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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

[실화괴담][73rd]문자스킬

실화 괴담 2016. 12. 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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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tistory.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뫄뫄님이 방명록에 적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린 시절 겪었던 으스스한 경험이 떠올라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저는 우연히 인터넷에서 '문자스킬'이란 것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문자스킬이란, 특정한 문자를 휴대폰 배경화면이나 메모에 적어놓으면 귀신과 계약을 맺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 문자에 따른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미심쩍은 것이었죠.




그 스킬을 사용하는데 쓴 글자마다 크고 작은 부작용도 있다고 하고요.


당시 저는 공포, 괴담 등에 관심이 많았던 초등학생이라, 귀신과 계약이라는 거창한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 진다는 말에 혹해 여러가지 문자스킬을 사용했습니다.


물론 부작용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죠.




하도 오래 전이라 정확히 어떤 문자스킬을 사용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랑, 성적, 돈, 뭐 이런 거 하나씩이랑 매일 숫자를 바꿔줘야 하는 문자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여러 문자스킬을 사용하고 며칠이 지났지만, 고대하던 소원도, 우려하던 부작용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변화가 없음에 살짝 실망하고 있었지만, 어떤 결과라도 봐야겠다며 하루하루 숫자를 줄이거나 늘려주는 스킬만은 계속 메모장에서 바꿔놓고 있었죠.




지루한 일상이 며칠째 계속되던 어느날, 저는 사촌언니 집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그곳에서 일어났습니다.


평소 놀러 갔을 때와 다름없이, 저와 언니는 컴퓨터 게임도 하고 만화도 함께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언니는 다음날 아침 일찍 학원을 가야 해서, 저희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제가 잠에서 깨니 옆에 언니도 보이지 않고 이모, 이모부도 모두 출근하신 것 같았습니다.


사촌언니네 집에서 자고 갈 땐 종종 있는 일이라, 저는 TV를 켜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바꿔줘야 하는 문자의 숫자를 변경하기 위해 메모장에 들어갔죠.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메모장에 'ㅅㅏㄹ풀이'라는 새로운 그림 메모가 하나가 추가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햅틱팝이라는 터치폰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한창 친구들끼리 휴대폰에 비밀번호를 걸어놓는게 유행이라 저도 비밀번호를 걸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사촌언니도 알 도리가 없으니, 저말고는 아무도 휴대폰에 손을 댈 수 없었던 상태였던 셈이죠.


혹시 언니가 내 비밀번호를 우연히 봐서 자는 동안 장난쳐 놓은 걸까 싶었지만, 전날 자기 전까지도 언니는 휴대폰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며 저를 괴롭혔으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언니에게 문자를 넣어봤지만, 비밀번호도 모르는데 무슨 장난을 쳤겠냐며 핀잔 어린 답장만 돌아왔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림메모의 제목에 압도 당해 메모장 목록 화면만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밤에 자며 실수로 누른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용기가 나, 과감히 그 메모를 열었죠.


메모 안 그림은 정말 화면에 몸이 닿아서 그려진 듯, 선들이 어수선하게 뻗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확실히 어떤 형상이 보였습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단발머리 아이가 양팔을 쭉 뻗고 있는 형상이요.


그림은 단순히 검은색 선으로 한붓그리기를 하듯 이어져 있었지만, 색동저고리같이 팔 부분이 칸칸으로 나뉘어있었습니다.




멍하니 그림을 보고 있자니 어느 순간 퍼뜩 정신이 돌아오며 공포감이 제일 먼저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얼른 목록으로 빠져나와 그 그림메모를 삭제했습니다.


또 이 공포스러운 경험의 원인이 문자스킬 때문이란 생각에, 진행하던 문자스킬도 모두 함께 지웠습니다.




그리고 부랴부랴 대충 씻고 옷만 갈아입은 채 집에 돌아왔죠.


그 후로도 저는 언니 집에 자주 놀러갔지만, 그때같은 경험은 다시 겪어보지 않았습니다.


별탈 없이 지금까지 잘 살고 있고요.




가끔 그 메모가 어떻게 생겨난건지, 정말 문자스킬때문에 생겼던건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궁금증에 그 메모를 그대로 놔뒀으면 또다른 경험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련은 그때마다 없애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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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공립 고등학교는 한때 영 분위기가 흉흉했었다.


