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2014/09

320x100



기존에도 블로그 실화괴담란에 게재하기 위하여 실화괴담 투고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옴니버스"의 메데아님과 함께 월간으로 진행되던 <미스터리 매거진>을 계간으로 바꾸고, 내용을 더욱 알차고 내실 있게 만들게 되어, 새로이 <미스터리 매거진>에 독자 여러분의 실화 괴담을 게재하려 합니다.


본인이 겪은 기이한 일, 미스터리한 일, 괴담, 귀신 이야기 등 <미스터리 매거진>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의 이야기는 계간 <미스터리 매거진>에 게재됨과 더불어, 본인의 이야기가 수록된 <미스터리 매거진>을 선물로 드립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이야기는 vkrko@tistory.com 이나 본 블로그의 방명록에 비밀글로 남겨주세요!

320x100
320x100




내가 세무서에서 일하던 무렵 있었던 일이다.


90년대 무렵에, 덴엔초후(田園調布)의 어느 집에 세무 조사를 나갔다.


그러자 현관에서 부인이 염주를 굴리면서, [악령퇴산, 악령퇴산, 악령퇴산...] 이라고 계속 중얼거렸다.




이 집이 어느 신토 계열의 신흥 종교에 빠져있다는 건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역시 직접 보니 꽤 기분 나빴다.


세무원치고는 드물게 성격이 급한 A는, [부인께서 기분이 영 안 좋으신가 봅니다?] 라며 비아냥댔다.


허나 집주인은 그런 소리에 코웃음치며, 우리들을 한껏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내가 말하길, 아무래도 오늘 오는 손님들은 재앙을 옮겨온다더군요. 꿈에서 봤답디다.]


집은 종교에 관련 된 것인지, 께름칙한 디자인의 신상 같은 게 있는 걸 빼면 평범한 부잣집이었다.


조사를 개시했지만 탈세의 증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집주인은 여유작작한 모습으로 우리를 비웃고 있어, 화가 터진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A가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는 아직 찾아보지 않은 곳이 딱 하나 있다는 것이었다.




[저 신상이다!]


A가 신상에 손을 대는 순간, 계속해서 악령퇴산만을 외고 있던 부인의 얼굴이 새파래지더니, [지옥에 떨어지리라, 지옥에 떨어지리라...] 하고 외치기 시작했다.


집주인도 갑자기 얼굴색이 변해서는, 화를 내며 [그만 둬라, 그만 둬! 저주 받을거야! 죽고 싶냐, 이 놈들!] 하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그 당황하는 모습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 개가를 올렸다.


A가 신상을 뒤지자, 안에서 작은 상자가 발견되었다.


증거를 찾았다며 신을 내며, 소리를 질러대는 집주인과 부인 몰래 상자를 열었다.




[으악!] 하고 A가 소리를 질렀다.


놀랍게도 안에는 긴 머리카락과 손톱, 그리고 동물의 말라 붙은 눈 따위가 잔뜩 들어 있었던 것이다.


조사원들도 다들 놀라 아무 말 못하고 있었다.




부인은 눈을 한컷 치켜뜨고는, 분노에 가득차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느냐! 너희들은 이제 저주를 받아 죽을거야!]


A는 부들부들 손을 떨며 상자를 닫고,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놓았다.




서에 전화를 해 상사에게 조사에 실패했다고 연락을 하자, 어마어마한 고함 소리가 되돌아왔다.


[야, 이 바보자식들아! 그러니까 너희가 맨날 그 모양 그 꼴인거야! 거기서 딱 기다려라, 내가 지금 갈테니까.]


잠시 뒤 상사가 왔다.




그는 신상으로 직행하더니, 상자를 태연히 열고는 손을 집어넣어 마구 휘저었다.


잘도 저런 곳에 손을 집어넣는다 싶어 경악하고 있는데, 상사가 씩 웃었다.


[봐, 이중 바닥이야.]




이중 바닥으로 만들어진 상자 아랫쪽에는, 탈세의 증거인 장부가 발견되었다.


집주인과 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래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상사는 그 집 탈세 조사가 끝난 뒤 이런 이야기를 해 줬다.




