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ground

일본

320x100



부동산에서 일하던 시절 이야기다.


집을 팔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이야기도 들어보고 물건도 확인할 겸 직접 찾아갔다.


현관 앞에는 쓰레기가 나뒹굴고, 정원도 잡초투성이라 한눈에 봐도 사람 손 닿지 않는 폐가 같은 모양새였다.




초인종을 누르다 문득 시선을 돌리니, 마당에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여자아이는 급히 달아났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바깥과 다를 게 없었다.




여기저기 옷가지와 쓰레기가 널부러져 있고, 부엌에는 술병이 굴러다닌다.


그런 풍경 와중, 창가에 놓인 새빨간 책가방과 노란 모자만은 오히려 붕 떠 있는 느낌이었다.


집주인인 남자는 30대 후반 정도로, 목욕도 한참을 안했는지 지독한 체취와 술냄새를 펄펄 풍기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아내가 도망을 쳤는지, 아내에 대한 푸념이 대부분이었다.


양해를 구하고 각 방 상태를 확인하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발을 옮겼다.


2층에서 아까 그 여자아이가 나를 내려다봤다.




[아빠, 괜찮았어?]


뭐가 괜찮냐고 물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괜찮아.]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자아이는 안심한 듯, [다행이다. 아빠가 기운 없어서 걱정했어.] 라며 활짝 웃었다.




[방 좀 보여줄 수 있니?] 라고 묻자, 아이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복도를 후다닥 달려가더니,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 역시 2층으로 올라가 여자아이가 들어간 듯한 방으로 향했다.




거기는 다른 방과는 달리, 다른 여자아이들 방처럼 쓰레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아무리 저런 아버지라도, 자기 딸 방만큼은 더럽히지 않는구나 싶어 묘하게 감탄했다.


자세히 보니 그 방과 연결된 방이 하나 더 있었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보다 더 어린 아이를 위한 방 같이 보였다.


아버지가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건가 싶어 의아해진 나는, 여자아이에게 물어보려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다른 방으로 가버린 것인지,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2층을 대충 돌아보고, 나는 다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러갔다.


문득 생각나서, [아이는 두 명인가요?] 하고 물었다.


[아, 어린 것은 아내가 데리고 갔습니다. 큰 아이 위패도 가져가버려서, 저한테는 이게 위패 대신입니다.]




그러면서 창가에 놓인 새빨간 책가방을 가리켰다.


큰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새로 사 놓은 책가방 한번 메어보지 못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단다.


아내는 정신에 문제가 생겨 어린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떠났고, 남자는 그저 술로 속을 달래고 있더란다.




아버지가 걱정되서 딸이 성불도 못하고 있잖아요, 라는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02nd]열이 나던 날

괴담 번역 2017. 12. 9. 23:52
320x100



2년여 전, 아직 대학생이던 무렵 이야기다.


그날은 몸에 열이 좀 있어서, 아침부터 계속 침대에 누워있었다.


아침 8시쯤, 엄마가 [일 다녀올게.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전화하렴.] 하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우리 집은 고양이를 키웠는데, 나는 고양이가 침대에 들어오면 신경 쓰여서 잠을 못 이룬다.


몸도 안 좋고, 한숨 푹 자야겠다 싶어서 고양이는 방 밖에 내어놓았다.


집이 낡은 탓에 고양이가 문을 세게 밀면 문이 열리기 때문에, 문도 잠그고.




잠시 누워있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을 일으켜 친구와 라인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레 몸상태가 확 나빠졌다.


몸이 너무 무겁고 추운데다, 눈앞이 마구 흔들려 기분이 나빴다.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를 하려 했지만, 어째서인지 전파 상태가 나빠 전화가 걸리지 않았다.


불안해지기 시작하는데, 문 밖에서 고양이가 울었다.


[야옹.] 하고, 평소 같은 목소리로.




하지만 어딘가 심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지금은 알 것 같다.




목소리가 아랫쪽이 아니라 윗쪽에서 들려왔던 것이다.


바닥이 아니라, 사람이 말하는 정도 위치에서.


너무 무서운 나머지 나는 문도 못 열고 가만히 있었다.




잠시 뒤, 엄마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걱정되서 돌아왔어.]


분명 엄마 목소리인데, 그것도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심하게 느껴졌다.




목소리 톤이나 단어 선택 같은게, 평소와는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다.


게다가 아직 엄마가 일하러 나간지 2시간도 안 된 터였다.


이렇게 갑작스레 돌아올리가 없었다.




문밖에, 뭔가 알 수 없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서워서 문을 바라보려 했지만, 몸이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


춥고 무서워서 이가 덜덜 떨렸다.




다음 순간, 문 손잡이가 덜컹덜컹하고 마구 흔들리기 시작했다.


자물쇠도 오래 되서 약한 탓에, 저렇게 돌리면 금세 열려버릴텐데...


숨도 못 쉬고 있는 사이, 문 손잡이가 멈추고,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문 앞에서 "무언가" 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나지막하게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전파가 닿고 있어서, 서둘러 엄마에게 전화했다.


역시나 엄마는 집에 돌아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후, 걱정이 되어 일찍 돌아온 어머니는 현관에서 고양이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기운차던 고양이가, 상처 하나 없이 누운 채 죽어있었다.


우리 고양이는 문 밖에 있던 "무언가" 가 데리고 가 버린 것일까.




만약 그때 문을 열었더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320x100

[번역괴담][2ch괴담][901st]남자의 사진

괴담 번역 2017. 12. 7. 23:26
320x100



벌써 10년은 된 이야기다.


친구 A가 갑자기 배낭여행을 떠나겠다고 말을 꺼냈다.


산지 얼마 안된 디지털 카메라를 시험해보고 싶었으리라.




나도 별 생각 없이, [조심해서 다녀와.] 라고 말한 뒤 배웅했다.


하지만 사흘 정도 있다 돌아올 예정이었는데, 나흘이 지나도 닷새가 지나도 A는 돌아오지 않았다.


물론 연락도 없었고.




마침내 A의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일주일 뒤, A가 발견됐다.


익사체가 해변으로 떠올랐던 것이다.




등에 메고 있던 배낭 속 유류품을 통해 신원이 판명됐다고 한다.


며칠 뒤, 나는 A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찰이 나를 불러세웠다.




그리고는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혹시 이 남자 모르십니까?] 하고 질문을 던졌다.


거기 찍혀 있는 것은 웃고 있는 A였다.


그리고 그 옆에, 본 적 없는 수염 난 남자가 서 있었다.




30대쯤 된 것 같았다.


이 사진은 A의 디지털 카메라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즉, A가 죽기 직전 찍은 마지막 사진이라는 것이었다.




비슷한 사진이 몇장 더 있었다.


혹시 이 남자가 A를 죽인 건 아닐까?


나는 남자를 전혀 모른다고 대답했다.




경찰은 [역시 그렇겠죠...] 라고 고개를 떨궜다.


[도대체 이 남자는 누구입니까?]


경찰은 넌지시 귀띔했다.




[그게 말입니다... 사실 이 남자는 10여년 전에 실종된 사람이에요. A씨가 사고를 당한 부근에서 사라졌고요. 지금도 저희가 수색하고 있습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단 하나 확실한 것은, A가 이 남자와 만난 직후 수수께끼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 뿐.



320x100
320x100



어느날, 동창회 소식을 알리는 편지가 왔다.


중학교 동창회로, 20살때 한번 만났던 친구들이다.


어느덧 10년이 지나, 이제는 서른이 됐다.




어릴적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이제는 왕래가 뜸해졌다.


오랜만에 만나 옛 정을 되살리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동창회 당일, 꽤 많은 친구들이 나와 왁자지껄 사는 이야기도 늘어놓고, 어릴 적 추억도 풀어놓았다.




정말 즐거운 모임이었다.


서른살쯤 되니 아저씨 아줌마가 다 된 친구들도 있고, 머리가 벗겨진 친구도 있다.


새삼 다들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나 스스로도 아저씨가 됐다는 건 애써 무시하면서.


결혼한 친구들이 꽤 많아서, 아직 미혼인 나는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담임 선생님께도 연락을 드렸던 모양이지만, 지병 때문에 거동이 어려우셔서 아쉽게 못 오셨다고 한다.




서서 식사하는 곳에서 가볍게 1차를 마친 뒤, 2차는 술집으로 향했다.


반 조금 넘는 인원이 2차에 참여했다.


나도 다음날 일이 없었기에, 조금 과음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2차에 따라갔다.




조금 취기가 돌고, 다들 1차 때보다 개방적이고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던 그때.


새로운 참가자가 나타났다.


A였다.




A는 중학교 시절 친구가 많지 않은 녀석이었다.


나 역시 그와 이야기했던 기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10년 전 동창회에도 참석했었고, 그때는 나름대로 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다.




