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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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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나에게만 보이는, 가족에게 불행이 일어나기 전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


몇십년 전부터 계속 같은 모습이니 사람은 아니겠지만, 편의상 여기서는 사람이라고 쓰려 한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이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그제껏 전혀 교류가 없었던 삼촌이 죽기 전에도 보았다.




사촌형의 형수 같이 혈연이 없어도 친척에게 불행한 일이 일어날 때면 늘 나타난다.


무엇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거기 있을 뿐.




겉으로 보기에도 평범한 사람이다.


다만 평범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언제 어디라도 같은 얼굴에 같은 모습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내 눈에만 보인다.




성별은 알 수 없다.


남자로 보이기도 하고 여자로 보이기도 한다.


그저 무표정하게 시야에 겨우 들어올 정도 위치에 가만히 서 있을 뿐.




집안에서는 본 적이 없고, 밖에서만 마주쳤다.


대개 멍하니 있으면 어느새인가 시야에 들어와있다.


확실한 것은 그 사람을 보면 분명히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찾아온다는 것.




오랫동안 보지 않아 잊고 있었지만, 지난 봄 오랜만에 그 사람을 봤다.


일을 째고 편의점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 건물 앞에, 또다시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아, 누군가 죽겠구나.


그렇게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 사이 그 사람은 사라졌다.


그리고 사흘쯤 지난 어느 늦은밤.




근처 편의점까지 쇼핑하러 가는데, 또 그 사람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불행이 일어나기 전에 연속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 우뚝 멈춰섰다.




그 사람에게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 사이 차에 치일 뻔 했다.


위기일발이었다.


그야말로 자전거 앞바퀴와 자동차 사이 간격이 몇cm 되지도 않는 수준이었다.




나도 멍하니 있던 잘못이 있었지만, 상대 운전자에게도 한마디 해야겠다 싶었다.


몇미터 앞에 멈춰있는 차로 다가가, 운전석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나는 소름이 끼쳐 할말을 잊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은 지금까지 무표정하게 내 시선에 들어왔던 그 사람이었다.


[쯧...] 하고 혀를 차고는 그대로 차를 타고 떠나갔다.


그때까지, 나는 어느쪽일까 하면 아군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녀석이 가족에게 불행을 불러오고 있던 것이라는 걸, 그날 알아차렸다.


그날 이래 그 녀석은 보질 못했다.


가족 중 죽은 사람은 없다.




물론 나도 살아있다.


하지만 언젠가 그 자가 다시 나를 잡으러 오지 않을까, 지금도 걱정되서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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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둘이서 숙직하던 날, 선배가 들려준 이야기다.


선배 왈, [친구를 만날 수 없게 되었지 뭐냐.] 라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일이 바빠서 그런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런게 아닌 듯 했다.




사정을 들어보니 생각보다 긴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선배가 전문대를 다닐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날,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이 좋던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 아르바이트 시작하기로 했어!]


그러면서 [괜찮은 일인데 너도 같이 안 할래?] 라며 선배에게 권유해왔다고 한다.


선배는 그 무렵 매일 과제에 치여살던 터였기에 일단 거절했다.




하지만 친구의 즐거운듯한 목소리에, 어떤 곳에서 일하는지 궁금해져 면접 보러가는 날 따라가기로 했다고 한다.


면접 당일, 친구와 만나 함께 아르바이트 장소로 향했단다.


익숙한 거리로 나아가다 몇군데 처음 보는 길로 들어서기도 했지만, 대략 어디쯤인지 머릿속에서 그림이 그려졌다.




20분 정도 걷자, 친구는 멈춰서서 [저 가게야!] 라고 앞을 가리켰다.


거기 있는 것은 눈에 띄지 않지만 아주 평범한 헌책방이었다.


친구가 [면접 보러 왔습니다.] 라며 가게 안으로 들어서는 걸 뒤로 하고, 선배는 가게 앞에 늘어서 있는 책장에 꽂힌 책들을 살피며 시간을 보냈다.




문득 가게 유리문에 시선을 돌리자, 아르바이트 모집 벽보가 있었다.


이런 가게에서도 벽보를 붙이고 모집하구나 싶었을 뿐, 그리 신경은 쓰지 않았단다.


그날은 그대로 친구와 함께 아르바이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왔다고 한다.




며칠 뒤 쉬는날,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아르바이트 합격해서 오늘부터 일한다! 뭐라도 하나 좀 팔아주라고.]


선배는 마침 할일도 없겠다, 지갑을 들고 길을 더듬어 헌책방으로 향했단다.




하지만 가게가 있던 곳에는 가정집만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어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없었다.


선배는 큰맘먹고 헌책방이 있던 자리에 있는 집을 찾아가 주변에 서점은 없냐고 물었단다.