[정말로 두려운 건 영혼이나 저주 따위가 아니야. 인간의 욕망과 악의다. 사람들은 돈을 위해서라면 거짓말이나 연기도 서슴 없이 해내지. 이번에 조사한 걸 봐라. 신상에 증거를 숨기는 교활함과, 저주를 두려워하는 인간의 공포를 이용한 교묘함을 말이야. 정말 무서운 건 그 모든 걸 이용하려 드는 인간의 욕망과 악의야.]


그 후 1년 사이, 상자를 열었던 A는 자살했고, 상사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과연 그 둘이 죽은 것은 그저 우연이었을까?




정말 진정 무서운 것은 인간의 욕망과 악의 뿐인 것일까...


나에게는 판단이 서질 않는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71st]19 지장

괴담 번역 2014. 9. 8. 12:51
320x100



우리 집은 히로시마의 어느 시골에 있다.

그런데 왠지 이웃 마을과 사이가 나쁘다.

우리 마을을 A마을, 이웃 마을은 B마을이라 해보자.



기묘하게도 양 마을 사이가 그렇게 나쁜데도, 왜 그런지 아는 사람이 없다.

A마을 거주자에게 묻던 B마을 사람들에게 묻던 제대로 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나오는 이유랍시곤 선조대부터 서로 적대하고 있었다는 것 뿐이다.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선조의 원한이 아직도 두 마을을 대립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A마을과 B마을 사람들은 서로 간에 결혼하는 게 금기시되어 있다.

그 뿐 아니라 우리 할아버지 시절쯤까지 올라가면 [B마을에는 발도 들여놓지 말거라!] 라고 엄포를 놓을 정도였다고 한다.



딱히 두 마을 모두 과거 차별을 받던 부락 같은 것도 아니다.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왜 가면 안되는데?] 라고 묻자, [B마을에 가면 저주를 받아 재앙을 받느니라!]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할아버지 왈, A마을과 B마을 사이의 도조신을 넘어 상대 마을로 가면 반드시 저주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B마을 어느 사거리에선 사고가 잦은데 언제나 사고를 내는건 A마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B마을로 시집을 갔던 여성이 요절을 했다느니, B마을의 강에서 가끔 익사체로 발견되는 이는 늘 A마을 사람 뿐이라는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소문이 잔뜩 떠도는 것이다.

솔직히 난 재앙 따위는 믿지 않았었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B마을에 가면 왜 저주를 받는다는건지 물어봤었다.

할아버지는 [19 지장이 저주를 내리가 때문이로다.] 라고 대답했다.

19 지장이란 B마을 신사에 있는 19개의 지장보살상이다.



나도 본 적이 있지만, 그저 낡아빠진 보통 지장보살이었다.

[왜 지장보살님이 사람한테 재앙을 내리는데?]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알 수 없다.] 라는 뜨뜻미지근한 것 뿐이었다.



당연히 이런 이유도 모를 구습이 젊은이들에게 먹힐리가 없다.

나 역시 B마을 사는 친구들과 놀러다니곤 했으니.

B마을 친구에게 [너네도 우리 마을 오면 안 된다고 어른들이 막 그러냐?] 하고 물어봤지만, 친구들은 [그게 뭔소리냐?] 라는 대답 뿐이었다.



그런 꼴이니 나는 점차 할아버지의 낡은 믿음을 무시하고,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형과 함께 B마을의 강에 물놀이를 갔다.

할아버지가 알면 노발대발할 일이지만, 솔직히 우리에겐 별로 신경 쓸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도착해 강에 들어간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갑자기 형이 [야, 나가자] 라고 말했다.

전혀 영감 따윈 없는 나와 달리, 형은 어릴 적부터 무척 영감이 강했다.

[왜 그러는거야? 이제 막 놀기 시작했는데...]



[됐으니까 빨리 나와!]

나는 형의 진지한 얼굴에 놀라, 옷도 못 입고 대충 손에 든 채 저멀리 가는 형을 쫓아 뛰었다.

[저기, 형. 왜 갑자기 가는거야?]



[너한텐 안 보여?]

[엥?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새까만 그림자 같은게 20명 가까이 있었어. 그게 우리를 보면서 어마어마한 적의를 내뿜고 있었다고.]