다만 중학교 시절부터 겁먹은 듯한 태도라, 이야기하다 왠지 모르게 말문이 막혀 맥이 끊기곤 했다.


하지만 다들 술도 들어갔겠다, 기분이 거나해진 친구들은 A를 반가이 맞이했다.


[이야, A잖아!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난입이냐!]




간사인 B가 먼저 말을 건넸다.


B는 나와 사이가 좋아, 지금도 가끔이나마 연락을 하는 몇 안되는 동창이다.


다른 친구들도 제각기 [오랜만이다! 앉아, 앉아!] 라던가, [지금 분위기 딱 좋은데 잘 맞춰왔네.] 라면서 친근하게 말을 건넸다.




A는 B에게 이끌려, 자리에 앉아 가만히 있었다.


나는 A를 보고 새삼 놀랐다.


전혀 늙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왠지 조금 힘이 없어보였지만, 10년 전 동창회 때 봤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마가 조금 넓어져가는 내 입장에서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었다.


A는 이전보다도 더 과묵해져 있었다.




무언가 말을 걸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장구는 치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


[뭐 마실래?] 하고 B가 물었지만, 고개를 끄덕일 뿐 대답이 없었다.


[일단 생맥주 한잔 시키지 그럼. 안 마시면 내가 먹는다.]




하지만 A는 그렇게 시킨 생맥주도, 안주에도 손 하나 대지 않았다.


그쯤 되자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나말고 다른 녀석들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하던 일이 안 풀려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가 걱정했다.




그래서 가급적 밝은 어조로 말을 걸었다.


[이야, 그나저나 A 너는 정말 늙지도 않았네. 부럽다. 나는 완전 아저씨가 다 됐어.]


A는 애매하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릴 뿐이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 몇도 거들었다.


[그러니까! 한눈에 알아보겠더라니까. 전혀 안 변했지 뭐야. 뱀파이어라도 되는 줄 알았어!]


[안 늙는 체질도 있더라니까.]




A는 여전히 웃고만 있었다.


B도 한마디 거들 생각이었는지 입을 열었다.


[아니, 혹시 A는 진짜 사람이 아닌 거 아냐?]




결코 바보취급 하거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고, 그저 농으로 던진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에, 그제껏 미소만 띄우던 A의 표정이 달라졌다.


다리를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더니, 눈을 크게 뜨고 바닥을 내려다봤다.




그 모습에 놀란 B는 곧바로 [아, 내가 말실수를 했나보네. 기분 나빴어? 미안, 미안.] 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는듯, A는 계속 벌벌 떨 뿐이었다.


다른 녀석들도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듯, 다들 이쪽을 바라봤다.




나는 역시 마음에 병이 있는게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냉정하기 짝이 없게, B의 가벼운 농담에 과민반응해서 분위기를 깨버린 A를 책망하는 마음도 있었다.


[정말 미안해. 마음 풀고 다시 마시자.]




B는 다시 사과했다.


다른 녀석들은 아까 일은 잊은 듯, 다시 잡담을 시작했다.


하지만 A의 떨림은 점점 커져서, 의자가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나도 말을 걸었다.


[야, 괜찮냐?]


그러자 A가 기묘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웃는 듯, 화난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등과 손등으로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 짝, 짝하고, 일정한 박자로 박수를 친다.


"우와, 뭐지 이녀석. 무섭네..."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A는 귀청이 찢어질 정도로 절규를 내던졌다.




그리고는 그대로 달아났다.


그 순간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마치 괴물 같던 그 얼굴.




우리 동창회 멤버들은 물론이고, 다른 손님과 점원까지 다들 놀라서 망연자실했다.


다시 술을 마실 분위기도 아니고, 결국 그날은 그대로 모임이 파했다.


훗날, B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심상치 않은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도 하고, 자기 때문인 거 같아 죄책감도 들어, A네 집에 연락을 해봤단다.


B는 A의 가족에게 동창회에서 있었던 일을 에둘러 전하고, 혹시 연락을 받은 건 없냐고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족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그것이 사실인지, 어디 있는 가게인지 되묻더니, 한참 있다 A가 10년 전 실종됐다고 말하더라는 게 아닌가.


10년 전 동창회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이번 동창회 초청장을 받기는 했지만, 가족들은 바빠서 답장을 잊고 있었단다.




10년 전 사라진 A가, 동창 중 누구와도 연락이 없던 A가, 어떻게 동창회 2차 자리를 알고 찾아온 것일까.


나는 견딜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돌이켜보면 10년 전 동창회 때, A가 말문이 계속 막혔던 건 사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데 꺼내놓지 못해서는 아니었을까.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A는 행방불명 상태라고 한다.


건강하지는 않더라도, 부디 어디에선가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320x100

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5일차

잡동사니 2017. 12. 6. 00:10
320x100


여행 마지막날.

아침에 일어나 짐을 숙소에 맡긴 뒤 체크아웃.

체크인 당일과 체크아웃 당일 모두 짐을 맡아주는 좋은 숙소라서 끝까지 덕을 봤습니다.

오늘 행선지는 시부야에요.


그런데 구글 맵이 무슨 말썽을 부렸는지, 곧이곧대로 믿고 내린 하쓰다이역에서 시부야까지는 또 30분을 걸어가야 했습니다.

결국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걷기만 엄청 했네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주변 구경이나 했습니다.

날씨는 참 좋더라고요.




제 목적지는 NHK.

일본의 공영방송국으로, 일본을 대표하는 방송국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스튜디오 파크라고 방송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 이곳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저 네모난 친구는 NHK의 마스코트 도모군.


오픈 시간인 10시에 딱 맞춰 도착했는데, 앞에 이미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수학여행철이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잔뜩 견학을 온 거였어요...

200엔 내고 일단 표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체험 코너는 미래의 주역들이 와글와글.

저는 옆에서 구경만 하고 지나왔습니다 흑흑.




방송 관련 스튜디오나 8K 고화질 영상, 이런저런 소품 구경 정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일본 방송에 관심이 있으시면 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네요.

과거 방송을 돌려볼 수 있는 타임머신도 구비되어 있었고요.




스튜디오 파크 내부를 돌아다니며 퀴즈를 맞추는 코너도 있었습니다.

일본어 힌트를 읽을 수만 있으면 정답은 다 알려주는 수준이라 가볍게 기념품 획득.

왼쪽 노란 건 메모장입니다.




NHK를 나온 뒤, 바로 옆에 있는 요요기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운 좋게 마침 스포츠카 행사가 열리고 있더라고요.

평소에는 보기 힘든 스포츠카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어, 열심히 구경했습니다.

NHK보다 여기가 더 재밌었어요.




실제 카레이서를 만나는 행사도 있더라고요.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레이스에 나서는 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스폰서로는 타미야하고 레드불이 있었는데, 타미야 쪽에서는 미니카를 그대로 실물 크기 자동차로 만들어 놓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요기 공원 옆에는 국립 카스미가오카 육상 경기장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이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의 홈구장이 되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바로 이곳이 일본 축구의 심장이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예선 당시, 도쿄대첩도 이곳 요요기 구장에서 터진 기적이었죠.

지금은 가끔 국가대표팀 경기가 열리기도 하고, J리그 중립 경기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하네요.

2022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전면 재건설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니, 이 경기장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입니다.




시부야에 온 이상 하치코 동상을 안 보고 갈 수가 없죠.

천천히 걸어서 또 이동을 시작합니다.

가는 길에 발견한 시부야 소방서.

이곳 맞은편은 패션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소방서 근처라 파이어 스트리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와서 문을 연 가게가 없더라고요...


타워레코드도 크게 자리잡고 있었는데, 앞에는 짝퉁 하치코 동상도 있었습니다.

뭔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더라고요.

입구 중 한면은 우리나라 아이돌 JBJ 광고가 붙어 있어서, 새삼 한류의 대단함을 느꼈습니다.




여기는 디즈니 스토어.

안에는 온갖 디즈니 관련 상품들을 팔고 있고,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풍경들도 재현해 놓았습니다.

백설공주에 나오는 못난이 난쟁이, 피노키오를 만드는 제페토 할아버지의 작업대,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앤디의 방...

추억을 되살려주는 기분 좋은 공간이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하치코 동상.

주인을 기다리다 죽은 개 이야기는 다들 아시겠죠.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응?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어미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있었는데 왠 아저씨가 데려다놓은 거 같더라고요.

정작 하치코보다는 고양이를 더 열심히 봤습니다.

고양이 넘나 귀여운것.




하치코 동상 바로 앞에는 시부야의 명소 중 하나인 스크램블 교차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태원역처럼 여러곳의 신호등이 한번에 보행 신호로 바뀌고, 그 순간 쏟아져나오는 인파가 장관인 것으로 유명하죠.

