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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번역괴담][2ch괴담][911st]사라진 오른팔

괴담 번역 2018. 1. 1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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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회사에서 일하던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지인을 A라고 해둡시다.


겨울 어느날, A의 근무시간 도중 투신 자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A가 일을 그만 둘 때까지, 3번의 투신 자살이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의 뒷처리를 해야만 하는데, 이 일만은 아무리 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나 죽은 사람의 시신을 모으는 일은요.




다행이라 할지, 그날 자살한 사람의 시신은 크게 손상이 없었습니다.


오른팔이 팔꿈치 아래로 잘려나간 걸 빼면, 나머지 사지는 거의 그대로 붙어있었습니다.


A는 그 시신의 상태를 보고, 다이어그램 복구는 빠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유독 시신의 오른팔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더 이상 전철 운행을 멈춰둘 수가 없었기에, 결국 오른팔은 찾지 못한채 운행이 재개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오른팔 수색은 이어졌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3주가 지났습니다.




어느날, A가 근무하던 도중, 승객들에게 민원이 들어왔습니다.


물품 보관함 안에서 악취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물품 보관함 안에 누가 음식을 두고 가서 썩어버린 적이 몇번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런 것일거라 생각했답니다.




역 밖에 있는 물품 보관함으로 다가가니, 분명히 뭔가 썩는 냄새가 났습니다.


A는 여벌 열쇠로 그 보관함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옷이 들러붙어 있는, 오른팔 팔꿈치 아랫부분이 있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A는 토하고 말았습니다.


A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업무상 일이라면 각오하고 있으니, 시체를 보는 것 자체는 참을 수 있어. 하지만 전혀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시체, 그것도 한 부분만을 보고 나니... 죽은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도저히 못 참겠더라.]




경찰 조사 결과, 그 오른팔은 3주 전 투신 자살한 사람의 팔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물론 처음 발견한 A 입장에서는 그 두 사건이 연결되지가 않아 머릿 속에서 혼란스러울 따름이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른팔을 보관함에 넣어둔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이 시체의 오른팔을 발견해서 넣어둔 거겠지, 아마. 하지만 그게 오히려 제일 무서워. 차라리 자살한 사람의 귀신이 자기 오른팔을 보관함에 넣어뒀다고 믿고 싶다.]


A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후, A는 철도회사를 그만뒀습니다.




그 보관함에서 나온 오른팔의 주인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투신 자살자였다고 합니다.


[아이도 생겼고, 근무시간이 확실한 일을 하고 싶어서 직업을 바꿨지. 역무원은 주말 출근도 있고 출퇴근 시간도 정해져 있지가 않잖아.]


내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진짜 퇴직 사유인지는 모르겠군요.



Illust by pupyjines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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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토호쿠에 사는 어느 사람이, 한여름 플라이피싱을 나섰다.


어느 정도 낚시를 하며 다니다보니, 해가 져서 강에는 밤이 드리웠다.


그래도 그날은 꽤 꿈틀꿈틀 입질이 오던 터라, 고집 있게 낚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던 도중, 탁 트여서 낚시하기 딱 좋아보이는 곳이 나왔다.


오늘은 여기서 마감해야겠다 싶어 낚싯대를 흔들자, 갑자기 우르르 반딧불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반딧불이는 마치 수면에서 솟아나듯 날아다녀, 강은 환상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렇게 반딧불이가 많다니, 신기한 일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강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귀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정도 크기였지만, 서서히 그 목소리가 커져와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게 되었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작은 여자가이가 실종되어, 그 아이를 마을 사람들이 지금 시간까지 찾고있다는 내용 같았다.




슬슬 오싹했지만,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선 탓에, 슬슬 낚싯대를 흔들며 계속 이야기를 훔쳐들었단다.


마치 TV 드라마를 소리만 듣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사라진 아이의 엄마로 여겨지는 여자 목소리, 수색에 나선 마을 사람들 목소리라는 걸 분명하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는 점입가경, 끝내는 마을 사람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여기를 찾아보자고.] 하고 말하더란다.


이쯤 되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색 활동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만 같았다.


정말 무슨 다큐멘터리라도 틀어놓은 것처럼, 음성만 수면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너무나도 리얼한 대화가 수면에서 들려오자, 마침내 겁에 질린 그 사람은 수면을 향해 소리쳤다.


[어떻게 된겁니까! 누가 있습니까! 누가 없어진겁니까!]


그 순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여자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 비명에 겁에 질려, 그 사람은 낚싯대도 걷지 않고 강을 뛰어 달아났다.


세워둔 자동차와는 반대 방향으로, 완전히 어두워진 길을 죽어라.


황망한 와중, 근처에 집 불빛 같은게 보였다.




어쨌든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에, 험한 길도 마다 앉고 그 집으로 뛰어갔다.


[죄송합니다! 누구 안 계신가요!] 


안에서는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왔다.




[목이 말라서 그런데 물 한잔만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라고 말하자, 할머니는 컵에 물을 따라 가져다 주셨다.


거기다 한잔 더 달라고 염치없이 또 부탁했던 모양이다.


물을 두잔이나 마시니 마음도 좀 진정이 되더란다.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었나?] 하고 물었다.


그 사람은 실례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방금 일어난 일을 횡설수설 설명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웃어 넘기기는 커녕, 침통한 표정이 되어 눈을 꼭 감았다.




[그런가. 또 반딧불이가 나왔는가.]


서글프게 중얼거리더란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옛날 그 강가에는 다른 현에서 이사 온 일가가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그 집은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단란했는데, 부모와 세살 난 외동딸이 함께 살았다.


어느날, 그 집 딸이 놀러나갔다가 실종됐다.


마을 사람들은 부모를 도와 필사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허나 그 마을에서는 가끔 그렇게 실종자가 나오면 대부분 강에서 죽은 채 발견되곤 했단다.


저녁 때가 되어도 여자아이를 찾지 못하자, 마을 사람들은 절망적인 기분으로 강을 헤매기 시작했다.


아니나다를까, 여자아이는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강가에 엎드린 채 둥둥 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차마 바라보지 못해 눈을 돌리자, 아이 어머니는 강으로 첨벙첨벙 뛰어들어 물을 헤치고, 죽은 딸을 부둥켜 안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하고, 듣는 것조차 견디기 힘든 비명이 울려퍼졌다.


결국 딸을 잃은 가족은 그 후 집을 팔고 어딘가로 떠나버렸다고 한다.