20명 가까운 그림자...

그 말을 듣자 내 머릿속에서는 19 지장이 떠오르며 오싹해졌다.

하지만 왜 두 마을의 사이가 나쁜지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훨씬 지나, 내가 대학원에 진학한 후였다.



A마을의 신사에서 어떤 문헌을 발견했던 것이다.

그것은 무로마치 시대 후기, A마을과 B마을 간에 강의 이용권을 놓고 벌어진 다툼에 관한 문서였다.

A마을이 B마을에게 승리를 거뒀다는 이야기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해 무사만 무기를 지참할 수 있게 법이 바뀌기 전이었으니, 당시의 농민은 농민이라 하더라도 칼을 지니고 무장한 존재였었다.

병농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니 농민과 무사 간의 경계 자체가 모호하다.

그렇기에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대단히 명예롭고 자랑스러운 일로 기록을 해둔 것이다.



하지만 시대는 변해 에도시대.

농민들에게 헛바람을 불어 넣을 불온한 문건은 자랑스러운 게 아니라 께름칙한 것이 되었다.

그리하여 이 문서는 A마을의 신사에 남몰래 숨겨졌던 것이다.



이 문헌은 중세사에 있어 농민이 단순한 소수의 약자만은 아니었다는 증거로, 나름대로 지역 뉴스에도 나오고 타 지방의 사학자들도 문서를 보러 방문할 정도였다.

그리고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A마을과 B마을이 강의 이용권을 두고 싸웠다. A마을이 기습을 해 전투에서 승리하고 이용권을 빼앗았다. A마을의 피해는 경미해 5명이 경상을 입었다. B마을의 남자 16명을 베었고, 싸움에 휘말려 여자 둘과 아이 하나가 죽었다. 19명 중에는 B마을 촌장이자 신사의 신주였던 J가 당주도 포함되었다.]



19 지장이 저주를 내린다던 할아버지의 말은 잘못 된 것이었다.

19 지장은 당시 죽었던 19명의 B마을 사람들 혼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형이 보았던 그 그림자와 A마을 사람들이 B마을에서 겪는다는 재앙들을 생각해보면...



아직까지도 지장보살님조차 달랠 수 없는, 억누를 수 없는 깊고 깊은 원한이 남아있는 것이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70th]2층 다락방

괴담 번역 2014. 9. 6. 15:17
320x100




어느덧 20년이 훌쩍 넘은 옛 이야기입니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무렵,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였습니다.


할머니 댁은 옛날 양잠을 하던 집이었기에, 낡았지만 무척 큰 집이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셔서, 그 무렵에는 이모네 가족과 할머니만 그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댁에는 옛날 가구나 물건이 잔뜩 있어서, 나를 비롯한 손자들은 그 큰 집을 탐험하며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근처에는 마상 궁술로 유명한 신사가 있는데, 거기에는 예로부터 텐구가 나타난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도 어릴 적에 거기서 이상한 걸 몇 번인가 봤다고 합니다.


내가 이상한 일을 겪은 것은 딱 추석 무렵이었습니다.


아직 늦여름이라 한창 더웠던 것이 기억납니다.




여느 때처럼 각 집안들이 할머니 댁에 모이고, 같은 또래인 손자들끼리 같이 이리저리 집 안을 돌아다니며 탐험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손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고, 이모네 사촌 여동생이 1살 연하, 그리고 그보다 어린 세, 네살짜리 아이들 2명이 더 있었습니다.


다같이 점심을 먹은 후, 2시간 정도 이리저리 바깥에서 놀고 들어왔습니다.




놀다 지쳤는지, 집에 오자 어린 동생 둘은 낮잠을 자기 시작했습니다.


심심해진 나는, 한 살 어린 사촌 여동생과 함께 원래는 누에를 키웠던 2층의 다락방으로 향했습니다.


평소처럼 대들보를 타고 오르거나, 오래된 가구 위에 올라가며 놀고 있었습니다.




창문에서는 오후의 햇볕이 스며들어, 희미하게 2층 안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아이였던 나는, 가구 위에서 큰 골판지 상자 2개가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거기로 뛰어내려 보기로 했습니다.


