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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마고우와 함께 평소 적당히 전철을 타고 돌아다니곤 합니다.

그러다 아무 것도 없는 시골 역에서 내려, 근처 산에 올라 산책도 하고, 지도에 실리지 않은 신사 같은 데를 찾으면 참배도 하곤 하죠.

몇번인가 무서운 일도 겪었고, 길을 잃어 헤매다 25km 넘게 걸은 적도 있지만, 그래도 꽤 즐거워서 쉽사리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그 날은 나라현에 있는, 일본 100대 산촌에 선정된, 산 위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에 놀러갈 예정이었습니다.

탐험보다는 제대로 찾아갈 생각으로, 구글 맵을 보면서 마을을 목표로 등산로를 따라 걸어가기로 했죠.

길을 가던 도중, 저수지 몇 곳을 지나자 길이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산기슭에서 만났던 사람들은 그 마을까지 가려면 오솔길을 계속 따라가면 된다고 했었는데.

이상하다 싶어, 구글 맵을 켰습니다.

구글 맵에서도 길은 두 갈래로 나와 있었습니다.



500m 정도 앞에서 두 길은 다시 합류하는 것 같았기에, 어디든 괜찮겠다 싶어 우리는 더 짧아 보이는 왼쪽 길을 택했습니다.

왼쪽 길을 따라 걸어가자, 점차 고사리 같은 식물들이 바닥 가득 피어 있는 게 보였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지고,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내려오는 매우 아름다운 길이었습니다.



어쩐지 동화 속 세상 같다는 생각에, 둘이서 신이 나 이웃집 토토로의 주제가 "산책" 을 부르며 걸어 갔습니다.

여기저기 고사리가 잔뜩 나 있는 가운데, 사람이 낸 듯한 한 갈래 길이 계속 이어져 있었기에, 딱히 망설임 없이, 구글 맵도 안 보고 나아갔어요.

나아가다 보니 고사리 말고 다른 식물들이 점점 늘어나더니, 나무도 높은 게 아니라 사람 키 정도가 되었습니다.



몸통과 가지도 구불구불 구부러진채 자라고 있었어요.

그렇지만 한줄기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기에, 나무를 제치고 풀을 피하며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러나 길은 더욱 험해져서, 힘들게 헤쳐나가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어가더니, 마침내 절벽 같은 사면을 올라야만 하게 됐습니다.



이쯤 되니 좀 위험한거 아닌가 싶어 멈춰서서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런데 계속 외길이라고 믿고 걸어오던 길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도대체 어떻게 걸어온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나름대로 침착하게, 이건 결코 오컬트적인 게 아니라, 외길으로 보였던 게 실은 뇌가 멋대로 걷기 쉬운 걸 길로 인식해서 착각한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조난당하는 사람들은 다들 이런 느낌으로 길을 잃는 거겠지, 하고.

하지만 위험한 거 아니냐는 얘기를 하면서도, 어쩐지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는 기분이 강했습니다.

길이 조금 험해지면서부터는 힘들게 나아왔으니만큼, 그 길을 다시 돌아가기 싫었으니까요.



이것도 감정을 조작당했다거나, 딱히 비과학적인 이유에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낙관적인 마음으로, 이대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바보 같이, 어째서 그랬을까.



그대로 돌아갔어야만 했다고, 지금 와서는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경사가 가파라서 거의 나무에 매달리듯 기어올라가야만 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돌아갈까? 싶을 무렵, 벼랑 위에 하얀 가드레일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벼랑 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아래에서 보이던 가드레일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딱히 잘못 봤다고 할만한 것도 없었기에, 도대체 왜 나는 가드레일을 본걸까, 기묘한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뭐, 아마 이것도 영적인 무언가라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면 원래 길이 나올거라는 기대가 만든 환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돌아가야 하나 싶으면서도, 가파른 벼랑을 올라온터라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벼랑 위에는 다시 길처럼 보이는 게 있어서 계속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환각이 아닌, 진짜 인공물이 보였습니다.

그런 곳에 사는 사람 따위 없을텐데, 밭 같은 데서 자주 보이는, 도구를 넣어두는 창고 같은 작은 오두막이 있었습니다.

다만 오두막이라고는 해도, 벽의 칠도 벗겨지고, 천장도 없는데다 안에 나무가 자라있기도 해서, 겨우 바닥이 남아 있는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그 남은 바닥에는 브라운관 텔레비전 같은 것도 있고, 사람이 살았구나 하는 분위기는 남아 있었어요.

어쩌면 우리가 올라온 길은 과거 마을로 이어지던 옛 길이고, 오두막은 휴게소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벼랑을 일상적으로 다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지만, 산사태 같은 걸로 지형이 바뀌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오두막을 보는 순간, 나와 친구는 둘 다 동시에, 산에 들어오고서부터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공포와 절망감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때까지 공포 같은 걸 느끼지 못했다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우리 두 사람은 계속 한없이 낙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오두막을 보는 순간에 느낀 절망과 공포는, 정말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맛본 것 중 가장 끔찍한 것이었습니다.



뭐가 그렇게 무서웠는지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두려웠습니다.

아마 우리가 구해질 수 없을 거라는 부정적인 감정이 차례로 밀려와서,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잠시 후, 친구가 [가자!] 하고 오두막과는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무서워서 오두막 쪽은 돌아볼 수 없었지만, 뒤에서 공포와 절망이 계속 따라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여지껏 외길로 보였던 길은 사라지고, 헤치고 갈 수도 없을 길만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뇌에서 희망적인 기대가 없어져서 길을 보던 환각마저 사라진 탓이었을까요.



정신을 차리니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고, 양옆이 벼랑인데다 그 오두막으로 이어지는 길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전파가 닿지 않아 스마트폰도 쓸 수 없었기에 정말 큰일이다 싶은 순간, 친구가 [벼랑으로 내려가자.] 라고 말했습니다.

곧바로 망설임 없이, 친구는 나무를 잡고 매달리며 벼랑을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나도 따라서 벼랑을 내려왔고, 근처에 콘크리트로 포장된 도로를 찾아냈습니다.

어느새 전파도 돌아와 있었기에, 무사히 목적지인 마을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는 이대로 별일 없이 끝났었습니다.



딱히 오컬트적인 것도 전혀 없었고, 20대 후반에 흙투성이가 되서 돌아왔다고 집에 돌아와서 부모님에게 야단을 맞은 정도였죠.

그런데 반년 정도 지난 지금, 또 그 산에 가고 싶은 마음에 사로잡혀, 나는 어쩔 줄을 모를 지경입니다.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하자, 친구 또한 같은 마음이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데도, 어떻게든 가고 싶습니다.

감정만을 놓고보면 무서워서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 클텐데, 어째서인지 가야만 한다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습니다.

둘 다 가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순조롭게 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 달 중에 나는 또 그 산으로 향하게 될 것 같습니다.

비일상의 스릴을,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원하고 있고, 그 마음이 무서울수록 더욱 강해지는 거겠죠.

오컬트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닐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산에 갔다 돌아오고 반년 정도 지나서, 얼마 전에야 갑자기 깨달았던 건데요.

그 당시에는 겁에 질려 몰랐었는데, 전기도 없는 깊은 산 속 오두막에 놓여 있던 텔레비전.



그때 우리가 본 텔레비전은, 계속 잡음과 함께 지지직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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