그 후부터 그 강 근처에서 무서운 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꼭 한여름 저녁, 마침 반딧불이가 날아다니기 시작할 시간.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이 집에 새파래진 안색으로 뛰쳐 들어온 사람은 처음이 아닌 듯 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그 사람은 무섭기보다는 묘하게 애틋한 기분이 되었다.


낚시를 하던 곳은 강이 약간 구부러져, 깊은 웅덩이가 생기는 자리였다.


강 상류에서 누군가 떠내려온다면, 시신은 분명 그 자리에 떠오르겠지.




이야기를 다 풀어낸 뒤, 할머니는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집에 들어가, 두번 다시 나오지 않았다.


그 사람은 집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컵을 현관에 두고 돌아왔다.


이후 반딧불이가 날아오를 시간까지 낚시를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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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혼의 존재를 믿지만, 한번도 본 적은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1년 반 전까지는.


그 무렵, 나는 여자친구와 다른 친구 둘까지 넷이서 유자와의 스키장에 스노우보드를 타러 갔다.




유자와에 있는 S 리조트에서 2박 3일을 묵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눈보라가 엄청 치는 시기라, 2박 3일 중 이틀은 눈보라 때문에 제대로 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마지막 날 역시 공교롭게도 눈보라가 몰아쳤다.




오전 중에는 그래도 신나게 보드를 타며 놀았지만, 오후가 되자 눈보라가 강해졌다.


우리는 저녁이 되기 전에 철수했다.


리조트에 돌아와 한숨 돌린 뒤, 돌아갈 채비를 하고 집을 향해 출발했다.




다들 도쿄에 살고 있어서, 돌아오는 길은 칸에츠 자동차 도로를 타고 외곽으로 돌아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눈보라 때문에 유자와 인터체인지가 전면 통제 중이었다.


한동안 분위기를 살폈지만, 통행이 재개될 것 같지도 않아 아래쪽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렇게 보채지 말고 일단 리조트로 돌아갔다 길이 열리면 갔어야 했다.


아래쪽 길로 내려간 우리는, 순조롭게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주변에 다른 차들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나는 뒷좌석에 여자친구와 앉아 있었는데, 아무래도 차 움직임과 핸들 방향이 맞지가 않는 느낌이었다.


눈길이다보니 타이어가 겉도는 거 같았다.


하지만 친구도 그걸 느끼고 있을텐데, 이상하다 싶어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타이어가 엄청 겉도는데. 좀 천천히 가도 되니까 안전운전 하자.]


평소 친구라면 피자 배달 나갈 때처럼 [안전운전으로 가겠습니다!] 하고 유쾌하게 대답할 터였다.


하지만 그날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데, 조수석에 앉은 다른 친구도 같은 생각이었나보다.


우리는 얼굴을 마주 본 뒤, 운전하고 있는 친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친구는 지금껏 9년간 한번도 못 본,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는 대답 한마디 없이, 계속 백미러만 바라보고 있었다.


왜 그러나 싶었는지, 조수석에 앉은 친구가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그 녀석을 따라 뒤를 돌아보았다.




차 뒤에 여자가 매달려 있었다.


아니, 차를 멈추게 하려는 듯, 자동차 날개를 붙잡고 온힘으로 잡아당기고 있는 듯 했다.


나는 깜짝 놀라, 여자친구에게 [뒤를 보면 안돼!]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는 운전석에 앉은 친구에게, [야! 더 밟아!] 하고 외쳤다.


지금껏 우리가 하는 말에 대답조차 않던 친구였지만, 문득 정신이 들었는지 [알았어.] 하고, 공포를 억누르는 듯 작게 대답했다.


차는 미끄러지듯 눈길 위를 달려, 무서운 속도로 산길을 빠져나갔다.




오히려 스피드를 내니 타이어가 덜 미끄러졌다.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날개에 매달려 있던 여자가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겨우 안심하던 우리는, 여자친구의 비명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여자친구 옆 창문 너머, 그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달려서 우리 차를 따라오고 있었다.


시속 60km는 족히 밟고 있었을텐데, 그런 자동차를 따라 달리다니.




언뜻 보았던 그 얼굴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되는건가 싶은 순간, 운전하던 친구가 너무 무서웠던지 브레이크를 밟았다.


눈길에서 속도를 잔뜩 내고 있었으니, 그대로 미끄러지는게 정상일 터였다.




하지만 ABS가 제몫을 다했는지, 차는 안전히 멈춰섰다.


정신을 차리자, 여자는 우리 차 앞에 서 있었다.


운전석의 친구는 [으악!] 하고 소리치며, 액셀을 죽어라 밟아 여자를 향해 달렸다.




차에 부딪히는 그 순간에도, 여자는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게다가 차에 치이는 느낌조차 전해지지 않았다.


우리는 계속 겁에 질린 채 차를 몰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 차는 시가지에 도착했다.


나는 [보이는 편의점 있으면 바로 들어가자.] 라고 말했다.




곧 편의점이 보여, 우회전해서 그리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회전을 하려고 속도를 줄인 순간, 툭하는 소리가 났다.


체인이 떨어졌나 싶어,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확인했다.




거기에는 여자 것으로 보이는 긴 머리카락이 수도 없이 체인에 감겨 있었다.


그 후 우리에게는 별 일은 없었다.


친구들 중에도 영감이 있다는 사람은 없고.




하지만 다시는 그 근처에 찾아갈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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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08th]방과 후 음악실

괴담 번역 2017. 12. 2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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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이야기.


유키에짱과 나, 그리고 미치요짱은 방과 후에 전람회 전시 준비 때문에 학교에 남아 있었다.


미치요짱은 차분하고 어른스럽지만, 몸이 약해서 학교를 자주 쉬었다.




그 탓에 전람회에 출품할 전시물 만드는 것도 늦어졌던 것이다.


우리 반에서는 나와 유키에짱이 가장 진도가 빨랐기에, 둘이 같이 남아 미치요짱을 도와주게 되었다.


어느 정도 진행이 되자 슬슬 그만하기로 하고 정리를 하던 와중, 나는 유케이짱을 겁주려고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다.




[4시 44분에 음악실 피아노가 멋대로 울린다나? 가볼까?]


유키에짱은 통통하지만 운동신경이 좋은 여장부였다.


나는 장난꾸러기지만 유키에짱은 우등생이었기에, 걸핏하면 유키에짱에게 심술을 부려 장난을 쳐대곤 했다.




[그러지말자. 벌써 어두워지기 시작했잖아.] 라고 미치요짱은 겁에 질린 듯 했지만, 유케이짱은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이었다.


[바보 아니야?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가고 싶으면 맘대로 해.]


별로 반응이 안 오니까 재미없다 싶어 정리나 마저 하고 미술실을 나오는데, 3층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유키에짱을 보며, [지금 몇시야?] 하고 물었다.