여기서도 사진 한장.




조금 걸어가니까 109 쇼핑몰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방탄소년단이 크리스마스 광고판을 달고 있더라고요.

새삼 우리나라 아이돌들이 대단하다는 걸 외지에서 느끼게 되더랍니다.




어느덧 밥때가 되었기에 눈에 보이는 요시노야로 슝.

치즈 부타동 오오모리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109 앞에서는 도쿄 코믹콘을 홍보하고 있었습니다.

백 투 더 퓨처에 나오는 드로리안을 전시해 놨더라고요.

실물 크기로 만들어오니 멋있더라고요 확실히.

어느덧 백 투 더 퓨처의 미래였던 2012년도 한참 지나가버렸네요.

세월이란 참...




주변에는 일반 돈키호테보다 더 큰 메가돈키도 있었습니다.

여기에도 짝퉁 하치코가...

멍멍이 발 모양 빵도 만들어 팔고 있더라고요.

돈키호테는 할 일 없을 때 들어가보면 이상한 걸 많이 팔고 있어서 구경하기 참 좋은 거 같습니다.


여기까지 돌아보고나니 슬슬 공항 갈 준비를 해야겠더라고요.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찾은 뒤, 오시아게역에서 나리타 스카이 엑세스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습니다.

넉넉하게 2시간 정도 잡고 이동한 덕에, 공항에 도착해서 수속 마쳐도 시간이 꽤 남더라고요.




그래서 2 터미널에 있는 포켓몬 스토어를 구경하러 갔습니다.

공항이다보니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마스코트인 기장 피카츄가 참 귀엽더라고요.

나리타 공항 한정 상품도 팔고 있어서 열심히 구경하고 왔습니다.




도쿄에서 먹은 마지막 밥.

공항 내 푸드코트에서 파는 교자 정식입니다.

교자 15개에 밥은 오오모리 서비스가 된다고 해서 시켜봤습니다.

밥 반찬으로 교자를 먹는 건 좀 안 어울리는 거 같애요 확실히...




이렇게 4박 5일간의 여행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재밌게 잘 돌아다닌 거 같아 만족스럽네요.

다음에 또 언제 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가고 싶습니다.

320x100

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4일차

잡동사니 2017. 12. 4. 00:10
320x100


여행 나흘째.

어제 오후부터 내리던 비는 여전히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일찍 일어나기는 했지만 비 오니까 나가기가 싫어서 커피 끓여먹으면서 숙소 라운지에서 한참 있었네요.

왼쪽 위에 있는 건 이로리라는 일본식 화덕인데, 저 화덕으로 희망자에 한해 아침식사를 만들어 줍니다.

이 숙소 이름도 저 이로리에서 따왔더라고요.




아무튼 아무리 비가 쏟아지더라도 기왕 온 여행 열심히 돌아다녀야 보람이 남겠죠.

우산을 쓰고 출발합니다.

오늘 목적지는 아키하바라.

숙소에서는 걸어서 20분 남짓 거리입니다.

커다란 취미 전문 서점도 보이고, 아키하바라역과 연결된 요도바시 카메라도 보이네요.

열시쯤 도착했는데, 마침 딱 요도바시 카메라 오픈 시간이었습니다.




요도바시 카메라는 우리나라 하이마트 같은 전자제품 전문 매장입니다.

규모가 어마어마하지만요.

아키하바라점 역시 온갖 PC 용품, 모바일 용품, 게임, 취미용품 등을 잔뜩 판매하고 있습니다.

일본어가 각인된 키보드, 직접 레이싱 게임을 체험할 수 있는 레이싱 기어 등 이거저거 신기한게 많았습니다.




아키하바라점은 입지가 입지인만큼 취미용품 관련해서도 상당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포켓몬스터 인형이나 스타워즈 굿즈 같은 것도 잔뜩 있고, 장난감 매장도 한층을 통채로 쓰고 있더라고요.




근처에 AKB48 극장이 있다보니, 새 싱글 발매 기념으로 직접 찾아와서 싸인을 하고 간 모양이더라고요.

오른쪽은 최근 스위치로 신작이 발매된 슈퍼마리오.


게임 관련 잡지나 공략집도 많았습니다.

아랫줄 오른편은 종이로 만드는 페이퍼 시어터라는 건데, 입체적인 구성을 하고 있어서 참 신기했어요.




이곳저곳 독특한 가게가 많아서 걸어다니기만 해도 신기한게 참 많은 거리였습니다.

원래 취미가 레트로 게임 쪽이라서 중고 매장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가격이 전체적으로 만만치가 않아서 뭘 사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이 차라리 더 싸더라고요.




요도바시 카메라와 비견되는 대형 전자제품 매장 빅 카메라.

중고제품 전문 매장 트레이더.

아랫줄 왼편에는 국산 게임 배틀그라운드 광고판이 보이길래 찰칵.

비는 오전 내내 계속 내렸습니다.




돌아다니다 문득 하드오프가 눈에 들어와 잠깐 들어가봤습니다.

책이나 음반을 취급하는 북오프와는 달리, 게임기나 오디오 기기, 전자제품 등을 취급하는 매장입니다.

이거저거 많기는 한데 딱히 건질 건 없더라고요.

싸게 파는 정크품도 있긴 한데 동작 보증이 없으니 손이 안 갔습니다.


아래쪽은 길 가다 발견한 고전게임 전문매장 레트로 게임 캠프.

젤다의 전설 테마를 계속 틀어놓고 있어 절로 발이 갔는데, 역시나 가격이 정말 천정부지로 뛰고 있었습니다.

레트로 게임 취미 자체가 돈이 들 수 밖에 없는거지만, 아무래도 한국이 더 싸긴 한 거 같아요.




점심은 야로라멘이라는 곳에서 먹었습니다.

양이 많기로 유명한 곳인데,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위에 쌓인 숙주나물만 한참을 파먹으면 그제야 면이 나옵니다.

제가 시킨 건 그나마 양을 좀 줄인 거였는데도 저 지경이었어요.

그래도 맛은 있었습니다.




점심을 먹고나니 슬슬 비가 그치고 날이 개이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접고 또 여기저기 돌아다녀봅니다.

스루가야라는 중고 게임 매장인데, 가격 비싼거는 매한가지더라고요.

슈퍼 마루오라는 해적판 패미컴 게임이 무려 270,000엔에 팔리고 있더랍니다.




한켠에는 지하주차장을 빌어 정크품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맞은편에는 인텔 8세대 프로세서 출시 기념 행사 중이라 뭔가 대비가 됐습니다.

아키하바라답게 메이드 카페부터 시작해 온갖 카페가 많더라고요.

고슴도치 카페랑 고양이 카페가 같은 건물에서 경쟁하고 있기도 했고요.




왼편의 커피우유는 패밀리마트에서 105엔으로 할인하길래, 1엔짜리 해결할 겸, 잠시 앉았다 갈 겸 쉬엄쉬엄 마시고 갔습니다.

어느 매장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오른편에 있는 이상한 걸 파는 곳도 있었어요.

처키의 핏빛 파스타 소스랑 핏빛 카레...




여기는 레트로 게임 전문 매장으로 유명한 슈퍼 포테이토.

맨윗층은 옛날 게임만 돌아가는 오락실이었습니다.

잠깐 구경하고 내려와보니 온갖 옛날 게임 관련 물건은 다 팔고 있더라고요.

비싸서 구경만 하긴 했지만, 왠만한 게임기는 다 갖추고 있어서 참 부러웠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버추얼 보이 시연도 해봤네요.




여기는 돈키호테 8층에 있는 AKB48 극장.

인기가 최전성기만은 못하다고 하지만, 이날도 공연이 있는지 팬들이 앞에 줄을 쫙 서 있었습니다.

앞에서 슬쩍 안을 들여다보기만 하고 내려왔어요.




7층과 6층은 오락실 겸 파칭코였는데, 게임 체험해보라고 코인 10개를 주더라고요.

덕분에 난생 처음 파칭코도 해보고 슬롯머신도 돌려봤습니다.

결과는 죄다 꽝이었어요.

역시 도박은 하면 안되는 거 같습니다.

인형 뽑기도 한번 해볼까 싶었는데, 저렇게 대롱대롱 매달려도 안 떨어지는 거 보고 진작에 포기했습니다.




근처에는 AKB48 카페도 있었습니다.

기념품점에는 크리스마스 상품들을 잔뜩 판매하고 있더라고요.

딱히 좋아하는 멤버가 있는 것도 아니라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걷다 지친 것도 있고, 카페에서 좀 쉬다가기로 했습니다.

밥때도 아니고 가격도 비싸서 식사메뉴는 스킵.

딸기모카라는 게 있어서 시켜봤는데 커피 뒷맛에 묘한 딸기향이 섞여 올라와서 그저 그랬습니다.