쾅하고 상자 위에 떨어지자, 어마어마한 먼지가 뭉게뭉게 피어올랐습니다.




내가 뛰어내린 탓에, 상자가 무너져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뭘까? 하고 안을 보니, 텐구 가면과 부채, 축제용 의상 같은 게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신사에서 축제가 열리면 삼촌이 종종 이 옷을 입고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곤 했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그 밖에도 다양한 옛 물건들이 들어 있어, 우리는 한동안 신나게 그 안을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갑자기 사촌 여동생이 입을 열었습니다.


[오빠, 여기 문이 있었어?]




응? 문?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할머니 댁은 몇 번이고 탐험했지만 이런 곳에 문이 있는 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확인해보니 정말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내가 뛰어내린 골판지 상자가 무너지는 바람에, 숨겨져 있던 문이 나타난 것 같았습니다.


호기심 덩어리였던 나는, 길을 막는 상자들을 치우고 그 문을 조심스레 열어 봤습니다.




그것은 천장과 지붕 사이의 공간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가장 안 쪽 벽에 무엇인가 붙어 있었습니다.




저게 뭘까?


붙어 있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던 나는, 우선 안으로 들어가보려 했습니다.


그러자 사촌 여동생도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바닥이 이상했습니다.


다른 방들처럼 튼튼한 느낌이 아니라, 얇은 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종횡으로 몇개씩 놓여진 대들보 위를 나아갔습니다.




그 안은 높이도 낮아서, 초등학생인 나조차 서서 걷는 게 힘들 정도로 천장이 낮았습니다.


벽에 창문 하나 없었지만, 바깥에서 빛이 틈새로 새어 들어와 안을 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겨우 가장 안 쪽까지 도착해서, 나는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한 장의 부적이었습니다.


다만 어째서인지 위 아래가 뒤집힌 채 붙어있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더욱 이상하게도,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나뭇대로 찔려 꽂혀 있던 것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그딴 짓을 했는가 후회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이여서 별 생각이 없었겠지요.


나는 그 나뭇대를 뽑고, 부적을 잡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꽤 오래된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었습니다.


한자로 뭐라고 써 있었지만, 읽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뭇대는 아무래도 화살인 듯 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쾅! ...쾅, 쾅, 쾅...]


뭔지 알 수 없는 큰 소리가 갑작스레 들려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사촌 여동생도 놀란 듯 했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어른이 걷고 있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누가 2층에 올라왔나 싶었지만, 자세히 들어보지 무언가 이상했습니다.




그 소리는 우리가 서 있는 바닥 밑에서 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층 방에서 뭐가 부딪혀서 나는 소린가 싶었지만, 분명히 누군가의 걸음 소리였습니다.


천장을 거꾸로 걷는다니...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장 들려오는 소리는, 그런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현실 그 자체였습니다.


사촌 여동생은 겁에 질려 울고 있었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우선 도망쳐야겠다는 것만은 절실히 느꼈습니다.


나는 떼어낸 부적과 화살을 주머니에 넣고, 사촌 여동생의 손을 잡고 대들보를 건너 입구로 향했습니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심하면서요.




그 발소리는 아무래도 바닥 밑을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그리고 그 때, 주머니에서 화살이 떨어져 바닥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덜컹...


큰일났다고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쿵쿵쿵하고 발소리가 마구 다가왔습니다.


바로 우리 밑에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손톱같은 것으로 바닥을 세게 긁는 소리마저 들려 왔습니다.


견딜 수 없이 두려웠습니다.


사촌 여동생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눈만 뜨고 온 몸이 굳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바닥의 한 곳에 눈이 갔습니다.


구멍이었습니다.


바닥에 직경 3cm 정도의 작은 구멍이 나 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밑에 있는 놈은 거기를 통해 필사적으로 우리를 바라보려는 듯 했습니다.


입구까지는 아직 10m 정도가 남았습니다.


이대로는 제대로 도망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마루에 떨어진 화살을 주워 천천히 그 구멍으로 다가갔습니다.


당장이라도 심장이 파열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레 나는 그 구멍을 바라봤습니다.