유키에짱은 [그럴리가 없잖아... 분명 누가 있는거야!] 하고 말하면서도, 얼굴은 새파랗고 꽤 겁에 질린 듯 했다.


나는 재미있어서 [가보자고!] 하면서 계단을 뛰어올랐다.




[기다려! 두고 가지 마!] 라며, 유키에짱이 따라 달려온다.


[얘들아, 어디 가는거야? 기다려.] 라며 미치요짱도 따라온다.


피아노 소리는 제대로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기에, 확실히 누가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음악실 앞에 서서 유키에짱이 오기를 기다렸다.


[뭐야, 선생님이 있잖아.]


음악실 안에는 타카하시 선생님이 피아노 앞에 앉아계셨다.




타카하시 선생님은 다른 학년 담임이라 잘 아는 분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있는 걸 알아차리자 [어서 집에 가렴. 안녕!] 하고 음악실 안에서 인사를 건네셨다.


[안녕히 계세요!]


우리가 떠나려고 하자, 그제야 미치요짱이 숨을 헐떡이며 따라왔다.




[뭐야뭐야... 기다리라니까...]


[그러니까 누가 있는 거라고 했잖아! 타카하시 선생님이었어. 돌아가자!]


유키에짱이 말했다.




나는 두 사람을 두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유키에짱이 따라서 달려오고 있고, 미치요짱은 음악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두고 가버린다!]




살짝 어두워진, 인기척 없는 학교가 섬뜩했기에, 유키에짱이 겁에 질리면 좋겠다 싶었지만, 맨뒤에 혼자 있는 미치요짱이 불쌍하다 싶어 계단 앞에서 순순히 기다려줬다.


2층으로 내려와, 미술실 열쇠를 갖다주러 교무실로 향했다.


담임 선생님한테 열쇠를 건네고, [안녕히 계세요.] 하고 인사를 하자, 남아있는 선생님 중 몇분이 [그래, 잘 가렴.] 하고 인사해주셨다.




[어라?]


유키에짱이 깜짝 놀란 듯 말해 시선을 따라가보니, 타카하시 선생님이 계셨다.


음악실에 있을 터인 타카하시 선생님이.




[타카하시 선생님, 아까 음악실에 계시지 않으셨어요?]


내가 물었지만, 타카하시 선생님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응? 아니, 간 적 없는데... 지금은 아무도 없을거야.]




교실 열쇠가 걸려있는 선반에는, 음악실 열쇠도 있었다.


여기 있다는 건 분명히 음악실 문이 잠겨 있다는 뜻인데...


나랑 유키에짱은 얼굴을 마주보고, [타카하시 선생님이 아니었다는거네?] 라고 말하며 학교를 나왔다.




[그럼 누구였지?]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그렇게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미치요짱이 [뭐야뭐야? 음악실에 아무도 없었잖아. 피아노 소리도 안 들렸었는데.] 하고 말하는게 아닌가.




미치요짱은 농담 같은 걸 할 아이도 아닌데다, 그 표정과 목소리 톤을 봐서 거짓말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나와 유키에짱은 서로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나, 들렸고 봤는데...], [나도...] 하면서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하고 벌벌 떨었다.


다음날 나와 유키에짱은 열이 나서 둘다 학교를 쉬었다.




그 후, 딱히 음악실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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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외갓집은 어느 산기슭 온천 마을에 있습니다.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산인데, 온천에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하이킹 코스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길이 깔린 곳은 어린아이 혼자서도 어렵잖게 다닐 정도지만, 길을 조금만 벗어나도 포장조차 안되어 있죠.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짐승이나 다닐법한 산길이 숲속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산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외갓집에 놀러왔던 나의 놀이터였습니다.


어느날, 내가 강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걷다보니, 길 옆에 오래된 사당이 덩그러니 하나 있는 게 보였습니다.




멋대로 자라난 풀들에 뒤덮여, 지금이라도 썩어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사당 안에는 작은 지장보살님이 한분, 자리를 틀고 앉아계셨습니다.


이끼로 뒤덮여 초라한 모습이었지만, 나는 지갑에서 동전 하나를 꺼내 지장보살님 발밑에 바쳤습니다.


당시만 해도 딱히 믿음 같은게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그저 시주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재밌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지요.


그래도 그날 역시, 손을 모아 무언가를 빌지도 않고 돈만 놓아둔채 자리를 떠나려 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누군가 내 손을 움켜잡았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손을 잡고 뒤로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분 뿐이었겠지요.


거기에는 나밖에 없었으니.




집으로 돌아온 나는, 현관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할아버지는 무시하고 부엌으로 쪼르르 갔습니다.


그리고는 식사 준비를 하던 할머니에게 슬쩍 산 속 사당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할아버지는 평소부터 그 사당 근처에는 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었거든요.




엄한 할아버지에게 사당에 갔다는 걸 들키면 한참 동안 설교를 들을 게 뻔했습니다.


다행히 할머니는 산에 갔다는 걸 혼내지 않고, 깔깔 웃으며 사당의 유래에 관해 말해주셨습니다.


옛날, 하지만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고, 막 전쟁이 끝났을 무렵.




아직 제대로 길도 닦이지 않은 산속에서 한 여자아이가 실종됐답니다.


산기슭 마을에서 어른들이 나서서 산을 수색했지만, 결국 여자아이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 지방에서는 오래 전부터 산신님 전설이 내려옵니다.




동네 사람들은 [그 아이는 분명 하느님 눈에 들어 이 산의 산신님이 된 걸게야. 앞으로 우리를 지켜줄걸세.] 라며, 여자의 부모를 위로했습니다.


하지만 잠시 뒤, 또 그 산에서 실종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번에는 남자아이가 두 명.




그 중 한명은 무사히 산을 내려와 발견되었지만, 다른 한명은 골짜기 물에 떠내려가 하류에서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살아난 아이 말하길, 길을 잃고 벼랑 근처를 헤매다 서로 누군가에게 손을 잡혔다고 합니다.


다행히 그 아이는 골짜기 반대편으로 잡아당겨졌습니다.




하지만 죽고 만 다른 아이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 끌려가듯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골짜기로 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습니다.


전날까지 비가 내렸으니 지반이 약해져 무너져서 실족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이의 말을 믿었습니다.


살아남은 남자아이 오른손목에, 손자국이 하나 선명하게 남아있었으니까요.


마치 누군가 온힘을 다해 잡았던 것 같은 손자국이...