500엔.

추가로 음료를 시키면 종이 랜덤 코스터를 뽑게 되는데, 저는 이와타테 사호라는 친구가 나왔네요.

지난번 총선거에서 42등 했다는군요.




카페 내부에서는 계속 AKB48 관련 영상을 틀어주더랍니다.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영상 같은 게 주로 나오고, 중간중간 멤버들이 나와서 카페 메뉴 추천도 해주더라고요.




이제 쉴만큼 쉬었겠다, 아키하바라도 다 돌아봤으니 천천히 또 이동을 해야겠죠.

가는 길에 부엉이를 머리에 얹은 부엉이 카페 아르바이트생이 있길래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머리에 있는 부엉이가 꽤 무거운 모양이더라고요.

지금 와서 보니까 복장이 호그와트 교복 코스프레네요.




다음 목적지는 우에노 아메요코 시장.

원래 미군 부대 옆에서 시장을 열었던 게 점점 커지면서 지금 규모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찾아갈만한 전통시장 중 하나입니다.

인근 우에노 동물원에서 팬더가 새끼를 낳았는지, 우에노 이곳저곳에 아기 팬더 탄생 축하 플래카드가 붙어있더라고요.




1,000엔에 초콜렛 마구 담아주는 걸로 유명한 가게도 있었는데, 이날은 어째 손님이 없는 거 같았습니다.

불닭볶음면도 만났네요.

전통시장이라고는 해도 꽤 정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걷다보니 하드오프와 하비오프가 같이 있는 건물이 있길래 또 들어가봤습니다.

하비오프는 취미용품 전문 매장으로, 중고 악기 같은게 잔뜩 있더라고요.

장난감이나 게임기도 많이 있었지만, 이건 아키하바라에서도 질릴만큼 봤으니.




사람들도 바글바글하고, 이런저런 가게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 곳입니다.

돌아다니면서 참 재밌었어요.

어느 나라를 가던 시장 구경은 꼭 해봐야하는 거 같습니다.




저녁으로는 텐동 체인점 텐야에서 올스타 텐동을.

마침 우에노점에서는 올스타 텐동 가격을 200엔이나 깎아주고 있더라고요.

덕분에 550엔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튀김이 바삭바삭하고 아주 꿀맛이었어요.




숙소로 돌아오기 위해 다시 아키하바라를 거쳐가는 길.

버스 타이어로 카메라 렌즈를 표현한 센스 있는 광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옛날 전자상가 시절 아키하바라의 상징이었다는 라디오 회관도 스쳐 지나갔고요.




아키하바라에도 겨울맞이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있더라고요.

이름은 후유하바라 일루미네이션.

가을을 뜻하는 "아키(秋)" 대신, 겨울을 뜻하는 "후유(冬)" 를 넣은 언어유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마지막까지 예쁜 걸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녁 야식은 딸기 롤케이크랑 초코 수플레 케이크를 냠냠.

숙소에서 자는 것도 마지막이라니, 참 아쉬운 마음 뿐이었습니다.

즐거운 여행이었는데도 돌아가려니 아쉬운 건 사람 욕심인 거 같아요.

다음날 짐을 뺄 준비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 날은 25,942 걸음이나 걸었네요.

왠만하면 교통비가 좀 들어도 전철을 타는 게 좋습니다...

320x100

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3일차

잡동사니 2017. 12. 1. 23:28
320x100


여행 세번째날, 조금 넉넉하게 일어나서 시나가와 역으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조금 넉넉하게 일어난 시간이 하필 딱 출근 시간대...

도쿄 남부 최대역이고 환승 노선도 여러개인 곳이라 사람이 바글바글 하더라고요.

시나가와 역을 빠져나와 주변을 돌아보니,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소니 본사가 눈에 딱 들어옵니다.

안 가볼 수가 없죠.


소니 본사에도 트리가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도 아닌 나라인데도, 여기저기 큰 곳 가면 트리는 꼭 있더라고요.

트리 아래에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마스코트격인 캐릭터, 토로도 보이네요.

소니 스마트폰 엑스페리아 시연대도 있었습니다.




곧 새롭게 발매될 예정인 로봇 강아지, 아이보도 보였습니다.

뒤에는 역대 아이보 세대별로 쫙 전시를 해놓은게 인상적이었어요.

음향 기기 시청대와 플레이스테이션 4 시연대도 있었습니다.

잠깐 앉아서 게임을 하긴 했는데, 남들 출근하는 와중에 혼자 앉아서 게임하기도 뭐해서 금방 내려놨네요.




좀 느긋하게 나온다고 나온건데, 그래도 여전히 너무 일찍 나와버렸더라고요.

목표로 하고 나온 10시 30분까지는 아직도 한시간 가량 남은 상황.

어쩔 수 없이 또 천천히 역 근처를 돌아다녀봅니다.

헌법 9조 수호와 아베 내각의 개헌 저지를 외치는 일본 공산당 포스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소니 본사 근처에는 게임 쪽 업무를 맡는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건물도 있더군요.

여기도 플레이스테이션이 있긴 한데 소니 본사보다 규모가 작아서 밖에서 슬쩍 들여다보기만 했습니다.




한참 시간 때우다가, 겨우 10시 30분이 됩니다.

오늘 시나가와 역까지 온 건 다름이 아니라 오다이바까지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시나가와 역에서 오다이바까지 무료로 보내주는 셔틀버스가 있거든요!

셔틀버스를 탑승하고 30분 정도 이동해서 오다이바에 입성합니다.


오다이바는 익히 알려져 있듯, 상업지구와 관광지구가 뒤얽혀 있는 인공 섬입니다.

개중 제가 타고 온 셔틀버스는 오오에도 온천이야기라는 온천에서 제공하는 교통편이에요.

여기도 입장하려고 한국에서 미리 티켓을 사왔지만, 일단 오다이바를 돌아보고 저녁에 입장할 요량으로 발을 옮깁니다.

오다이바는 원래 1980년대 버블 시기 개발이 시작됐는데, 버블이 꺼지면서 주거지구는 제대로 조성이 못 됐다고 합니다.

그 탓에 관광지가 여기저기 막 섞여 있는데다 교통편도 애매해서 여행객 입장에서는 참 곤란한 곳이기도 하죠.


어쩔 수 없이 걸어서 30분 정도를 이동합니다.

특히나 오오에도 온천이야기가 자리잡은 텔레콤센터 쪽은 딱히 볼 것도 없거든요.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해양박물관.

실제 배를 박물관으로 바꿔놓은 거라네요.

하지만 제 행선지는 오른쪽 아래, 멀리 보이는 둥근 전망대의 후지 TV입니다.




후지 TV는 특히 저 25층 원형 전망대로 유명한데, 다른 곳은 돈을 안 받아도 저 전망대 입장은 칼같이 돈을 받습니다.

오른쪽의 파란 강아지는 후지 TV의 마스코트 캐릭터 라프군.

전망대 입장권을 사려고 7층에 올라갔더니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했던 배, 고잉 메리호의 선수가 전시되어 있더군요.

원래 배 전체를 건조해서 오다이바에 띄워놨었는데, 현재는 철거하고 선수만 따로 전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것도 머리만 덩그러니 놓고 보니 묘하게 기분 나쁘더라고요.




성인 입장료는 550엔입니다.

후지 TV는 스탬프 랠리 프로그램도 준비를 해놨는데, 이걸 완성시키려면 꼭 전망대에 올라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

스탬프 5개를 다 모았더니 라프군 스티커를 한장 주더라고요.




원형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오다이바 풍경입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있었는데, 슬슬 구름이 끼고 있더라고요.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육안으로 보면 도쿄타워랑 스카이트리가 눈에 다 들어오는 괜찮은 뷰더라고요.




후지 TV 안을 쓱쓱 돌아보며 지나갑니다.

우리나라 아침마당 격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스튜디오도 있었는데, 출연자 싸인 중 우리나라 가수 빅뱅이 있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른쪽 아래 사진은 다음 목적지인 DECKS가 보이길래 찰칵.




내부 전시관은 딱히 대단한 건 없어도 재미삼아 돌아볼 정도는 됩니다.

후지 TV의 양대 간판 애니메이션 원피스와 드래곤볼, 한류 드라마 소개.

장수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사자에상과 마루코는 아홉살.




점심은 DECKS로 이동 후, 태양루라는 중식 뷔페에서 먹었습니다.

1,500엔이었는데 그냥 배고프면 먹을만한 정도였어요.

배는 불렀지만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은 느낌.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더라고요.

그래도 드링크바 종류가 다양해서 이거저거 마실 거는 많이 마셨습니다.

7층에 위치한 가게라서 테라스 뷰가 괜찮은 것도 장점이네요.