눈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뭐라 형언할 수도 없는 비명을 지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그 구멍에 화살을 찔러넣고 있었습니다.


쾅!




크아아아아악!


바로 발 밑에 있던 무언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지금이야!




나는 사촌 여동생의 손을 잡고 입구까지 쏜살같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문을 닫고, 골판지 상자로 문을 가렸습니다.


그 후에도 공포 때문에 나와 동생 모두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굳어 있었습니다.




어느새 창문에서 들어오는 빛은 노을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래 층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저녁 먹으라는 말에, 겨우 나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봤지만, 이상하게도 부적은 없었습니다.




울고 있는 사촌 여동생을 보고 어머니는 [또 동생 울렸어? 사이 좋게 놀라니까!] 라고 하셨습니다.


저녁은 먹었지만, 무슨 정신이었는지도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도대체 그건 무엇이었을까...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며 떨어졌는데, 아래층에서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사촌 여동생네는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우리 집은 멀었기 때문에 며칠 더 묵고 갈 예정이었습니다.


그 날 밤은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는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방은 전혀 모른다는 대답 뿐이었습니다.


삼촌 역시 몰랐습니다.




그럴리 없다며 나는 할머니를 데리고 2층 다락방으로 향해, 골판지 상자를 치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상자를 치워도 문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머리가 멍해져서 한동안 어제 있었던 일은 거짓말이 아니라고 마구 이야기했지만, 곧 그래봐야 믿어주지 않을 것이라 느끼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할머니는 이렇게 말해주셨습니다.


[이 근처는 옛날부터 텐구님이 사람을 데리고 사라진다는 전설이 있었단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고 말이지. 그래서 텐구님을 달래기 위해 신사에서 축제를 하게 된 거야. 너도 신사에 가서 참배를 하고 오면 괜찮을 거란다.]


나는 어머니와 함께 신사에 가서 참배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내 말을 믿어주신 것인지, [부적은 무척 감사한 물건이니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단다.] 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 어머니도 어릴 적에 텐구를 만났었지만, 어째서인지 자신을 데려가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사촌 여동생과는 몇 년 전 다른 친척의 결혼식에서 만났지만, 그 사건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고 있는 듯 했습니다.




지금도 그 방과, 마루 밑에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69th]주술

괴담 번역 2014. 9. 4. 18:09
320x100




아이카는 왕따를 당하던 끝에 학교를 옮겼다.


[어서 친구들을 잔뜩 사귀어서, 같이 놀고 집에도 데려오렴.]


어머니는 아이카를 배웅하며 말했다.




하지만 새 학교 아이들은 묘하게 쌀쌀맞아, 좀체 말을 걸어 주질 않는다.


그 뿐 아니라 아이카의 물건들이 도난당하거나, 아무 말 없이 침묵만이 지속되는 전화가 몇번이고 집으로 걸려온다.


아이카는 또 다시 왕따를 당하는 것이라 여기고 괴로워 했지만,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칠까봐 차마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날, 아이카는 책상과 의자에 기분 나쁜 문양들이 잔뜩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저주의 주술을 걸기 위한 것 같은.


그렇게까지 미움을 사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아이카는, 끝내 손목을 그어 자살을 선택했다.




아이카의 장례식날, 장례식장에 나타난 반 친구들은 [아이카, 왜 자살 같은 걸 한거야...] 라며 통곡했다.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억장이 무너져 쏘아붙였다.


[너희가 아이카를 괴롭혀서 자살하도록 몰아넣은 거잖아! 그 아이 일기장에 전부 써 있었어!]




하지만 반 친구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네들의 속마음은 완전히 반대였던 것이다.


반 친구들은 다들 아이카가 귀여워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했다.




하지만 다들 다가갈 계기를 찾지 못해 우물쭈물대다가, 결과적으로는 아이카를 경원시하는 꼴이 되어 버린 것이었다.


물건을 훔치거나 아무 말 없는 전화를 걸었던 것도 아이카를 동경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책상과 의자에 새겼던 문양도 저주의 주술이 아닌, 우정의 주술이었다...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혼자 남아, 어머니는 아이카의 영정을 향해 말을 건넸다.