그리고 그 후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산에 갔다 아이가 발을 헛디뎌 벼랑에 떨어지거나 물살에 휩쓸리고, 끝내 목숨을 잃고 마는 사고가요.


다들 죽은 것은 아니고, 산 속을 헤매다 무사히 돌아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같은 말을 하더랍니다.


[산 속을 걷다가 누군가한테 손을 잡혔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오른손목에는 으레 손자국이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혹시 맨 처음 사라졌던 여자아이의 저주는 아닐까?]


마을에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소문이 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민 끝에 처음 희생자가 나왔던 절벽 근처에 작은 사당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지장보살님을 모셔 원한을 달래려고 했죠.


[그렇지만 아직도 원한은 남아있을거야. 지금도 나쁜 아이가 있으면 손을 붙잡고 산으로 데려간단다?"


할머니는 익살스럽게 이야기하셨지만, 나는 무서워서 아무 대답도 못했습니다.




나는 할머니에게 사당에 관해 물었을 뿐, 누가 내 손을 잡았다고는 말하지 않았었습니다.


기분이 나쁜 탓인지, 주변이 이상하게 조용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써 겁에 질린 것을 숨기고 태연한 척 했습니다.




[그 후 누가 끌려간 적 있었어?] 라던가, [끌려간 아이들은 나쁜 아이들이었어?] 라고 끈질기게 할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할머니는 웃으며 대답해주셨습니다.


[그렇게 궁금하면 오늘 밤 연회에 와서 큰아버지한테 물어보려무나. 너희 큰아버지는 옛날 산에서 손을 잡힌 적이 있으니까.]




그날 밤.


친척들이 모두 모인 연회니, 큰아버지도 오셨습니다.


나는 할머니에게 들은대로, 큰아버지에게 "손을 잡혔던 것" 에 관해 물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잘못이었습니다.


큰아버지는 그런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지, 정말 구성지고 무섭게 이야기를 풀어놓았거든요.


[알겠냐. 저 사당에 가까이 가면 안돼. 저 산에서 조난당한 여자랑, 그 여자한테 잡혀간 아이들의 저주를 받는단 말이다. 다들 네 손을 꽉 잡고 산까지 끌고가서는, 죽은 아이들한테 둘러싸일거야. 그리고 결국 너도 그 아이들의 동료가 되고 마는거지. 산에서 도망친대도 소용 없어. 그놈들은 네가 잘 때 몰래 다가와서 널 잡아갈테니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마 무서운 이야기를 해서 산에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하려는 꾀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 이야기가 너무도 무서운 나머지, 저는 불이 환한 연회장을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가자, 어머니는 [이제 가서 자렴.] 하며 저를 잠자리로 이끄셨습니다.




나는 혼자 침실로 쓰던 방에 들어갔습니다.


외갓집은 지역에서 소문난 명가라, 집도 대궐 같이 넓습니다.


저택에는 연회 때 취한 손님들을 재우기 위한 방도 여럿 있는데, 내가 침실로 쓰는 방도 그런 방 중 하나였습니다.




평소에는 넓은 방을 혼자 독점하는 게 즐거웠지만, 겁에 질리고 나는 그것마저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복도로 이어지는 문을 모두 닫았습니다.


그리고 불을 켜 둔채 할머니가 깔아둔 이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요?


문득 나는 눈을 떴습니다.


집 안은 고요하고 인기척 하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연회가 끝나고 다들 잠자리에 든 모양입니다.


평소라면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누가 깨어서 시끄럽게 소리라도 내지 않는 한 말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다들 자고 있는 조용한 집 안에서, 소리를 낼 사람 같은건...


[끼익...]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무척 가까운 곳이었습니다.




아마 미닫이문 너머, 마루를 지나 복도 저편에서 들려오는 거겠죠.


누군가 걸어오듯, 마룻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였습니다.


부모님이나 다른 친척들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 집의 화장실은 배수 설비 문제로 모두 집 북쪽이나 서쪽에 있었으니까요.


내가 있는 침실은 집 동쪽입니다.


게다가 그 중에서도 맨끝.




누구도 이 새벽에 복도를 지나 이리로 올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있는 이 방에 오려는 걸 빼면요.


[끼익...]




갑자기 소리가 멎었습니다.


나는 복도로 이어지는 미닫이문을 등진채 누워 있었습니다.


슥, 하고 나무문이 부드럽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곧이어 다다미를 터벅터벅 걷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뺨에 바람이 닿는 것 같는 기분이 느껴져, 누군가 바로 뒤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눈을 꽉 감고, 뒤에 있는 누군가가 나를 깨울 것이라 생각하며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 덜덜 떨리는 어깨에, 깨어있다는 게 들킬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그와 동시에, 뒤에 있는 것은 누구인지, 얼굴은 어떻게 생겼는지, 키는 큰지, 덩치는 큰지, 무서운 꼴은 아닐지 너무나도 신경 쓰였죠.


두 감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적어도 어떻게 생겼는지는 보고 싶어서 슬쩍 실눈을 뜨고 훔쳐보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시야를 움직이면 머리 끝 정도는 보일 터입니다.


상대방 얼굴까지는 안 보이니 알아차리지도 못할 테고요.


그렇게 생각한 나는, 살짝 눈꺼풀을 열어 시야를 등뒤로 돌렸습니다.




그리고 그것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내 위에 몸을 들이밀고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던거죠.


그것은 내 얼굴을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음을 띄고 있었습니다.




나는 엉겁결에 눈을 감고서, 떨리는 온몸을 필사적으로 억눌렀습니다.


언뜻 보인 얼굴은 여자아이로, 가지런히 자른 앞머리, 어깨까지 늘어진 긴 머리, 그리고 기모노 같은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본 것은 그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역시 여자아이 귀신이 나를 잡으러 왔구나, 하고 확신을 갖기에 말이죠.


소리를 질러야 하나?


그러면 괜히 자극하는 꼴이 되는 건 아닐까?




이대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오른손을 쑥 잡아당겨졌습니다.


굉장히 강한 힘이라 팔이 빠질 것 같이 쑤셨습니다.


참을 수 없어, 나는 [으악! 으아악!] 하고 외치며 손을 빼내려 발버둥쳤습니다.




하지만 몸은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힘도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목에도 뭐가 걸린 것처럼,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나는 그저 몸부림치고 몸부림치며, 몸부림칠 뿐이었습니다.




문득 나는 눈을 떴습니다.


집 안은 고요하고 인기척 하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연회가 끝나고 다들 잠자리에 든 모양입니다.




방금 전까지 곁에 있던 그 여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문은 꼭 닫혀 있었습니다.


자기 전에 내가 닫았을 때와 똑같이.