DECKS에는 게임 업체 세가의 실내 테마파크 조이폴리스가 입점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남자 화장실에는 소변을 보면서 할 수 있는 독특한 게임들이 설치되어 있더라고요.

별 거 아니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입니다.




다음 행선지는 3층에 있는 바로 그 조이폴리스.

원래 굳이 올 생각은 없었는데, 800엔인 입장료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1층에서 입장료 300엔 할인 쿠폰을 나눠주길래 신나서 냉큼 들어가버렸죠.


이 곳은 원래 세가가 온힘을 다해 밀던 사업인데, 생각만큼 흥하질 못하면서 세가가 망하는데 한몫했다고 하더라고요.

마침 들어가니까 세가가 최근 열심히 만들고 있는 프로젝트 디바, 하츠네 미쿠의 미니 라이브가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사람 음성을 컴퓨터로 대신 흉내내어 노래를 부르게 하는 보컬로이드라는 프로그램인데, 캐릭터가 갖추어지고 이제는 아예 아이돌 같은 입지에 올라섰더군요.

직접 나와서 노래하고 춤추는데 참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라이브 후에는 목소리 담당 성우가 나오는 영상으로 게임 홍보를 하더군요.



조이폴리스는 일본 최대 규모의 실내 테마파크입니다.

옛날부터 세가가 강세를 보였던 오락실 게임, 이런저런 놀이기구 등 나름대로 흥미로운 구성을 해뒀더라고요.

이니셜 D 어트랙션은 진짜 자동차에 올라타고 플레이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세가의 마스코트인 소닉도 여기저기서 얼굴을 구경할 수 있었고요.




왼쪽 위의 소닉 어트랙션은 진짜 육상화로 갈아신고 소닉처럼 달리기를 하는 독특한 게임이었어요.

세가말고 캡콤 쪽 게임들도 어트랙션으로 들어와 있었는데, 하우스 오브 더 데드나 바이오하자드 같은 공포 게임이 특히 눈에 띄더군요.

오른쪽 아래는 얼굴을 가져다대면 바다사자 몸에 얼굴을 합성해주는 괴상한 물건입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바로 이 어트랙션, 역전재판 in 조이폴리스 때문입니다.

캡콤의 법정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변호사가 되어 의뢰인을 혐의에서 해방시켜주는 독특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많은 인기를 얻으며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곳 조이폴리스에서는 이걸 어트랙션으로 만들어놨더라고요.


기본적으로 조이폴리스 곳곳에 놓여있는 게임용 기기를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원래 게임하고 다 똑같은데 법정기록 하나만 오프라인으로 직접 작성한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저기 보이는 아래쪽 바코드를 읽히면 게임기 플레이하듯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총 3개의 시나리오가 있는데, 저는 무난하게 첫번째를 선택했습니다.

시나리오의 난이도는 일본어만 할 줄 알면 누구나 풀 수 있는 수준입니다.

굳이 추리력이 많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역전재판 시리즈의 팬이면 쉽게쉽게 진행할 거 같네요.

사실 다 어디서 보던 얼굴들이기도 하고...

역전재판 어트랙션으로 놀려면 600엔을 추가 지불해야합니다.


다 끝나고 나오는데, 생전 세가 팬으로 유명하던 마이클 잭슨의 싸인이 보이더라고요.

새삼 아까운 사람이 너무 일찍 갔다 싶어 마음이 짠했습니다.




DECKS 4층에는 복고풍 물건들을 파는 다이바 잇쵸메 상점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80년대풍으로 추억 어린 불량식품이나 장난감들을 잔뜩 팔고 있죠.

한번 들러볼만한 곳입니다.

우리나라랑 비슷하게, 어린 시절 추억에 젖어볼 수 있는 곳이에요.

오락실 게임기도 다 옛날 게임이더라고요.




그 외에도 4층에는 독특한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부디 만져달라고 써 있는 남성용 속옷이 있질 않나, 근육맨 상품만 전문으로 파는 가게가 있질 않나.

왼쪽 아래에 있는 건 자기가 태어난 날 신문을 인쇄해주는 자판기입니다.

생각보다 비싸서 해보지는 않았지만요.

그 외에도 타코야키 뮤지엄이라고, 일본에서 유명한 타코야키 가게들을 모아놓은 푸드코트도 있으니 좋아하시는 분들은 들러보시길.




하지만 제 목적은 바로 여기, 다이바 괴기 학교입니다.

일본에서도 유명한 귀신의 집인데, 주간지에서 선정한 일본 귀신의 집 랭킹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한 곳입니다.

진짜 귀신이 나온다는 괴담도 돌 정도로 유명한 곳이라, 괴담을 정말 좋아하는 저로서는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입장료는 800엔입니다.


기본적인 설정은 40여년 전, 목매달아 자살한 아이가 나온 이후 온갖 사건이 들끓다 폐교한 학교라는 설정입니다.

여기 들어가 네명의 지박령 중 한명을 골라, 그 영혼을 성불시켜주는 미션을 받는거죠.

저는 분신사바하다가 여우 귀신이 들려 친구를 살해하고 실종됐다는 메이코라는 아이를 골랐습니다.

결과만 말하자면 성불 실패했어요 ㅠㅠ


혼자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확실히 꽤 무서웠습니다.

다만 사운드로 해결하는 요소가 좀 강하다보니 일본어를 좀 알아들으셔야 더 무서울 거 같네요.

막판에는 진짜 오싹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좀 짧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오다이바의 상징 대관람차...

원래 계획은 저기로 가서 비너스포트와 메가웹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까 오다이바의 또다른 상징 건담을 안 찍어왔더라고요.

발을 옮겨 건담이 있는 다이버시티로 이동합니다.




근데 이럴수가, 다이버시티에 오니까 아예 건담 특별전을 하고 있더라고요.

거기다 제가 좋아하는 스탬프 랠리까지!

결국 메가웹과 비너스포트를 포기하고 다이버시티에 올인하기로 했습니다.

여행 다니다보면 이렇게 계획이 바뀌는 것도 재미있는 거 같아요.




건물 전체에 건담이 가득해서 유쾌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도 건담, 유리난간에도 건담.

스탬프 랠리는 각 층마다 있는 건담 조형물 근처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됐습니다.

총 4개 있고, 다 모으면 7층에 있는 건담 베이스에서 기념품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기념품으로는 모바일 클리너 스티커라고 받았는데 어떻게 쓰는 물건인지는 모르겠네요.




도쿄 건담베이스는 규모부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집이 용산이라 용산역 건담베이스를 자주 다니곤 하는데 비교가 안될 정도로 넓더라고요.

내부에는 프라모델 제작 과정이나 역대 건담 주역 기체들 전시도 있어서, 재미있게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다이버시티에는 재밌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개중 메이저리그 모자로 유명한 뉴에라는 포켓몬스터와 콜라보를 했더라고요.

차마 쓰고 다니기는 좀 그렇지만 보기에는 참 재밌었습니다.




괴상한 물건들 전문점인 뱅가드 빌리지에서도 구경할 게 많았어요.

만화에 나오는 통짜고기 모양 인형, 만화가 이토 준지 작품을 모아놓은 서가.

똥 모양 머그컵과 카레 그릇, 심지어는 똥 카레까지 있더랍니다.




오른쪽 위에 있는 책은 페이퍼크래프트 책인데, 그 소재가 에가시라 2:50이라는 개그맨이었습니다.

상반신은 홀딱 벗고 하반신은 검은 타이츠를 입고 온갖 저질개그를 난발하는 개그맨인데, 이런 상품을 보게되니 참 재밌더라고요.

중2병 환자를 위한 어려운 한자어 사전, 명탐정 코난에 나오는 범인 코스프레 의상 등 온갖 유쾌한 물건들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상한 인형도 있더라고요.

평소에는 순둥이 같다가, 뒤통수를 누르면 괴물로 돌변합니다.




지나가는 길에 타워레코드도 있길래 슬쩍 들어가봤습니다.

역시 은퇴를 앞둔 아무로 나미에 코너가 제일 크고, 한류 관련 코너도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일본인 멤버가 3명이나 있는 트와이스를 많이 밀어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다이바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거대 건담!

밖에 나오니 예보대로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랍니다.

하지만 그래도 큰 건담 보니까 재밌고 신기했어요.

바로 앞에는 건담 카페도 있고, 건담 조형물도 세워져 있어서 건담 팬들이라면 꼭 와볼만한 거 같습니다.




건담 카페에서는 머리가 열리는 자쿠 머그컵이나 빔 샤벨 우산 같은 걸 팔더라고요.

별로 실용성은 없어서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비도 내리겠다, 다음 행선지로 빨리 이동해야 할 것 같았으니까요.

다음 행선지는 아까 오다이바 처음 왔을 때 봤던 그곳, 오오에도 온천이야기입니다.




