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위크에 손자들이 귀성하지 않아 외로우셨던지, 할머니와 통화 도중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은 무언가에 집착을 보이곤 한단다.
그 대상은 물, 불, 돌 셋으로 나뉘고, 주로 남자한테서 자주 나타난다고 한다.
각각 위험이 있기에, 그 아이가 무엇에 집착을 보이는지 알아두기 위해서라도, 시골에서 생활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할머니는 말하셨다.
개중 가장 위험한 것이 물에 집착하는 아이.
그런 아이들은 아무때나 강 같은 데로 놀러간다.
이유 하나 없이, 이끌린다고 말하는 게 옳을지도 모른다.
나는 계류 낚시를 좋아해서 자주 강을 찾곤 했는데, 어릴 적에는 할머니에게 자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혼자서는 가지 말라고.
다만 물고기 구워 먹으려 소나무 가지나 라이터, 소금 같은 걸 가지고 다니고, 이야기도 자주 나누다보니 나중에는 할머니도 이해해 주셨다.
내가 흥미 있는 건 물이 아니라 물고기 쪽이고, 굳이 분류하자면 불을 좋아하는 쪽이라고.
오컬트 쪽이라기보다는 통계적이고 현실적으로, 물을 좋아하는 아이는 그만큼 익사하는 비율도 높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에 집착하는 아이에게서는 눈을 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낚시를 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강변에 서서 낚싯줄을 내리고 수면을 보고 있자면 멍하니 정신을 놓을 때가 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발밑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놀랄만큼 스스로가 자연스럽게 뒤섞여 있던 기분이 든다.
어쩌면 그런 시간이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지.
불에 집착하는 건 가장 파악하기 힘든 성향이라고 한다.
대개 숨어서 담배를 피운다던가 하는 쪽으로 발산되니까.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불을 보고 싶은 것인지, 담배를 피우고 싶어하는 것인지 자각하지 못한다고 한다.
스스로가 불을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대개 혼자 있다 무의미한 불장난을 할 경우라고 한다.
나는 완전히 이쪽 성향이라, 초등학교 때 아무 이유 없이 라이터를 갖고 싶어했었다.
터보 라이터나 오일 매치 같은 불 피우는 도구들을 이래저래 사모으기도 하고.
라이터가 좋아서 그런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불에 매료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아이들은 종종 불장난하다 집을 태워먹곤 한단다.
하지만 스스로가 불 근처에 있다보니, 의외로 불이 나도 위험에 처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장 먼저 도망칠테니.
귀찮은 건 거짓말까지 해버리는 경우.
스스로가 일으킨 화재지만, 도망치는 사이 거짓말을 지어내서 혼란을 주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불을 낸 적은 없지만.
돌에 집착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나는 어떤 마음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종종 밖에서 돌을 주워오는 아이들이 해당된다.
내 친구 중에도 그런 아이가 있었지만, 내게는 그게 무슨 재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게 가장 오컬트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할머니 말에 따르면 사람과 인연에 관련된 불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게 언제, 어떤 불행을 가져올지는 전혀 모르니까 감당하기도 어렵고.
적당히 주의를 주면 평범한 돌은 주워오지 않겠지만, 가끔 돌 중에 딱 파장이 맞는 게 있다고 한다.
그 돌에 흥미를 가지게 된 시점에서 작용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들은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먼저 액막이를 해두던가 어디 보이던가 해야한단다.
딱히 체험이나 귀신 이야기 같은 건 아니지만, 어쩐지 계속 기억하게 되는 이야기라 적어본다.
꽤 맞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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