마치 한번도 열린 적 없었다는 듯이.


나는 황급히 일어나 불을 켰습니다.


방 안에는 나말고 아무도 없습니다.




어디를 봐도, 아무리 눈을 부릅떠도 나말고 다른 누구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나는 얼이 빠져서 이불 위로 주저 앉아 크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상한 꿈을 꾸었구나.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이마의 땀을 닦아냈습니다.


자기 전에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탓에 꿈에 나온 거겠죠.


다 큰아버지 탓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왠지 화가 치밀었습니다.


불을 그대로 켜놓은채 누워, 밉살스러운 큰아버지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큰아버지가 그렇게 겁만 안 줬어도 이상한 꿈은 안 꿨을텐데.




큰아버지 때문에 이상한 꿈을 꾼 거야!


이런 기분 나쁜 꿈을...


그래, 분명 꿈이었을텐데...




하지만 나는 보고 말았습니다.


이마의 땀을 훔치던 오른손.


얼핏 보기에는 변한 것 하나 없는, 평상시 그대로인 내 오른손.




그 손목에 분명히 손자국 모양의 멍이 남아있었습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그 멍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그냥 손 모양으로 생긴 멍도 아니고, 손가락 하나하나 끝까지 뚜렷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진짜 손자국입니다.


그다지 크지 않아, 내 손하고 비슷한 정도 크기였습니다.


나는 혹시 자고 있을 때 내가 내 손목을 꽉 잡았던 건 아닌가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곧 깨달았습니다.


여러분도 오른손 손목을 한번 잡아보세요.


지금 잡은 손은 당연히 왼손이겠죠?




하지만 내 손목에 남아있는 손자국은 틀림없는 오른손이었습니다.


다음날,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전전긍긍하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세수를 하러 약수터에 갔을 때, 화장실에 갔을 때...




혼자 있을 때는 무조건 걱정에 사로잡혀 주위를 둘러보고, 누군가와 마주치면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마치 지금도 그 여자가 곁에 있어서, 손을 잡히는 건 아닌가 하고.


이렇게 된 것도 다 큰아버지가 들려준 무서운 이야기 때문입니다.




나는 쓸데없이 그 사당에 다가간 탓에, 여자아이의 저주를 받은 거겠죠.


이미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어쨌든 사당에 별 생각 없이 접근했던 걸 사과해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후가 되자 혼자 산으로 향했죠.


사당에 가서 사과하기 위해, 다시 한번 사당을 향해 걸어나섰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순된 행동이지만, 당시 내게는 그것말고 다른 생각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포장된 하이킹 코스를 벗어나, 풀로 덮인 길을 강 따라 걷습니다.


이윽고 길은 강 수면보다 높아지기 시작해, 조금 더 가다보면 물이 10m는 아래에 있는 계곡이 됩니다.




그 절벽을 따라 더 깊은 산속으로, 두어시간은 걸었을까요?


나는 사당 앞에 도착했습니다.


사당은 전에 왔을 때와 다른 것 하나 없이, 무척 낡아있었습니다.




양쪽 여닫이 문은 떨어져 나가있고, 안에 있는 지장보살님은 이끼가 가득입니다.


집을 나설 때는 하늘이 맑았는데, 지금은 하늘 가득 무거운 구름이 끼어 주변이 어둡습니다.


그 탓에 황폐한 사당의 모습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집에서 가져온, 제사 때 조상님께 올리던 과자를 지장보살님 발밑에 두었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모은 채, 마음 속에서 사과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에도 어제 큰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머리 한켠을 스쳐지나갑니다.




손을 모으는 동안, 저는 계속 눈을 감은 채였습니다.


눈을 뜨면 거기 나를 둘러싼 아이들이 보일 거 같았으니까요.


나를 둘러싸고 둥글게 선 채, 손을 잡고 주변을 맴도는 아이들이.




그리고 그 원 안에는, 나, 그리고 내 손을 잡으려 하는 여자가.


[...찰박.]


갑자기 목덜미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아, 나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가빠 다리를 멈춰세우고 나서야, 나는 목덜미에 닿은 게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렸습니다.


어느덧 주위에는 엄청난 기세로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공물로 무얼 바칠지, 저주는 어떻게 할지만 걱정했기에, 나는 우산도 우비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비를 피할 나무그늘을 찾아 주저앉고 잠시 뒤.


이대로는 완전히 날이 저물어, 하산은 고사하고 여기서 움직일 수도 없을 것 같았습니다.


비는 내리고 빛도 없는데, 모기에게 물어뜯기며 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죠.




슬슬 비를 맞으면서라도 산을 내려가야 합니다.


나는 큰맘 먹고 비 내리는 숲속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은 본 적 없는 경치가 펼쳐져 있어, 나는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튼 강을 목표로 걸었습니다.


강변을 따라 하류로 내려오면, 오솔길이 하이킹 코스까지 이어져 있을 터입니다.


잘 포장된 산책로로 몇십분만 걸으면, 산기슭의 마을이 나옵니다.




강은 사당 서쪽에 있고, 북에서 남으로 흐릅니다.


그렇다면 서쪽으로 나아가는 한, 언젠가는 강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날은 저물고 있었지만, 내가 온 방향을 되짚어 보면 대략적인 방위는 알 것 같았습니다.




나는 서쪽이라고 생각한 방향으로, 한결같이 걸어갔습니다.


하지만 걸어도 걸어도 좀처럼 강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방향은 틀림없을텐데.




이제 주변은 칠흑 같이 어둡습니다.


빗발은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거세져만 가고, 긴 시간을 계속 걸어왔기에 이미 몸의 피로도 한계였습니다.


그쯤 되자 이미 내 마음 속에서는 사당이나 저주에 대한 공포는 희미해지고 있었습니다.




그 대신, 다시 집에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금방이라도 내 몸을 파먹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일이 일어난 건 바로 그 무렵이었습니다.


나는 무언가에게 발을 잡혀, 앞에 있는 웅덩이에 크게 얼굴을 박고 말았습니다.




모래와 자갈이 눈가에 들어가, 아픈데다 눈도 못 뜰 지경이었습니다.


눈을 비벼봐도 두 손 역시 진흙과 모래투성이라 그것 또한 쉽지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비와 어둠 때문에 시야가 제한되는데, 더 심해져버렸으니.




옷과 신발은 물을 빨아들이다 못해 폭삭 젖어 축축 늘어지고, 무거운 손발은 피로로 인해 돌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사면초가.


나는 웅덩이에 주저앉아 움직일 기력도 없이, 다만 몸에 쏟아지는 빗방울에 몸을 맡기고 힘없이 고개를 떨궜습니다.