오오에도 온천 이야기는 이름 그대로 온천입니다만, 그와 동시에 테마파크이기도 합니다.

안에서는 입장객 모두 유타카를 입고 움직이고, 안에는 우리나라 찜질방처럼 이런저런 가게들도 있어요.

아예 여관까지 내부에 자리잡고 있어서, 온천여관 느낌으로 여기서 하루 묵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보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여행 도중 가장 만족한 곳이기도 합니다.

여행 도중 쌓였던 피로를 따뜻한 온천에 들어가서 싹 풀고 나니 참 행복하더라고요.

비 내리는 날씨도, 노천탕에 나가 비 맞으며 온천을 즐기니 그것마저 풍류로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예 맨손으로 가도 수건이랑 샴푸, 바디샤워, 린스, 면도기에 치약, 칫솔까지 다 제공이 되니 여행객 입장에서는 참 편리하고 좋았습니다.

오다이바 가신다면 꼭 온천 한번 즐기고 오시길 추천하고 싶네요.




내부 인테리어도 후지산 아래, 축제가 벌어지는 온천마을이라는 테마에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타카를 직접 입어볼 기회도, 유타카 입은 사람을 볼 기회도 많지 않은데 여기서는 둘 다 가능하다는 것도 있고요.

한국 분들도 많이 찾아오는지, 한국 음식점도 있더라고요.




여기는 족욕탕입니다.

하지만 비가 오다보니 우산 쓰고 잠깐 들어가보기만 했네요.

여기는 유타카를 입고 들어가기 때문에 남녀 모두 만남의 장소로도 활용된다고 합니다.

탕 안의 돌들이 너무 뾰족해서 지압이 너무 아프게 된다는 단점이 있었어요.




목욕을 마치고, 가뿐한 몸으로 온천을 나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유리카모메를 타고 돌아왔어요.

무인 열차기 때문에 맨앞 칸에 타면 마치 놀이기구처럼 즐길 수 있다는 독특한 장점을 가진 노선입니다.

신바시역까지 이동한 후, 신바시역에서 또 지하철 환승 없이 한번에 숙소로 이동.

숙소가 참 교통이 편리한 곳이라 행복했습니다.



이날은 점심을 뷔페로 먹었던터라, 저녁은 걸렀었습니다.

그래서 야식으로 몰아서 냠냠.

세븐일레븐에서 사온 돈까스덮밥과 포도 사와를 먹고 셋째날 여정도 마무리를 했습니다.

320x100

나홀로 도쿄 여행 4박 5일 - 2일차

잡동사니 2017. 11. 30. 21:25
320x100





여행 두번째 날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커피를 한잔.

숙소가 참 좋았던게, 라운지에서 커피랑 차를 맘대로 타먹을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먹고 나서 설거지는 꼭 해놓아야 하지만요.

7시 반쯤 되서 출발했습니다.

숙소 근처 자판기에서 캔 단팥죽을 팔길래 하나 사봤는데, 맛은 그냥 우리나라에서도 파는 레토르트 단팥죽 맛이더라고요.

근데 엄청 달아요 으으...


둘째날 첫번째 행선지는 신사인 칸다묘진.

그런데 가는 도중에 신사가 하나 보이길래 여기도 잠깐 들렀습니다.

배불뚝이 너구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칸다 강을 건너가면 바로 앞에 보이는 건 아키하바라!

여기서 직진하면 아키하바라입니다만, 아키하바라는 나흘째 하루를 통으로 써서 돌아볼 예정이었기에 여기서는 왼쪽으로 꺾어서 갑니다.

쭉 걸어가다보니 왼쪽 멀리 도쿄대 의대가 보이더군요.

일본 최고 엘리트들이 모여있는 건물!

그리고 숙소에서 한 30분 정도 걸은 끝에 칸다묘진에 도착했습니다.





칸다묘진은 일본 3대 축제 중 하나인 칸다 마츠리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5월달에 열리는 축제라서 이번 여행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도쿄 전체를 총괄하는 신사로, 일본에 있는 어지간한 유적이 그렇듯 지진과 전쟁통에 다 무너졌다가 현대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저 사자탈은 점괘를 뽑아주는 자판기인데, 사자가 춤추고 소리를 내더라고요.

신기하긴 했는데 굳이 점을 볼 생각은 없었기에 구경만 했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건 칸다묘진 3대 신 중 하나인 다이코쿠텐, 한국 발음으로는 대흑천(大黒天)입니다.

칠복신 중 하나로, 재물과 가정의 행복, 남녀의 인연을 담당하는 신이라는군요.





2000년대 들어 세운 사자상, 그리고 망한 점괘를 뽑은 이들의 한이 담긴 조형물입니다.

흉한 점괘를 뽑으면 저기다 묶어서 액운을 떨쳐내는거죠.


왼쪽 아래에 있는 건 칸다묘진 3대 신 중 하나이자, 칠복신 중에서도 인기 있는 에비스입니다.

어업과 풍년을 담당하는 신으로, 유명한 에비스 맥주가 바로 이 신의 이름을 따왔죠.

칸다묘진 3대 신 중 나머지 하나는 타이라노 마사카도인데, 이건 실존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거라 굳이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건 신사에서 키우는 조랑말이에요.

신마(神馬) 아카리쨩이라고 이름도 붙여놨더라고요.

귀여웠습니다.





칸다묘진은 아키하바라 근처이기도 하고, 러브라이브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한 덕에 오타쿠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입니다.

러브라이브의 경우 등장 캐릭터 중 한명이 여기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팬들 사이에서는 성지로 자리잡았다네요.

그래서인지 걸려있는 에마에도 그림이 그려져 있거나, 뒷면에 러브라이브 캐릭터들이 인쇄되어 있는 게 꽤 보였습니다.

애니메이션 흥행을 관광업에 잘 활용한 케이스가 아닌가 싶군요.





칸다묘진을 다 돌아봤으니, 이제 다음 행선지는 도쿄 돔입니다.

칸다묘진에서 도쿄 돔까지도 걸어서 한 20분 정도 걸려요.

천천히 걸어가는 사이, 일본에서 최초로 의과대학을 설립한 준텐도 대학이 눈에 들어옵니다.

현대에도 의학 쪽에 강세를 보이는 학교죠.


도쿄 돔에 도착해서, 우선 도쿄 돔 호텔에 티켓 수령차 들렀습니다.

안에는 벌써부터 예쁜 트리가 우뚝 서 있고, 울트라맨도 있더라고요.

나와보니 도쿄 돔 아니랄까봐, 자판기부터 요미우리 자이언츠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도쿄 돔!

일본 야구의 심장입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가 준우승을 차지한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도 바로 이곳에서 개최됐었죠.

하지만 야구 시즌도 다 끝난 겨울, 왜 도쿄 돔을 왔느냐...


그것은 바로 도쿄 돔 시티라는 놀이공원이 옆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도쿄에는 요미우리 랜드나 후지큐 하이랜드, 디즈니랜드나 하나야시키 같은 놀이공원이 잔뜩 있지만, 여기만큼 도심 중심에 자리잡은 규모 있는 놀이공원이 또 없습니다.

중심 바큇살이 없는 관람차 빅-오와, 그 관람차를 뚫고 지나가는 롤러코스터 썬더돌핀이 이 놀이공원의 상징입니다.

이거 타려고 한국에서 이미 티켓도 끊어왔었습니다.

30,000원 정도 가격에 놀이기구 4번 탑승과 우주박물관 관람이 가능한 티켓이죠.





그런데 너무 일찍 왔어요...

놀이동산 개장이 10시부터인데, 아직 30분 정도 남은 시점에 도착해버렸거든요.

어쩔 수 없이 주변을 좀 돌아다녔습니다.

분수대도 보이고, 난데없이 카드캡처 사쿠라 전문점도 있고...

야구장답게, 야구 박물관이랑 야구 관련 메가스토어도 눈에 들어오더군요.





근데 이놈의 놀이공원이 10시를 넘겨서도 문을 안 열더라고요.

결국 지칠대로 지친 나머지, 먼저 문을 연 메가스토어랑 야구 박물관이나 먼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메가스토어는 기본적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메인으로 삼고, 곁다리로 일본 야구 대표팀이나 여타 프로팀 물품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대만 출신으로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 중인 양다이강, 일본 발음으로 요 다이칸 선수의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는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인 메이저리거 코너도 흥미롭더군요.

마에다 켄타, 다나카 마사히로, 다르빗슈 유 세 선수 모두 올해 만만치 않은 시즌을 보냈는데,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이어서 들어간 야구 박물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은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은 프로야구 역사가 길다보니 어르신들이 옛 추억을 돌아볼겸 많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윗줄은 작년 오릭스 버팔로즈의 크리스 마레로가 기록한 일본 프로야구 통산 100,000번째 홈런볼과 배트, 일본시리즈 우승컵입니다.