교사가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었거든.


교사들 사이의 집단 따돌림으로 인한 신경쇠약이 원인이었다.




그 이후, 옥상 문은 자물쇠로 잠겨 절대 열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문 앞 계단 층계참은 담배 피우기에는 최고의 장소였지.


그날 역시 나는 친구와 둘이서 땡땡이치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나누는데, 누가 계단을 올라오는 게 보였다.


우리는 황급히 담배를 끄고, 누가 올라오는지를 기다렸다.


[뭐야, 너희들 수업은 어쩌고 여기있냐.]




마음이 놓였다.


백발의 사무원 할아버지였다.


[아, 좀 일이 있어서요...]




실실 웃으면서 받아 넘기려 했다.


할아버지는 [너희, 옥상에 나가고 싶지?] 라고 말하며 작업복 바지 주머니에서 수많은 열쇠가 걸린 열쇠꾸러미를 꺼냈다.


우리는 혹시 얼굴을 기억했다가 담임한테 일러바치면 큰일이다 싶어, [아뇨아뇨, 이제 갈 거에요.] 라고 말한 뒤 재빨리 계단을 내려왔다.




쉬는시간에 같은반 녀석들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옥상 나가볼 수 있으면 가보고 싶은데...] 라며 그 사무원 할아버지를 찾아나섰다.


하지만 그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우리는 선생님한테도 물어봤지만, [그런 사무원은 없는데?] 라는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확실히 평소 보던 사무원은 한 명이고, 아저씨일 뿐 백발도 아니었다.


게다가 옥상 문 열쇠는 몇십년이 지나는 사이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어차피 열 일이 없으니 새로 열쇠를 맞추지도 않았고.




그 할아버지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만약 그 문이 열렸더라면...


[너희, 옥상에 나가고 싶지?]




할아버지의 그 말을 떠올리면 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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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790th]두번째 계단

괴담 번역 2016. 12. 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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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처가 사무실을 옮겨, 축하도 할 겸 찾아갔다.


그곳은 1층이 가게고 2층이 사무실인 건물이었다.


우선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려고, 가게 안쪽 탕비실에서 이어진 계단을 통해 2층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계단은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째서인지 아래로부터 2번째 단만 폭이 좁고 높이가 높았다.


사무실에 들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계단에 관한 일은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돌아갈 때는 그만 깜빡하고 발을 평범하게 내딛었다가 넘어질 뻔했다.


계단 위에서는 [거기 위험하니까 조심해서 내려가.] 하고 사장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건 좀 빨리 말해주지.




[괜찮습니다.] 라고 대답하고 가게를 나왔다.


그 회사는 실적은 그리 좋지 않지만, 사장이 인품이 좋은데다 사원들이 다들 부지런해서 어떻게든 꾸려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묘하게도 그들이 새로 들어선 건물은 옛날부터 터가 좋지 않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전에는 대기업 대리점이 들어서 있었지만, 역시 얼마 가지 못해 사라진 터였다.


아마 그 때문에 임대료가 낮아서 들어간 거겠지.


몇달 지나, 간만에 그 가게를 찾았는데 사장이 없었다.




가게를 지키던 부인에게 이유를 물으니 사고로 입원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순간 머릿 속에 자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듯 했다.




병원이 어디냐고 묻자,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러니까 사무실로 올라오세요.] 라고 말해 나는 2층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부인 역시 자살미수를 의심하고 있는 듯했다.


돌아오는 길에 또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 했다.




또 아래에서 2번째 단이었다.


부인도 [여기, 알고 있어도 늘 넘어진다니까요. 왜 여기만 이상하게 만들었는지...] 라며 웃었다.


나는 병원으로 향해 사장을 만났다.




부상이 심해 한쪽 눈은 실명 직전이었지만, 생각외로 건강했다.


단순한 사고가 맞구나 싶을 정도로 밝고 적극적이었고.


사고에 관해 물으니, 혼자서 그만 시속 60km로 고속도로 콘크리트 교각에 정면 충돌했다고 한다.




왜 정면에서?


누구나 그런 의문을 품으리라.


나도 마찬가지였다.




물어볼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살할 생각 따위 없었어. 하지만 사고 전후로 기억이 안 나. 가게 일을 멍하니 생각하면서 운전하고 있던 것 같아.]