그때, 누군가가 내 오른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일어설 수 있도록 옆에서 추어올려줬습니다.


내가 그 힘을 받아 일어서자, 그 손은 내 손을 잡은 채 어딘가로 데려가듯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거스르지 않고, 나아가는대로 따라갔습니다.


향하는 곳은 내가 걷던 것과 같은 방향.


강과 계곡, 절벽이 있는 방향이었습니다.




나는 생각조차 반쯤 마비된 채, 그저 어쩐지 계곡 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만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저 손이 이끄는대로, 강의 흐름에 몸을 맡기듯 그것을 따라갈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꽤 걸어갔는데도, 좀처럼 절벽을 넘어가는 느낌은 나지가 않았습니다.




내 손을 이끄는 누군가는, 도중에 몇번 방향을 바꾸면서도 계속 걸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뛰다시피 걸으며, 중간에 머뭇거리거나 멈춰서지도 않았습니다.


도중에 몇번 넘어질 뻔 했을 때도, 그 손은 내 손을 꽉 쥔 채 결코 놓지 않았습니다.




나를 일으키듯 강하게 손을 당겨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해주며, 하지만 그럼에도 멈춰서지 않으며.


한참을 걷는 사이, 나는 어느새 내 발 밑의 길이 흙바닥에서 포장된 도로로 바뀌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아무래도 하이킹 코스에 접어든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산기슭 마을까지 그리 오랜 시간 걸리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손은 계속 내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나도 눈을 감은 채, 그 손을 따라 계속 걸어갔습니다.




이윽고, 그것은 갑자기 내 손을 놓았습니다.


주위에서는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는 어느샌가 앞이 보이게 된 눈을 천천히 떴습니다.




주위에서 우산을 쓴 어른이 몇명 달려옵니다.


아무래도 나는 하이킹 코스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와 있는 듯 했습니다.


달려오는 사람들 사이에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옛날, 하지만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니고, 막 전쟁이 끝났을 무렵.


아직 제대로 길도 닦이지 않은 산속에서 한 여자아이가 실종됐답니다.


산기슭 마을에서 어른들이 나서서 산을 수색했지만, 결국 여자아이는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후로도 비슷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고 합니다.


산에 갔다 아이가 발을 헛디뎌 벼랑에 떨어지거나 물살에 휩쓸리고, 끝내 목숨을 잃고 마는 사고가요.


다들 죽은 것은 아니고, 산 속을 헤매다 무사히 돌아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들 같은 말을 하더랍니다.


[산 속을 걷다가 누군가한테 손을 잡혔어요.]


그리고 아이들의 오른손목에는 으레 손자국이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혹시 맨 처음 사라졌던 여자아이의 저주는 아닐까?]


마을에는 언제부터인가 그런 소문이 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민 끝에 처음 희생자가 나왔던 절벽 근처에 작은 사당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지장보살님을 모셔 원한을 달래려고 했죠.


하지만 나중에 알려진 것은, 손자국은 무사히 돌아온 아이들에게만 남아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죽은 채 발견된 아이들의 손목에는 손자국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산에서 처음 사라졌던 여자아이는 정말로 저주를 내리고 있던 걸까요?


나는 그때, 달려온 부모님에게 안긴 채 누가 나를 여기로 데려다줬냐고 물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어른들 모두가 같은 말을 할 뿐이었습니다.




[너는 혼자 돌아왔잖니. 함께 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나는 문득,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는 분명 하느님 눈에 들어 이 산의 산신님이 된 걸게야. 앞으로 우리를 지켜줄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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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할아버지에게 들은, 무섭지는 않지만 기이한 이야기.


아직 나와 형이 태어나기 전 일이라고 한다.


시기는 6월 말에서 7월 초.




장마가 온 터라, 그날은 아침부터 억수같이 비가 쏟아졌다고 한다.


농사일도 못 나갈 지경이라, 할아버지는 대낮부터 화로 옆에 앉아 술을 홀짝이고 있었단다.


따로 뭘 할 것도 없고 담배나 태울 뿐.




점심은 진작에 먹었지만 저녁까지는 아직 시간도 꽤 남은 터였다.


자연히 술이 당길 수 밖에 없지만, 술병에 남은 게 별로 없었더란다.


사둔 술도 없기에 이걸 다 마시면 사러 나가야 할 터.




하지만 이 쏟아지는 빗속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시간을 안주 삼아 천천히 한잔씩 기울였다고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술기운이 슬슬 돌아 잠시 누울까 싶던 무렵, 갑자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쾅쾅쾅!]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누가 찾아왔나 싶었다.




[누구야?] 라도 물었다.


그러자 문 두드리는 소리는 뚝 그치고, 빗소리만 들리더란다.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오는 기척도 없었다.




뭔가 싶어 당황해하고 있자, 잠시 있다가 또 [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가기도 귀찮아서, 안쪽 방에 있을 할머니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잘 들리지가 않는지 대답이 없었다.




[이봐, 할멈.] 하고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그 사이에도 문 두드리는 소리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대로는 잠도 못 자겠다 싶어, 할아버지는 떨떠름한 기분으로 현관에 나섰다.




약간 비틀거리면서도 현관까지 나온 할아버지는, 샌들을 신고 [쾅쾅쾅!] 소리가 나는 문에 손을 댔다.


[그렇게 세게 두드리면 문 다 부서지겠다.] 하고 문 너머 상대를 질책하며, 단숨에 문을 열었다.


[...어?]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바로 전까지 그렇게 문을 두드려댔는데, 정작 열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있을리 없다 생각한 할아버지는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아무도 없다.


다만 처마 밑에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듯, 문앞이 흠뻑 젖어 있었다.


별다른 일도 없었기에, 할아버지는 문을 닫고 화로 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천천히 누웠다.


그러자 또 [쾅쾅쾅!] 하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다시 현관으로 달려가 문을 열었다.




역시 아무도 없다.


이번에는 바깥까지 나가 살폈지만 마찬가지다.


다만 처마 밑에 있는 젖은 흔적이 아까보다 더 커진 듯 했다.




할아버지는 그것을 잠시 바라보며 생각하다, 현관 앞에 있는 우산을 하나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처마 끝에 살짝 기대어 세워두었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다시금 할아버지는 화로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또 [쾅쾅쾅!] 하고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거기 우산 있으니까 마음대로 가져가라고!]




할아버지는 큰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그러자 문 두드리는 소리는 뚝 그쳤다.


할아버지는 귀찮다 싶으면서도, 다시 한번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고 밖을 보았다.