[엄마 말이야... 옛날에 친구한테 우정의 주술이라고 속이고, 저주의 주술을 가르쳐 준 적이 있었어... 왜냐하면 그 아이의 남자친구를 뺏고 싶었으니까... 그게 너희 아버지였단다. 엄마는 지금 그 때 지은 죄 때문에 벌 받는거구나...]


장례식장에서 돌아오는 길, 반 아이들은 이야기를 나눈다.




[저기, 아이카가 오해했던 게 당연한 건지도 몰라. 그 우정의 주술, 나중에 찾아보니까 진짜 저주의 주술이었어...]


[말도 안 돼! 그 주술을 처음 알려준 게 누구였었지?]


[아마 분명... 선생님이었을걸.]




아이들과 나란히 걷고 있던 여교사가 싸늘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그래. 옛날 친구한테 배웠던 우정의 주술이란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320x100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A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A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 B라는 친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B와 그의 여자친구인 C가 귀신에게 씌인 적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A가 들은 바에 따르면, 가끔 정신이 산만할 때면 갑자기 귓가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작 무슨 소리인지 귀를 기울이면전혀 들리지 않는데, 다른 일에 신경을 쏟고 있노라면 갑자기 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주변에서 누가 부르는 것도 아니고, TV나 다른 소음을 잘못 들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확히 뭐라고 하는 것인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 마치 동물의 울음소리가 우연히 사람 말소리 마냥 들린 것 같은 느낌이었답니다.


물론 단순히 가끔 놀라거나 기분이 나쁜 정도라면 익숙해지거나 참으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껏 잠들려고 하는 순간에도 몇번이고 귓가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니, 신경쇠약이 되지 않고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B는 나날이 초췌해져 갔습니다.


이게 만약 B 혼자에게만 일어난 것이었다면 단순한 정신 질환으로 여기고 끝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시간이 흐르며 여자친구인 C에게도 옮아갔던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심령 스폿을 찾아갔다던가, 멋대로 어디 붙은 부적을 찢었다던가 하는 액을 탈 만한 일은 전혀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같이 산으로 드라이브를 다녀온 후 그런 현상이 시작됐기에, 혹여나 산에서 뭔가 동티가 튈만한 일을 무심코 한 것은 아닌가 싶어 B는 A와 함께 그 드라이브 코스를 다시 찾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을법한 것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는 길, 만에 하나 A에게 불티가 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지푸라기 잡는 심정이 겹쳐 산자락에 있는 신사에서 불제를 받아보기로 했다고 합니다.


일단 신사의 신주에게 사정을 전했지만, 딱히 그 동네에도 그런 환청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뭔가 붙어 있다는 말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문전박대하지도 않았기에, 불제는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신주조차 사람에게 붙은 악령을 쫓기 위해 불제를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로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위안을 얻어서인지는 몰라도 불제를 지낸 후부터 귓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일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B는 C에게도 불제를 받게 하려고 연락을 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을 전화해도 C의 휴대폰은 꺼져 있을 뿐인데다, 문자에도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막막해진 마음에 C의 집에 전화를 했더니, C가 입원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사정은 이랬습니다.




C는 계속 들려오는 소리에 지쳐, 악귀를 쫓겠다는 생각에 귓속에 소금을 잔뜩 집어넣어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짓은 귀에 자극을 줘, 외이와 중이에 심한 염증이 일어났습니다.


귀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C는 이 고통마저 악령의 소행이라며 날뛰었다고 합니다.




결국 가족의 손에 이끌려 이비인후과에 가게 되었지만, 거기서 [악령의 소리를 쫓기 위해 귀에 소금을 채웠어요.] 라는 말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정신과로 이송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C의 가족에게 불제를 받아 악령을 쫓아내야한다는 소리를 해도 들어줄 리가 없었습니다.


그 뿐 아니라 아예 B와 C 사이에 연락조차 못하게 엄금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C는 약물 치료를 받아가며, 병상에서 멍하니 불안정한 정신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신경정신적인 문제인지, 악령의 소행인지는 누구도 모를 일일겁니다.


하지만 내게는 가까운 사람에게 일어난 이 일들이 그저 두렵고 불안할 따름입니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320x100




내가 직접 겪은 일이다.