몇개월 지나면 퇴원하고 다시 일도 할 거라기에, 나는 [퇴원하시면 가게로 찾아뵙겠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사장이 입원한 몇달 사이, 실적은 점점 나빠져갔다.


끝내는 [그 회사 슬슬 위험해보이던데.] 라는 이야기까지 들려올 지경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의 부고가 날아들어왔다.




장례식은 이미 마쳤고, 회사도 문을 닫기로 했다는 부인의 전화였다.


상담을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기에, 나는 가게로 찾아가기로 했다.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사장은 퇴원 후 부인의 차로 병원을 나서 가게로 돌아오다, 전봇대에 충돌해 죽었다고 한다.


왜 갑자기 가게로 향한 것인지도 모르고, 왜 또 혼자 정면충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한다.


정말 사고일지 아닐지도.




부인은 [혹시 자살일지도 몰라요...] 라고 말하고는, 쓰러져 울었다.


나 역시 솔직히 자살이라고 생각했다.


쓰러져 우는 부인 앞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한참을 있었다.




폐업 관련 수속 처리를 알려드린 후, 사무실 계단을 내려왔다.


이번에도 아래에서 두번째 단을 밟다 넘어질 뻔 했다.


그 순간, 가슴에 꽂혀 있던 볼펜이 굴러 떨어졌다.




나는 펜으로 주우려고 손을 뻗었다가, 아무 생각 없이 계단을 바라봤다.


한순간, 아주 잠깐이었지만 첫번째 단과 두번째 단 사이, 병원에서 보았던 사장의 얼굴이 있었다.


한쪽 눈이 부어오른 사장의 얼굴이.




그리고 부어오른 손이, 그 얼굴을 슥 잡아당겨 끌고 가는 것도.


그 후 그곳에는 다른 가게가 들어섰지만, 얼마 지나지 못해 곧바로 문을 닫았다.


지금 그 부지는 빈 채로 남아있다.




가게가 자주 바뀌는 곳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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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어느 나라에, 노상에서 그림을 그려주고 돈을 받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한 남자가 있었다.


길 맞은편에는 똑같이 그림을 그려 돈을 버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의 장사는 크게 성공해 남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었다.


그 여자에게 고객을 빼앗기는 것을 시기한 남자는, 그녀에 대한 원한이 쌓여갔다.


그 무렵 그 나라에는, 상대가 죽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 집에 걸어놓으면 그대로 저주가 걸린다는 믿기 힘든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남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그 저주를 실행헀다.


상대가 죽는 모습을 그리면, 그 모습대로 죽어간다는 저주다.


다만 그 그림은 확실하고 아름다워야만 한다.




화가로서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남자는, 그 여자가 군인들에게 강간당해 끝내는 불에 타죽는 끔찍한 그림을 그렸다.


그것도 40페이지나 되는 스케치북 한가득.


며칠 뒤, 그 여자 곁으로 군인이 다가와 초상화를 의뢰했다.




하지만 여자가 그림을 그려 건네주자, 군인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했다.


[하나도 안 닮았잖아!] 


그대로 그림은 찢겨졌고, 여자는 남자가 그린 그림 속의 죽음을 그대로 맞이했다.




다음날, 남자의 집에 경찰이 찾아왔다.


[당신, 경찰서까지 가줘야겠어.]


남자는 경찰서로 끌려갔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혹독한 조사와 고문이었다.


남자는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어 울며 물었다.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겁니까?]




조사를 맡은 형사는 대답했다.


충격적인 말이었다.


[네가 그 그림 그리던 여자를 강간하고 태워죽였잖아! 이 잔인한 살인자야! 너는 이제 사형이다!]




남자는 자기가 한 게 아니라고 필사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동기부터가 확실했기에, 남자는 결국 다음날 교수형에 처해졌다.


진실은 이랬다.




남자가 저주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날, 우연히 여자는 남자에게 할 말이 있어 집에 들렀던 것이다.


그때, 창문 밖에서 우연히 저주의 그림을 목격한 것이다.


반쯤 미쳐서 껄껄 웃으며 자기가 죽는 모습을 신나게 그려대는 남자도.




뭐, 당연히 여자 역시 저주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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