처마 끝에 기대어 뒀던 우산이 사라져 있었다.


할아버지가 앓는 소리를 내며 화로 곁으로 돌아오자, 할머니가 있었다.


[어디 있던게야?] 하고 묻자, [방안에 있었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아무래도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할아버지 목소리가, 할머니에게는 하나도 안 들렸던 모양이다.


[누가 왔었어요?] 하는 할머니의 물음에, 할아버지는 대답했다.


[뭐가 왔나봐. 하도 문을 두드리길래 우산을 줘버렸지 뭐요.]




할머니는 멍하니 있다가, [새 우산을 사야겠구만.] 하고 한마디 했다고 한다.


며칠 뒤, 장마가 그치고 맑은 날이 며칠 이어졌다.


산에 일을 나갔던 할아버지는 생각지도 못한 물건을 발견했다.




큰 나뭇가지에, 우산이 펼쳐진 채로 걸려 있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누가 우산을 저런데다 놨나 하고 그냥 지나갔지만, 계속 걸어가는데 보이는 나무마다 우산이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싶어 우산을 내려보니, 비가 쏟아지던 날 기대어 뒀던 우리 집 우산이었다고 한다.




어쩌면 가져갔던 놈이 갚으러 온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할아버지는, 우산을 다시 나무 위에 올려뒀다.


[이놈아, 너한테 준거야! 가져도 되니까 다시 가져가!]


큰소리로 외치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고 한다.




그러자 그 후로는 나무 위에 우산이 보이지 않더란다.


나는 [뭐 다른 답례 같은 건 없었어?] 하고 물어봤지만, 할아버지는 잠시 생각하고는 [그런 거 없지 뭐냐.] 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뭐, 돌려주러 돌아온 건 가상하구나.] 하고, 쓴웃음을 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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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05th]어느 온천여관

괴담 번역 2017. 12. 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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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즈오카현 어느 온천마을에 갔을 때 이야기다.


여자친구네 집에 큰 제사가 있다길래, 온천여행도 할 겸 따라가기로 했다.


근처에 어느 온천마을이 있었거든.




갑작스럽게 일정이 잡히다보니 숙소도 겨우 잡았다.


저녁과 아침 식사를 합해서 1박에 26,000엔.


인터넷으로 찾아보지도 않고 그냥 간 거라서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안내 받은 방은 뜻밖에도 크고 훌륭한 곳이라 깜짝 놀랐다.




거실이 다다미 12장 넓이에, 따로 문으로 구별된 다다미 8장 넓이 침실도 있었다.


방에 딸려있는 목욕탕도 노송나무 욕조로 된 제대로 된 물건이었다.


[엄청 싸게 잡았다. 방도 고풍스럽고 위엄 있어서 멋있는데!]




우리는 당장 대욕장으로 달려가 한가히 시간을 보냈다.


밤이 되어 저녁식사가 나왔다.


방으로 대령된 식사는 무척이나 호화스러웠다.




신선한 생선회에 소고기 철판구이, 곁들여서 술도 몇병 나왔다.


[여기 진짜 좋다. 완전 좋은 방을 잡았어. 대성공이네.]


둘이서 신나서 연회를 벌였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뒤, 둘이서 욕조에 들어가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후 방문 안쪽 침실로 들어가, 늘어선 이불에 누워 불을 끈 채 TV를 봤다.


그러는 사이 여자친구도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졌고, 나도 TV를 보다 어느샌가 잠들고 말았다.




문득 눈을 떴다.


아마 한밤 중이리라.


문 창호지를 통해 어스름한 달빛이 비칠 뿐, 주변은 거의 어둠 속이다.




어라?


꺼짐 예약을 해뒀던 것도 아닌데, TV가 꺼져 있었다.


여자친구가 끈 걸까?




지금 몇시지?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려 머리맡을 더듬었다.


무슨 소리일까, [훅, 훅!] 하고 거친 숨결 같은 게 들렸다.




여자친구가 코라도 고는 걸까 생각하며 휴대폰을 집었다.


시간을 확인하자 2시 조금 넘은 무렵이었다.


아직 잘 때구나 생각하며, 휴대폰에 비친 여자친구의 얼굴을 바라봤다.




여자친구는 일어나 있었다.


휴대폰 불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 얼굴.


눈을 부릅뜬 채, 이를 보이며 웃고 있었다.




아까 그 거친 숨결은 이 사이로 샌 그녀의 숨소리였다.


나는 여자친구가 왜 그러나 싶어, 패닉에 빠졌다.


겨우 [괜찮아? 왜 그래?] 하고 말을 걸려 하는데, 여자친구가 움직였다.




얼굴은 나를 바라보는 채,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목만 천천히 그쪽으로 돌려보니, 어느새 문이 열려 있었다.


거실이 더 안쪽에 있기에, 문 너머는 더욱 어두웠다.




여자친구가 가리킨 쪽으로 휴대폰 불빛을 비추자, 천장에서 유카타 띠 같은 게 고리 형태를 하고 드리워져 있었다.


이게 뭔지,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지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머릿 속은 일어나고 있는 일을 따라가지 못해 완전히 패닉 상태였다.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여자친구는 여전히 눈을 번뜩이며 얼굴 가득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 얼굴 그대로, 입만 움직여 말하기 시작했다.


작은 목소리로.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저걸 써...]


나는 그대로 졸도하고 말았다.


그 이후의 기억은 없다.




잠시 뒤, 희미하게 들리는 아침방송 진행자 목소리에 눈을 떴다.


벌떡 일어났다.


꿈이었다는 걸 알아차렸지만, 몹시 두려웠다.




너무나 현실적이라 꿈 같지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고, 천장에는 띠도 드리워 있지 않았다.


TV도 그대로 켜져 있고.




역시 꿈이겠지.


여자친구는 아직 자고 있었다.


하지만 얼굴 표정이 잔뜩 구겨진 채다.




나는 여자친구를 흔들어 깨웠다.


화들짝 일어난 여자친구는, 두려움과 불신이 섞인 듯한 시선으로 나를 살피고 있었다.


[왜 그래? 괜찮아?] 하고 묻자, 조심스레 여자친구는 입을 열었다.




[어젯밤, 너무 무섭고 이상한 꿈을 꿨어...]


밤중에 문득 눈을 떴더니 내가 없더란다.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켜봤더니, 어두운 방 안, 내가 천장에서 드리운 띠에 목을 걸고 있었다는 것이다.




마치 목을 맬 준비를 하듯.


여자친구가 놀라서 [뭐하는거야?] 라고 물었더니, 내가 쓱 돌아보며 말하더란다.