[이 주변에는 역 근처에나 있어요.]


그런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 후로도 친구에게 전화는 걸려왔고, 평범하게 통화도 하고 연말이면 연하장도 날아왔단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얼굴을 본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


그러는 사이 관계도 소원해져, 지금은 전화를 걸어도 없는 번호라는 안내만 들려온다는 것이었다.


꽤 세월이 지나, 선배는 고등학교 동창회에 나갔다.




그리운 친구들도 만나고, 혹시 잃어버린 친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한달음에 나섰단다.


선배가 동창회장에 도착하자, 옛 친구들의 그리운 얼굴이 줄지어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슥 봐도 잃어버린 친구의 모습은 없었다.




동창회 간사였던 친구에게 [그 녀석은 안 왔냐?] 라고 물었더니,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뭐? 저기서 술 마시고 있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거냐, 넌.]


하지만 그가 가리키는 건 완전히 다른 친구녀석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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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괴담][93rd]도깨비불

실화 괴담 2017. 4. 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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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나가던 한 남자님이 방명록에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할머니께서 아직 살고 계신 마을은, 산과 산 사이 협곡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협곡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외진 곳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을이 산 속에 있죠. 


산 속에 있다보니 한여름도 꽤나 서늘한 곳입니다. 




아버지께서 초등학생일 무렵의 여름이었답니다. 


아버지와 친구분들은 여름이고 하니, 저기 산 너머에 있는 수박밭에 가서 수박 한통 서리해 오자고 작전을 짰답니다.


그리고 밤중에 산을 넘기 시작했죠. 




길을 가던 도중,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을 보셨다고 합니다. 


논밭 옆에 도롱이를 입고 앉아있는 남자를 말입니다. 


그 남자는 수그리고 앉아있던데다, 고개도 푹 숙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탓에 달빛이 환했지만 얼굴은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사람의 것이 아니라 무슨 짐승 노린내 같은 지독한 냄새가 풍기더랍니다. 


뿐만 아니라 달빛에 비쳐진 그 남자의 다리에는 털이 아주 무성하게 나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수박밭 주인이 서리를 감시하는가보다 싶어, 친구들에게 돌아가자고 말을 꺼냈답니다. 


그런데 먼저 가던 친구들은 그 누구도 그 남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버지는 분명히 봤는데 이상해서, 친구들과 같이 확인을 해보러 갔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네요.


시간은 흘러 겨울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는 또 한번 그런 경험을 하셨다고 합니다. 




겨울이라 농사를 쉬다보니 마을 어르신들이 회관에 모여 술도 마시고 고스톱도 치고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막걸리가 떨어졌답니다. 


그래서 어르신들은 아버지와 친구분께 아랫마을에 가서 술 좀 받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아랫마을에 가서 술을 받아오는 도중, 아버지와 친구분은 기묘한 것을 봤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수박 서리를 하기 위해 가던 길. 


그것도 그 남자가 앉아있던 장소와 비슷한 장소에, 이상한 불빛이 나타난것입니다. 




그때 아버지와 친구분은 느꼈다고 합니다. 


분명 그 불빛이 자신들을 보고 있다는 걸 말입니다.


겁에 질린 아버지와 친구분은 재빨리 집으로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빛은 계속 아버지와 친구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하나의 불빛이 3개가 되었다, 2개가 되었다, 4개가 되었다 하면서요.


아버지와 친구분은 급한 마음에 황급히 밭고랑에 숨어서 그 불빛을 지켜보다가, 불빛이 멈춘 틈을 타서 막걸리가 담긴 주전자를 내동댕이치고 미친듯 도망쳤습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보신 것은 도깨비가 아닐까요?


저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진실이라 믿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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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48th]분향

괴담 번역 2017. 4. 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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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마철, 와병생활을 이어가던 노파가 홀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심부전.


의심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시골 마을이라 경찰도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범죄는 아닐 것이라고 빠르게 판단하고 검시 없이 장례식을 허가해줬단다.


장례식 당일, 80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했고, 식은 무사히 치뤄졌다.


스님이 경을 읊고, 상주부터 분향을 하게 되었다.




친족들과 지인들이 쭉 늘어서, 고인을 그리워하며 향을 올렸다.


그러던 도중, 어느 친족이 분향줄에 섰다.


고인의 조카뻘 되는 중년의 남자였다.




그 순간, 단상의 초가 전부 격렬히 타올라 불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풍인가 싶어 창문을 바라봤지만, 창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들 웅성거리는 사이, 조카뻘 되는 남자가 영정 앞에 서서 향을 들고 이마까지 들어올렸다.




그와 동시에 모든 초가 훅 꺼져버렸다.