당시에는 그저 무섭기만 했던 체험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무언가 묘하다 싶기도 한 일이었다.


미용사가 된 지 4년째, 신입의 기술 지도를 위해 출근한 날이었다.




그 날은 본래 휴일이 아니었지만, 점장이 갑작스레 고향에 다녀온다기에 하루만 임시 휴업하게 된 날이었다.


그 무렵 미용 기술을 경쟁하는 콘테스트가 코 앞으로 다가왔던 터였다.


내가 근무하는 가게는 신입이건 베테랑이건 모두 강제적으로 그 콘테스트에 참가해야만 한다.




거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가게에서 상여금이 약간 나오기도 하기에, 다들 자진해서 휴일에도 출근해 연습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겨우 1, 2년차가 휴일에 연습하는 수준으로 입상할 대회도 아니고, 대개 베테랑들이 가볍게 우승을 차지하기에 1시간 정도 지나면 연차가 있는 사람들은 다 돌아가고 남은 베테랑은 나 뿐이었다.


선배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신입들은 먼저 돌아가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지만, 안 그래도 휴일인데 매번 불려 나오는 신입들이 불쌍했기에 나는 서둘러 후배들을 돌려보냈다.




마침 전날 확인하는 것을 잊었던 발주서 작성을 해야했기에, 신입들을 죄다 돌려보낸 뒤 가게 안을 쓱 둘러보며 부족한 것들을 종이에 적기 시작했다.


언제나 음악을 틀어두던 가게 안도 지금은 완전히 조용하다.


조명도 나 혼자 있을 뿐이니 필요한 한 가장 적은 밝기만 유지한다.




전기 요금도 아까워 에어콘도 꺼 버리니, 무거운 공기가 가게 안에 가득차 무겁게 퇴적되는 느낌이었다.


천장 가까이까지 닿는 대형 상품 선반을 올려다보며, 가게에서 파는 샴푸나 잡지 같은 것들을 체크해 나간다.


한동안 모자란 비품을 체크해 메모장에 적는 소리만이 난다.




하지만 그것이 끝나고 볼펜을 멈춘 순간, 스윽하고 발 밑에서 무언가가 스치는 소리가 났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리니, 흩어진 머리카락 다발을 밟고 있었다.


누가 청소하다 깜빡했나 싶어 다시 메모장에 시선을 돌렸지만, 곧바로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자리에 서 있은지 적어도 2, 3분은 지났을 뿐더러, 그 사이 단 한 번도 발을 떼지 않았는데...


그런데 어째서 소리가 난거지?


초조해져서 다시 시선을 아래로 돌렸더니, 처음에는 적었던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깜짝 놀라 뒤로 한 걸음 물러서자, 스윽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카락이 따라온다.


두 걸음, 세 걸음 뒷걸음질쳐도 계속 따라온다.


그 뿐 아니라 머리카락을 모아 두는 쓰레기통에서 머리카락이 마구 넘쳐나더니,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들과 합류한다.




이런 일은 있을리 없다고, 이건 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어떻게든 도망치려 등을 돌려 출구로 뛰었다.


하지만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카락에 뒤덮여 바깥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새까만 출입문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바깥 모습이 보여야 할 유리창도 전부 머리카락 투성이였다.




아, 이젠 끝이구나 싶은 순간, 오른쪽 발목이 휙 낚아채지더니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순간 내민 양 팔 덕에 얼굴이 바닥이 부딪히는 건 피했지만, 질질 끌려가는 오른쪽 다리가 너무 아파, 차라리 머리를 부딪혀 정신을 잃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죽는구나 싶던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선반에서, 샴푸와 잡지가 마구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야 지진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여전히 다리는 머리카락에 잡혀 가게 안 쪽으로 끌려가고 있었기에 그저 공황 상태일 뿐이었다.


필사적으로 눈을 감고 지진이던 귀신이던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리고 유리가 깨지는 소리나, 무언가가 굴러가는 소리가 겨우 끝날 무렵 살그머니 눈을 떴다.


눈 앞의 광경은 내 발목을 잡아 끌던 머리카락 이상으로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주변에만 아무 일도 없었다.




출입문이나 유리창은 모두 깨져나간 채였다.


