 휴가를 가는게 나만의 연례행사가 된 것이다.




E역에서 내려, E해안까지 이어진 오솔길을 걷노라면 주변엔 식당과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그 중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서였다.




평일이지만 학교가 방학 중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옆자리에는 어머니와 딸이 앉아있었다.


딸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일까...




혼자서 밥을 먹고 있자니, 굳이 훔쳐들을 생각이 없어도 옆자리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엄마, 아빠랑 떨어지고 얼마나 지난거야?]


딸의 질문에, 어머니는 괴로운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벌써 4년이나 됐구나.]


아무래도 아버지는 단신부임이라도 됐거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별거라도 하는 중인가보다.


나는 시덥지 않은 상상을 하며 생치어 덮밥을 먹고 있었다.




[아빠, 외롭지 않을까? 유카랑 엄마랑 계속 떨어져 있어서, 외로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라, 단신부임한 게 아닌가.


단신부임이라면 1년에 한두번은 집에 돌아올 것이다.




계속 떨어져 있을리가 없다.


[아빠는 강한 분이니까 괜찮아. 분명 잘 지내고 있을거야.]


분명이라...




아무래도 이혼했나 보다.


그래서 모녀만 해수욕을 온 건가.


왠지 쓸쓸해 보이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홀짝홀짝 말차를 들이켰다.


하지만 계산하러 일어섰을 때 들려온 모녀의 대화는 내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엄마, 아빠는 저세상에서도 담배를 안 끊었을까? 유카가 맨날 끊으라고 말했었는데!]




[글쎄... 하지만 아빠한테 그 정도 재미는 있어도 괜찮겠지.]


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나보다...


그 후 나는 해안으로 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 후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캔을 따고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마셨다.


[아, 역시 바다는 좋구나...]


나는 아까 그 모녀는 완전히 잊고, 짧은 휴가를 만끽하고 있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문득 주변을 보니 2m 정도 옆에 아까 그 모녀가 비치 파라솔을 치고 앉아있었다.


자세히 보니 모녀 곁에는 왠 중년 남자가 있었다




둘이서 왔던게 아닌가...


재혼 상대라도 되는걸까?


왠지 모를 흥미가 일어, 나는 한동안 그들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그 세 사람은 아무리 봐도 가족 같았다.


혹시 재혼한걸까...


아니면 애인일까?




사이가 좋아보이는 셋을 바라보며, 나는 두번째 캔을 땄다.


음... 그러고보니 아까 그 식당에는 저 남자가 없었는데...


백사장에서 만난걸까?




왠지 조금 이상하다 싶은, 납득하기 힘든 감각이 나를 휘저었다.


그 사이 모녀는 서로 손을 잡고, 튜브를 들고 바다로 향했다.


백사장에는 중년 남자 혼자만 남아있다.




파도를 타고 놀고 있는 모녀를 보고있자니 돌연 이상한 상상이 들었다.


그러자 강렬한 햇빛에도 불구하고 오한이 나고 소름이 돋았다.


호... 혹시 이 남자...




죽은 남편인가...?


나는 조심스레 곁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도 내 쪽을 보고 있다.




[우왓.]


나는 무심코 소리를 냈다.


남자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다.




그리고 담배를 문 채, 포복으로 내게 다가왔다.


우와, 오지 마...


저리 가라구...




나는 마음 속으로 빌었다.


가슴이 터질 것 같다.


하지만 남자는 점점 다가온다...




내 눈앞까지 다가와서, 남자는 말했다.


[미안한데 불 좀 빌려주시겠습니까?]


나는 요리조리 남자를 뜯어봤다.




유령이고 나발이고 아니었다.


그저 평범한 아저씨다.


나는 지포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공포어 서 벗어난 반동에서인지, 그 남자와 별 쓰잘데 없는 잡담을 나누었다.


잠시 뒤 그 남자가 말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혼자 바다에서 쉰다니 좋네요.]




[그렇죠... 하지만 그 쪽도 가족이랑 함께 올 수 있다니 부럽습니다. 저야 혼자가 편합니다만 가끔은 친구들이랑 같이 왔으면 할 때도 있거든요.]


나는 인사치레를 돌려주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듣자, 남자는 한동안 내 얼굴을 멍하니 바라봤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그 얼굴을 보자니 소름이 끼쳤다.


그리고 남자는 무거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가족과 함께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장난이라면 불쾌하군요. 아내와 딸은 죽었습니다. 딱 4년 전 오늘요...]


어? 하지만 방금 전까지 곁에... 


그렇게 말하려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남자의 엉덩이 밑에 있던, 세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크기의 돗자리가 사라져 있었다.


남자는 모래바닥에 앉아 있다.


아까만 해도 있었던 가방이나 파우치도 사라졌다.




파라솔마저 없다.


남자는 지그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당황해서 바다에 있을 터인 모녀를 찾기 시작했다.




가족이 함께 수영하는 집이 많아 찾기 힘들다.


한동안 계속 찾았다.


...하지만 모녀만 헤엄치고 있는 집은 없었다.




나는 다시 곁의 남자 쪽을 보았다.


없다...


가 버린걸까.




남자가 떠난 백사장에는 담배 꽁초만이 남아 있다.


설마 그 모녀가 귀신이었던걸까?


아니, 그럴리 없다.




나는 분명히 그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애초에 이 세상에 귀신 따위가 있을리 없지 않은가...


맥주의 취기 때문인지, 지나친 사고로 인한 피로 때문인지, 나는 그대로 해변에서 잠이 들고 말았다.




그 후로 1주간, 나는 그 가족이 너무 신경 쓰여 도서관에서 4년전 신문을 다 뒤지고 다녔다.


쓸데없는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혹 관련된 기사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모녀가 교통사고로 바다에 빠졌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었지만...




별 생각 없이 펼친 지역지의 사회면을 보고,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모녀, 식칼로 잔혹하게 살해당해... 근처에는 남편의 목 매단 시체 발견. 경찰은 현재 남편과 부인, 아이의 관계에 대해 조사 중.]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기사 옆에는 세 사람의 얼굴 사진이 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사진을 손으로 가렸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내년부터는 절대 E섬에 가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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