각 구단별 유니폼과 선수 용품, 감독 메세지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 두개가 아랫줄 물건들입니다.

닛폰햄 파이터즈 소속으로, 현재 일본 야구의 신성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글러브와 스파이크.

그리고 이승엽 선수의 기록을 깨고, 아시아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작성했던 야쿠르트 소속 블라디미르 발렌틴의 56호 홈런볼입니다.





일본 프로야구 전설들 속에서, 하리모토 이사오라는 이름으로 걸려 있는 장훈 선수를 발견했습니다.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적 시선 속에서도, 끝까지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일본 프로야구에서 전설을 써 나갔던 위대한 선수죠.

오른쪽 위 사진 중, 두번째 배트가 바로 장훈 선수의 3,000 안타 기록 배트라고 합니다.


아래쪽 사진은 장훈 선수와도 절친했던 오 사다하루, 왕정치의 일본도입니다.

타격 연습을 위해 저 일본도로 볏짚을 베면서 훈련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훈련법이죠.

그야말로 낭만과 전설의 시대였던 셈입니다.





야구 박물관에는 일본을 거쳐간 한국인 선수들의 물품도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타자의 경우 이종범, 이승엽, 이대호 세 선수의 배트가 있더라고요.

이종범 선수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이승엽 선수는 치바 롯데 마린즈 시절, 이대호 선수는 소프트뱅크 호크스 시절 배트입니다.





투수는 선동렬, 박찬호, 오승환 세 선수의 글러브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선동렬 선수는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 박찬호 선수는 오릭스 버팔로즈 시절, 오승환 선수는 한신 타이거즈 시절 글러브네요.

해외에서 한국 선수들 물건을 보니까 새삼 더 반가웠습니다.





일본 야구가 낳은 대스타, 스즈키 이치로 코너도 한켠에 따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메이저리그 3,000 안타, 미일 통산 4,359 안타...

국적을 떠나, 그저 대단한 선수입니다.


그 너머에는 WBC 우승 기념 코너가.

일본은 초대 WBC와 2회 WBC를 연속 우승했죠.

우리나라도 충분히 우승할 기회가 여러번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던 대회들입니다.

일본도 우승이 정말 기뻤던지, 당시 선발 멤버 유니폼, 트로피 뿐 아니라 우승하고 나서 뿌렸던 색종이까지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좀 샘나더라고요 ㅠㅠ





도쿄 돔은 우리나라 동대문 운동장처럼,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고라쿠엔 야구장을 밀어버리고 지은 구장입니다.

그래서 고라쿠엔 야구장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 잔뜩 옮겨져서 전시 중이었어요.

일본 어르신분들은 이런 거 하나하나 보면서 추억에 젖으시더라고요.

지금 와서 봐도 불펜 투수를 실어나르던 카트는 참 귀엽고 센스 있는 디자인입니다.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장훈 선수.

아래에 있는 배트 박스는, 실제로 스폰지 배트를 들고 프로 투수의 공을 쳐볼 수 있는 체험형 코너입니다.

저도 시도해서 안타를 하나 쳤어요!

유쾌한 코너였습니다.


일본 야구 박물관은 입장료 600엔을 받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공식 어플을 설치하면 100엔을 할인해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라 저는 500엔만 냈고요.

야구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쯤 방문할 법 하긴한데, 한국어 팜플렛이나 가이드가 없다는 점은 참고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영어 소개문도 없기 때문에, 일본어 소개문을 어느 정도 이해하실 정도는 되어야 더 쉬운 관람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야구 박물관을 돌아보고 다시 놀이공원으로 갔는데...

아이고 맙소사.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통에 썬더돌핀이 운행 중지 중이었습니다 ㅠㅠ

이거 하나 타려고 한국에서 왔는데!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하지만 별 수 있겠어요, 날씨를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신 옆에 있는 관람차, 빅-오를 타기로 했습니다.

여기 관람차는 독특하게 안에 노래방 기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관람차를 타는 동안 노래를 부를 수가 있습니다.

한류 열풍 덕에 한국 가수가 부른 노래도 꽤 있으니, 찾아가시면 일본 하늘 위에서 한국 노래를 신나게 부르시는 것도 좋을 거 같네요.

저도 판타스틱 베이비랑 TT를 부르고 왔습니다 너무해 너무해.





빅-오는 80m 높이까지 올라갑니다.

도쿄돔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아무데서나 할 수 있는게 아니죠!

혼자 타서 우울했지만, 날도 맑고 풍경은 참 좋았습니다 흑흑...





내린 뒤 지나가다 봤던 바이킹.

저는 바이킹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그냥 구경만 하고 지나갔습니다.

사실 이 놀이공원이 썬더돌핀 빼면 성인 남성이 혼자 탈 놀이기구가 마땅치가 않아요...

하지만 바람은 여전히 쌩쌩 불더라고요 ㅠㅠ





어쩔 수 없이 또 방황하다 발견한 점프샵.

일본 최고의 만화잡지 소년 점프 관련 상품을 파는 곳이었습니다.

루피랑 나루토를 만났긴 했는데, 딱히 제 취향에 맞는 물건은 없어서 구경만 하고 나왔습니다.

벽에는 만화가들 싸인이 쫙 걸려있더라고요.





하지만 바람은 멈추지가 않습니다...

바람아 멈추어다오 ㅠㅠ

방황하다 마주친 메이저리그 카페, 에비스, 슈퍼전대 포스터.



그리고 하도 심심해서 스카이 플라워라는 놀이기구를 하나 더 탔습니다.

이것도 바람이 세서 운행 중지였는데, 마침 근처에 가니까 딱 운행 시작하더라고요.

일종의 곤돌라인데,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가 뚝 떨어지는걸 2번 반복합니다.

60m 까지 올라가는데, 고라쿠엔 시절부터 있던 유서 깊은 놀이기구라고 하더라고요.

좀 춥긴 했지만 주변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인상 깊었습니다.





어느덧 점심때.

점심은 회전초밥을 먹었습니다.

해선 미사키코라는 프랜차이즈 회전초밥집인데, 마침 놀이공원 바로 옆에 있더라고요.

이거저거 해서 9 접시 먹었는데, 맛있었습니다.

1,780엔 나왔던걸로 기억하네요.





밥을 먹고 나와도 바람이 멈추질 않더랍니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는 티켓에 포함되어 있는 코스, 우주박물관 TenQ로 향했습니다.

입장하면 상영하는 영상이 있는데, 영상 시작 시간을 맞춰 들어가야 해서 잠시 대기했습니다.

우주박물관답게 기념품점에서는 우주식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일본인 우주인의 싸인이나 UFO 모양의 조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기껏 들어간 우주 박물관은... 그저 그랬어요.

저는 일본어 안내문이라도 읽을 수 있지만, 아예 일본어를 모르신다면 진짜 별 거 없이 걷다가 나오실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저처럼 결합 티켓을 구매하셨다면 들릴만 하겠습니다만, 아니면 따로 가시는 건 별로 추천할 일이 못되는 거 같아요.

여기 단독 입장 티켓은 무려 1,800엔입니다.

우주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 아니라면, 단독 입장은 지양하고 다른 데 돈을 쓰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네요.





우주박물관을 나섰는데 아직도 바람이... 응?

바람이 잦아든데다 갑자기 썬더돌핀이 시운전을 시작합니다!

신나서 달려가서 맨앞에 줄을 섰습니다.

시운전 결과에 따라 운행 시작 여부가 결정된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30여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운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날 9시 30분에 도쿄 돔에 도착했는데, 6시간 기다린 끝에 3시 30분에 마침내 맨처음으로 썬더돌핀에 탑승했습니다 흑흑.

썬더돌핀은 정말 끝내주는 롤러코스터였습니다.

360도 회전만 없을 뿐, 틸팅 노선에 급강하, 폭포수 커브에 놀이기구와 건물 관통까지 롤러코스터에 넣을 수 있는 재미는 다 우겨넣은 느낌이에요.

2번 탔는데, 지금도 또 타고 싶습니다.

롤러코스터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거 하나를 위해서라도 도쿄 돔 한번 찾아가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썬더돌핀의 한을 풀었으니, 이제 마음 편히 다음 목적지로 이동합니다.

다음 목적지는 일본 축구 박물관!

그렇습니다, 저는 스포츠를 좋아합니다 히히.


가는 길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데, 언덕길을 끼고 있어서 실제로는 그보다 더 걸립니다.

도중에 지장보살님이 여섯분 계시더라고요.

아무튼 겨우겨우 도착한 일본 축구협회!

축구협회 건물 지하로 일본 축구 박물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안에 들어서니 우선 일본 국가대표팀 선수들 기념품이 맞이하더라고요.