화분은 죄다 쓰러져 있고, 선반의 상품들은 여기저기 마구 나뒹굴고 있었다.


아까 전까지 내가 서 있던 곳에는 선반이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주변에만, 마치 나를 피하는 것처럼 유리조각 하나 없이 멀쩡했다.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머리카락에 잡혀 있던 다리도 멀쩡했다.


나는 그 길로 도망쳐 집으로 갔다.




그게 3년 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있었던 날이다.


그 후 한동안은 주변의 참상에 압도당해 깊게 생각할 틈도 없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머리카락은 나를 도와준 게 아닐까 싶다.


죽을 정도로 무서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머리카락 덕분에 살아 남았으니까...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466th]반쪽

괴담 번역 2014. 9. 1. 21:39
320x100




후배에게 들은 이야기다.


후배는 4형제의 막내인데, 그 중 첫째 형이 겪은 일이라 한다.


그 형이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의 일이다.




그 날, 형은 친구 몇 명과 함께 근처 공터에서 야구를 하며 놀고 있었다.


공터 주변은 잡목림으로 둘러싸여 어슴푸레했다.


야구를 하던 형이 문득 숲 쪽으로 눈을 돌리자, 누군가가 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건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로, 나무 뒤에서 얼굴을 반만 내밀어 이 쪽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모르는 아이였지만 계속 이 쪽을 보고 있었기에, 형은 혹시 같이 놀고 싶은건가 싶어졌다.


그래서 친구에게 이야기를 하고, 여자아이에게 다가가 함께 놀자고 말을 건네기로 했다.




야구를 그만 두고 숲으로 다가간 후, [같이 놀자.] 고 변함 없이 그 자리에 있던 여자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나무 뒤로 쏙 숨어 버렸다.


형은 여자아이가 부끄럼을 타는 것이라 생각하고, [저기...] 라며 나무 뒤편을 봤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어라?]


이상하다 싶어 근처를 둘러보자, 조금 떨어진 나무 뒤편에서 아까처럼 얼굴을 반만 내민 여자아이가 이 쪽을 보고 있다.




형은 다시 말을 걸려고 여자아이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또 나무 뒤로 숨어 버린다.


여전히 나무 뒤에는 아무도 없다.




다들 모여 나무 주변을 찾았지만 여자아이는 없었다.


그런데 또 저 편 나무 뒤에서 여자아이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가까이 가 봐도 얼굴을 숨기고, 나무 뒤를 보면 온데간데 없다.




게다가 여자아이가 움직이는 모습은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어느샌가 다른 나무 뒤로 가 있다.


그런 일이 몇 번이고 거듭되니 형과 친구들도 슬슬 기분이 나빠졌다.


누군가 한 명이 돌아가자고 말을 꺼내자, 다들 우르르 집에 가려 해서 여자아이는 내버려두고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가는 길.


아까 그 여자아이 뭔가 기분 나빴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친구 중 한 명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 녀석은 뒤를 보며 [저거! 저거!] 라며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들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여자아이가 전봇대 뒤에 숨어 얼굴을 반만 내밀고 있었다.


이제 기분 나쁜 수준을 넘어 다들 겁에 질렸다.


[도망치자!] 는 누군가의 외침을 시작으로 다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앞으로 바라보니, 분명히 아까 전까지 뒤에 있었던 여자아이가 앞에 있는 전봇대에서 얼굴을 반만 내민 채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형과 친구들은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며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형은 눈을 감은 채 전봇대 옆을 지나, 전속력으로 집까지 달려간 후 벽장에 틀어박혀 부모님이 돌아올 때까지 거기서 내내 울고 있었다고 한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에, 뒤돌아봤는데 거기에도 있던 거야. 전봇대 뒤에서 날 바라보고 있더라구.]


그 이후 그 여자아이는 두 번 다시 보지 못했다고 한다.






* 이 이야기는 네이버 카페 The Epitaph ; 괴담의 중심(http://cafe.naver.com/theepitaph)에도 연재됩니다.

* 글을 읽으신 후 하단의 공감 버튼 한 번씩 클릭 해주시면 번역자에게 큰 응원이 됩니다 :)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