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명록이나 vkrko91@gmail.com 으로 직접 겪으신 기이한 이야기를 투고받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익명님이 투고해주신 이야기를 각색 / 정리한 것입니다.
어느 집이던, 신발을 벗고 산다면 신발을 놓는 곳이 있을겁니다.
그런데 신발을 벗고나서 정리하는 방향을 의식해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린시절 어머니가 신발을 정리하라고 하면 항상 신발 끝이 현관쪽을 보게 맞춰서 정리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어머니가 신발장을 보시곤 한마디씩 하셨습니다.
신발을 바깥쪽으로 두면 복이 걸어나간다고, 집 안쪽으로 오게 정리해야 복이 들어온다고요.
저는 속으로 그럴리가 있나 하면서도, 다시 신발 방향을 돌려놓고는 했죠.
이 이야기는 약 7년전 12월, 제가 중학생 때 이야기입니다.
중학생 때 저는 그 나이대 학생들이 그렇듯, 학교에서는 자고,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새 컴퓨터를 하고는 했습니다.
제 방은 현관을 들어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안방과는 대각선으로 2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습니다.
밤에 게임을 하다가 안방문 여닫는 소리나 부모님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면, 모니터를 끄고 자는 척 하곤 했죠.
겨울, 난방비를 아껴야한다는 이유로 베란다 창문과 문을 모두 잠그고 두꺼운 커텐을 쳤던터라 거실은 밤이 되면 굉장히 어두웠습니다.
그 탓에 모니터 불빛이 방문틈으로 새어나가 부모님한테 몰컴이 걸리곤 했거든요.
그 날도 가족 모두가 잠들기 전, 신발장 정리 좀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신발을 모두 안쪽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신발을 안쪽으로 향하게 두면 복이 들어온다고 했는데, 그럼 복이 신발이라도 신고 들어오는걸까?"
헛소리 같겠지만 정말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신발을 정리하고나니, 가족들 모두 방문을 닫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성공적인 몰컴을 위해, 화장실 가는 척을 하며 안방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확인했습니다.
안방 문 여닫는 소리는 굉장히 커서, 안방 문만 닫혀있어도 열리는 소리를 듣고 빠른 자는 척이 가능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는 컴퓨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시간이 지났을까요.
새벽 2시쯤, 저는 문 밖에서 탁하는 소리를 듣고 순간 놀라 모니터를 꺼버렸습니다.
속으로 "어째서? 안방문에선 아무 소리도 안났는데 어떻게?" 하면서, 저는 방문으로 다가가 귀를 댔습니다.
[탁탁, 탁.]
문 밖에선 분명히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놀란건 소리가 나기 때문만은 아니였습니다.
소리의 방향이 이상했거든요.
분명히 방문 바로 밖 왼쪽, 신발장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마치 신발을 신고 바닥에 몇 번 발을 구르는 듯한 그런 소리가요.
가족들은 모두 방에서 자고 있을텐데.
저는 잘못들은 것이라 생각하며 바닥에 살짝 주저 앉았습니다.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소리는 굳이 문에 귀를 대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신발장에서부터 굉장히 빠른 발걸음 소리가 부엌으로 달려가는겁니다.
진짜 복이 들어온 것은 아닐지언정, 뭔가가 들어왔다는건 확실했습니다.
저는 재빨리 제 방 작은 창문을 닫고 방문을 잠가버렸습니다.
다시 문에 살짝 귀를 가져다대자, 발소리의 주인이 부엌에서부터 방문 앞으로 돌아오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 앞 거실에서 터벅터벅 맴돌다가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차마 이 침묵을 깨며 방문을 열고 나가서 확인할 용기가 나지 않아, 저는 날이 어느정도 밝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때 나가기로 마음 먹고 다시 모니터를 켰습니다.
시간은 흘러서 새벽 6시쯤.
날이 어느정도 밝아오자, 저는 슬슬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해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거실에는 다행히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 두꺼운 커튼도, 잠가놨던 베란다 문과 창문도 전부 활짝 열려진 상태로, 거실에는 곧바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안방문은 굳게 닫혀있었죠.
신발장의 신발들은 여전히 가지런히 정돈된 상태였습니다.
대체 그 날 신발장을 통해 들어와서 뛰어다니다가 베란다 문을 열고 사라진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몇년이 지난 지금도, 신발을 안쪽으로 정리할 때면 또다시 뭔가가 집 안으로 걸어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실화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화괴담][105th]2초간의 공백 (10) | 2021.01.16 |
---|---|
[실화괴담][104th]한밤 중의 주문 (8) | 2020.11.23 |
[실화괴담][102nd]기어오는 군인 (11) | 2017.11.11 |
[실화괴담][101st]친구네 집 (7) | 2017.11.08 |
[실화괴담][100th]창 너머 하얀 손 (20) | 2017.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