인터밀란에서 뛰는 나가토모 유토,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하세베 마코토의 A매치 100 경기 기념 유니폼.

그 아래에는 도르트문트에서 뛰는 카가와 신지의 축구화입니다.

일본은 프로리그가 3부까지 구축되어 있는데, 개중 이미 완전히 자리를 잡은 J1과 J2는 각 팀 유니폼과 마스코트, 구단 용품이 한자리에 전시되어 있더라고요.

국내 프로축구보다 짧은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자리잡은 걸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 뿐입니다.





일본 축구 박물관 티켓은 재미있게도 뒷면이 2002 한일 월드컵 티켓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별리그 일본과 러시아 경기 티켓인데, 일본에서도 2002 한일 월드컵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은 재미이지만 이런 것 하나하나가 참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입장료는 500엔이에요.





박물관 안에도 이것저것 구경할 게 많았습니다.

왼쪽 위에 있는 건 J리그 우승 트로피입니다.

우승컵 형태인 K리그와는 다르게 쉴드 형태인데 크기가 상당하더라고요.

그 옆에는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 선발 베스트 일레븐입니다.

저기 빈 자리에 직접 들어가 선수들과 어깨동무하고 파이팅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들어뒀더라고요.


2002 한일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의 축구용품도 전시 중이었습니다.

잉글랜드의 간판이었던 데이비드 베컴의 축구화, 그리고 이 대회 MVP를 수상했던 골키퍼 올리버 칸의 장갑.





4강 신화를 써내려간 전설의 유니폼을 일본 와서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군요.

한일 월드컵 우승팀 브라질, 1998년 처음 월드컵에 진출했던 일본 국가대표팀 유니폼도 있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일본 국가대표팀이 각급 대회에서 수상한 페어플레이 트로피래요.





축구 박물관이니만큼 일본 국가대표팀이 따온 트로피도 잔뜩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개중 윗줄 두개가 참 묵직한 대회들인데, 왼쪽은 2011년 여자 월드컵 우승, 오른쪽은 2014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우승 트로피입니다.

우리나라도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은 2010년 우승한 적이 있지만, 아직 성인 대표팀에서는 그만한 성적이 나오지 못하고 있어 아쉽네요.

언젠가 성인 대표팀에서도 월드컵 제패를 꿈꿔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아랫줄 왼쪽은 아시안컵, 오른쪽은 곧 개최를 앞둔 동아시안컵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번 대회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무르며 아시안컵 우승을 또 미루게 되었는데,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성적을 내온 일본이 참 부럽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시안컵을 우승해야 컨페드레이션즈 컵도 나가보고 그럴텐데 ㅠㅠ

다음달 동아시안컵에서는 대표팀이 간만에 우승컵 드는 모습이 보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축구 박물관 로비에 전시되어 있던 일본 대표 선수들의 발자국입니다.

왼쪽 위는 미우라 카즈요시, 오른쪽 위는 나카무라 슌스케, 왼쪽 아래는 엔도 야스히토, 오른쪽 아래는 다카하라 나오히로.

90년대와 2000년대에 걸쳐 일본 대표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이름들인데, 모두 아직도 현역으로 뛰고 있더라고요.

개중 마흔 넘은 나이에도 축구 선수로 뛰고 있는 미우라 카즈요시는 참 대단하다는 생각 뿐입니다.





이렇게 축구 박물관 감상이 끝났으니 이제 또 이동할 때가 됐습니다.

롯폰기 힐즈로 갈 생각이었는데, 근처 지하철이 롯폰기로 바로 가는게 없어서 결국 노기자카역까지 간 다음 걸어서 이동하기로 합니다.

근데 노기자카는 이름에 고개라는 뜻의 사카(坂)가 들어가는만큼 경사가 좀 있더라고요...

차라리 환승을 해서라도 롯폰기로 바로 갔어야 했습니다 ㅠㅠ


가는 길에 자판기를 봤는데, 자판기 한정으로 팔리는 메론소다가 무과즙이더라고요.

우리나라는 해당 재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상품명에 표기를 못하는데, 일본은 또 다른 모양입니다.

결국 수상한 무과즙 메론소다는 거르고 탄산수를 마셨는데, 탄산이 어마어마하게 세더라고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오른쪽 아래는 노기자카역에 내려서 걸어가다 마주친 국립신미술관.

여기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 특별전을 하고 있어서 가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스케쥴을 짜봐도 시간이 안 맞더라고요.

화요일날 쉬고 10시부터 6시까지만 운영하는, 여행객 입장에서는 정말 아쉬운 시간대의 전시였습니다 ㅠㅠ





또 20분 가량 걸어서 겨우 도착한 롯폰기 힐즈.

롯폰기는 긴자와 더불어 도쿄의 대표적인 부촌 중 하나인데, 그 중심에 있는 롯폰기 힐즈는 문화예술과 온갖 비싼 가게들이 모여있는 복합단지입니다.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모리 빌딩에는 미술관과 전망대가 유명한데, 저는 이번에 그걸 보러 온 게 아니라 밑에서 사진만 한장.

저 멀리 도쿄 타워가 빛납니다.


왼쪽 아래에 있는 거미는 마망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롯폰기 힐즈의 랜드마크입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거미를 밀어주더라고요.

저거 밑에 들어가보면 안에 알까지 배고 있어서 더 징그러워요.





천천히 걸어내려오면 TV 아사히가 보입니다.

계획에는 없지만 또 안 들어가 볼 수가 없죠.

60년 역사의 방송국으로, 특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이는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먼저 맞이해주는 건 TV 아사히의 마스코트, 고엑스팬더, 그리고 밝게 빛나는 거대한 트리.


아래쪽에 있는 건 배우 쿠로야나기 테츠코가 40년 넘게 진행 중인 전설적인 토크쇼, "테츠코의 방" 스튜디오를 재현한 것입니다.

쿠로야나기 테츠코 옆에 있는 버튼들을 누르면 육성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쿠로야나기 테츠코는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창가의 토토" 를 쓴 바로 그 분입니다.

책은 유명한데 정작 일본에서 유명한 배우라는 사실은 그리 알려져 있지가 않더라고요.





TV 아사히의 간판 애니메이션 쌍두마차, 짱구와 도라에몽.

두 작품 모두 작가 사후에도 애니메이션이 이어지며,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롯폰기 힐즈에 왜 왔느냐 하면, 바로 이걸 보러 왔던 겁니다.

매년 삼성 갤럭시에서 주최하는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있거든요.

도쿄타워와 롯폰기 힐즈 사이, 케야키자카를 전부 빛으로 물들이는 "롯폰기 힐즈 케야키자카 일루미네이션" 입니다.

길 전체가 빛으로 확 물들어 있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하루 종일 걸어서 지친 와중에도, 저 거리를 걸어 올라갈 때는 참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하얀 불빛이 빨갛게 변하는 것까지 구경한 뒤, 모리빌딩을 통해 롯폰기 힐즈를 빠져나옵니다.

롯폰기 힐즈는 워낙 비싼 가게들 밖에 없어서, 저처럼 가난한 여행자는 뭘 사먹을 수가 없어요.

결국 나와서 한참을 방황하다가,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자자한 라멘 프랜차이즈, 이치란 라멘에 들어갔습니다.


이치란 라멘은 중앙에 뿌려져 있는 저 매운 소스로 유명한데, 확실히 저 소스 덕분에 돈코츠 라멘 특유의 느끼한 맛이 좀 잡히는 느낌이더군요.

다른 라멘 프랜차이즈보다 한국 사람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맛있게 먹었어요.





소화도 시킬겸, 천천히 롯폰기를 걸어다니다 서점이 보이길래 쓱 들어가봤습니다.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책도 좋아하니 서점은 보이면 들어가보고 싶더라고요.

괴담 번역을 취미로 하고 있다보니 괴담 관련 서적부터 뒤적거려 보고, 잡지나 문고본도 천천히 돌아봤습니다.

개중 특이한 게 바로 저 노기자카 46 문고였어요.

노기자카 46은 일본 아이돌 그룹인데, 롯폰기 근처 노기자카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올해 들어 코단샤 문고와 제휴를 맺어, 책 표지를 아이돌 멤버들이 장식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동네 아이돌이라고 롯폰기 쪽 서점에서 코너를 크게 내준 걸 보니 뭔가 유쾌한 마음에 사진도 찍어왔습니다.





롯폰기역에서 숙소까지는 또 지하철 한방에 가더랍니다.

이번 여행은 참 숙소가 교통이 편리해서 좋았어요.

오는 길에 패밀리마트에 들려서 야식을 사왔습니다.

겨울 한정으로 나온 귤맛 호로요이랑 우유 푸딩, 그리고 슈크림!

맛있게 또 잘 먹고, 사흘째 여행을 위해 지친 몸을 침대에 뉘였습니다.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