[봐, 준비 다 됐어. 이걸 쓰면 돼.]




그 말을 듣고 나는 펄쩍 뛸 정도로 놀랐다.


하지만 굳이 내 꿈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둘이서 같은 꿈을 꾸었다는 걸 알면, 뭔가 주술적인 힘이 작용해 그게 진짜 일어나기라도 할까봐 두려웠으니까.




여자친구를 애써 달래고, 일단 아침식사를 하러 방을 나섰다.


둘 다 이상한 꿈 때문에 입맛이 없어 깨작대다 식당을 나섰다.


나는 도중에 카운터에 들러 물었다.




[실례지만 저희가 묵는 방에서 누가 목 매달아 자살한 적 있지 않습니까?]


종업원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았지만, 체크 아웃 때 확인해보니 숙박료가 6,000엔 깎여 있었다.


여러분도 시즈오카현 온천마을을 찾을 때, 멋진 방으로 안내 받으면 억지로 자살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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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괴담][2ch괴담][904th]친구가 본 것

괴담 번역 2017. 12. 14.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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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하게 지내는 회사 동료가 어째서인지 바다에 가는 것만큼은 한사코 거절한다.


이유를 물어봤지만 별로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기색이었고.


궁금해서 같이 술 한잔하면서 취한 다음에 캐물었다.




그가 아직 학생일 무렵,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었단다.


기말고사 끝난 다음이랬으니 한겨울이었을 것이다.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어딜 정해놓고 가는 건 아니고, 친구네 개까지 셋이서 차를 타고 정처없이 달려가는 마음 편한 것이었다.




며칠째였나, 어느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접어들 무렵, 해가 저물어 버렸다.


곤란하게도 휘발유가 거의 떨어져가고 있었다.


해안가 오솔길을 달리며 내비게이션으로 찾아보니 금방 주유소를 발견했지만, 가게 문이 닫혀있었다.




뒷문 쪽으로 돌아가보니, 문에 큰 소쿠리가 매달려 있더란다.


그걸 밀고 초인종을 누른다.


[실례합니다. 휘발유가 다 떨어져서 그러는데요.]




잠시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대답은 없었다.


[무시하나본데.]


동료는 왠지 화가 뻗쳐서 다시 초인종을 누르고 소리쳤다.




[실례합니다!]


끈질기게 소리치자 현관 불이 켜지면서 유리창 너머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누구야?]




[휘발유가 다 떨어져서...]


[오늘은 쉬는 날이야.]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화난 것 같은 목소리가 돌아온다.




[어떻게 좀 안될까요...]


[안돼. 오늘은 벌써 장사 접었어.]


어쩔 도리도 없이, 동료는 친구와 차에 돌아왔다고 한다.




[이래서 시골은 안된다니까.]


[어쩔 수 없네.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자. 내일 아침에 문 열면 보란듯 찾아가서 바로 기름 넣고 뜨자고.]


차를 세울만한 곳을 찾아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주유소 뿐 아니라 모든 가게와 집이 다 문을 닫고 있더란다.


자세히 보면 어느 집이고 처마 끝에 바구니나 소쿠리를 매달고 있다.


[무슨 축제라도 하나?]




[그런거 치고는 너무 조용한데.]


[바람이 너무 세서 안되겠는데. 야, 저기 세우자.]


그곳은 산기슭에 있는 작은 신사였다.




바다를 향해 쭉 뻗어 있는 돌계단 아래에다 차를 세웠다.


작은 주차장처럼 울타리가 있어, 바닷바람을 막아줄 듯 했다.


신사 기둥문 그늘에 차를 세우자, 주변은 이미 어두워진 후였다.




할일도 없겠다, 동료는 친구와 이야기나 좀 나누다 모포를 덮고 운전석에서 잠을 청했다고 한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개가 으르렁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강렬한 비린내가 나고 있었다.




개는 바다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고 있었다.


친구도 눈을 떴는지, 어둠 속에서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바다는, 낮에 본 것과는 달리 기분 나쁠 정도로 고요했다.




살풍경한 콘크리트 암벽에 꿈틀거리는 파도가 비친다.


[뭐야, 저거.]


친구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처음 그것은, 바다에서 기어나오는 굵은 파이프나 통나무 같이 보였다.


뱀처럼 몸부림치며, 천천히 뭍에 올라왔지만 이상하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놈의 몸 자체가 뭉게뭉게 피어오른 검은 연기 덩어리 같아, 실체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대신, "우우우..." 하는 귀울림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구역질 나는 비린내는 점점 심해질 뿐이었다.




그 녀석의 끄트머리는 해안가 길을 가로질러 건너편 집까지 닿고 있었다.


아직 반대편은 바다에 잠긴 채였다.


집 처마를 들여다보는 듯한 그 끄트머리에는, 확실히 보이지는 않지만 얼굴 같은 게 분명히 있었단다.




두 사람 모두 담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 모습을 본 순간부터 "불길하다" 는 생각이 온몸을 지배해 몸이 굳어 움직이질 않았다고 한다.


마치 심장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것은 처마에 매단 소쿠리를 계속 바라보다가, 이윽고 천천히 움직여 다음 집으로 향했다.




[야, 시동 걸어.]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에, 동료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고 한다.


움직이지 않는 팔을 간신히 들어 키를 돌리자, 적막한 가운데 엔진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것이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위험하다!"


뭔지는 알 수 없지만, 눈을 마주치면 안되는 직감이 들더란다.




앞만 바라보며 액셀을 밟아 급발진했다.


뒷좌석에서 미친 듯 짖던 개가 훅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타로!]




무심코 돌아본 친구도 히익하고 숨을 들이쉬더니 그대로 굳었다.


[멍청아! 앞을 봐!]


동료는 친구의 어깨를 강제로 잡아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친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고,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고 한다.


동료는 정체 모를 공포에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 액셀을 밟았다.


그나마 남은 연료가 다 떨어질 때까지 달려간 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고 한다.




친구는 의식이 불명확한 상태로 근처 병원에 입원했고, 일주일 가량 고열에 시달렸다고 한다.


회복된 뒤에도 그 일에 관해서는 결코 입을 열려 하지 않았고, 이야기만 꺼내려 해도 불안해했다고 한다.


결국 그가 무엇을 보았는지는 들을 수 없었고, 졸업한 뒤에는 그대로 사이가 멀어졌다고 한다.




개는 심한 착란 증세를 보인 끝에, 가까이 오는 사람은 누구에게든 거품 물고 달려들려고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시켰다고 한다.


그것이 뭔지, 동료는 아직도 알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바다에는 결코 가까이 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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