모두 당황해서 단상을 바라봤다.


스님은 신경쓰지 않고 경을 계속 읊고 있었다.




그러자 왼쪽에 걸려있던 무거운 놋쇠 촛대가 꺼진 초를 꽂은 채 힘차게 날아가더란다.


마치 누군가 온 힘을 다해 던진 것처럼, 낮게 깔린 채.


순식간에 장례식장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조카뻘 되는 남자는 뭐라 말도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우물댔고, 다른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하지만 스님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한층 더 큰소리로, 하지만 부드러운 어조로 독경을 이어갔다.


조카뻘 되는 남자는 스님의 독경소리에 정신을 차렸는지, 허둥지둥 분향만 마치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눈앞에서 일어난 괴현상에, 장례식장은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였단다.


상주인 장남은 스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요?] 라고 물었다.


하지만 스님은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뭐, 한달 정도 지나면 알게 되실 겁니다.] 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곧 조카뻘 되는 남자가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파의 통장과 인감, 집문서를 마음대로 유용하던게 들키는 바람에 살인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장례식이 있고 한달 가량 지난 뒤 일이었다.




그 스님은 그제껏 인사치레에 서툴러 시주하는 이들에게 영 인기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평가가 확 높아져 지금은 노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큰 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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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47th]영안실의 밤

괴담 번역 2017. 4. 3.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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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병원에서 야간 경비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이야기다.


두명이서 교대해가며 선잠을 자고 경비를 돌았다.


새벽 2시.




따로 잠을 자는 공간이 있는게 아니라, 환자들이 없는 병동에서 병실 하나를 빌려 쓰고 있었다.


그 병동 지하에는 영안실이 있어 조금 찝찝하기는 했지만, 이미 꽤 익숙해진 무렵이었다.


선잠을 자는 건 깊이 잠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나는 꿈을 꾸었다.


내가 계단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잘 움직이지 않는 몸을 구불구불 움직여, 질질 계단을 기어오르는 꿈이었다.




나는 꿈속에서 멍하니 "여기다" 싶은 방을 향했다.


본 적 있는 방이다.


지금 내가 선잠을 자고 있는 방...




그 순간 나는 눈을 떴다.


이마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정말로 의식이 깨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던 꿈이었다.




[기분 나쁜 꿈을 꿨네...]


조용히 속삭였다.


한시라도 빨리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날은 묘하게 피곤했던 탓일까.


나는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다시 잠에 빠지고 말았다.


그리고 [쾅!] 하는 철문 소리에 눈을 떴다.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누워있었을 터인데, 어째서인지 나는 서 있었다.


깜깜한 가운데, 어슴푸레한 빛이 둘 보인다.




나는 영안실에 있었다.


아까 들은 소리는 내가 들어오며 문을 닫은 소리였던 것 같다.


눈 앞에 보이는 침대에는 시신이 한 구 누워있다.




아무래도 나는 불려온 것 같다.


혼비백산해서 나는 사람이 있는 병동으로 도망쳤다.


나중에 듣기로는, 그는 그날 밤 죽은 사람이었다고 한다.




병 때문에 양 다리를 잘라냈었단다.


그러니 질질 기어서 나를 부르러 왔던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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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846th]사라진 아이들

괴담 번역 2017. 4. 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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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 왔던 사키에게 들은 이야기다.


사키가 1학년일 때, 무척 사이가 좋던 유키라는 아이가 있었단다.


어느날, 유키가 학교에 숙제를 놓고 왔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저녁.


겨울이었기에 해는 기운 뒤였다.


혼자 가는 것이 무서웠기에, 유키는 사키에게 부탁해 둘이 같이 학교로 향했다고 한다.




학교에 도착하자 유키는 교실로 들어가 숙제를 찾고, 사키는 교실 바로 앞에서 기다렸단다.


그러나 몇분이 지나도 유키는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이상하다 싶어 교실 안을 들여다봤지만, 유키의 모습은 없었다.




교실 문은 여닫을 때 소리가 나기 때문에 몰래 나갔다면 금세 알아차렸을 터였다.


창문도 모두 잠겨있었다.


무서워진 사키는 그대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고 한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 교실에는 유키의 책상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그런 아이는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의 소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던 사키는, 유키네 집에 찾아가봤다.


하지만 거기는 집이 사라지고 공터만 남아있었다고 한다.


사키가 내게 해 준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이 이야기를 한 다음날, 사키는 갑자기 사라졌다.


전학을 간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그런 아이는 없다는 대답 뿐.




사키가 해줬던 이야기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 함께 이야기를 들었던 아이들에게도 물어봤다.


나말고 다른 한명도 사키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함께 이야기를 들었었는데도 사키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지금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당시에는 정말 무서웠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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